2010.7.19 월요일의 아침상

어느새 초복 아침이네요.
초복답게 이른 아침부터
아주 집안 공기도 바깥공기도 후덥지근해요.
그래도 늘 하던 일은 해야지요.
신문 펼치고 재료들 다듬기부터 시작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신문 펼치고 앉아서 가만히 이것저것 하다보면
꿉꿉한 여름공기때문에 느껴지던 불쾌함도 사그라들고
서서히 마음까지도 보송보송해짐을 느낍니다.
이유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저야 좋지요.
콩나물 한봉지 뜯어서 지저분한 깍지들 다듬어주고,
대파와 양파, 감자, 버섯 등
냉장고안에서 국 끓일 재료들을 꺼내어서
한번에 다 다듬는 중입니다.
오늘 끓일 국은 얼큰한 닭개장이예요.

닭개장에 넣을 채소들을 다 씻어서
먹기 좋게 썰어서 준비 해 두어야지요.
대파는 큼직하게 어슷썰고, 감자도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다른 재료들도 다 비슷비슷한 크기로 편하게 썰어 놓습니다.
이 닭개장 재료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깻잎이예요.
깻잎 꼭지는 모두 미리 손으로 똑똑 따 내고,
이렇게 도마에 올려서 채 썰어 준비를 해 둡니다.
넉넉하게 넣을수록 닭개장 맛이 훨씬 더 좋아요.
닭냄새는 없애주면서
국물에서 우러나오는 풍미가 정말 좋거든요.

지저분하게 콩나물대가리에 붙어 있는 깍지들을 말끔하게 제거한 콩나물도
모두 물에 맑게 씻어서 건져 올려
물기를 빼 두고....

깊고 두꺼운 스텐냄비를 준비해서
닭 한마리 깨끗이 손질 해 둔것을 넣어요.
닭개장이든 백숙이든 국물있는 닭요리를 한가지 할 적에,
굳이 닭을 통으로 쓸 것 없이
이렇게 집에서 칼로 탁탁 끓어서 쓰거나..
아니면 닭 파는 가게에서 사 올 적에
주인에게 닭도리탕 용으로 잘라 달라고 해서
조각조각으로 토막내서 쓰는게
아이들 먹기에는 훨씬 편하지요.
물론 어른들 먹기에도 편한 건 마찬가지구요.
다 끓인 다음, 국자로 떠서 한 그릇씩 나눠 내기에도
이렇게 조각내서 끓인 닭이 당연히 좋지요.
영계닭 뱃속에 쌀을 넣어 푹 고아
통마리로 삼계탕을 만들 경우가 아니라면
닭은 미리 잘라서 푹 국물에 익혀내는편이...
속까지 양념도 잘 배이고
하나하나 모두 육질도 더 부드럽게 익혀나오는 것 같아요.
닭 한마리 잘라서 냄비바닥에 골고루 깔고
다진마늘도 넉넉하게 1숟가락 푹 떠서 같이 넣고...

이 때 물을 한 컵 같이 넣습니다.
그리고는 가스불을 켜지요.
서서히 냄비가 달궈져 가면서 열기가 올라오는데
닭과 다진마늘이 잘 섞이도록 뒤적뒤적 섞어 주다가
뚜껑을 닫고
중불 정도로 유지하면서 푹 익혀 줍니다.
이 때, 고기를 볶느라 기름을 따로 두르지 않아도...
닭 자체의 기름만해도 이미 충분하지요.
중간에 뚜껑열고 숟가락으로 건더기들을 한 두어번 뒤집어 줘도 좋아요.
물을 제법 넉넉하게 같이 넣고 끓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렇게 불에 올려 가만 두어도
닭이 냄비 바닥에 들러붙을 일은 없습니다.
이렇게 닭이 일단 초벌로 폭 익을 동안,
다른 일을 하면서 좀 기다리다가..
뚜껑을 열어보면 이렇게 닭이 하얗게 익어가지요.

그러면 이제, 준비해 놓은 정수기물을 냄비에 부어요.
갑자기 찬물이 들어가면
이렇게 볶으면서 나온 닭기름이 물에 뜨는데
이 정도는 계속 푹 끓이는 과정을 거쳐가면서
국 건더기에 기름기가 적당하게 자르르 흐르도록
맛있게 배이는 그런 정도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답니다.
고기는 구워먹든, 삶아먹든, 아니면 이렇게 국물에 잠기게 해서 푹 익혀먹든간에...
어느정도 기름기가 있어야 제대로 맛이 납니다.
다이어트식으로 일부러 퍽퍽하게 닭가슴살같은 부위를 먹지 않는 다음에야 말이지요...

바로 이어서 콩나물도 넣구요.

