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따뜻하게 풀리기 시작하니, 요즘은 장바구니 손에 들고 아이들과 함께 재래시장에 자주 나가게 됩니다.
저희집에서 자주 가는 재래시장까지는 그리 가깝지 않아요.
찻길을 가로질러 좀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일부러 조금 먼 길이라도 공기 좋고 한적한 길을 택해서 둘러둘러 갑니다.
산길을 지나고... 아파트 몇군데를 지나고... 또 주택가를 지나가면서...
산속의 화사한 분홍빛깔 진달래와 아파트 화단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노란 개나리... 그리고 서서히 피기 시작한 벗꽃들까지...
눈과 마음이 즐거워져서는 어느새 시장안에 금새 도착하네요...^^
시장에서 장보다가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게 딱 적당한 제주무를 3개 천원에 팔기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저는 마트나 백화점같은 곳 보다 오히려 재래시장에 가면 과소비하게 되는 경향이 많아요.
그러니 집에 돌아올때는 양 손 가득 검은봉다리가 주렁주렁....
온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무게를 짊어지고는 겨우 집까지 돌아오곤 하지요...^^
그런데 이 날 장을 본 토탈 금액은 딱 1800원.
제주무 3개에 천원, 그리고 마트에서 파는것의 4배는 되는 양의 부추를 2단으로 묶어놓은 것 800원...
봉다리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참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던지..
집에 와서 이 무로 뭘 만들어먹을까 하다가...
일단 무 하나 씻어서 도마위에 올려 적당한 두께로 썰어

너무 굵거나 얇지 않게 채썰어, 늘 편하게 나물종류 볶아내는 넓직한 스텐볼에다 그대로 넣어서

참기름 넉넉하게 두르고 조선간장 둘러주면서 불은 조금 약하게 줄여서 무 자체의 수분만으로 촉촉하게 볶아냈지요.
당분을 넣지 않아도 어쩌면 이렇게 단맛이 입안에 착착 달라붙는지...
다른 비싼 식재료들에 비하면 너무 무값이 저렴하지만, 반찬꺼리로는 정말 그 가치가 최고라고 느껴질 정도예요.

부추는 양이 너무 많으니, 모두 깨끗이 다듬어두고는 일단 전을 몇장 부쳐 먹었어요.
그래도 워낙에 푸짐한지라 도저히 양이 줄어들 생각을 안하네요.
마트에서 부추 포장해 놓은 것 한 봉지 사오면 아쉬울 때가 많은데... 이 시장표 부추는 처치가 곤란할 정도로 너무 푸짐해서 탈...
무도 많고 부추도 넉넉하고...
이 남은 무 2개는 뭘 할까 생각하다가 결국 깍두기를 담았어요.
깍두기 김치 담는데 남은 부추를 넉넉히 함께 넣어 쓰기로 결정한거지요.
싱싱한 무를 표면의 길고 지저분한 수염들을 손으로 끊어서 떼어낸 후,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주고는

깍둑썰어서 큼직한 스텐볼에 담고는 굵은소금 뿌려 재워 둡니다.
이렇게 절여지는 동안 풀도 쑤고 다른 부재료도 준비해두면 낭비되는 시간없이 금새 일이 잘 진행되지요.

밀가루를 물에 풀어 가스불위에 올려 잠시 끓여서 이렇게 밀가루풀들 너무 되지않게 쑤어 놓았어요.
찹쌀가루가 있으면 찹쌀풀도 좋고, 식은밥을 믹서나 푸드프로세서에 드르륵 돌려서 써도 좋습니다.
정해진 재료를 정확하게 제대로 갖추기보다는 집에 그때그때 남아있는 재료를 쓰면서 만들어 먹는 음식들이 의외로 더 맛있게 되는 경우들이 참 많아요.
이 밀가루풀도 집에 남아있는것이 과자용밀가루 먹던것밖에 없어서 그걸로 끓여서 만들었지요.
저희집처럼 이렇게 박력분으로 김치재료 풀을 쑤어도 맛있는 김치가 만들어지니, 집에 처치곤란한 남은 박력분이 있다면 이렇게 풀을 쒀서 김치양념재료로 쓰세요.

