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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콩나물밥 그리고 숯불구이

| 조회수 : 8,708 | 추천수 : 1
작성일 : 2012-11-18 11:33:59

 

비가 잦아 가을걷이도 월동준비도 계속 밀리는 상황.

온전한 귀농생활도 아니고

목구멍에 풀칠하려면 본업도 챙겨야 하니

항상 시간에 쫒기곤 합니다.

 

농장에서 1박을 하며 밀린 일들을 한다하니

아내는 먹거리가 또 고민입니다.

농장에서 자는 날은 사카린소주가 주식이 되니......

 

점심으로 달래를 넣어 만든 양념장에 비벼먹는 콩나물밥이 별미입니다.

들깻잎과 가지는 조선간장으로 간만 맞춘 것인데

맛이 깔끔해서 참 좋습니다.

82의 어떤분께 된장을 구입할때

조선간장을 샘플로 보내주셨다는데 간장맛도 정말 좋습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만 제대로 된 것이라면

 복잡한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렇게 간단하게 먹는 것도 좋습니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게 되니......

 

고기좀 덜 먹자고 약속을 했지만

이런날은 힘들게 일을 하게되니

모처럼 집에서  뼈다귀를 한냄비 끓여 왔습니다.

배추뽑아 그늘에서 말린 배추시래기 듬뿍 넣어서......

 

술좀 그만 먹으라고 잔소리해봐야

우이독경에 마이동풍이니

잔소리대신 안주거리라도 잘 챙기자는 심산인 모양입니다.

 

하긴 뭐 지가 이나이에 과부되면 누가 데려갈 사람도 없으니

있을때 잘해야 허는 것이겠지~

그나저나 엊저녁에 너무 뜨거웠었는지

일은 시작도 하기전에 팔다리허리가 뻐근하고...... ㅠㅠ

 

 

 

 


저녁 아홉시부터 비가 온다던 예보는 오늘도 땡~

오후 세시부터 내리는 비를 다 맞아가며

겨우내 사용할 장작을 준비하고 이일저일 부산을 떨었더니

날이 저물며 부는 바람에 몸이 으슬으슬 떨립니다.

 

그려~  기상청 체육대회날 비가 왔다던데

앞으로도 계속 그러려무나~  쭈~욱~~~

 

아궁이에 불을 지펴 젖은 몸을 말리고 녹이고

허접한 방안  이불속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네평도 않되는 너저분한 방이지만

내 한몸 눕히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산속에서 자고나면 집보다 몸이 더 개운합니다.

 

이렇게 내 한몸 눕힐곳만 있어도 될 터인데

뭐하러 좋은 집 넓은 집을 찾는 것인가 싶으면서도

귀농하면 그래도 30평은 되야지 하는 이 간신같은 머리......ㅠㅠ

 

 

 


비가 잦다보니 표고목을 준비하는 일도 많이 밀렸습니다.

원래는 며칠 맑은 날이 이어진 후에 벌채를 해야 하는데

시간도 급하고

하긴 뭐 내 인생 자체가 교과서와는 거리가 먼 사이드인생이니......

 

엔진톱으로 부리나케 한시간여만에 80여개의 표고목을 베어냈는데

옮기는 일이 더 고역입니다.

숲이 너무 우거져 산속에서는 지게를 지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덕분에 산위에서 굴리고 던지고를 반복해가며 개울가로 옮기고

그걸 다시 지게로 져다가 재배장에 쌓아야 하는데

개울도 바위투성이라

무거운 생목을 지고 내려가는 것도 장난이 아닙니다.

다리가 후둘후둘......

 

 


딸아이가 개울까지 내려와 채근하기를

아빠~  점심준비 다 됐다고 얼른 올라오시래요~

 

그 애비란 놈 답하기를

자연아~  엄마더러 내려와서 나를 업고 올라가던지

아니면 119헬기라도 불러서 산채까지 끌어 올리라고 해라~

 

후둘거리는 다리에 지게작대기마저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채에 당도하니

오호라~  괴기굽는 냄새가 장난이 아닙니다.

모처럼 장작불에 올려진 찔긴것들을 반가운 눈길로 째려보니

'오늘은 정크푸드 먹는 날이여~'

 

그러고보니 아이들용으로 소세지도 굽고......

하긴 뭐  요즘세상에 어떻게 맨날 올바른 음식만 먹을 수가......

 

 



먹다남은 가지나물에 들깻잎에

비닐온실에서 뽑아온 배추에 ......

 

주인닮아 부실하게 생긴 배추는

꼬라지는 그래도  맛은 참 좋습니다.

단맛이 좋아 그냥 먹어도 맛있는......

겉만 번지르한 배추보담 훨 낫습니다.

 

거기다가 마당가의 곰보배추도 뜯어다가 쌈에 싸먹고......

곰보배추는 기침감기에 좋고 호흡기계통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데

만병초라 불릴만큼 특히나 현대인의 성인병예방에 상당히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장모님표 된장을 아끼느라 사먹는 된장은

만든분의 정성이 가득 담긴 탓인지 정겨운 맛이 납니다.

돈벌이를 위해 화학물질 듬뿍넣어 만드는 식품회사표된장과는

정말이지 차원이 다른 맛입니다.

이런 된장을 만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거하게 점심을 먹고 난 후식은 곶감~

집에서는 아이들의 성화에 애비몫을 챙기기 힘드니

마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로 당쇠몫은 농장 헛간에 따로 매달아 놓았습니다.

