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귀찮은 저녁 혼자 먹기
사라 |
조회수 : 3,152 |
추천수 : 4
작성일 : 2004-02-28 11:49:01
집에 오니 8시가 넘었는데 남편은 늦는다는 연락.
굶을 수는 없고, 이 시간에 그것도 혼자 뭐 해먹기도 귀찮고..
에라, 남편도 없는데 대충 한 끼 때워 먹자..
뭐 먹을만한게 없어서 난감.. 난감.. 난감...
그러다가, 에라~ 내 입은 뭐 입이 아니고 주둥이냐.. 싶어서,
혼자라도 밥 해 먹자고 팔 걷고 나섰습니다.
늘 하던대로 전기밥솥에 밥하려다가,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돌솥을 꺼내서 쌀 씻어서 앉혀 놓았습니다.
보글보글 금방 끓으면서 밥내가 화악 나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신 김장김치를 꺼내서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둥근 프라이팬을 달궈 기름을 후욱 두르고 볶기 시작.
* 볶음밥용으로는 좀 잘게 썰어 물기 없이 달달 볶는게 좋구요.
덥밥을 하려면 약간은 큼직하게 썰어서 국물도 적당히 남기고 걸쭉하게 볶아야 합니다.
* 신김치의 군내를 없애기 위해 설탕 반 숫갈과 물엿 반 숫갈을 넣구요.
조금 매콤해야 맛있으므로 고춧가루 한 숫갈도 퍼억 넣습니다.
잘 볶아졌을 때, 냉장고에 넣은지 오래되어 딱딱해진 멸치조림을 넣어주고,
냉장고 청소 + 균형잡힌 영양 + 적당한 씹는 느낌을 동시에 만족시켰다는 뿌듯함에
잠시 스스로 기특해 하는 동안 김치볶음 완성.
참기름과 고추기름 약간을 둘러서 향긋함과 매콤함을 동시에 얻구요.
* 고춧가루를 넣어도, 고추기름을 넣어주면 칼칼한 뒷맛이 더 좋아요.
통깨를 뿌려 버무려서 마무리.
후라이팬에 달걀 하나 톡 깨서 부쳐주고,
동그란 면이 살아 있도록 조심하다가, 불 끄기 직전 휘익 뒤집어주면
뒤에 살짝 막이 생겨서 잘 터지지 않으면서, 밥 위에 비비면 안은 살아있게 됩니당.
그 동안 밥이 다 되었습니다.
갓 한 밥의 냄새에 한 번 죽어주고, 그 찰찰 윤이나는 빛에 두 번 죽어주고,
아무 반찬 없어도 꿀떡 넘어가는 그 밥맛에 세 번 우선 죽습니다.
도리아 그릇을 꺼내어 밥을 담고, 김치볶음을 얹고, 마지막에 계란 후라이로 마무리.
크흐흐~ 따뜻한 기운과, 칼칼한 매운 맛과, 고소한 계란 맛이
입안에서 슬슬 녹아버립니다.
* 재료는 허접해도 그릇은 예쁜데 담아야 합니다.
특히 혼자 먹을 때는, 후라이팬이나 냄비째로 먹음 더 허전하거든요. ^^
후딱 해치우고, 돌솥에 살짝 눌어있는 누릉지를 불려서
입가심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간단하게 혼자서 너무도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밤에 들어온 남편, 뭐 이리 고소한 냄새가 나??
삼겹살로 푸지게 저녁 먹고 들어왔으면서도 밥 냄새가 또 땡겼나 봅니다.
줄까 말까 생색 엄청 내면서 남겨 놓았던 밥에 김치볶음 얹어서 줬더니,
굶고 온 사람마냥 신나게 뚝딱 먹어치우는군요. ^^;;;
p.s)
이보다 더 키친토크의 질을 저하시킬 순 없죠?
고작 밥에 김치볶음에 계란후라이라뉘~ ㅎㅎ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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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아라레
'04.2.28 11:58 AM정말 입맛 확 살리는 요린데요. 혼자서 뭐 해먹기 귀찮을 때
그렇게라도 요리하신다는게 부지런하십니다. ^^ 전 우유한잔, 아님 그냥 잡니다...2. 사라
'04.2.28 12:00 PM저도 주로 그래요. ^^
그런데 배가 고프면 어쩔 수가 없어요. ㅜㅜ3. 우렁각시
'04.2.28 12:07 PM하이고..사라님.
이런게 바루 제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다시 한번 "키친토크 질저하~"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시면 맴매~~~~~4. 카페라떼
'04.2.28 12:28 PM저는 혼자먹기 귀찮으면 그냥 굶을때도 많은데...
김치 볶은건 언제 먹어도 맛있지요..
입에 침이 고이네요...5. 손님
'04.2.29 8:17 PM읽으면서 제가 먹은 것처럼 뿌듯하네요.
주부 혼자서라도 잘 먹어야 좋은 거죠.
그리고 실제로 집에선 이런 걸 더 많이 먹고 살잖아요.
서로 먹는 음식 이렇게 올려주셔도 참 재밌는 거 같아요.6. 새댁
'04.3.3 5:46 PM근데 돌솥은 어디가서사야하나요? 갑자기 돌솥이 사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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