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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같은 재료지만 달라보이는 두가지

| 조회수 : 15,950 | 추천수 : 52
작성일 : 2011-06-15 20:52:22


지금....파스의 힘으로 버티고 있습니당...ㅠㅠ...

며칠전, 친정어머니가 "간장 달일 때가 됐는데..., 장마 오기전에 얼른 해야하는데..."하며 걱정하시는거에요.
친정어머니, 요즘 부쩍 장을 더 많이 담그세요.
그 이유...말씀은 안하시지만 알듯도 합니다.
내년에 어느새 팔순, 당신이 더 늙기 전에 장을 많이 담가서, 저 주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조선간장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여자잖아요.
해서, 어머니께서 장을 담그실 때, 궂은 일은 제가 다 해야하는데요, 제가 요즘 좀 바빴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어른 모시고 살면, 이래저래 더 바쁘게 되는 거죠.

오늘 밖에는 시간이 없을 듯 해서, 좋지않은 몸을 이끌고 일찌감치 친정엘 갔습니다.
요즘 등과 목이 아파서, 그저께는 정형외과, 어제는 한의원에 다녀왔는데요, 깨끗하게 낫지는 않았지만,
오늘 간장을 달이기로 지난주부터 약속이 되었기 때문에 간건데요,
목에 난 부황자국을 본 어머니, 오늘 일하지 말자고 하시는 걸, 제가 우겨서 그냥 했습니다.
당분간은 다시 시간내기 어려울 듯 해서요.

예닐곱계단을 올라가야 있는 장독대에 오르락 내리락하면 간장 퍼 날라,
큰 냄비에 부어 몇번에 나눠 달이고,
간장을 빼내고 난 메주를 손으로 다 부서뜨린 후 독에 담고,
큰 그릇들 나온 거 다 설거지해놓고,
그리고, 고추장 담기위해 찹쌀이랑 고춧가루 들고 나가서 빻아오고,
결정적으로 모자라는 독 사러 일영으로 나갔다가, 큰 독 하나, 작은 독 하나 사서 끙끙거리고 나르고...

이러고 돌아와보니, 허리가 너무 아파 앞으로 구부릴 수 없네요.
파스 덕지덕지 붙여놓고, 지금은 설거지도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네요.

울 엄마는 제 나이때, 당신 혼자서 끄떡없이 하셨습니다.
지금도 같이 일해도 제가 더 아프지 엄만 너무 멀쩡하세요.
저 바본가봐요, 별로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아파요, ㅠㅠ, 늙은 엄마는 괜찮은데..
해서...제가 아픈 거...울 친정엄마가 아시면 안됩니당..ㅠㅠ...




허리가 아파도 식구들 입에 밥은 들어가야해서,
밥 안치고, 이 채소 저 채소 꺼내씻었어요.

채소를 꺼낼 때 보니까 일요일 쓰고남은 냉우동샐러드 소스가 보이는거에요,
옳다꾸나 싶어서, 라이스 페이퍼 꺼냈습니다.

샐러드용으로 썰어놓은 채소에 파인애플 몇조각 넣어주고, 냉우동샐러드소스 넣어서 비빈 후,
불린 라이스페이퍼에 말아서 썰어서 상에 올렸습니다.
똑같은 재료로 했으나, 샐러드와는 또 다른 느낌!!




같은 재료에 발사믹 드레싱을 뿌린,
항상 그 타령인 샐러드.




일요일 쓰고 남은 피단이랑, 밑간만 해놓은 해파리가 있길래,
해파리냉채도 조금 했어요.

이렇게 해서 오늘 또 하루 저녁식사를 때웠습니다.
이제는 설거지를 해야할텐데...허리가 참아줄런지...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큰바다
    '11.6.15 9:25 PM

    음식보다, 왠지 눈물나는 듯한 글이네요.
    삶의 복잡한 고단함이 느껴져 코끝이 찡~~
    힘내세요, 몸이 힘들어서 마음이 그럴거예요.

  • 2. 그린
    '11.6.15 9:40 PM

    지금 창 밖에는 시원한 소나기가 쫙쫙 퍼붓고 었어요.
    선생님 지난 주말 손님 치르시느라 또 여러 가지로 힘드셨는데
    오늘은 또 장까지 달이셨군요.
    게다가 계단까지 오르락 내리락~~
    몸살 나실만 해요....ㅜㅜ
    부디 몸 아끼셔야하는데......휴우~~
    어깨라도 주물러 드리고 싶네요. 조물조물.....

  • 3. teresah
    '11.6.15 10:59 PM

    어떡해요...정말 근처에 있음 가서 설겆이라도 해 드리고 싶네요...

  • 4. 마뜨료쉬까
    '11.6.15 11:12 PM

    저도 이번토요일에 늦게까지 힘들게 일하고
    일요일에 시아버님 생신상을 차렸더니 손님들 가신후에 정말 시체처럼 뻗어버렸네요...