바로 그 위에다
썰어 둔 감자도 모두 넣은 다음...
냄비뚜껑을 닫고 푹 끓여 줍니다.
어제 글을 올렸던 북어국처럼
그렇게 오래 끓일 필요없이, 미리 밑국물 준비한 것 넣어서
건더기가 익을 정도로만 익혀주는 국이라면..
이렇게 대가리 떼지않은 콩나물이 들어갈적에
처음부터 뚜껑 열고 팔팔 끓을때까지 두면 좋구요.
이번처럼 이런 고깃국에는요...
대가리 떼지않고 콩나물을 그냥 넣을적에
차라리 처음부터 뚜껑을 꼭 덮어 둔 채로 가스불 위에 올린 다음,
서서히 끓기 시작해서
팔팔 끓어 오를때까지 잊어버리고 있다가,
뚜껑이 들썩 거리면서 냄비 전체가 제대로 끓었을 적에...
이제 그때야 뚜껑을 열어서
나머지 재료도 넣고, 간도 맞추고 하는게 편합니다.
고기나 뼈가 들어가는 국물을 끓일적에는
기왕이면 뚜껑도 무게가 묵직한 스텐냄비에 넣고
뚜껑을 꼭 닫고 푹 끓여주면서 냄비안의 압력도 잡아 주는것이
열기로 익히는 것도 중요한 만큼이나
고기 육질을 부드럽게 푹 익히는데 영향을 주니까요.
물론 뼛물 우러낼 때에도 마찬가지구요.
뚜껑을 덮고 그냥 푹~ 끓입니다.

콩나물과 감자를 넣고 냄비뚜껑을 닫고 끓이다 보면
어느순간, 이제 한소끔 제대로 끓어서 넘치려 할 적에
뚜껑을 잠시 열어 열기를 가라앉히고
불을 약불로 조절..,
다시 뚜껑을 닫고
어느 정도 은근하게 몇 분을 더 끓여주면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지요.
뚜껑을 열고 나머지 재료인 대파와 깻잎, 팽이버섯을 넣고...

중요한 간을 맞춥니다.
이 닭개장 간이라 해 보았자, 복잡한 것 전혀 없어요.
딱 고춧가루 2숟가락 정도에 국간장, 그리고 후춧가루 조금.
이거면 됩니다.
양념이 복잡하게 들어갈 필요가 전혀 없는것이...
이미 닭이 익으면서 충분히 맛있는 닭육수가 우러 나온데다
시원한 콩나물의 맛...그리고 구수한 감자건더기...
게다가 깻잎이 들어가서
아주 향긋하니 입맛당기는 국물맛을 내 주거든요.
국간장으로 가족들 입맛에 딱 맞는 정도로 염도만 잘 맞춰서 끓여내면..
조미료 하나 들어가지 않아도
얼큰하면서도 감칠맛나는 국물과 건더기가 일품인 닭개장 한 냄비가
이렇게 금방이예요.

국자로 고기건더기와 각종 채소건더기들, 그리고 국물까지...
밥 한공기 곁들여서 같이 넉넉하게 한 사발 떠서 상에 내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을 정도로...
아주 맛있게 뱃속으로 훌훌 들어갑니다.
얼큰하니... 한 그릇 먹고나면 제대로 땀 나지요.

이제 준비한 찬들로 오늘 아침상을 하나씩 둘씩 차려봐요.
이런 닭개장이나 삼계탕 낼 적에
곁들이는 반찬으로 꼭 필요한 생정구지무침.
입맛도 더 살려주고 먹는 내내 입안도 개운하지요.

오징어젓갈도 무쳐내고, 하얀진미채 무침도 같이 냅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감자볶음도 닭개장 끓이는 도중에
잠시 막간을 이용해서 얼른 만들어서 한 접시 내구요.

그리고 벌써 맛이 들어서 요즘 밥도둑이 된 고추장아찌 한 접시와,
이제는 아주 제대로 푹 익어서
씁쓸쌉쌀한 맛 없이 마냥 구수하기만 한 고들빼기도 한 접시 올렸어요.

감자를 후라이팬에 볶을 적에
계란후라이도 이렇게 한 접시 만들었어요.
닭개장이 칼칼하게 매운 국물인지라... 막내녀석이 분명 잘 못먹을듯 해서..
그래도 복날인데... 닭알이라도 먹어야지요.
막내를 위한 계란후라이도 이렇게 한 접시 올립니다.

그리고...
밥 한공기와 뜨끈한 닭개장 한 그릇...

이렇게 차려낸 초복날의 아침상입니다.
굳이 복날이 아니어도,
여름에 이렇게 닭 한마리로 닭개장 만들어 먹으면
얼큰하니 땀이 쭉 빠지면서 입맛은 살아나는것이... 아주 그만입니다.
저 닭개장에 밥 한 공기 그윽하게 말아 먹기만 해도...
왠지 속이 하루종일 든든할 것 같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