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에 다이어트라는 명목으로 생청국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수제청국장을 사먹거나, 시골에서 보내온 것만을 먹던 제가 처음으로 청국장을 만들게 된 거죠.
만들기에 도전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수차례의 시도에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서, 이제는 마음놓고 청국장을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몇년동안 어려워보여 망설였던것이 무색하게, 만들기는 쉽고 재미있었습니다.
요구르트제조기로는 제대로된 청국장 맛을 낼 수 없는 것은 물론 발효도 잘 안된다는 말때문에 처음 시작이 망설
여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만들기 시작하자 그 맛과 효과에 반해서 계속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만든 게 가장 맛있다고 자화자찬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ㅡ.ㅡ;;
전에는 청국장이 이렇게 달고 고소하고 감칠맛나는 것인지 미처 몰랐거든요.
덕분에 매일 생청국장샐러드를 먹는데도 질리지가 않네요.
만든것 중 일부는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며 평을 부탁했습니다.
그래봐야 친구나 선배언니 등 냄새가 싫어서 잘 안먹다는 사람들이래서 평가가 걱정되었었는데 의외로 청국장이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는 건줄 몰랐다며 좋아해주었습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공짜라서 립서비스일 가능성일 수도 있겠지요 ^^;;)
저는 시도하기 전에 장기간의 사전조사 -일명 눈팅-기간을 거치며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랬음에도 막상 처음 시도할때는 익숙치 않아 서툴고 허둥댔기 때문에 청국장을 처음 만드시거나 요구르트발효기로 만들어서 실패하신 분들을 위하여 가능한 꼼꼼하게 적었습니다.
요구르트제조기가 있는 분들을 위한 이 글의 주제는 '청국장, 이렇게만 따라하면 성공한다' 뭐 그런겁니다. ^^
이미 잘 만드시는 분들이 보면 '뭐 이런것까지...'라며 유치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
글이 길고 재미없어서 끝까지 읽기 힘들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모두 숙지하신 후 만들어 본다면 쉽고 간단하게
청국장만들기에 성공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요구르트제조기를 이용한 청국장만들기>
*** 준비물 ***
- 요구르트제조기
- 깨끗한 면1장 - 청국장채반에 넣어 콩을 감싸 줄 용도임. 세척해 삶아 둔 광목이나 소창 강추.
사진은 접어둔 것이고 본래크기는 사진의 네배정도임.(사진으로 크기참고)
- 소독용에탄올(약국에서 구입)
- 에탄올 전용으로 쓸 새 분무기(알콜이 증발하기 때문에 분사구에 마개가 달린것으로 준비 )
- 발효기를 덮어줄 따뜻한 목도리 또는 담요(겨울에 필요)
- 메주콩 400g (설명서상의 콩량은 300g임. 그러나 500~600g씩해도 잘된다고 올라온 자료들이 많았슴. 나도
다음엔 500g에 도전해볼 예정. 묵은 콩도 발효 잘됨)
***만드는 과정***
1) 깨끗이 골라낸 콩을 잘 씻어서 콩량의 네배정도의 물을 붓고 찬물에 불린다.
[Tip] 1.콩 불리는 시간 : 봄,가을-8시간, 여름-6시간, 겨울-12시간
2. 불리거나 삶을때 쓰는 물은 가능하면 정수된 물이나 생수을 사용하면 발효가 더 잘된다.
2) 불려둔 콩을 건져내어 찜기에 넣고 센불로 40분, 중간정도의 불로 40분 익힌 후 3~5시간 정도 콩의 색이
짙은 갈색(붉은색?)으로 변할때까지 가장 약한불로 뜸을 들인다. (총 4시간~6시간 소요)
=> 본인의 콩삶기 노하우가 있는 사람은 각자의 방법대로 알아서 익힌다.
나는 삶아서 했던 것보다 찜솥에 쪄서 만든 청국장의 고소함과 맛이 너무나 월등해서 처음 두번을 빼고는
모두 쪄서 만들었다. 또, 삶는 법보다 찌는 방법이 콩의 영양소의 손실이 적다고 한다.
콩의 색깔이 어느순간 짙은 갈색(붉은색)으로 변해가는 때가 오는데 이 시기가 올때까지 삶으면 된다.
찜솥 뚜껑이 유리라 눈으로 보아가며 확인할수 있어서 편했다.
또, 아무리 펄펄 끓여도 삶을 때와는 달리 절대 넘치는 일 없어서 찜솥사용이 편했다.
[주의] 찜솥이 아닌 삼발이로 찌는 것이라면 들어가는 물의 양이 작으니 솥을 태우는 일이 없도록 조심할것.
