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화창했던 어느 초여름 날에
와이토모 동굴 Waitomo cave로 소풍간 날 이야기랍니다.
이 곳 뉴질랜드는 지금이 여름이니까요.
(그런데도...아직도 가끔 느껴지는 추위에 저는 지금도 긴팔 옷을 입고 살아요.
저뿐 아니라 남편도, 아이들도 모두 같은 상황...ㅠㅠ)
와이토모 동굴은 캄캄한 동굴천장에
반짝반짝 수만마리의 반딧불이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광경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펼쳐진다해서 유명한 곳이랍니다.
그런데...제가 원래...
공기 잘 안 통하고 어둡고 습한 동굴같은 곳은...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그리 좋아하질 않거든요.
(그래서 내심 별로 가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남편은 이 유명한 와이토모 케이브에 꼭 한번은 가보고 싶어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다른 가족분들과 함께
저희 집에서는 제법 먼 와이토모쪽을 가 봤어요.
길을 잘 아시는 분들과 함께 동행해서 날을 잡아서 소풍 겸 집을 나섰어요.
일부러 먼 길을 함께 동행하시면서 좋은 곳들을 알려주신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간단하게나마 소풍 도시락은 저희집에서 싸 오겠다고 말씀드렸구요...^^
막상 가보니 와이토모 케이브는
특별히 그렇게 크게 인상적인 곳은 아니었답니다.
그 곳 보다는...
거기서 약 4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알투라파크 Altura Park 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나 좋았어요.
아마 외국인들을 위한 전형적인 관광책자 내용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는...
이 곳 현지인들 중에서도 여기저기 여행다니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알고 계실...
그런 숨어있는 아름다운 곳이지요.
혹시라도 날씨 좋을때에 여기 와이토모 케이브 근처를 지나신다면...
사진기 챙겨서 아이들 데리고 한번 들러보시면 참 좋을꺼 같아요.
속이 탁 트이도록 푸르게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속에
아이들에게 무척 친근하고도 순한 친구같은 동물들이 가득한 곳이었거든요.
물론 사람들로 붐비거나 하는 일도 전혀 없구요.
한없이 조용한 주위에 귀를 기울이면
여기 동물들의 움직임 소리까지 미세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나중에 혹시라도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으시다면...
(제가 워낙에 검색으로 뭘 찾는데 약해요.ㅠㅠ
며칠동안 열심히 여기저기 뒤져서는...
이 알투라 파크 홈페이지를 겨우 찾았답니다.)
실제 방문했을때의 그 느낌이 그대로 소박한 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홈페이지예요...^^
http://www.alturapark.co.nz/
<먼저... 소풍도시락 싸는 이야기부터...^^>
일단...
먹는게 우리에겐 참 중요한 일이지요?
(적어도 저에겐...그래요.
어릴 적 부터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로...
매일매일의 감정이나 컨디션에 참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원입니다...^^)
끼니때가 되면 뭐라도 실속있게 먹어줘야
우리의 이 큰 몸이 제대로 움직이도록 기운이 나고...
영 부실하게...혹은 맛없게 한 끼 식사를 때우는 식으로 넘기게 되면
보상심리랄까...
다음 끼니는 더 맛있는 것, 더 푸짐한 것을 찾게 되는것이 보편적인 모습인 듯 해요.
음식에 대한.. 그러니까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을 줄이게 되면
저절로 다른 것에 대한 욕심까지도 같이 줄어드는게 신기하지요.
가끔씩... 금식을 해 보면요...
스스로 결핍을 느끼면서
평소에는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풍요롭게 보입니다.
지금 존재하는 것, 가진 것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비로소 보이는거지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고 해서 큰 부담 느낄 필요없이
그냥 한 끼를 멋지게 자동세팅 되어있는 웅장한 자연의 한 복판에서
소박한 찬거리 몇 개 두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는 편안한 생각으로...^^
그렇게... 이 날 도시락을 준비했어요.
그리하여...
제일 먼저 만만하고도 참 쉬운.. 그러나 결과물은 참 맛난 오븐 닭구이 부터...
미리 그 전날 저녁에 설거지하기 전에 얼른 닭 씻어 손질해 두었다가 간단 양념에 슥슥 버무려서는...
납작한 통에다 가지런히 넣어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자면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냉장고에서 꺼내 두고 오븐 예열만 되면
그냥 펼쳐서 오븐에 넣어두기만 하면 맛있게 구워 주는건 오븐이 다 해주지요..^^
<닭다리는 살 깊은쪽에 칼집넣어 간단양념으로 버무려 두었다가 예열된 오븐에 넣고>