    다들 나가서 먹자는걸 저혼자 우겨서 집에서 차린거라;;;;;;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참 보람있었어요
    특히 김혜경선생님 레시피로 잡채를 했는데 성공적이였어요^^감사감사^^
    푹쉬세요~ 전 반신욕하고 잠 푹 잤더니 많이 좋아졌어요~

  • 5. HighHope
    '11.6.15 11:25 PM

    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괜시리 저도 눈물이 나네요.

    저도 주택에사시는 저의 친정어머니 장담으시는것
    몇번 보며 거들어 드린적이 있는데...
    선생님의 수고와는 비교도 안되지만요.
    이제부터는 엄마 더 많이 도와드려야겠다 다짐해봅니다.

    선생님 참 대단하세요.
    이렇게 힘든날은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음식이 딱인데~~
    함께사시는 시어머님 저녁상 걱정에 더 바쁘셨겠네요.

    푹 쉬시고 편안한 저녁 되세요.

  • 6. 가을이 좋아
    '11.6.15 11:40 PM

    정말 몸살 나실 만해요...
    뜨거운 물 받아놓고 욕조에 한참 들어갔다 나오면 한결 나으실 텐데...
    어서 나으시길...

  • 7. 곰곰곰
    '11.6.15 11:52 PM

    글만 읽어도 제 등과 허리가 아파오는것 같습니다.
    쌍화탕 진하게 드시고 푹 주무세요.
    으쌰으쌰.

  • 8. 또하나의풍경
    '11.6.16 9:12 AM

    저도 글만 읽어도 선생님 허리와 등이 아픈게 전해져옵니다..
    등과 허리 안아파본 사람은 그 고통 모르죠...ㅠㅠ
    얼른 푹 쉬시고 쾌유하시길....bb

  • 9. 호호아줌마
    '11.6.16 9:15 AM

    한편으론 코끝이 찡하고
    한편으로는 그래도 친정어머니와 간장다릴수 있는
    혜경샘이 부러워요~
    많이 편찬으신 울엄마... 이럴줄 알았으면
    고추장 담그는것도 진작 배우로 김장도 엄마랑
    한번 더 할껄 그랬어요....

    하루 지난 오늘은 허리가 좀어떠세요?
    친정 엄마에게 이렇게 잘해드리는 혜경샘..
    파스대신 안마해드리고 싶네요..토닥토닥~~~

  • 10. 진선미애
    '11.6.16 10:17 AM

    라이스 페이퍼 쌈 ..오늘 저녁에 속재료만 살짝 달리해서 응용들어갑니다^^

    저도 오십견 증상과 비슷한데 또 아닌것 같기도 하고
    아마 탁구를 쉬지 않고 쳐서인듯해서 침맞으러 한번 가려구요
    남편 후배가 하는 한의원이 집 가까이 있는데 가면 돈을 안받아서
    가기도 그렇고 다른곳 가기도 그렇고 ....이런 맘 아시죠?ㅎㅎ

    샘... 나중에 손주 보시면 맘껏 안아주고 이뻐해주시려면 건강 잘 챙기셔요~~~^^

  • 11. 여우
    '11.6.16 11:48 AM

    혜경샘~~ 허리 어떠신지요? 당분간은 허리벨트 같은거 하고 다니세요, 조금하셔야겠어요, 모든주부님들께서...그렇지요... 주부들은 아파도 아플수 없잖아요 -_-... 저도 제가 아프면 젤 먼저 우리 남편 뭘 먹나... 걱정부터 한답니다.. 근데요,,, 실은 저도 독이 필요하거든요... 일영가면... 보통 얼마쯤하나요? 혹시 아시는집 있으신지요? 저는 소금독이랑 장아찌 독 등이 필요해서요., 부탁드려요 ^^ 건강하시구요~~^^

  • 12. 발상의 전환
    '11.6.16 12:59 PM

    어른이 집에 계시면 남편이 집안일 하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거죠?
    아아~ 속절없는 ys...ㅠ.ㅠ
    푹 쉬시고요, 그냥 나 몰라라 하세요.
    저녁상 보니 나 몰라라도 쉽지 않으신 거 같긴 하네요...ㅠ.ㅠ

  • 13. 프라하
    '11.6.16 3:19 PM

    갑자기 친정엄마가 보고 싶어지는 글 이네요..
    친정엄마도,,,집간장도,,, 없이 살수는 없는데,,,,ㅡ.ㅡ

  • 14. 김혜경
    '11.6.16 6:15 PM

    여우님,
    은평뉴타운쪽에서 일영유원지 쪽으로 가다보면 왼쪽에 옹기집이 있어요.
    잘 아는 집은 아니고요, 거기서 옹기파는 지 굉장히 오래되어서, 그집에 갔어요.
    옹기는 간장독 한다고 5만8천원, 고추장 담는다고 3만원 이렇게 주고 샀어요.
    사가지고 와보니, 가게에서보다 더 이쁜 것 같아요. ^^
    한번 직접 가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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