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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베일리스 온더락스와 잡생각 하나

| 조회수 : 3,181 | 추천수 : 17
작성일 : 2004-08-25 04:16:09

제가 아주 싸랑하는 알딸딸 음료라지요. ^^

**얼음채운 잔에 Baileys 더블샷(60ml) 붓고 우유를 좀(30ml) 넣었답니다.

아흐, 기분 아삼삼해지고...

=============================================================================================

십여년전,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목소리가 안나온적이 있었습죠.
한번도 그리 심하게 목이 잠겨본적이 없는데 목감기가 갑자기 끔찍시럽게 찾아왔던겁니다.

가슴이 철렁.
그 나흘뒤엔 연극 공연이 예정돼 있었죠.
제가 주연을 맡은터라(우쭐!) 한시간 반동안 거의 내리 등장하며 대사를 해야하는 상황이었기에
정말 그때의 황망함과 절망감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사와요.

정신을 차릴새도없이 무작정 집앞 상가로 뛰어나갔습니다.
평소 병원과 안친한 저로선 그 상가에 어떤 종류의 병원들이 있는지도 몰랐습죠.
둘러보니 치과, 피부과, 소아과.

대략 난감...일 겨를도 없이,
차타고 어딜 찾아갈 정신도 없이 걍 그 셋중에 골라 들어갔죠.
병원이라면 치를 떠는 스물 넘긴 처자였으나 그 절박한 상황에선 무서움도 부끄럼도 없더이다.
다행히 기다리고 있는 환자도 없고, 간호사들도 저보고 웃지는 않더만요.
바로 의사를 만났죠.

근데 의사를 만나니...제 절박한 상황에 갑자기 어찌나 북받혀 오르든지...
저절로 그림 안좋게 매달리게 되더군요.
제발 나흘안에 목소리를 찾아달라며 애걸복걸...
그게 불가능한 일이란걸 스스로도 절감했기에 더 처참한 심정으로 울며불며 호소를 했던거겠죠.

의사와 간호사들에겐 참 황당한 상황이었을테죠.
목감기 걸렸다고 의사 붙들고 그렇게 애원하는 환자... - -;;;

뭐 빤한...안정을 요한다는 성에 안차는 말만 듣고,
주사 한대 맞아야하니 의사가 침대에 가서 누우라더군요.
누워? 어딜 누워?
손바닥만한 진료실에서 두리번두리번...침대가 어딨나...
가만보니 귀퉁이에 높이가 제 가슴께에 오는 큼직한 사과궤짝 비스무리한게 있더이다.
잠시 당황하다...누우래니 누울라고 그 높은델 어기적어기적...
왼다리 올려봤다...오른다릴 올려봤다...

결국 뭐라 말도없이 그저 지켜보고만있는 의사와 간호사앞에서 주섬주섬 바지춤을 내리고
걍 엉성하게 그 침대에 철푸덕 엎드려서는 주사를 맞았습죠.
그 상황에서도 제 꼴상이 잠시 한심하더만요.

그렇게 나흘을 다니며 주사를 맞았지만 목소리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저때문에 같이 공연하는 배우, 스텝들은 말도못하게 애간장을 졸이고...
그렇게 막은 오르고...
다들 공연중에 제 목소리가 멈추는 상상으로 괴로워하고...

근데 그 거슬리는 목소리를 내내 참고 들었어야했을 관객들을 걱정했던것과는달리
맡은역이 십대소션이다보니 뜻밖에도 걍 변성기 지나나부다...뭐 일케 생각했었다는군요.
그렇게 쉽게...

암튼 그렇게 그럭저럭 3회의 공연을 마쳤던적이 있었십니다.
그래서 두고두고 아쉬움이 큰.

지금 생각하면야 이비인후과를 찾아갔으면 좀 나았을까...싶기도하고.
뭐 거길 갔던들 결과는 마찬가지였겠지...싶기도하고.
목관리에 소홀했던 자책이 되기도하고...
그때 소아과 다니면서 주사 맞을때마다 참 거시기하게 웃겼다...생각도 들구.

근데 그때의 일이 떠오를때마다 어김없이 찾아드는 생뚱맞은 생각이 있는거야요.

제 친구의 동기중에 파스를 만병통치약처럼 활용하는 사람이 있었지요.
배가 아프면 배에 파스를 붙이고.
머리가 아프면 머리에 파스를 붙이고.
공부가 안될때도 머리에 조그맣게 파스를 오려 붙이면 정신이 확~나면서 효과가 좋다고.

그때 제가 목에다 파스를 붙여봤으면 어땠을까요? ㅋㅋㅋ
예전엔 어이없게 웃고 말았던 일이 나이가 들수록 왜 점점 혹하는 심정이 되는지...

멀쩡한 정신으로야 따라하기 힘들잖습니꺄.
그렇게 절박한 상황이었을때 미친척하고 함 따라해보는건데...하는 생각에 자꾸 매달리네요.