<먹음직스럽게 구워서 준비... 이러니 금새 한가지 메뉴 완성>

두번째로... 닭이 오븐에서 익는 동안, 샐러드를 만들어요.
집에서 먹을때에는 물기가 맺혀서 싱싱하게 준비해 둔 야리야리한 샐러드용 채소들에다
시원하게 준비해 둔 맛난 드레싱을 즉석에서 버무려 먹어도 참 좋을텐데...^^
바깥에 둘러앉아 먹을것을 미리 용기에다 준비해 가는지라
감자 삶고 계란도 삶고해서
여러 다른 채소와 과일들을 함께 버무려가는 옛날 방식 사라다를 준비합니다.
여럿이 함께 먹을것인지라 준비된 양이 부족하지 않고 다들 속이 든든하도록
사라다도 담백한 닭안심을 보들하게 삶아서
살결대로 쪽쪽 찢어 넣어서 만든 치킨샐러드로 준비했답니다.
<보드랍게 푹 삶아놓은 닭살을 쪽쪽...마찬가지로 전날 닭살을 삶아서 식혀 두었다가 당일 아침에 이렇게 찢으면 시간절약...>

냉장고에서 아삭거리는 신선한 채소들과 과일들을 꺼내어서

마요네즈와 머스터드, 약간의 소금과 설탕 등으로
고소하게 맛과 농도를 맞춰서

쪽쪽 찢어놓은 야들야들한 닭고기 살과 버무려 냅니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샐러드라고 하지만
먹고 나면 기분 좋은 포만감이 오래 남는 치킨샐러드 한 가지도 완성.

막간을 이용해서 냄비에 계란넣어 불 위에 올려 완숙으로 푹 삶지요....
집에서 까 먹는 삶은 계란은 반숙이 좋은데
바깥에 가지고 가서 까 먹는 계란은 노란자가 덜 익어 있으면 영 입맛이 떨어지니 참 이상하지요?
목 막기는 것은 마실것으로 조절해가면서 완숙계란 까 먹는 맛이란 언제 먹어도 참 좋아요.
그러니....소풍가는 날은 삶은 계란이 빠지면 이제는 섭섭해요.

그 다음은 있는 재료만 가지고 부담 없이 둘둘 말아내는 김밥.
특별히 김밥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이것저것 곁들이 찬을 챙길 필요가 없으니...
만들 때는 좀 번거로운 듯 느껴져도
야외에 밥을 챙겨 나가기엔 이만큼 간단한 게 없어요.

만들면서 간만 봐야지 하면서
제가 제일 먼저 한 줄 먹어 버리고
아이들이 오고가며 썰어달라고 하니 또 두어줄 없어지고...
열 줄 이상 말았는데 결국 맛보기로 세 줄 먹고 나니
겨우 일곱 줄이 남았어요.ㅠㅠ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나마 다른 먹을거리들이 있으니 설마 모자랄까... 하는 마음으로
김밥을 썰어서 적당한 용기에다 옮겨 담으면서
울퉁불퉁한 양쪽 꼬타리들은 칼로 써는 족족 제 입이 얼른 먹어 버리네요.
이런 건 도시락 감으로 좋지 않아.... 하면서요.

이렇게 싼 소풍도시락 찬거리들.

왼편의 찬통에는 치킨샐러드 버무려 놓은 것과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줄 단무지.
오른쪽에는 닭다리 오븐에 구워 놓은 것과
계란 삶아 준비해 둔 것.
어릴 적 소풍갈 때 엄마가 삶은 계란 넣어주면
별 맛도 없는 것을 왜 이렇게... 하면서 남겨 오곤 했는데
이제는 중간중간 살짝 허기가 느껴질 때
이 계란 삶아놓은 것이 있으면 참 든든해요.
다른 사람에게 냄새 풍기지도 않으면서 얼마나 좋은지...