 

모처럼 따뜻한 햇살에 아이들은 고삐풀린 망아지들이 되고

마님이 찬찬한 발걸음으로 느긋하게 일을 하시는 와중에

다리풀린 당쇠는 이래저래 정신낫자루빠진 놈마냥

밀린일을 만회하려 애를 써 보지만

짧은 가을해는 어느새 산너머로 처박히며

그렇게 짧은 가을날이 또 속절없이 지나갔다는......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그루
    '12.11.18 1:08 PM

    윽! 콩나물밥에 곶감까지!!!
    연타 공격 맞고 밥먹으러 갑니다.T_T

  • 게으른농부
    '12.11.19 9:18 AM

    헉~ 연타공격보다 밥먹으러 가신다는 단타가 더 충격입니다. ^ ^

  • 2. 유지니맘
    '12.11.18 1:11 PM

    늘 농부님 글은 좋아요 ...
    .
    .
    .
    글중에 느낌상 약간 19금? 이 있는건가?^^
    아님 패스 ~~

  • 게으른농부
    '12.11.19 9:18 AM

    험~ 그게 그러니까 보일러를 너무 뜨겁게 틀어놓고 잤다는...... ㅠㅠ

  • 3. 부관훼리
    '12.11.18 2:42 PM

    요즘 농부님 포스팅보다가 저도 담장밑에서라도
    버섯을 재배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묘종?을 검색해보니 잘 안나오네요.

    마침 앞집에서 허리케인때 비스듬히 기울어진 아주 멋진 솔나무를 베었는데
    처분해가기전에 좀 찜해두는게 좋을까요...?

  • 게으른농부
    '12.11.19 9:20 AM

    제가 알기로는 소나무는 표고재배가 않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주로 참나무종류로 재배하고 밤나무도 사용하긴 하는데......

    그냥 주소 갈켜주시면 허리케인보담은 늦겠지만
    내년 봄이든 표고가 나는대로 맛보기로 쬐끔 보내 드려도 될까요?

  • 부관훼리
    '12.11.23 10:39 AM

    오~~~ㅅ! 버섯재배는 소나무가 아니고 참나무로 하는거군요! 왜 소나무라고 생각했는지... ㅎㅎㅎ

    표고보내주신다니 덥썩 받고는 싶지만 미국이 식물유입규정이 상당히 까다로워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검역을 거치고 허가도 받아야하는데 그러느니 제가 한국가서 먹는게 금전적으로 덜들것같아요. ㅎㅎ 중국산 말린버섯만 먹다보니 한국산 생버섯좀 먹어보고싶네요. ㅠㅠ

    감사합니다.

  • 게으른농부
    '12.11.25 7:04 PM

    언제 들어오시게 되면 미리 연락주세요.
    노지재배를 하다보니 겨울에는 표고가 나오질 않는데
    봄부터 가을까지는 그럭저럭 먹을만치 나오니 오실때 진짜 한국표고를 좀 보내드릴게요. ^ ^

  • 4. 고독은 나의 힘
    '12.11.18 7:49 PM

    아마도 그 된장은 저와 같은 곳에서 구입하신듯해요.
    저도 제가 주문한 물건보다 덤을 더 크게 받은 적이 있어요..

    82장터.. 말도 많지만.. 진짜 소신껏 물건 만드시고 판매하시는 분들이 아직은 더 많죠..

    게으른 농부님 계란도 맛보고 싶은데.. 장터에까지 올리시려면 농부님 너무 힘드시겠죠..?

  • 우화
    '12.11.19 4:39 AM

    ((고독님~~ 그 된장 파는분 제게 쪽지좀 보내주심 안될까여? 이곳으로 공수좀 하려구요. 캄사~))

  • 게으른농부
    '12.11.19 9:22 AM

    예~ 저는 판매할 만한 것이 없어 장터에 올릴것이 없어여~ ㅠㅠ

    말씀처럼 소신껏 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물을 흐리는 분들이 종종 있어서 그게 걱정이죠.
    그분들의 피땀어린 노력들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ㅠㅠ

    아마 그래서 소비자도 현명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 게으른농부
    '12.11.19 9:23 AM

    에고~ 우화님께 쪽지 보내렸더니 않되네요~ ㅠㅠ

  • 5. 호호아줌마
    '12.11.19 2:17 AM

    아랫글에서 오징어 정식 사진을 보구 와서 그런가.....
    게으른농부님 밥상은 호텔부페 내지는 12첩 반상처럼 보입니다. ^^
    귀농욕(?)을 불러 일으키는 재밌는 글과 사진들 감사한 마음으로 늘 감상하고 있습니다.

  • 게으른농부
    '12.11.19 9:24 AM

    귀농~ 너무 쉽게 생각 마셔요~
    날이 갈수록 일이 막무가내로 늘어여~ ㅠㅠ

  • 6. 우화
    '12.11.19 4:41 AM

    게으른 농부님네는 정말 맛있는거 마이 해드시네요.
    아... 이슬이도 그립고(여긴 10불 + 텍스) 곶감도 맛있겠고, 불위에 굽는 고등어도 환상이고 등등~
    그저 마나님 하해같은 사랑아래 보살핌 받고 사는게 행복이죠? ㅎㅎ

  • 게으른농부
    '12.11.19 9:26 AM

    그저 마님이 장작깨비로 두들겨 패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당쇠의 삶은 만족스럽습니다. ^ ^
    그나저나 된장 쪽지보내렸더니 않되네요. 제가 가방줄이 짧아서리...... ^ ^

  • 7. 워니들
    '12.11.21 11:07 PM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놓고 주무셨담 몸이 노곤노곤허니 아침은 가뿐하셔야하는디..^^

    농부님 글 잘 읽고 있어요. 읽고나면 머리가 상쾌해진다는...~~

  • 게으른농부
    '12.11.22 1:49 AM

    산중에서 생활하면 머리가 더 상쾌해 지실겁니다. ^ ^
    진짭니다. 전날 과음하고 머리가 지끈거려도 농장에 올라가 잠시 돌아다니면
    머릿속이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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