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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친정맘이 해 주신 아구찜과 전복죽 그리고 등록금 사건

| 조회수 : 4,643 | 추천수 : 6
작성일 : 2005-10-23 19:05:18
지난 주 막내 동생 상견례를 집에서 하시면서 아구?(아귀)찜을 하셨는데
여행 땜에 우리 못 먹였다고 어제 다시 해 주셨어요...
친정 엄마 하면 이 땅의 어느 딸이고 맘 아픈 사람 없겠지만...
우리 엄마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고생 많이 하신 분이네요...항상 그 맘을 헤아리지 못하는 버럭여사지만(울 동생들이 절 그리 불러요^^)

울 엄마가 음식에 관하여 하시는 3대 거짓말이 있는데요...

담엔 그냥 밖에서 하련다...이젠 몸이 말 안 들어...하시곤 시장 봐 놨다...
이번엔 ㅇㅇㅇ만 한다...하시곤 상 다리 부서지게...
병아리 눈물만큼만 한다...하시곤 우리,올케네.막내집,목사님집,친한 집사님들까지 나눠 주셔도 남는
                                   음식들(손 무지 크십니다 ㅎㅎ)

상 물리고 나서 우리 식구들 습관처럼 하는 게? 있는데요...
어릴 적 무지 못 살았던 이야기들(해도 해도 끝도 없고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지금도 못 사는 건 변함 없지만 우리들(4남매)배 안 곯고 사는 것만도 감사한다고...

어제 나온 이야기^^...일.명.등.록.금.사.건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고향서 중학교까지 다녔는데요...
아빠 하시는 일이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라(이 땐 엄마가 아직 일 하시기 전)
많이 힘들었는데요...
어린 맘에도 명절 같은 건 없었으면 했거든요...
돈 받으러 오신 인부 아저씨들 자전거로 집 앞이 교통 대란^^
(심지어 아빠 오실 때까지 안 가신다고 이불 펴고 누운 사람도 ㅎㅎ)

암튼 사정이 이러하여
등록금을 못 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도 아니신 분이 등록금 안 낸 애들을 쭈~욱 호명하는 거예요...맙소사
그러시더니 넌(저보구)실장이면서 왜 그러냐고...안 내고 싶어서 안 내나요

집에 와서 엄마한테 온갖 짜증 다 냈는데 돈이 없으니 별 수 없었죠...
다음 날
"나, 학교 안가,남들은 공부 못해 등록금 전액내도 난 공부 잘해 육성회비?몇 천원밖에 안 내도 되는데 그것두 못 해 주냐고! 내가 미치겠어...학교 안 가!"
(공부 잘 했다는 자랑버젼 아니구요...사실성에 충실하고자)
"그래, 이년아! 가지 말어라 못 배우면 니가 서럽고 힘들지! 가지마!"
방에 쳐 박혀 있는데
어디서 구해 오셨는지 아빠가 학교가라 하시더군요...

고등학교 땐 광주로 유학갔는데요^^
이 땐 저희 집이 네 집 살림할 때였어요(뿔뿔히 헤어져서...)
엄만 전북 고모네 기사식당서 일하고 계실 때였는데...
어느 날인가 학교 화장실에서 있는데
방송이 나오더군요...누구 누구 서무실로 오라고...드뎌 올 것이 오고 말았구나...
같이 안 낸 애가 화장실로 와서는(제가 못 들었나 싶어)심드렁하게(갠 아무렇지 않았나봐요)
ㅇㅇ야 서무실서 오랜다 하더라구요...전 이 대목이 더 맘 상하더라구요...웬지
서무실 여직원분께 너희는 학교 다닐래 말래라는 식의 모욕 당하고(물론 본인 일에 충실한 거지만)
엄마께 전화해서 울며 불며 협박했더니
오라 하시더군요...갔죠...버스 타고
등록금 주시길래 돈만 받아 쌩~와 버렸네요...고맙다는 말도 안 한채
(물론 이 부분은 엄마랑 조금 불일치...아무렴 제가 그리 나빴을까요?)
(그리고...울 남동생 셋...누나만 서무실 불려간 거 아냐...목에 핏대 세우고...그건 통과의례였어)

