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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폭우의 끝에서도 나는 먹어야 한다~ 쭈욱~~~~

| 조회수 : 16,229 | 추천수 : 19
작성일 : 2012-08-16 21:00:34

 

새벽부터 이어진 제초작업......

9월초부터 밤수확을 원할히 하기 위해 필수적이기에

잔비를 맞아가며 필사적으로 예초기를 돌리고

(이제 2천평만 더 돌리면 끝납니다.   어헝~ㅠㅠ)

 

점심을 먹고도 빗속에 예초기를 짊어지고 나섰건만

작업 한시간여 만에 풀과 돌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이 밤처럼 어둑해 집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폭우가 쏟아지는 중......

 

 

멍청한  어리버리농부......   발아래 집중하는 사이에 작업복위로 쏟아지는 폭우도 감지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아이들은 노느라 정신없습니다.

아~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철수~"  를 외치며

영희와의 재면은 훗날로 미루기로 하고

(그러고보니 남들의 불법대출까지  혼자 뒤집어 쓰고 징역살이 자처했던 정말 존경하는

영희선배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아내는 아이들에게 비옷을 입혀 앞서 내려가면서도

앞으로 뒤로 배낭 걸머지고 엎어메고도 모자라 손에 가방까지 든 당쇠생각에

친히 장화발로 물골들을 터 주며 내려가시는 저 센스......

 

사실 아내의 저 속깊음에 너무 반해서 결단을 내렸었습니다.

스프링노트 열여섯권을 일기처럼 써가며 사랑을 고백했던 그 끈질긴 ......

(열번 찍어 않넘어가건 백번 찍어 안넘어가건 최후의 일격 한방이 중요하더라는 19금의 사연까정......)

 

글구 다시 태어난다 해도 저노무 강펀치의 마누라가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할거라는

그 불길한 ...... ㅠㅠ

 

 

 


산아래 개울의 지름이 1미터는 족히 넘는 배수관은

평소의 졸졸함과 달리 펑펑함을 한껏 날리고 계시다 못해

물이 길위로 넘치는 중이기도 합니다.    

 

지기럴~   날이 개면 진입로 보수공사부터......    아~   미치겠다~

 

 


폭우를 뚫고 살아남은 이에게 남은 것은  '식욕'

애들도 마님도 당쇠도 허기에 찬......

 

급하게 제철도 아닌 꽃게를 삶아 내 놓으셨는데

얌체같은 딸년을 게딱지만 드립다 까먹으면 알만 발라 처 잡숫고

그 기세에 눌린 나머지는 게살 발라먹느라 침묵의 잠잠할 묵묵묵......

 

 


그 치열한 생존의 몸부림속에서도

마님은 재빠르게 삶아놓았던 콩을 믹서에 갈고 있습니다.

 

그 콩의 주목적은 닭먹이......

긍께  달구들 줄 콩을 몰래 삶아 놓았다가 ......

아~  이 개떡같은 농부의 비애......

 

하긴 뭐 닭이 먹는 것이 우리가 먹는 것이고

우리가 먹는 것이 닭이 먹는 것이니......

지발 계란이나 평상시대로 낳아 주기를 ......

 


시원찮게 생긴 꽃게찜에 안달이 난 식욕에

ㅋ~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여름은 가도 좋으리~~~'

 

그려~   이 폭우속에서도 나는 먹어야 혀~

살아있는 한 내 몸은 움직여야 하고

그래야 처자식 먹여 살릴 것이고......

 

그보담도 일단은 내가 건강해야

강건한 마누라의 핵펀치를 소화할 능력도 생기는 것이니......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푸른밤하늘
    '12.8.17 1:57 AM

    농부님 농부님 글 항상 감사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해학적이고 토속적인글
    그리고 삶의 여유가 묻어나는 행복한 글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 응원하겠습니다. ^^*

  • 게으른농부
    '12.8.19 7:42 PM

    에휴~ 과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

  • 2. 이플
    '12.8.17 9:53 AM

    얌체같은 따님이 저 분이군요..
    뭐 고 나이때가 자신한테
    집중하는 나이이니..ㅎㅎㅎ

  • 게으른농부
    '12.8.19 7:44 PM

    ㅎㅎㅎ 맞습니다. 요즘들어 엄마말도 잘 안듣고......
    그래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싶습니다. ^ ^

  • 3. 시원한
    '12.8.17 9:53 AM

    장마가 끝났는데도 비가 억수같이 왔지요.
    도시에서 바라보는 비와 달리, 시골에서 비는 삶의 터전까지 위협하니...