이쯤되어 한꺼번에 다듬어 씻어서 물기 쪽 빼어 냉장고안에 넣어 두었던 부추도 남은것을 꺼냈어요.
엄지 반마디 정도 되는 길이로 뚝뚝 끊어서 깍두기용으로 준비해 두었지요.
무와 부추는 깍두기김치로 이렇게 함께 버무리면 은근히 순하고 달달한 무맛과 또한 은근히 향이 자극적인 부추의 맛이 서로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리봐도 이렇게 깍두기에 넣을만큼을 제하고 나서라도, 남은 부추양이 너무나 많네요..
그래서, 기왕 깍두기 버무려낼때 부추김치까지 함께 만들기로 하고...
남은 부추도 이렇게 도마위에 올려 3등분으로 끊어 주었어요.
어차피 양념도 만들어 둘테고 여기에 양파만 채썰어 그 양념에 살살 버무려주기만 하면 또 부추김치 한가지가 금새 완성되니...
김치 한가지 더 만든다고는 하지만.... 이보다 더 쉬운일이 없지요.^^

부추김치에 함께 버무릴 양파도 큼직한 것으로 하나 골라 채썰어 준비하면 이것도 금새 끝.
이제 깍두기와 부추김치에 들어갈 양념만 퍼뜩 만들면 되겠지요.

앞서서 소금에 절여 두었던 무를 씻어내어 물을 뻐 주면서 또 그 막간을 이용해서 나머지 양념을 만들면 중간에 괜한 시간 낭비없이 일이 빨리 진행되겠지요.
무에서 물이 적당히 나왔다 싶을 때 무 조각 하나 물에 헹궈 먹어보고 소금간이 적당히 맛있게 베었으면 절여놓은 이 무조각들을 맹물에 깨끗이 씻어서 건져 놓습니다.
3번쯤 손으로 살살 헹궈주고는 채반에다 건져 넣고, 남은 물기를 쪽 빼줍니다.

어떤 김치든 배추나 무, 갓 등 주재료인 김칫거리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양념 만들때에 어떤 젓갈을 쓰느냐도 김치맛을 크게 좌우하지요.
어쩌다가 맛있는 젓갈을 얻게되면 김치가 남아있는데도 그 젓갈을 써서 또 새 김치를 조금씩 담아먹기도 하고...
보통은 집에 남아있는 육젓과 액젓을 구수한 비율로 잘 섞어내어 담기도 합니다.
맛깔스러운 젓갈만 늘 집에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어도 김치 한가지 똑 떨어져도 별 부담없이 그때그때 맛있게 담아먹을 수 있어서 참 마음이 든든합니다.
고춧가루와 젓갈, 설탕약간과 다진마늘, 밀가루풀 이렇게 5가지만 넣으면 깍두기 양념으로 다른 것 더 넣지않아도 충분히 맛깔스런 김치양념이 만들어 지지요.
낮은 스텐볼을 하나 꺼내어 양념재료들을 넣어 봅니다.

손끝으로 찍어 먹어봐서 입안에 감칠맛이 확 퍼지게 맛있게 잘 버무려졌으면 이제 중요한 준비들은 다 끝난거지요.

적당하게 물기가 빠진 무를 크기 넉넉한 볼에다 넣고, 고춧가루 한 줌 뿌려 줍니다.

위생장갑낀 손으로 위 아래 골고루 마른 고춧가루를 촉촉한 무에 비벼가면서 빨간 고춧물이 들게 하는거지요.
이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양념에 비벼도 좋지만 확실히 이렇게 무에다 고춧가루로 빨간물이 들게 전처리를 한 후에 양념을 버무려 내는쪽이 깍두기 색깔이 더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지니까요.

여기에다 좀 전에 만들어 놓은 젓갈양념을 넣어 고루 버무려 줍니다.
충분히 양념이 돌도록 버무려졌으면 앞서 준비해 둔 부추도 넣어주고 다시 살살 위아래 고루 버무려 줘야 겠지요.
부추를 힘주어 다루면 풋내가 나오니 김치재료로 넣어서 쓸 때에는 부추넣고는 대강 슬슬 버무려 주기만 해도 자연스레 숨이 죽으면서 맛있게 버무려 집니다.

