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27 일요일의 아침상...
한두달전쯤 냉동실에 깨끗하게 손질해서
꽁꽁 얼려 두었던 재첩을 몇 봉지 꺼냅니다.
시원한 국물로 속이 확 풀리도록...
오늘은 재첩국을 한 냄비 넉넉하게 끓일겁니다...^^

구멍이 촘촘한 채반에
이렇게 꽁꽁 얼어 있는 재첩 한 봉지를 쏟아붓고,

씽크대의 수돗물을 틀어서 후루룩 손으로 비벼가면 씻어 줍니다.
조개표면의 언기는 이렇게 흐르는 찬물로 씻어주면
금새 씻겨 나가버리지요.

재첩국을 끓일 넉넉한 냄비를 꺼내어
씻어 놓은 재첩을 먼저 넣고,

분량의 물을 부어요.
그리고 냄비 뚜껑 닫고서, 가스불 붙여서 끓이기 시작하면 됩니다.

재첩국 국물이 맛나게 우러 나도록
제대로 팔팔 끓여내면 되지요.
예전에는 처음 재첩국을 끓였을적엔
부르르 넘칠 듯 끓어오르는 국물에 시껍하기도 했지만
자주 끓여먹다보니 이제는 손에 익어서
시간이나 가스불의 강약 조절도 아주 편안하게 느껴져요...^^

시원한 국물 내주면서 잘 익어가는 재첩들...

재첩 건져내어서 속알을 하나하나 까는 일...
부엌에 신문 펼치고 앉아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 들으면서 이리 하다보면
이것도 금방입니다...^^

재첩 끓여낸 국물은 뻘이 가득합니다.
조심해서 맑은 국물만 천천히 따라 내야 하지요.
이렇게요.

왕소금으로 간만 맞춰주면
시원한 재첩국 한 냄비가 넉넉하게 끓여집니다.
만들어 놓으면 아이들까지 너무 잘 먹어서
그저 마음이 흐뭇하지요.
재첩국은 꼭 뜨겁게 해서 정구지도 넉넉하게 띄워 먹어야
입맛 당기는 국물맛이 더 확 살아납니다.
물론 피가 맑아진다는 정구지를 생으로 맛나게 먹을 수 있어서
우리 몸에도 참 좋을테구요...^^
재첩국 한 냄비 레시피를 꼼꼼하게 써 오다가
글이 너무나도 길어져서...
혹시라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시면
후에 다시 이 재첩국 만드는 법만 자세히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국이 한 솥 마련되었으니 이제는 뭘 준비하든 마음이 편안해요...^^
이제 나물을 준비해 봅니다.
어수리나물을 제일 먼저 다듬어요.
그렇게 먹고 싶어서 시장에 갈 때마다
여기저기 좌판 깔고 나물 다듬어 파시는 할머니들께도
어수리나물은 없냐고 여쭈보곤 했는데...
그리도 찾았던 이 어수리나물이 세상에...마트에 있네요.
한번 삶아먹기 좋은 양만큼 딱 포장을 해 놓았어요.
가격은 솔직히 많이 비싸게 느껴졌지만...
어쩌겠어요.
한 봉지 사와서 시들한 것 끊어내고 손질을 합니다.

어수리나물은 이렇게 생겼어요.
향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이런 수수한 나물종류를 재래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요즘이네요.
이러한 나물들까지도 정갈하게 포장해서
신선도 유지하며 진열해 놓은 대형마트의 상품구비력을 생각해 볼 때...
내가 좋아하는 재래시장이 점점 더 힘을 잃어가는 듯 해서...
그냥 마음이 짠 해 옵니다.

손질 재료가 바뀌어도
바닥에 깔아 놓고 쓰던 신문은 그대로 계속 씁니다.
깻잎도 한장 한장씩...
접혀 있거나 물러진 부분이 있는지 펼쳐가면서 세심하게 확인하고...
재첩국에도 넉넉하게 띄워먹고 반찬재료로도 쓰려고
정구지도 한 단 꺼내어서 깔끔하게 손질합니다.
썩어서 물컹하게 뭉개진 가닥이 있으면 빨리 정리해 줘야지요.
정구지 썩어서 나는 냄새...얼마나 고약해요...^^

고구마줄기도 다듬구요.
줄기 거죽의 질긴 껍데기를 가닥가닥 다 벗겨 낸 다음입니다.
부엌에 앉아서 이 고구마 줄거리 껍질 벗기다 보면
정말 시간이 잘 가지요...^^
그래도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하다보면
지루하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뿌듯한 결과물이 내 눈앞에 있으니까요.