    비속에 먹는 콩물국수가 시원하게 보입니다.

  • 게으른농부
    '12.8.19 7:49 PM

    그날 저녁뉴스에 인근동네에서 산사태가 나서 집이 무너지며 할머니 한분이 돌아가셨다고......ㅠㅠ
    다음날 농장으로 향하며 또 농장에 도착해서 비피해상황을 살피며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治水라는 단어는 있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의 힘을 절감하게 되더라구요.

    고된 노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먹는 저녁식사는 뭘 먹어도 참 맛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 ^*

  • 4. 카드생활
    '12.8.17 10:21 AM

    진짜로 글을 맛깔나게 잘쓰십니다.재미있게읽고 웃으며 농부님의 하루를 그려봅니다..

  • 게으른농부
    '12.8.19 7:50 PM

    에구~ 너무 치켜주시면 않되는디...... 애들은 칭찬하면 오만해 진다잖아요. ^ ^
    재미있게 읽어 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 ^

  • 5. 프리지아
    '12.8.17 11:39 AM

    놀러가서 작업도와드리고싶네요..ㅋㅋ
    십분도 안돼서....차에 시동걸고 도망갈라나요??

    달구들이 먹는거...저도 먹어보고싶어요..ㅋㅋ

  • 게으른농부
    '12.8.19 7:53 PM

    작년에 지인분들이 밤줍기를 해보고 싶다고 오셨었습니다.
    두어시간 지나고나니 허리아프고 다리아프고......
    결국 삼겹살에 소주한잔씩 걸치고 죄다 널부러 지시더라구요. ㅋㅋㅋㅋ

    공장사료를 사용하지 않고 청치나 싸래기를 먹이다보니 닭들의 영양균형을 맞추려면
    각종 풀들이며 과일등을 많이 먹어야 하거든요. 콩은 그중에 가장 핵심이죠. ^ ^

  • 6. 세잎클로버
    '12.8.17 7:01 PM

    여기 대전 울집에 계신 게으른 농부님께선 닭기르는게 소원이시랍니다. 닭들을 놓아먹이면서 하우스에서 나오는 못난이 오이,터진 토마토 ,쌀찧은 후 나오는 쌀겨등등을 먹여서 성장촉진제 안먹여키운 건강한 닭이랑 계란 먹고싶다고 맨날 닭 타령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저희가 농삿일은 하지만 먹고사는 집은 대전 끝자락 콘크리트건물 심지어 마당도 횟바닥....다세대주택들이 접해있어 닭을 키울 형편이 되질 않죠. 농지 한켠에? 워낙 게을러 풀이 무성한 하우스는 어찌하고요. ㅋㅋ 그래서 계속 꿈만 꾸라 할랍니다. 결정적으로 친정 닭장에도 못들어가더라구요. 꿈은 꿈일뿐인거죠.

  • 게으른농부
    '12.8.19 8:35 PM

    그쪽의 게으른농부님은 마님의 매가 부족해서 그럴겁니다.
    요즘은 남자들이 사흘에 한번씩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고 하네요. ㅋㅋㅋ

    닭똥냄새가 문제이신 것 같은데요. 공장사료를 먹이지 않으면 닭똥냄새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거기다가 바닥에 풀이나 짚을 깔아서 흙과 섞이도록 놔두면 -닭들이 파헤치며 섞이거든요-
    닭똥자체를 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속에 섞이면서 자연적으로 발효가 되거든요.
    수닭 한마리에 암닭 열마리쯤 그렇게 키우시면 진짜 좋은 계란 평생 드시게 될 것 같습니다. ^ ^

  • 7. 비타민
    '12.8.18 6:24 AM

    와우~~ 잘 드셨네요~~^^ 건강식에.. 영양식~!!! ^^

    항상 글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벌써 게가 나올 때 인가요... 게찜... 정말 맛있잖아요...^^ 콩국수도 맛있고..