이런 엄마한테 정말 잘 해야겠다 생각하게 된 조그만한 사건...
서울에서 대학 다닐 때 단칸방에서 살면서 엄만 남의 식당 다니셨는데
저녁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렸거든요...
다소 추웠는데
엄마가 잠바 단추를 열어놨길래 엄마 추워 잠궈 했거든요...
근데 한참을 못 잠구고 곰지락곰지락만...이게 왜 이렇게 안 된다냐
일이 힘드셔 손은 붓구 곫아져서 못 하시구 계시더라구요...
순간 눈물이 핑 돌고 목에서 뜨거운 게 올라오대요...(지금도 가슴이 먹~하네요)
철은 항상 늦게 들어서 탈이예요...그쵸?

부모는 주시기만 하고
자식은 받기만 하는 게
운명이라 하지만
덜 주시게끔 윽박지르고? ㅎㅎ
덜 받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늙어가시면서 부서지시는 본인 몸의 설움은 보상받지 못하겠죠?

그 땐 뭐든 다 느껴지고 예민하던 때라
해 주고 싶어도 못 해 주시는 엄마맘을 헤아리지 못한 거라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결국은 나 편하자고...어쩔 수 없는 자식)

에고...일요일 저녁에 넘 우울한 이야기인가요?(쓰면서 좀 흥분했네요...말도 길어지고)
그치만 뭐 배꼽잡고 뒹굴면서 매번 하는 이야기라 저흰 좀 즐겁기도...

담에 엄마 음식 올릴 기회있으면
일.명.연.탄.가.스.중.독.사.건^^
눈물없인 들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배꼽도 빠집니다...ㅎㅎ

근데요...제가 30대인데요^^
다들 못 살았나요? 아님 저만 가난하게 산 건가요?(밥도 굶었으니...ㅎㅎ)

#어제 저녁에 먹은 아구찜...찜 접시도 아니고 솥?에 ㅎㅎ
오늘 아침에 먹은 전복죽...제가 젤 먼저 먹었어요...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수리
    '05.10.23 7:26 PM

    저는 아니지만 제 남편하고 애기하면 그런 애기 합니다.
    중학교때 밥 굶은 애기 ..초등 학교때 운동장 도는데 같은 반 친구가 영양실조로 쓰러지고...
    돈이 없어서 고생했던 애기 구구 절절 합니다.
    남편 친구 하나는 지금도 국수를 안 먹는답니다.
    대신 찐 계란은 5-6개씩 먹는다다..
    어렸을때 쌀이 없다고 국수만 먹어서 그런다고 하더군요
    아뭏든 저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지금은 재미있게 듣습니다.

    근데 웃긴게 외모랑 취향만 보면 저는 아주 못살던 집 딸 같고 남편은 부잣집
    막내 도련님 같습니다.

  • 2. 스윗 요구르팅
    '05.10.23 7:56 PM

    와 넘 맛있겠어요.
    저희 엄마는 마가린만 보면 어릴적 배곪았던 시절말씀해요..간장에 마가린이랑 비벼먹었다고
    눈씨울을 적시세요..그것도 동생들 더 먹으라고 한두숫갈 먹곤 배부르다고 연기도 많이 했다고
    하는데..들을때마다 참 마음아파요..
    전 다행이 운좋은 시대에 태어나서 20대라 배곯은 적은 없지만
    맛있는거 먹을땐 항상 감사하고 있답니다.
    저희 남편도 30대인데 참 가난하게 살아서 회수권이없어 그먼 학교도
    비가오나 눈이오나 걸어다녔다고 하네요..

  • 3. 고고
    '05.10.23 8:50 PM

    저는 서무실 단골손님이였습니다.^^ 라면만 보름내내 먹은 적도 있구요.
    요즘이사 어디 없어서 못 먹겠습니다. 맨날 입맛타령만 하지요.
    음식 남길 때 그때 생각하면 맘이 많이 불편하지요.
    그래도 그 시절 가난해도 맘은 따뜻했는데....

