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잘하면 다른 모든 건 다 용서가 되는 나라인 듯한 느낌...
게다가 얼굴마저 예쁘니 그 어떤 "저지레"를 해도 다 용서받는 언냐가 있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무척 심란하던 차에, 다음 아고라에 누가 예쁜 남매 사진을 올리셨는데, 그 가장 아랫쪽에 써있던 말이 인상적이라 여기에 옮겨 봅니다.
바닷물속에 녹아있는 2.8%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않게 한다고합니다.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2.8%면 충분합니다. 이세상을 아름답게할 2.8%... 우리들의 몫입니다.
2.8 퍼센트만 있으면 되는데, 우리는 49퍼센트나 되잖아요?
모두들 힘 냅시다!
반듯하게 살고파서 반듯한 깍두기를 담아봤슴다, 행님!
(여담이지만, 산토끼 행님 너무 귀여우시지요? 옥이이모 할 때 선생님 역할도 잘 하셨지만, 그보다 더 젊었을 적에 "이거이 서양떡이지 에이요" 하던 요리 드라마에 숙수로 출연하셨던 것이 기억나요.
암튼, 어떡하면 조금이라도 떳떳하게 게으름을 부릴수 있을까를 항상 연구하는 소년공원은 무 껍데기를 깎지 않고, 솔로 박박 씻기로 했습니다.
사과도 껍데기에 영양분이 많다잖어?
그리고 빨간 양념이 묻으면 이런 흠집도 안보이게 될거야!
ㅎㅎㅎ

여름인데도 무가 어찌나 단단하던지 고작 세 개를 썰었을 뿐인데 손가락이 마비될 정도로 얼얼했어요.
(호~ 해주째여~~~ <-- 무로 한 대 쳐주고싶죠? ㅋㅋㅋ)
반듯한 무에 바닷물에 2.8퍼센트 들어있다는 그것을 뿌려주고 기다리는 동안에 양념을 만들었습니다.

찹쌀풀을 쑤어서 식힌 다음에 색깔 고운 고춧가루를 넣어서 불렸어요.
녹말 성분이 발효하는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서 김치가 맛있게 익는다는 말을 꿈에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말고요...
^__^

그리고 다른 양념은 이렇게 준비했어요.
마늘과 양파는 차퍼에 갈아서 준비했지만 생강은 이렇게 페이스트로 된 걸 사서 썼어요.
경험으로 배운 바, 모든 재료는 가장 자연적인 상태의 것을 구입해서 (예를 들면 통마늘>깐마늘>마늘 페이스트) 요리를 하는 것이 가장 음식의 맛을 좋게 하더군요. 그래서 정 바쁠 때는 할 수 없지만, 가능하면 날 재료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생강은 한 쪽씩 사다 놓으면 결국 10분의 1 정도만 소비하고 나머지는 말라 비틀어지거나 곰팡이가 생겨서 버리게 되더군요. 그래서 생강은 살짝 치팅을 했습니다.

아참, 깍두기에 새우젓도 좀 넣어줘야 맛이 좋더군요.
차퍼를 다 씻은 뒤에 새우젓이 생각나서 갈지 않고 그냥 새우 본연의 모습이 보이는 채로 넣어서 섞었습니다.
이것도 꿈결에 어디선가 들은 듯 한데...
김장 김치처럼 오래 두고 먹을 김치 양념에는 양파를 넣으면 좋지 않다고 해요.
하지만 금방 먹을 김치나 깍두기에는 양파를 넣으면 김치국물이 시원하고 상큼하다더군요.

잘 절여진 무를 소쿠리에 건져서 물기를 잘 빼고, 위의 고춧가루와 찹쌀풀의 혼합물과, 나머지 양념을 넣고 잘 버무려 줍니다.

깍두기의 새콤한 맛을 빨리 보고 싶다면 냉장고에 넣지 말고 하루쯤 상온에 두면 된대요.
하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쳤다가 팍 시어버리면 곤란하니까, 저는 모험 대신에 안전을 택했습니다.
큰 김치통에 담아서 통째 냉장고에 넣었죠.
그리고 작은 반찬통에 조금 덜어서 상온에 두었어요. 그렇게 하면 조금씩 잘 익은 깍두기를 오래도록 먹을 수 있으니까요.
(참, 냉장실에 사흘간 두었더니 새콤하지는 않아도 발효가 잘 된 듯 하여, 그 다음엔 김치 냉장고로 옮겨두었어요.)
김치를 버무릴 즈음부터는 아이들이 방해를 해서 사진이 없사와요.
그냥 식당이나 반찬가게에서 흔히 보는 깍두기의 모습을 상상해 주시길...
깍두기 완성본이 없는 죄를, 홈메이드 카푸치노 사진으로 사함받고저 하나이다.

아멘....
2.8 퍼센트의 힘, 잊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