    저는 항상 농부님 밥상에.. 싱싱한 풋고추가 제일 맛있어 보여요... 풋고추 너무 좋아하는데... 요즘 사다 먹는것들은.. 정말 너무 질기던데요... 한개 먹다가.. 정말 화났어요..ㅋ

  • 게으른농부
    '12.8.19 8:44 PM

    요즘은 하도 선전이 요란해서 혼란스럽기는 한데
    해산물도 11월하순부터 잡히는 녀석들이 진짜 인 것 같습니다.
    요즘 제철이라는 전어도 마찬가지고요. 진짜의 맛이 안나는......^ ^

    요즘 풋고추 남아도는데 주소랑 전화번호 성함 갈켜주시면 조금이라도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 8. 플럼스카페
    '12.8.18 11:23 PM

    재미나게 읽고갑니다^^

  • 게으른농부
    '12.8.19 8:44 PM

    감사합니다. ^ ^

  • 9. 그럼에도
    '12.8.19 1:46 PM - 삭제된댓글

    닭의 영양식 꼬불쳐 두었던 것을 덜어내 콩국수를 만드셨나봐요.
    두 내외분, 아이들과 사시는 모습이 서민적이어서 더 반가운가 봐요.^^
    저희집도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에 열어놓은 창문을 급히 닫았지만 그 새 많이 들이쳤네요.
    비로 인한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게으른농부
    '12.8.19 8:50 PM

    연애하면서 아내와 약속을 했었습니다.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살아가자고......

    법정스님이 -물론 그냥반 부양가족없고 이런저런 수입도 꽤 되기도 했지만- 산속에서
    홀로 궁핍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러한 궁핍함이
    오히려 삶의 질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온갖 풍요로도 해걸되지 않는 '행복' 이라는 것은
    오히려 모든것을 -특히나 욕심을 - 내려 놓았을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내와 서로 사랑하며 산다는 것 아이들과 함께 삶을 느끼며 산다는 것 같은것이
    어쩌면 우리삶에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마님을 모시고 살 수 있는 운좋은 당쇠의 짧은 생각입니다. ^ ^

  • 그럼에도
    '12.8.20 10:33 AM - 삭제된댓글

    깊이 공감이 되네요.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면 작은 불편만 감수하면 될 것 같은데
    그리 큰 쓰임새가 없는 것들을 꾸역꾸역 사 들이며
    물건들로 넘쳐나는 주변을 돌아봅니다.
    저게 다 무슨 소용인가.. 가끔 부끄러워 집니다.

  • 게으른농부
    '12.8.21 7:28 PM

    정말 감사한 말씀입니다.
    저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한때 법의 정의를 믿던 순진한 법학도출신이 무고를 당해 4개월간 징역살이를 하고
    3년간 검찰과의 소송에 말려 두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음에도 살아 남는 과정에 읽었던 것이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이었습니다.

    당신은 행복한가?

    아이러니하게도 모든것을 잃은 후에 다시 쌓아 올리면서
    지금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행복하다~~~" 라고요......
    흙을 밟고 자유롭게 숲속을 돌아다니며 고된일을 하는 자체도 그저 행복이더라구요. ^ ^

  • 10. 흰구름
    '12.8.21 9:49 PM

    농부님은 어데 사십니꺼??

  • 게으른농부
    '12.8.22 6:49 PM

    사는 곳은 세종시 변두리고요.
    농장은 공주 정안면입니다. 혹여 찾아오시려거든 꾹꾹 눌러 참아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그냥 허접한 산속에......

    여지껏 오신 분들중에 십중팔구가 개척정신을 ...... ㅠㅠ

    60도 이상의 경사면에서 예초기를 돌리면 죄가 될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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