넉넉하게 씹히는 속재료 맛이 참 좋은 볶음밥.
오른쪽은 밑반찬 한가지라도 혹 아쉬울 때 한 젓가락씩 먹을 수 있도록 자잘한 멸치 볶아 놓은 것 넣고
느끼함을 확 잡아주는데에 절대 빠져서는 안 될 맛있는 김치도 조금 썰어 넣었지요.

또 넓다란 용기 한 군데에는 이렇게 김밥과 볶음밥을 같이 사이좋게 포개어 두고...^^

통 한가지에 김밥만 채우고
바깥에 나가면 이렇게 생으로 썰어 둔 채소 찍어 먹는 맛이 또 꿀맛이니...
오이에 당근, 양파 썰어서 물에 담궈 매운 맛 빼 둔 것 이렇게 딱 냉장고에 있는것으로 3가지만 넣었지요.
쌈장도 조금 만들어서 남는 공간 한 켠에다 같이 넣었어요.

이렇게 준비 된 소풍 도시락.
미리 전 날에 밑손질만 조금 해 두었는데도 빠른 시간안에 참 편하게 만들어 지네요.
그리 특별한 음식도 없고 평범하면서도 참 익숙하고 친근한 메뉴들인데도...
이렇게 바깥에 소풍나가서 펼쳐놓고 도란도란 둘러 앉아 먹으니 얼마나 맛이 좋던지 몰라요...^^

<이제...본격적인 소풍 이야기로...^^>
여기는 오늘 같이 소풍 가기로 약속한 Kevin부부네 댁이예요.
처음 와 봤는데 집과 정원이 어찌나 예쁘고 단정하게 잘 관리가 되어 있던지....
남의 집 안 사진을 제 마음가는대로 함부로 찍을 수는 없어서...
이렇게 바깥으로 나오는 입구쪽 한켠에 자그마하게 마련된 텃밭 사진만 한 장 찍어 봤답니다.
브로컬리, 컬리플라워, 딸기, 양배추, 피망 등등에 각종 허브들까지...
거의 없는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어요.
채소들은 마트에서 사 먹지 않고 거의 다 이렇게 길러서 먹는다고 해요.
쨍쨍한 볕이 드는 빈 공간을 이렇게 텃밭처럼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서 부지런히 물도 맞춰서 주고 애정으로 길러내니...
무엇하나 싱싱하지 않는것이 없구요.
이 날 즉석에서 딸기를 따서 입에 하나씩 넣어 주시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넉넉한 앞마당에다 아기자기 만든 텃밭의 한 부분.사진에 안나온 오른쪽과 뒷쪽으로도 신선한 생명들이 쑥쑥 자라는 중...^^>

<날씨가 화창해서 좋았던 이 날.... 드라이브 겸사겸사해서 소풍 가는 길이지요>

한참을 달려서 드디어 알투라 파크 Altura Park에 도착.
이 곳은 가족분들이 함께 여기에서 살면서 운영하는 곳이예요.
이 분이 제일 큰 누나...^^
손님을 맞이하면서 이 곳의 자랑 중 하나인 블루텅리자드 Blue Tongue Lizard를 데리고 나와 보여 주시네요.
동물을 참 좋아하는 저도 뱀 종류는 좀 두렵고 거부감이 많이 드는데....
이 도마뱀은 너무나 착해 보이고 또 실제로도 참 순해서...
저를 포함...다들 줄서서 한번씩 쓰다듬어 줬답니다.
<주인들의 사랑을 받고서 잘 살아가고 있는 순한 블루텅리자드예요...^^>

<왜 블루텅리자드인지 아시겠지요? 주인이 입고계신 옷 색깔과 똑같은 인상적인 저 색깔...^^>

<아주 느릿느릿.... 쓰다듬어주면 좋다고 혀를 낼름낼름 합니다...^^>

딱 들어가면 우리 토종닭?과 비슷하게 생긴 왠 큼직한 닭이 나와서 반겨줍니다.
그냥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닭보다도 훨씬 커서....
좀 어린 아이들이라면 닭이 쫒아오면 겁을 낼 정도지요.
먹을걸 사람들이 많이 주고 친절하게 대해줘서인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꾸 따라와요...^^
<오랫만에 보는 큼직한 닭.... 이름이 Bud Bud라고 했던지...>

