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년 전 명절을 지내고 나서...
유난히 힘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서,
도대체 명절 기간동안 몇인분의 밥을 했나 헤아려 본 일이 있습니다.
명절 전날 아침, 시동생네 식구들 전가족이 모여서, 일부는 아침부터 먹고, 다른 사람들은 점심 저녁 먹고,명절날 차례 마치고, 시동생네 일부 식구는 가고, 오후에 시누이들 식구들이 오고, 명절 다음날 아침 우리집에서 잤던 시누이네 아침까지 먹였던 걸 모두 꼽아보니...
100인분이 넘었습니다.
설마하고, 다시 헤아려봤는데...역시 100인분이 훌쩍 넘더군요.
kimys와 저만 알고있는 전설적인 얘기죠.
그때만 해도, 명절전날 우리 집에서 잤기 때문에, 시끌벅적...명절 기분이 났습니다. 남정네들은 고스톱을 치기도 하고..., 여자들은 몰려나가서 맥주 한잔 하고 들어오기도 하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학교 공부에 시달리는 조카들과 시동생들은 명절날에나 오고,
명절 전날 음식준비하러 온 동서들, 일 끝나고 나면 각자 집에 가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일찍 오는...그런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명절 전날 더욱 집안이 썰렁하게 느껴집니다.
오늘도, 밑손질은 거의 해둔 탓에, 10시쯤 모인 동서들, 전 부치고, 나물 볶고, 점심까지 해먹고 나니, 겨우 2시.
떡까지 맞춘 터라, 할 일이 없네요. 그래서 일영의 허브랜드에 가서 차 한잔 마시고 돌아왔습니다.
썰렁한게 싫어서 집에 가지말고, 모두 우리 집에서 자자고 "샤또 무주의 머루주 줄께" "맛있는 복분자주 줄께" 하고 유혹했는데...
역시 술로는 유혹할 수 없네요.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더욱 썰렁합니다. 심심해서...내일 시누이들 줄 송편 진공포장했습니다.
맞춰온 떡이지만 조금씩 나눠먹으려고, 그냥 놔뒀다가 싸주면 마를 것 같아서...진공포장기를 꺼냈죠.
돌아오는 설에는 어떻게 하면 집안이 북적거릴까요?
차라리 일이 늦게 끝나도록 동서들 모두 모인 다음에 장봐다가 그때부터 음식준비를 할까요?
그럼 아마도 맏동서가 심술부린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고...
커다란 전기 피자팬 2개를 꺼내놓고 부치는 전, 팬 1개로만 부치도록 해서 오래오래 걸리도록 할까요?
그럼 하루 종일 풍기는 기름냄새 때문에 온가족이 머리가 아플 테고...
내년 설 전날 밤에는 좀 북적거렸으면, 아는 바램이 드는 보름전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