큼직한 냄비 준비해서 가스불 위에 올리고
냄비물이 팔팔 끓을 적에,
어수리 나물을 끓는 물에 넣어서..

오래 삶지 않고, 1분 정도만 슬쩍 데쳐냅니다.
이 어수리나물은 생나물일적엔
다듬으면서 만져보면 줄기도 뻣뻣하고...
나중에 데쳐낼 때 좀 오래 삶지 않으면
영 먹을 때 질길 듯 보이지만,
이렇게 살짝 익혀내듯이 약간만 데쳐내어도
나물향도 은은하게 퍼지면서,
보드랍고 먹기 좋은 식감이 나와요.
이리 데쳐낸 나물은 찬물에 깨끗이 헹궈내고,
물기를 꼭 짜서 잠시 그대로 두고...

어수리 나물 삶아 낸 뜨거운 냄비와
그 안의 펄펄 끓는 물을 그대로 한번 더 이용해요.
손질해서 깨끗이 씻어 놓은 고구마줄기를 넣고
이대로 삶는거지요.
고구마줄기도 데쳐내듯이 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저희는 고구마줄기를 먹기 좋게 충분히 푹 익혀서
입안에서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는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적어도 5분 정도는 이렇게 끓는 물에 잘 익혀 줍니다.

고구마 줄기 하나 건져 내어서 손으로 으깨거나 입에 하나 넣어보고는
보드랍게 잘 익었다 싶으면
이제 가스불 끄고 냄비에서 고구마 줄기를 건져내고,
찬물에 넣어 맑게 헹궈 냅니다.

이제 고구마줄거리를 볶을 차례네요.
낮은 냄비 하나 꺼내어서
고구마줄거리를 바닥에 골고루 깔고
잔멸치도 한 웅큼 쥐어서 같이 넣어서 볶습니다.
멸치와 같이 볶으면 고소한 멸치 같이먹는 맛도 더하거니와
양념 전체에도 맛난 멸치향이 베어서
다시다같은 조미료 안 넣어도 아주 맛있게 볶아집니다.
이 때 다진 마늘도 조금 넣고
식용유 조금 넉넉하게 부어서...

골고루 잘 섞어 가면서
약불로 볶아내기 시작합니다.

뒤적뒤적 잘 섞어가며 약불로 볶다가
멸치액젓을 한 숟가락씩 넣어가면서 간을 보고는,
짜지 않게 어느정도 간간하게 잘 간이 맞춰줬다 싶으면
물을 3~4숟가락 흘려 넣고는
냄비 두껑을 덮어 주고,
양념이 골고루 베이도록 약불로 제법 푹 익혀 줍니다.

촉촉하게 잘 익었다 싶으면
젓가락으로 한가닥 집어 올려 맛을 보고,
맛나게 잘 익었으면 이제 불을 끄면 되지요.
빨간 고추 하나 있으면
자잘하게 썰어 이 때쯤 넣어주면 더 좋구요...^^

이렇게 한 통 만들어진 고구마줄기볶음.
이 맛이야...
다들 아시지요?^^

어수리나물 물기 짜 놓은 것도 이제 무쳐야지요.
된장과 참기름, 깨소금, 다진마늘 아주 조금 준비해서
모두 같이 볼에 넣어서...

손으로 조물조물...
양념이 고루 퍼지도록 무쳐내면 금방이지요.

어수리나물도 반찬통으로 한 통...
이 정도양이야 한 두끼 아껴먹으면 금새 없어지겠네요...^^

이제 생선 한가지 구울 차례...
싱싱한 꽁치 5마리 다듬어서,
생선구이기 위에 올려 두고
15분 정도 맞추어 뚜껑을 덮고
그저 맛있게 구워지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꽁치가 익을 동안,
간단한 반찬 한가지 만들어야지요.
냉동실에서 꺼내어서 하루동안 김치냉장고에 두고는
자연스럽게 해동이 되도록 기다렸던
가오리채 한 봉지를 꺼냅니다.
가오리채무침을 한 통 만들어 놓으려고 하는거지요.