<처음에는 겁이 나서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더니...>

<금새 닭과 아이들이 한 팀이 되어 테이블 주위로 빙빙돌아라 놀이 중.줄을 지어 뱅뱅도는데 얼마나 우스웠던지..^^>

일단 먼 거리를 오래 차로 달려 모두 배가 고프니
여기 나무테이블에 모두 빙 둘러앉아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구요...^^
밥을 먹고 기운을 얻어 다시 일어나서 이 곳 파크 안 여기저기를 둘러 봅니다.
<아이들 모두 동물에게 먹일 먹이를 한 봉지씩 받았어요.,,, 그걸로 Emu에게 먹이를 주고 있네요...^^>

<다리가 짤막하고 귀여운 Pony에게도 먹이를 주고...>

<이 녀석도 Pony예요...몸 색깔이 하얀것이 또 나름 이쁘지요?>

<이렇게 너른 파크 안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여러 동물들을 만납니다...>

<파크안의 이름모를 온갖 식물들이 예쁜 풍경을 이루면서 무성하게 우거진 곳들도 지나구요....>

<하늘도 푸르고 화창해서 천천히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아이들이 주는 먹이를 참 맛있게도 받아 먹어요...^^>

<털이 봉실봉실한 양떼들... 그리고 염소도 보이네요...^^>

<먹이도 잘 받아먹고 또 사람이 쓰다듬어 주는것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Kevin에게 돼지가 몸을 비벼대는 중...^^>

<저 착한 눈망울들 좀 보세요....>

<닭장에 걸터 앉아서 먹이를 넣어주고 있어요... 저 닭장안에는 부화된 병아리들이 엄마닭과 같이 살고 있답니다..^^>

<주는대로 넙적넙적 잘 먹는 망아지들... 이 돼지녀석은 자꾸 바깥으로 나오려고 끙끙 대는 중이구요...^^>

여기에는 몇가지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저희는 이후에 와이토모 케이브로 또 이동해서 시간내에 입장을 해야 하니
이것저것 많은 것을 다 해보지는 못하고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파크 안을 산책하면서 착하고 순한 동물들을 많이 만나 보았어요...^^
그리고 아이들은 이 곳에 있는 말타기 체험을 한번씩 다 해 보았지요.
조그마한 아이들은 다리가 짧고 좀 작은 말을...
좀 큰 아이들은 또 좀 더 자란 말을 태워 주는 식으로...
체격에 맞는 말을 준비해서는 안전하게 몇바퀴를 돌도록 이렇게 파크의 가족 중 한분이 나와서 친절하게 도와주지요.
<말을 준비해 오셨는데 이 말은 예본이가 타기에는 좀 크다고...^^>

<아직 키가 작으니 다른 조그마한 말을 데리고 나와서 예본이를 태워 주시네요...^^>

<처음 준비된 말에는 예인이가 탔지요.몇분당 얼마를 지불하면 이렇게 안전하게 같이 이끌고는 몇바퀴를 돌게 해 준답니다...^^>

돌아오는길에 거대한 사과모양으로 예쁘게 만들어 놓은 카페에 들렀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문을 닫아 버려서 그냥 구경만 하고 왔지요...^^
여기 뉴질랜드는 다들 너무 일찍 하루를 마감하니까요.
어쩌면 가족들과 여유롭게 저녁의 휴식을 준비할 수 있는 이런 그들만의 방식이 참 좋아보이기도 하구요.
요즘 어디를 가도 맛집이나 식당이 넘쳐나니...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플 때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는 없을테지요.
그러니 일부러 번거롭게 도시락 싸서 바깥 나들이 갈 일도 점점 줄어드는 듯 하구요.
어쩌다 한번쯤은...
이렇게 집에서 먹을 것 준비해서 바깥 바람 쐬고 오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아요.
목마를 때 마실 물과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마음가는 방향으로 그저 발걸음을 옮겨가며
더 자유롭게 더 마음 편하게 하루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구요.
무엇보다 바깥에서 허기를 느낄 때에 뚜껑 열어 먹는 도시락의 맛이란... ^^
<좋은 곳이라고 소개하셔서 모두 같이 들렀는데...아랫쪽의 출입구 문이 벌써 잠겨 있어서 너무 아쉬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