이렇게 쉽게 뚝딱 만들어진 깍두기를 김치통에 먼저 넣어 주었어요.
김치용기가 용량이 크고 깊으니, 무 2개로 깍두기 만들어 넣어도 이렇게 아직 위쪽 공간이 넉넉히 남네요.
이제 아까 준비한 부추로 부추김치 살짝 버무려 이 위에 함께 올려 주려고 합니다.
따로 김치통 쓸 필요없이 같은 양념에 잘 어우러지는 재료인지라...
이렇게 한 통에다 무거운 깍두기는 아래에 깔고 부추김치는 위에 올리면 쉬이 익는 보드라운 부추김치 먼저 건져서 먹지요.
그리고 남은 부추김치는 자연스럽게 깍두기와 섞여서 끝까지 맛있게 먹게 되구요.

좀 전 깍두기 버무렸던 스텐볼을 씻지않고 양념이 묻어있는 그대로해서 여기에 부추 3등분 해 둔 것과 양파 채 썬것을 넣고, 남은 김치양념을 올려서

부추가 꺽어지고 부러져 풋내가 나지 않도록, 김치양념을 부추에다 비벼준다는 느낌으로 살살 손에 힘을 빼고서는 슬쩍 버무립니다.

이렇게 깍두기 넣어 둔 김치통에다 그대로 살짝 얹어주듯이 넣었어요.
앞서 이야기한대로 두가지 김치가 똑같은 양념인데다 부추김치는 금새 처지면서 익으니...
이 위의 부추김치 먼저 맛있게 담아내어 먹다보면 금새 없어지지요.
부추김치가 익으면서 부추와 양파에서 생기는 얼마 안되는 양념물이 아래로 섞여 내려가니 그동안 아랫쪽의 깍두기는 더 맛있게 잘 익어지구요.
그리고 이렇게 김치 버무려 낸 스텐볼은 그대로 씻어 설거지 해 버리지 않고, 생수로 살살 헹궈서 뜨거운 국물요리에 씁니다.
이렇게 김치 담근날은 이 스텐볼에 생수를 부어 아까운 양념 잘 훑어내어 전골냄비에 부어서 이 국물로 부대찌개 끓여 먹지요.
다른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기본 고춧가루양념과 맛깔스런 젓갈맛이 국물맛에 감칠맛을 더 해주니, 온갖 찌개건더기 재료넣고 소금간만 해서 끓여도 얼큰하니 속이 확 풀린답니다.

통깨 조금 솔솔뿌려 김치통 뚜껑 닫아주고는

김치냉장고에 또 한통 이렇게 넣어두면 쉽게 맛있는 김칫꺼리 한가지 더 늘어나서 괜시리 마음이 든든해 집니다.
비록 금새 다 먹고 없어지겠지만 일부러 계획하지 않고 집에 남아있는 재료로 이렇게 담아내는 김치 2가지가 늘어난 셈이니, 이리 만들고 난 후 아마도 기분이 더 좋은것이겠지요.^^

<멸치찌개>
요즘 시장에 가면 생선파는 곳 여기저기에서 싱싱한 생멸치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생멸치는 된장 풀어서 자작하게 지져먹는 맛이 어찌나 구수한지...
특유의 맛이 나른하게 지쳐 있는 이 봄날의 입맛을 살려주는데 한 몫을 하지요..^^
멸치찌개는 깔끔하고 세련된 맛이라기 보다는 투박하고 정제되지 않은듯한 말 그대로 촌 맛인지라...
아이들이나 젊은 분들 입에는 어쩌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입안 가득 퍼지는 이 멸치찌개 특유의 그립고 투박스러운 옛 맛이 그저 좋아서...
시장에서 생멸치 채반에 올려놓고 파시는 것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와서 국물 자작하게 지져먹게 되지요.
생멸치 자체에서 구수하고 쿰쿰한듯한 특유의 진한 육수가 국물 가득 베이는지라 따로 육수를 낼 필요도 없구요.
이런 소박스러운 맛을 좋아하시는 어른들이라면 밥 반찬으로도 좋지만 또한 단촐한 소주 안주용 찌갯거리로도 훌륭하지요.
기장 대변항에서는 매년 4월 멸치축제가 열리는데 이 때의 대표메뉴가 바로 이 멸치찌개와 멸치회랍니다.
딱 이때쯤 가장 싱싱하게 물 오른 반짝거리는 은빛의 생멸치맛을 집에서도 즐겨보시면 좋겠지요...^^
멸치찌개
생멸치 300g
풋고추(청양고추 약간과 섞어서 써도 좋음) 8~9개(90g)
홍고추 1개 (10g)
양파 1개 (200g)
물 700 ml
된장 1 1/2숟가락(넉넉히) (75g)
고춧가루 1숟가락
설탕 1/3숟가락
다진마늘 1/3숟가락
(집에 시래기나 우거지가 있으면 한 줌 정도 추가)
가정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식재료로 찌개나 국의 맛난 국물을 내주는 마른멸치가 집집마다 냉동실에 들어있지요.
마른멸치는 처음부터 찬물에 넣어서 불 위에 올려 제법 시간을 들여 푹푹 끓여내서 맛국물을 얻어내지만..
이 생멸치는 바로 생물 그대로 쓰면 되고 작은 생선이라 익는시간도 금방인지라 손질만 미리 되있으면 한 냄비 끓여내기는 정말 후딱이랍니다.
(방금 사온 생멸치)