중간중간 솥을 들어 흔들어보아 물이 남아있는지 확인해보고 찰랑거리는 느낌이 없다면 위험하니 얼른
끓는 물을 보충한다. 콩을 익히는 동안 될수있으면 뚜껑은 열지 않는다.
3) 2의 콩이 익는 동안 발효기를 세척,소독한다.
발효기내부, 뚜껑(분리된다), 청국장용채반을 주방세제를 이용해 씻어서 깨끗히 헹궈둔다.
깨끗한 행주를 사용하거나 자연건조 등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주의] 세척시 발효기 본체 내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할 것.
4) 에탄올로 소독작업을 한다.
=> 이 작업을 소홀히 하면 남아있는 잡균으로 인해 실이 적게 생길뿐 아니라, 콩의 냄새도 안좋을 수 있다.
깨끗한 분무기에 소독용에탄올을 넣어 발효기내부, 채반앞뒤, 뚜껑 안쪽에 에탄올을 흠뻑 적셔지도록 뿌린다.
이것은 세제세척으로도 미처 제거하지 못했던 청국장균의 발효를 막는 잡균들을 모두 제거해서 발효를 잘되게
하는 것이라고 하니 빼먹지 말고 꼼꼼히 분사해줄 것.
이제 1시간 정도면 에탄올은 모두 저절로 증발할 것이니 건조대에 잘 세워두자.
5) 2의 콩이 뜸들고 있고, 4의 기구가 잘 말라가고 있다면 이제 콩을 감싸줄 천을 소독해야 할 차례다.
나는 가장 얇은 광목천을 사용했으나 소창도 면이니 가능할것 같다.
발효기보다 약간 더 넒게 잘라 세탁해 둔 천을 끓는 물에 5분이상 끓여서 그냥 그대로 둔다.
6) 콩이 거의 다 익었다 생각되면 콩을 꺼내기 직전에 맞추어 셋팅할 준비를 한다.
발효기는 진동이 없을 곳에 자리를 잘 잡아두고 뚜껑과 채반을 조립해둔다.
채반위에 5의 천을 건져 물기를 짜서 잘 펼쳐둔다.
마른 천을 사용하는 것보다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 청국장콩이 훨씬 덜 마르니 꼭 물기만 짜서 사용할것.
7) 이제 콩이 다 삶아졌다면 불을 끄고 시간을 확인한다.
찜솥에서 꺼낸 콩은 8분~10분정도 주걱으로 부드럽게 위아래로 뒤섞거나 채반을 까불러가며 콩마다 공기를
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은 공기중의 바실러스균을 콩에 골고루 달라붙게 하는 역할을 하는것이다.
따라서 이 과정을 잘해주면 짚이나 추가적인 균의 주입이 없어도 청국장이 잘된다.
나는 짚,청국균 둘 중 어느것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발효가 잘 되었다.
콩이 43도 이하로 식었다 싶으면 발효기의 채반에 붓는다.(너무 뜨거워도 균이 죽는다고 한다)
두께가 "균일" 하도록 정지작업을 잘해야 한다.
어느 한곳만 두툼해지지 않도록 채반에 콩을 골고루 분배한다.
천의 네 귀퉁이를 모아 살포시 겹쳐서 보이는 콩이 없게 덮어준다.
이렇게 해두어야 뚜껑에 맺히는 물방울이 콩에 직접 떨어지지 않는다.
물이 닿으면 그자리는 균이 안생긴다고 함.
뚜껑을 덮고 울목도리로 제조기를 위아래로 돌돌 말아 두세겹 감싸주었다.
그리고 전원을 켜고, 청국장코스를 꾹 눌러둘것(계기판에 '24'라고 표시될 것이다)
[Tip] 1. 7의 과정 중 채반에 콩을 부은 후 기존에 만들어두었던 생청국장을 두세큰술 골고루 섞어 주면 발효시
간도 단축되고, 실과 진액의 양도 훨씬 많이 나오게 된다.
냉동실에 두었던 것이라면 하루전에 필요한 만큼 냉장실에 넣어 자연해동 시켜두거나 실온에 여러시간
전에 꺼내두었다 사용한다. (생청국장 :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알청국장 상태 그대로의 것)
2. 온도유지를 위해 발효기 본체를 위에서 아래부분까지 꼼꼼하게 담요 등으로 감싸준다.
내부에 온도계를 넣어두고 온도변화를 관찰했다. 비록, 기계자체에 열센서가 있어 온도를 유지시키기는
하지만, 측정결과 장시간에 걸쳐 약 3~4도의 차이를 보이며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최고온도에서
가열이 멎고,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가열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담요등으로 보온을 해주게되면 이 온도
차이가 일어나는 기간이 훨씬 길어지게 되어, 바실러스균이 편안하게 더 잘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된다고 생각한다. 겨울철에 특히 중요!