  • 4. 복주아
    '05.10.23 11:33 PM

    저도 서무실에 자주 갔더랬어요.
    전 가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 부르더라구요..
    그때문에 정말 기억 하고 싶지 않은 추억도 있어요.
    너무나 아프고 부끄러웠던 추억..
    같은 나이인 남편, 옆에 누워 있길래 물어 봤더니
    아아니?~ 하면서 제 추억을 이해 못하네요..

    당연 밥도 많이 굶어봤고...
    가방이며 신발이며 뭐 하나 풍족한게 없었어요.
    맨날 너덜너덜,,, 바빠도 뛰지도 못하고
    만원버스 안에서 가방도 몇번 찢어 먹었드랬어요.
    그때는 정말 너무 가난 했네요..
    그래도 악착 같이 학교 보내준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에휴.. 몇년전에 돌아가신 울엄마! 보고 싶네요,

  • 5. banff
    '05.10.23 11:43 PM

    저희 부모님이 힘들게 자수성가한 분들이시죠. 저희 엄마 4남매 키우시면서 43살에 처음 전세방 신세 면하시고 25평 아파트 입주하셨습니다. 그 아파트 이사 간 첫날 집이 월메나~~~ 넓던지 정말 미로(?) 같았
    답니다. 전 그때 중학생이라 관심도 없었지만 한 깔끔 하시던 울엄마 얼마나 쓸고 닦고 하셨을지...안봐도 그려지네요..암튼 원글님이나 우리 부모님 세대나 정말 예전에 고생 많았겠지만 고생끝에 낙이온다는
    말이 참 실감나는 순간입니다..

  • 6. JS&YJ
    '05.10.24 1:48 AM

    우와..저게 바로 진짜 김친데~ 아구찜이 생선에 콩나물 들어가서 그 이상한 해산물있는거요 막 터지는거 그거 맞져???콩나물 진짜 맛있는데...넘 맛있어 보여요~

  • 7. june
    '05.10.24 3:28 AM

    음식들이 다 맛깔스러워 보여요.
    저는 80년대에 세상에 나와서 어려움 없이 지낸거 같아요.
    물론 제 부모님은 많이 고생하셨지만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요.
    맛있는 음식사진 보다가 갑자기 주책없는 눈물은 왜 나오는지.

  • 8. 매드포디쉬
    '05.10.24 7:41 AM

    저 말고도 서무실 다녀오신 분들 계시네요...^^
    맘 아프고자 쓴 글은 아니구요...엄마한테 잘해야 겠다는 다짐 차원에서 쓴 글이니...

    그래도 그.때.가.좋.았.다...이게 저희 엄마 결론이예요^^
    고물고물한 그 입에 하나라도 더 넣어 먹일려고 하셨던 그.때.

  • 9. 콩콩
    '05.10.24 12:07 PM

    매드포디쉬님...
    정말 우리 친구 맞네요. 버럭대학 동기동창..ㅋㅋ
    저도 엄마한테 뭐 고만 좀 주라고 버럭버럭 합니다.
    왜 그런 건 좋게 얘기가 안 될까요? 강하게 말씀 안 드리면, 그 행보를 그만 두지 않으셔서 일까요?
    바리바리 싸 놓으신거 분명 이리저리 빼 놓고 왔는데도, 집에 도착해 보면 고것들 도로 다시 넣어져 있는 건 물론이고, 더 보태져 있다는...
    근데, 그 학교 줄려면 다 주지...우리 학교는 육성회비까지 다 면제여서 공짜로 다녔는데...^^;;;;;;=3=3=3

  • 10. 매드포디쉬
    '05.10.24 2:06 PM

    콩콩님...염장인거 아시죠?
    그러게요...다 면제해주지^^
    그나저나 버럭은 그만하자구요...잘 안 되는거지만^^

  • 11. 김혜경
    '05.10.25 8:50 AM

    매드포디시님, 이 글 올리시자마자 읽었는데..뭐라고 댓글을 달 수가 없어서, 마음이 너무 찡해서...그냥 조용히 읽기만 했습니다...

    어머니께....잘 해드리세요....

  • 12. 매드포디쉬
    '05.10.25 10:28 AM

    네...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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