생멸치는 꼭 제거해야 하는 부분이 아가미쪽 내장부분인데 만약에 내장을 있는 그대로 찌개나 국물요리 어디에라도 넣게되면 심하게 쓴 맛이 우러나서 어지간해서는 먹기 힘들게 되지요.
생멸치 사 와서 손질하려면 일단 두 손이 비늘과 내장등으로 내내 지저분해질 것은 각오하고 일을 시작합니다...^^
보드랍고 약한 생선인지라 손으로 대가리를 뚝뚝 따내면 되니, 이렇게 멸치를 왼손에 올려

오른손으로 바로 대가리를 똑 끊어내면서 잡아 당기면 이 때 내장까지 함께 이렇게 쭉 빠져 나온답니다.
혹시라도 내장이 딸려 나오지 않으면 손가락으로 훑어 빼어내시면 되구요.
지저분해 보여도 생물 생선을 손질하는 모습이란게 다 이렇지요.
혹시라도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중간에 이렇게 내장정리하는 사진을 찍는데, 양손이 엉망인지라 겨우 찍었어요..

이렇게 내장손질을 모두 마친 생멸치예요.
이제 이 멸치들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주면 지저분한것들이 씻겨나가면서 다시 싱싱한 은빛깔의 멸치로 되돌아 오지요.

생멸치를 시장에서 사 오면 멸치가 들어있는 봉지속에 랩 조각인양 아주 얇은 비닐막같은것이 마구 엉켜있는데..
이것이 작은 생멸치의 몸에서 떨어지는 비늘조각들이예요.
싱싱한 생멸치일수록 이렇게 비늘이 많이 묻어나고 또 남은 비늘이 몸에 아직 붙어있으니...
생멸치손질 하실 때 멸치대가리와 내장 떼어내고난 후 물에 씻을 때에 과도를 손에 잡고 살살 멸치몸을 밀어주면 여분의 비늘이 쉽게 묻어 나옵니다.
생멸치는 아주 보들보들하고 약하니 손에 힘을 넣지 마시고 그냥 살살 긁어내는 느낌으로 제거해주시면 되어요.

저는 생멸치가 싱싱하게 시장에 많이 나와있을 때 좀 많이 사와서는 시간을 들여서 많은 양을 깨끗이 내장과 비늘까지 손질해 둔 다음 깨끗이 물에 씻어 물기를 빼 둡니다.
그리고는 300g씩 소분해서 크린백에 한봉지씩 담아서 몇봉지 만들어서는 바로 냉동실에 넣어 놓지요.
이렇게 해 놓으면 한번씩 생멸치찌개가 생각날 때 바로 꺼내어 작은 냄비에 자작하게 지져낼 수 있으니, 지금처럼 생멸치가 많이 잡혀서 싱싱하고 값이 쌀 때 좋아하시는 분들은 저희집처럼 몇봉지 이렇게 갈무리 해 놓으시면 아주 유용해요.

여기까지가 생멸치 사온 후 갈무리 손질 방법이예요.
자세히 보여드리고 싶어서 사진이나 글이 길어졌지만, 사실은 아주 간단하지요.
이제 이렇게 준비된 멸치로 멸치찌개 끓이기는 금방입니다.
냉동실에 이렇게 미리 갈무리해서 얼려 둔 멸치 한 봉지를 꺼냈어요.
300g 정도면 4인가족이 식탁에 올려놓고 먹기 좋은 사이즈의 전골냄비에 딱 맞을만한 적당한 양이랍니다.