지금 약국을 하고 있다는 그 사람은 혹시 찾아오는 환자에게 두통약으로 파스를 내밀고 있을까요? ^^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똥그리
    '04.8.25 5:08 AM

    우하하하하하하~~~ 밴댕이님 목에 파스... ㅋㅋㅋ. 너무 웃겨요~~~
    그나저나 와~ 밴댕이님 연극하셨었나봐요~ 지금도??? 와 멋지네요~ ^^
    전 연극하라면 자꾸 웃음이 나와서 절대루 못할꺼에요. 사진관에서 사진 찍으면서도 혼자 미친듯이 웃거든요... 왠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자꾸 웃음이 나와서리~ ^^

    그때 사춘기 소년 역할을 맡으신게 느무느무 다행이네요~ 제가 그걸 보러갔었어야 했는데~ ^^

  • 2. Ellie
    '04.8.25 5:40 AM

    머리에 파스.. 꼭! 해봐야 겠어요.. ^^

  • 3. 나나
    '04.8.25 7:17 AM

    이마 부분에 산발적으로 두통이 있을 때 파스를 부친다면,,
    대략 실수로 눈썹을 날려 먹을 수도,,ㅋㅋㅋㅋㅋ

  • 4. 김혜경
    '04.8.25 7:39 AM

    하하하...
    저 십몇년전 홍콩 갔을 때, 같이 갔던 사람이 호랑이연고를 사라고 권하면서...
    머리아프면 머리에 바르고, 배아프면 배에 바르라고..하하 파스랑 좀 비슷하죠, 멘톨향도 나고...옛날 생각 하면 한번 웃어봤습니다.

  • 5. 껍데기
    '04.8.25 9:17 AM

    ㅋㅋㅋ....
    집집마다 만병통치약이 하나씩있군요. ㅋㅋ
    저희집은 [안티프라민]이었슴당.
    중딩때 셤공부하다 졸려서 눈꺼플에 바르고 죽다가 살아난 이후로는 끊었지만...
    파스?.... 한번 해봐야겠네요.ㅎㅎ

  • 6. 홍이
    '04.8.25 9:23 AM

    우리동네 아주머니 한분은 머리아프다고 실제로 머리에 파스붙이고 다니십니다 ㅎㅎㅎㅎ

  • 7. Ginagio
    '04.8.25 9:25 AM

    Baileys...정말 좋아하는 술인데..오랫동안 잊고 있었네요..마시고 싶당~~..^^*

  • 8. 치즈
    '04.8.25 9:50 AM

    기침하는데 파스를 가슴에 부치라는 말도 들어봤어요...

    그리고 선생님~~
    저도 호랭이똥(연고를 저는 똥이라고) 애용하는데유~.ㅎㅎㅎ

  • 9. 키세스
    '04.8.25 10:06 AM

    하하하하 넘 웃기는 밴댕이님 글 읽고 리플에 웃고... ㅋㅋㅋㅋㅋ
    안티푸라민 눈꺼풀에 바르고 죽다가 살아난 이후루는 끓었지만... 껍데기님 ^0^

    딸래미 다니는 소아과 선생님 좋다고 꼭 그 병원만 가는 우리 신랑도 있어요.
    솔직히 딸래미보다 두배는 더 열심히 다니는 것 같네요.
    얼마 전에는 감기 걸렸다고 소아과 가서 링거 맞고 왔어요. ㅋㅋㅋ 그 덩치에... ^0^

  • 10. 아라레
    '04.8.25 10:18 AM

    진짜로 드라마 같은 그런 일이 인생에 있었군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쭈욱 써내려 간다면 아마 <유리가면>의 마야 같지 않을런지...
    참.. 그대는 아유미지...

  • 11. 쵸콜릿
    '04.8.25 10:28 AM

    ㅎㅎㅎ

  • 12. 봄나물
    '04.8.25 10:44 AM

    생리통에는 파스가 정말 효험이 있어요
    배꼽밑으로 조그맣게 오려 붙혀주면 배가 따땃~ 해지니 한결 좋답니다.
    이때 파스는 쿨파스 말고 열파스여야 겠지요~
    진짜 효험있답니다 ^^

  • 13. 수국
    '04.8.25 10:59 AM

    밴댕이님 연극배우세요??

    ㅋㅋ 저 대학2학년때 교양으로 연극수업을 들었는데(그래~~ 연극보고 감상문정도겠지~~) 허나!!
    왠일예요~~
    교수님께서 첫시간에 조를 만들어서 대본이랑 무대랑 전부다 준비해서 연출까지해서 중간평가로 하신다고하지뭐예요 ㅠㅠ
    와~~~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땀이 삐질삐질~~
    어찌어찌해서 끝내구 저희조가 스타트조여서~~ ㅋㅋㅋ
    점수는 내용에 비해서 후하게 받았답니다^^

  • 14. 밴댕이
    '04.8.25 1:09 PM

    졸지에 제가 그럴싸한 연극배우로 둔갑. ㅋㅋㅋ
    에잉 설마...
    언젠가 다시 하겠다는 거의 허무맹랑한 꿈이 남아있긴하지요, 똥그리님 수국님.

    댓글들을 보니 그때 파스를 못붙혀본 후회가 더더욱 강해지는군여.
    안티푸라민도 있구, 호랭이연고도 있었건만...
    빨간약이 최고였던 시절도 있었는디...

    그나저나 저 아라레님의 얌전한 댓글은 뭔소린가용?
    유리가면...마야...아유미...접수되는게 하나두 없당께요. ㅠㅠ
    아유미가 무쟈게 이쁜 아면 저 맞구요. ^^

  • 15. orange
    '04.8.25 8:45 PM

    ㅋㅋㅋ 저는 시험 전날 하도 졸려하니까
    엄마가 눈꺼풀에 호랑이 연고를 발라주셨다지요.....
    그 담부턴 누가 호랑이 연고 보기만 하면 찌릿 째려봅니다...
    안 당해보신 분은 모르셔요... 흑...
    허긴 얼마나 속에서 불이 나셨으면..... ㅋㅋ

    생리통에 발라볼까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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