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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늙은 호박 쪼가리에 옛 생각 한 토막

| 조회수 : 3,620 | 추천수 : 21
작성일 : 2006-04-22 11:44:19
결혼 전 직장생활하면서.
그 큰 회사에서 기이한 인연으로  직속 상관이 이모부 대학은사의 아드님이셨다.
친동생 처럼 얼마나 이뻐해 주셨는지.
나중에 선배의 사촌동생과 연결하려 했지만 잘 안되었다,ㅋㅋㅋ
그 선배께서 나와 다른 여성 후배들에게 결혼하면 정말로 가게 안 되는 곳을 가보아야 한다고 했었다.
그 중에 한 곳이 고급요정.
한 번 갔었는데 거기에서 에피타이저로  '늙은 호박전'이 나왔었다.
얇게 부쳤던것 같은데 상다리가 부러질 지경인데 그때는 그것이 눈에 들어올리가!

지금은 호박만 보면 잘 먹지도 않으면서 그 때가 생각나고
다른 부서와 트러블이 나면 눈에 불을 켜고 자기팀을 보호하던 그 선배가 생각난다.
결국 자신이 그리던 최고의 자리까지 갔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는데.
지금 그 선배는 아마 예순을 바라보는  할아버지겠지.

어디서 호박 한덩이를 여럿이서 나누어 가졌다.
나는 생각이 없었는데 호박전을 잘 먹는 아이들이 생각나서 손바닥 만한것 한 토막 얻어다 놓고
차일피일이었다.

일거리 잔뜩 쌓아두고 머리만 썩히는 오늘 아침 오랜만에 아이들 아침으로 부쳐 보았다.
칼질도 번거로워 채칼로 쓱쓱 밀고-최대한 가늘게 썰어야 더 맛있는 것 같다만,
양파 작은것 하나 같이 썰어 넣고-냉장고의 쪽파와 부추가 흘깃거리지만 모험은 사양한다.
소금 한 티스푼 넣고 밀가루로 잘 버무려 반죽이 어울릴 만큼 물을 보탠다.
무쇠 팬에 부쳐보니.
아, 어미야 옛생각에 젖든 말든
호박전은 녀석들 입으로 솔솔솔...
내 논에 물 들어 가는데 까이거 ......

여전히 세월은 흐르고
아,일이나 하자.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보라돌이맘
    '06.4.22 12:41 PM

    옛적... 우리 엄마가 부쳐주시던 그 호박전이네요.
    참... 그러고보니 정말 옛날이야기예요...
    좋은사람들과 함께한 정겨운 추억에 곁들여진 음식에 대한 기억은 두고두고 남네요. ^^

  • 2. soogug
    '06.4.22 1:15 PM

    "아, 어미야 옛생각에 젖든 말든
    호박전은 녀석들 입으로 솔솔솔...
    내 논에 물 들어 가는데 까이거 ......

    여전히 세월은 흐르고
    아,일이나 하자. "

    ㅎㅎㅎㅎㅎ
    lyu님~~~~~~~ 굿!!!!!!!

  • 3. CoolHot
    '06.4.22 1:31 PM

    정말, 글 잘 쓰시네요..^^ 따뜻한 모정이 물씬합니다.

  • 4. 로빈
    '06.4.22 2:13 PM

    저도 늙은호박 얼마전에 엔지니어님이 올리신거 보고 한번 부쳐봤는데 그냥 갈아서 밀가루랑 같이 부쳤더니 얼마나 달라붙던지 무쇠팬에는 포기하고 코팅잘된 팬에 겨우 됐는데 ..
    원래 채썰어 넣는건가봐요.
    그래서 그때는 호박전 안드셨다는 말씀이시죠?ㅎㅎ

  • 5. 수연뽀뽀
    '06.4.22 3:35 PM

    글이 아주 맛깔나네요...정말 정감가는 글입니다..
    회원검색해서 님 올리신 글 찾아 읽고 싶을 정도입니다
    전도 아주 맛있어 보이고요..^^

  • 6. 매드포디쉬
    '06.4.22 6:46 PM

    푹신한? 색깔!...따뜻하니 놀짱놀짱할 때 한 입 앙!
    맛있겠어요^^

  • 7. kidult
    '06.4.22 7:15 PM

    냄비 구경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보니 류님 글이 눈에 띄네요. ㅎㅎ
    이게 그렇게 맛나나요? 냉동했던 것 해동해서 해도 될까요?
    나도 내 논에 물좀 대어봐야지. ㅋㅋㅋ

  • 8. 지성조아
    '06.4.22 9:39 PM

    먹음직스런 호박부침개와 따뜻한 이야기...넘 사랑스럽습니다.^^
    나도 내 논에 물좀 대어봐야지. ㅋㅋㅋ 2....

  • 9. 천하
    '06.4.23 1:02 AM

    추억의 호박전이군요.
    아마도 맛은 지금것이 더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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