이 생멸치찌개는 처음부터 온갖 재료를 다 냄비에 넣고 그대로 끓여서 먹기만 하면 되는 너무 간단한 찌개랍니다.
생멸치는 처음부터 찬물에 넣어 끓여도 멸치 특유의 감칠맛만 우러날 뿐, 비린내가 나지 않아요.
이렇게 분량의 물을 전골냄비같이 낮은 냄비에 부어서 준비하고, 여기에 된장을 풀어 줍니다.
집집마다 집된장 맛과 염도가 다 다르니 저희집에서 쓰는 된장량을 참고로 하셔서 입맛에 맞게 풀어서 쓰시면 됩니다.
된장맛은 마지막에 다 끓여낸 후에도 조절가능하니, 처음부터 짭짤하게 간 맞추기 보다는 약간 심심한 듯 맞추어 불에 올리는 것이 마지막 맛조절 하기에 편하겠지요.
저는 이 날 보통 멸치 지져먹는데에 잘 사용하는 이 스텐으로 된 샤브샤브 냄비에다 끓여 냈지요.

이렇게 된장을 풀어 된장국물을 만들어 준 후, 다진마늘도 분량만큼 넣어 줍니다.
맑은 국물의 마른멸치에서 우러나오는 그 국물맛과는 달리,이 생멸치찌개는 내장을 제거한 후에도 약간 쌉싸리한 맛이 베어나오지요.
다진마늘이 무조건 국물맛을 좋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데 여기에는 그런 이유로 약간의 다진마늘이 들어가줘야 생멸치 특유의 쌉쌀하게 우러나오는 국물맛이 더 좋아집니다.
1/3숟가락이면 충분하니 절대 더 많은 양을 넣지는 마시구요.
다진마늘 양이 많아져도 국물맛이 씁쓸하게 되지요.

이제 함께 지져내는 재료로 도마에다 양파와 고추를 올려서 썰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고추는 그때그때 냉장고 안에 있는 것으로 어떤것이든 편하게 꺼내 쓰시면 좋은데, 칼칼하게 매운 국물로 즐기시려면 청양고추 두어개 쯤 함께 썰어 넣어주시면 좋아요.
이날은 냉장고에 큼직한 오이맛고추가 많아서 오이맛고추 3개와 홍고추 1개 썰어서 넣었어요.
오이맛고추도 순한것도 있고 매운것도 있으니 매운맛과 순한맛을 가려 드신다면 끄트머리 한 조각 썰어보고 쓰시는게 좋아요.

양파는 건더기로 건져 먹을것이니 너무 얇지않게 채썰고, 고추는 세로로 등분해서 작게 총총 썰어내시면 됩니다.
여기에 추가로 주키니나 애호박 좀 썰어서 함께 넣어 끓여도 물론 좋겠지요.
시래기가 있었다면 함께 끓였을텐데...
당장 있는 재료만으로 만들다보니 이렇게만 넣게되어 조금 아쉽기도 했지요.

냄비에 나머지 고춧가루 등의 양념까지 모두 넣은 후 이렇게 한덩어리로 꽁꽁 얼어있는 멸치를 넣어줍니다.
앞서 손질해서 냉동할 때 충분히 물기를 뺀 후 한덩이로 냉동한 것인지라, 이대로 바로 준비된 된장국물에 넣어서 쓰면 되지요.

그리고 준비해 둔 양파와 고추 다진것도 넣어 주세요.
이제 이 냄비 그대로 불 위에 올려 끓여내기만 하면 됩니다.
글이 길어져서 그렇지 멸치만 준비되어 있으면 정말 이렇게 준비하기란 금새 후딱인지라 아무리 바쁜 아침이라도 바로 준비해서 끓여낼 수가 있어서 좋아요.
함께 넣어 끓이는 채소는 감자나 호박도 좋고 그저 그때그때 집에 있는 재료로 쓰면 되는데,...
시래기를 쓴다면 이렇게 된장 푼 물에 함께 넣어 푹 끓여주거나, 혹은 미리 된장에 조물조물 버무려 멸치와 함께 푹 끓여내서 먹어도 맛있구요.