아직 살얼음이 맺혀있는 가오리채는
찬물에 깨끗이 헹궈서

여분의 물기가 빠지도록
채반에 받쳐 두고,
어지간히 물기가 빠졌으면
가오리채를 적당한 볼에 담고는
사이다를 부어 줍니다.
이렇게 부어주는 사이다는 가오리채 특유의 꼬리한 냄새도 없어지게 하고
맛있는 양념을 만드는데에도 그대로 사용되지요.
이대로 5분 정도 그대로 두어요.

그리고는 양념재료들을 넣어서 저어주기만 하면 되지요.
고춧가루와 고추장, 설탕과 양조식초를 넣고
맛있게 양념을 만들어서

골고루 비벼주기만 하면 끝이예요.
가오리채무침은 물기가 적게 무쳐내기도 하고,
이렇게 국물 넉넉하게 무쳐내기도 하는데
우리집에서는 늘 이런 식으로 빨갛고 새콤달콤한 국물이 넉넉하도록 무쳐 둡니다.
이 가오리채를 건져서 요즘같은 더운 여름에
회냉면의 건더기감으로 써도 참 맛나고,
국수 삶아서 이 가오리채무침 건더기와 국물도 같이 넣어서
참기름 조금 흘려넣고 쓱쓱 비비기만 해도 얼마나 맛있는지요...^^

이렇게 큼직한 반찬통에 부어서 김치냉장고에 넣고
그때그때 덜어서 참기름 깨소금 무쳐 반찬으로 내거나
냉면이나 국수 말아 먹을 때 쓰다보면
요즘같은 여름에는 이만한 한 통도 금새 없어집니다.

오늘은 반찬으로 한 접시 무쳐낼 것인지라...
가오리채 조금 덜어서 볼에 담고
참기름과 깨소금, 정구지 썰어 놓은 것 조금 넣어서
밥상에 올리기 직전에 위생장갑 끼고서
슬슬 골고루 무쳐내면 됩니다.
원래는 미나리와 같이 무쳐내야 향긋한 향과 맛이 제격이겠지만,
마침 재첩국 끓이는 데 넣느라 손질해 놓은 정구지가 많으니
오늘은 정구지와 같이 무쳐내기로 한 거지요...^^

생선도 다 구워졌다고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꽁치가 파삭하니 맛있게 잘 구워져 있네요.
이제 준비가 다 되었으니
상만 차리면 되겠지요.

이렇게 차려낸 오늘 일요일의 아침상이예요.
먼저,
꼭꼭 씹을수록 구신 맛이 우러나는 맛반찬,
고구마줄거리 볶음 한접시에...

요즘 매일 먹는 반찬셋트...
열무김치에 참기름 발라서 구워낸 김과 곰취 장아찌, 그리고 배추김치...^^

껍질은 파삭,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꽁치도
3마리만 접시에 올리고...^^
나머지 2마리는 좀 이따 점심 식사 때 먹으려고 아껴 둔 거지요.^^

향긋한 나물맛이 입맛 돋게 만드는 어수리나물 한 접시랑...^^

톡 쏘는 듯 새콤달콤한 양념에 무쳐낸 또 다른 여름 밥상의 밥도둑,
가오리채무침도 접시에 소복하게 담아서 올리고...^^

무쇠솥에 가스불 켜서 기름만 데워
어제 튀겨놓은 탕수육고기 슬쩍 다시 기름에 데우기만 해서
마찬가지로 어제 만들어놓은 탕수소스 부어
탕수육도 5분만에 이렇게 준비해서 넉넉하게 한 접시 올리구요...^^

방금 지은 밥도 한 공기 푸고,
재첩국도 국그릇에 한 사발 뜨고...^^
아이들도 먹기 좋도록 너무 크지않게 정구지 썰어서 준비해서
각자 넉넉하게 넣어서 먹는 이 재첩국의 시원시원한 국물 맛...

일요일이라 아무래도 시간 여유도 있고...
사소한 일상들, 이런저런 이야기들 나누며,
모처럼 천천히... 느긋하게 나누었던 아침밥상입니다.
늘 아침밥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이렇게 좀 더 여유로왔으면 하는 바램을 느끼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