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이어진 제초작업......
9월초부터 밤수확을 원할히 하기 위해 필수적이기에
잔비를 맞아가며 필사적으로 예초기를 돌리고
(이제 2천평만 더 돌리면 끝납니다. 어헝~ㅠㅠ)
점심을 먹고도 빗속에 예초기를 짊어지고 나섰건만
작업 한시간여 만에 풀과 돌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이 밤처럼 어둑해 집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폭우가 쏟아지는 중......
멍청한 어리버리농부...... 발아래 집중하는 사이에 작업복위로 쏟아지는 폭우도 감지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아이들은 노느라 정신없습니다.
아~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철수~" 를 외치며
영희와의 재면은 훗날로 미루기로 하고
(그러고보니 남들의 불법대출까지 혼자 뒤집어 쓰고 징역살이 자처했던 정말 존경하는
영희선배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아내는 아이들에게 비옷을 입혀 앞서 내려가면서도
앞으로 뒤로 배낭 걸머지고 엎어메고도 모자라 손에 가방까지 든 당쇠생각에
친히 장화발로 물골들을 터 주며 내려가시는 저 센스......
사실 아내의 저 속깊음에 너무 반해서 결단을 내렸었습니다.
스프링노트 열여섯권을 일기처럼 써가며 사랑을 고백했던 그 끈질긴 ......
(열번 찍어 않넘어가건 백번 찍어 안넘어가건 최후의 일격 한방이 중요하더라는 19금의 사연까정......)
글구 다시 태어난다 해도 저노무 강펀치의 마누라가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할거라는
그 불길한 ...... ㅠㅠ
산아래 개울의 지름이 1미터는 족히 넘는 배수관은
평소의 졸졸함과 달리 펑펑함을 한껏 날리고 계시다 못해
물이 길위로 넘치는 중이기도 합니다.
지기럴~ 날이 개면 진입로 보수공사부터...... 아~ 미치겠다~
폭우를 뚫고 살아남은 이에게 남은 것은 '식욕'
애들도 마님도 당쇠도 허기에 찬......
급하게 제철도 아닌 꽃게를 삶아 내 놓으셨는데
얌체같은 딸년을 게딱지만 드립다 까먹으면 알만 발라 처 잡숫고
그 기세에 눌린 나머지는 게살 발라먹느라 침묵의 잠잠할 묵묵묵......
그 치열한 생존의 몸부림속에서도
마님은 재빠르게 삶아놓았던 콩을 믹서에 갈고 있습니다.
그 콩의 주목적은 닭먹이......
긍께 달구들 줄 콩을 몰래 삶아 놓았다가 ......
아~ 이 개떡같은 농부의 비애......
하긴 뭐 닭이 먹는 것이 우리가 먹는 것이고
우리가 먹는 것이 닭이 먹는 것이니......
지발 계란이나 평상시대로 낳아 주기를 ......
시원찮게 생긴 꽃게찜에 안달이 난 식욕에
ㅋ~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여름은 가도 좋으리~~~'
그려~ 이 폭우속에서도 나는 먹어야 혀~
살아있는 한 내 몸은 움직여야 하고
그래야 처자식 먹여 살릴 것이고......
그보담도 일단은 내가 건강해야
강건한 마누라의 핵펀치를 소화할 능력도 생기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