이렇게 바글바글 끓어오르면 5분만 더 끓이고는 바로 불 끄시면 됩니다.
생멸치는 작고 부드러워서 금새 익는지라 불 위에 오래 올려둘 필요도 없지요.
다만 이렇게 냉동해 둔 생멸치를 꺼내 쓰는 경우라면, 얼어서 서로 엉겨있는 멸치가 모두 풀린 후에 바글바글 끓어오르면 조금 더 끓이다가 불을 꺼 주어야 하니 바로 생물멸치를 쓰는 것보다는 시간이 몇 분 더 걸린답니다.
그러니 미리 멸치가 좀 해동되도록 내어두었다 쓰면 시간이 빨라지겠지요.
미리 상추 깨끗이 씻어서 준비해 두었다가 이때쯤되면 쌈거리도 함께 준비해서 상 위에 올려 이 멸치찌개 곁들여 쌈 싸먹으면 또 얼마나 맛있는지..^^

원래 이 생멸치찌개는 납작한 양은냄비에 자작하게 바글바글 끓여내야 그 모양과 때깔이 제 맛이지요.
불 위에서 끓어오르면서 냄비 주위에 지저분하게 눌러붙어있는 모양마저도 식욕을 자극하는 참으로 소박한 음식입니다.
이 생멸치도 크기가 차이가 많은지라 많이 큰 것은 기다랗고 억센 속뼈를 통째로 한번에 발라내서 먹지만, 좀 작은 멸치는 뼈째로 꼭꼭 씹어 먹게 되는데...
입안이 연약한 어린아이가 아니라면 이렇게 통째로 뼈까지 꼭꼭 씹어서 먹는 것이 영양면에서도 맛에서도 더 좋겠지요.
진한 멸치맛이 그윽하게 우러나니 어른입맛에 더 맞는지라 아이들은 일반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만큼이나 좋아하지 않지만...
저 역시 어릴때에는 이런 맛을 일부러 찾지도 않았고 밥상위에서도 은근슬쩍 멀리 밀어놓고 하던 음식이었지만 이렇게 나이들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그 맛을 그리게 되고 찾게되니...
일부러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그냥 어릴적 엄마는 이런 음식을 상위에 올렸다는 그 기억 하나만 가지게 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훗날 이 아이들도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 멸치찌개 끓이는 냄새와 입안의 옛 맛을 찾게될 때가 올테니까요...^^
바글바글 끓으면서 된장국물이 냄비 안쪽벽에 이리저리 튀어가며 익혀진 이런 냄비가 식탁에 오르면 왠지 더욱 더 숟가락이 자주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구수하게 지져낸 촌맛의 생멸치찌개 냄비가 있는 식사풍경은 언제 보아도 참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집니다.

고봉밥에 배 두드려가며 이 구수한 된장멸치찌개를 지져먹고 난 후...
차 한잔과 더불어 입가심을 달달한 것으로 하고싶어 집니다.
마침 얼마전에 선물받은 병아리만쥬 한 상자가 있어서 입가심용으로 개봉해 봅니다...^^

이 귀여운 병아리녀석을 어찌 입에 넣을까...하고 생각하지만..
포장을 뜯어내면 바로 향긋하게 단내가 솔솔 풍겨 올라오는데...
바로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하지요.

하얀 앙금속에 계피향이 그윽한 이런 단맛의 디저트 한 가지가 식후 포만감을 더 행복하게 충족시켜 주네요.
앞서 먹었던 찌개는 사실 멸치 특유의 비릿한 식감이 식욕을 자극 해 주었지만...
차와 함께 먹는 이런 달콤한 디저트 한가지가 입안에 남아있는 그 맛의 기억을 말끔하게 정리해주니..참 좋아요.
구수하게 멸치 지져드시고 이런 달달한 입가심꺼리도 함께 즐기시면 좋을꺼 같아요.
멸치가 싱싱하게 가장 물이 잘 올라있는 딱 이맘 때쯤...
투박한 옛 찌개맛을 좋아하신다면 맛있는 별미찌개로 생멸치도 한번 된장과 이렇게 지져서도 한번 드셔보세요.
된장과 함께 바글바글 끓여내는 제철 멸치가 주는 건강한 느낌이 참 좋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