3. 메모지에 시작시간과 날짜를 기입해서 발효기에 붙여두면 정확히 몇시간이나 발효시켰는지 알 수 있다.
깜빡 잊고 안적어두어 헷갈린 적 있슴.^^;;
8) 24~48시간정도 한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발효시킨다.
최신형은 48시간까지 설정이 가능하다지만, 내 것은 구형이라 24시간이 한계이다. 구형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24시간 시간이 지나기 전에 버튼을 꾹꾹눌러 시간을 더 늘려놓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Tip] 발효가 잘되려면 발효 중에 충격(움직임,진동 등)이 없고, 온도(40~43도씨)와 습도(80%)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상태를 보겠다고 뚜껑을 열어버리면 습도가 확 낮아져서 콩이 말라버린다.
또한, 찬공기의 유입으로 급격한 온도저하가 발생하여 잡균이 생겨 바실러스균이 잘 자라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발효가 끝날때까지는 절대 뚜껑을 열지말것.
9) 청국장을 꺼내어 냉장고에서 24시간 숙성 후 일주일 이내 먹을것은 냉장실에, 그 이상 남는것은 냉동실에 보관
한다. 가염이나 양념법 등은 본인의 식성에 맞추어 사용하고, 키톡에도 여러 자료가 올라와 있으니 참고하면 됨.
10) 기타생각
발효시간에 따른 콩의 수분함유량과 균의 생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을때 30시간~36시간 발효시키는 것이 콩의
건조정도, 냄새면에서 추천할만 하다.
발효시간별 상태는 아래와 같다. 중간에 열어서 확인한게 아니라, 매번 시간차를 두고 달리 만들어 본 결과임.
24시간 : 하얗게 서리가 골고루 잘 내렸고 실도 잘 생기지만 청국장의 점성이 가벼운 편이다.
실이 잘 생기긴 하는데 잘 끊긴다.
콩이 수분은 충분하면서 청국장 뜨는 냄새가 은은하다.
30시간 : 콩의 수분함유량도 괜찮고, 점성이 강해졌다.
36시간 : 콩이 살짝 마른 느낌이지만, 아직까진 괜찮음.
48시간 : 콩이 더 말랐으나 거미줄같은 실이 무지무지 잘 생겼다. 점성 무척 강함.
청국장냄새가 많이 난다.
60시간 : 콩이 많이 말라 식감이 쫄깃쫄깃 하지만, 균이 정말 많이 생겼다.
진액과 실의 점성은 정말 강하다 못해 질기다.
한번 절구를 찧으면 본드를 붙인듯 달라붙어 떼기가 엄청 힘들었다.
한번 찧고 떼느라 헥헥대고, 한번 찧고 되풀이하고 이렇게 절구질 몇번 하다가 팔이 너무아파 포기.
결국 그대로 먹었다.
절구를 떼어내면 거미줄정도가 아닌 피자치즈처럼 늘어지는 진액들이 무시무시 했슴.
많이 마른편이었지만 생청국장샐러드로 먹으니 가장 달고 고소했다.
단, 냄새는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청국장처럼 심했다. ㅡ.ㅡ;;
쪄낸 콩이 맛있으니 발효시간과 관계없이(즉, 콩이 마르더라도) 청국장은 더 맛있게 되었다.
다만, 청국장의 맛(수분함유도, 냄새)과 영양학적인 면에서 균형을 잡아보자면 30~36시간이 가장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청국장만들기를 처음 해보는 경우라면 정석대로 24시간짜리 발효부터 해본 후 차차 본인의 기호에 맞는
시간을 찾아보기 바란다.
요구르트제조기로 청국장 만들기 중 또 마음에 드는 것 하나.
집에서 청국장 띄우는 냄새를 전혀 맡을 수 없었다.
발효를 끝내고 열기 전에는 냄새가 어떤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는 거다
첫번째 찐콩발효시 뚜껑을 열자마자 확 올라오는 구수하고 진한 청국장 냄새에 깜짝 놀랐었으니까.
삶은 콩으로 만들었을때는 냄새가 약해서 요구르트제조기로 만든 청국장은 다 그런가보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찐콩을 사용하고 같은 시간 발효시켰을 경우에는 몇배는 진한 구수한 내음이 난다.
삶아서 하는 경우엔 냄새가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삶은 콩보다는 찐콩의 발효정도와 맛이 훨씬 좋았지만, 삶아서 해도 평균적인 맛은 나며(사먹는거나 비슷) 진액과 실도 잘 생기니 냄새를 싫어하는 경우엔 삶아서 하는것도 괜찮다.
찐 콩의 경우 위,아래, 중간 할것없이 바실러스균이 골고루 두터운 서리처럼 하얗게 생겼지만, 삶은 콩은 중간에는 서리가 별로 없었고 전체적으로 얇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