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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고향의 겨울풍경과 군것질거리

| 조회수 : 4,451 | 추천수 : 5
작성일 : 2008-01-05 15:37:00
한 6년을 농사꾼으로 살고보니..
처음에는 일머리를 몰라 많이 힘들었는데
이젠 농사꾼이 좋다.

왜냐하면..
겨울에는 마음도 몸도 여유가 있게 쉴 수 있음이다.
바람 쌩쌩 불고 눈 내리는 날에 촌장이 회사 간다고
나가지않는것 또한 좋다.

이런 날에는 연탄화덕에서 구워내는 군고구마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며칠 전..
아들이 방학인데 혼자 집에서 공부나 컴퓨터에
메달리기만하여 아버님께 연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아버님은 연신 깎고 조이고 하시더니
얼레와 방패꼬리연을 만드셨다.



바람부는 날에 연을 날린다고 며칠 전 그 추위에 아버님, 아낙
울 아들은 논둑에서 연과 씨름을 하면서 연을 날렸다.
어찌나 바람이 센지 그만 연줄이 끊어졌다.


날씨가 추워 아버님을 보내기도 아들을 보내기도 뭣하여
산 너머 저 멀리 날아가버린 연을 찾으려 갔다.


바로 앞에 있을 줄 알고 찾으려 간 연은 산속의 재를 한 고개 넘어도
보이지 않는다.
자꾸만 나아가니 낭떠러지가 나온다.


어린시절 오빠들 따라 연 날리면서 연을 찾으려 다니던 때가 떠 올라
내 나이도 잊는다.


낭떠러지를 내려와 산속을 헤메다 가까스로 연을 찾아 내려오니
촌장은 쌀 도정하는것은 도와 주지않고 아들과 짝짝꿍이 맞다고
은근히 시샘을 부린다.

오늘은 바람이 잔잔히 불어오니 연 날리기가 딱이다.
아버님도 아들도 없는 사이 혼자서 맘껏 연을 날렸다.


얼레에 감긴 연줄을 모두 풀고보니 까마득히 멀리 날아간 방패꼬리연..
연줄을 잡아 당기니 팽팽함이 낚시줄에 걸린 대어 끌어 올릴때의 손 맛이다.
그렇게 한참을 연과 함께 옛날을 추억하며 노닐다가 출출한 오후의 허기를
창고에 비치해둔 자연의 군것질로 달랬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동한시연맘
    '08.1.5 3:40 PM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여유로움이 삶에 묻어나는군요.
    조금은 느리게 살아도 되는데 왜이리 바쁘게 살려고 아둥거리는지 ....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연 잘 보았습니다.

  • 2. 시골아낙
    '08.1.5 3:51 PM

    시연맘님..
    살아가면서 욕심을 조금 버리면 참 쉬운 일인데..
    사람인지라 그 욕심 버리기가 쉽지않지요.
    아이들 좋은 환경에서의 교육욕심도, 부자가 되는 욕심도, 이런것
    조금만 버리면 시골살이가 의외로 마음 편합니다.

  • 3. 짱아
    '08.1.5 4:11 PM

    정말 푸근합니다. 누구나 시골 추억이 하나씩 있지요.
    시골 엄첨 추웠는데 ... 눈도 마니 오고 ....

  • 4. 아뜰리에
    '08.1.5 8:23 PM

    시아버님이 아직 연 만드는 걸 기억하고 계시나봐요.
    연 구경 잘 하고 갑니다.
    덕분에 저도 잠깐 추억에 잠겼네요.
    홍시 생긴 것이 저 어렸을 적 할머니가 광에서 내주시던 것과 같네요.
    적당히 못생긴...근데 맛은 흐미~

  • 5. 산에 들에
    '08.1.5 10:17 PM

    어릴때 시골에 살아서 그런가.. 고향에 온듯 하네요.
    남들보다 학원도 덜 다니고, 유치원도 안다니고.. 그렇게 컸지만.. 그이상으로 많은 추억이 있네요.
    그래도 시골에서 사는게 쉽지는 않을텐데.. 여유가 느껴집니다.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 6. 재우맘
    '08.1.6 1:35 AM

    아...저도 할아버지가 겨울에 저희 집에 머무실 때면, 방패연을 만들어주시곤 했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갑자기 나네여. ㅠㅠ

  • 7. henna
    '08.1.6 2:45 AM

    저도 한국의 시골에서 살고파요. 부럽네요.....

  • 8. 완이
    '08.1.6 11:55 AM

    읽으면서 무슨 소설 읽는 느낌이었어요.
    여기 스위스는 추적추적 비가 많이 오네요. 따듯한 글을 읽으면서 왠지 여유가 생기는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 9. 열~무
    '08.1.7 11:31 AM

    저 홍시 진짜 좋아하네요
    저희 할머니 학교 다녀오는 저 맞아 광속에서
    홍시 하나씩 꺼내주시곤 했는데...

  • 10. 시골아낙
    '08.1.7 12:28 PM

    짱아님..고향 생각 하셨네요.
    그러고보니 연 하나에 여러분들께서 그리운 어린시절에 머무르다 가셨군요.
    아뜰리에님. 산에 들에님, 열무님. 재우맘님꺼정..

    그리고 멀리 이국에서도 고국을 그리워하신 님들께 아낙이 마음 아프게하시지 않았는지요?
    젊은 날은 멀리 계셔도 나중에는 고국으로 들어 오셔서 사세요.
    우리어머님께서도 미국에 보낸 딸을 아직도 못보고 사시니 남 보다못한 딸이라고 하네요.
    멀리 계셔도 무자년 새해 늘 복된 날 되시길 바라봅니다.

  • 11. hwae
    '08.1.8 9:46 AM

    시골아낙님 글과 음식들 항상 잘보고있답니다,
    볼때마다 한국시골의 그 공기맛이 느껴지는듯해서요..너무 부럽습니다..
    지금은 외국에 살고있지만 저도 나중에는 한국에서
    시골아낙님이 계시는 그런 시골에서 살고싶어요ㅜㅜ
    곧 또 멋진 사진과 글, 음식 보여주셔야해요..

  • 12. 애기며눌
    '08.1.8 6:36 PM

    어릴적 고향생각나네요
    그땐 추운줄도 모르고 동네녀석들과 겨울논밭에서 돼지감자도 구워먹고
    돼지불알로 축구도하고...참참..뒷동산에 올라가서는 칡뿌리 캐서 하루종일 입에물고다녔는데..
    시골아낙님 말씀처럼 저도 그 '욕심'이라는거 버리고 시골에 가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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