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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몇십분동안 간이 콩알만했던 얘기

| 조회수 : 16,485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10-24 20:14:23

저, 오늘 몇십분동안 심장이 오그라붙고, 간이 콩알만해졌던 얘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지난 4월에 건강진단을 하면서, 가슴 사진을 여러번 찍었습니다.
X선 촬영후 초음파촬영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초음파상으로는 아무 이상없으나 X선상으로는 뭐가 보인다며,
다시 한번 더 찍자고 해서 확대촬영까지 했어요.
그러면서 의사선생님께서는 "양쪽 가슴색이 좀 다르니까 6개월 후에 사진 한번 다시 찍자"고 별 일 아닌듯 말씀하셔서,
저도 대수롭지않게 생각하고 예약만 하고 왔어요.

그 예약날짜가 바로 오늘이라서, 늦지않게 서둘러 병원으로 갔습니다.
X선 촬영실 앞에서 기다릴때만해도, 그냥 아무렇지않았는데,
촬영실에 들어가니, "오른쪽 가슴에 뭐가 있어서 촬영하러오신거죠?"하는 거에요.
그래서 "아니, 색이 좀 다르다고 해서 왔는데요.."하고 자신없이 얘기하니까,
촬영하시는 분 말씀은 뭐가 보여서 사진을 찍는 거라는 거에요.
그러면서, 유방암 가족력이 있냐, 호르몬제를 복용한 적이 있냐 물으시는데,
가족력도 없고, 호르몬제 복용한 적도 없다고 하면서도 불안감이 엄습하는 거에요.
사진을 두장 찍었는데,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다시 한장 더 찍어야한대요,겨드랑이쪽이 잘 안나왔다고.. 
아, 겨드랑이쪽에 뭐가 있구나 싶은 것이...이때부터 심장도 뛰고, 가슴도 아픈 것 같고...

촬영후, 담당 선생님께 결과를 듣고가라고 해서 기다리는데...정말 저 미치는 줄 알았어요.
몇년에 한번씩 찍어온 맘모그래피에서 그동안은 이상소견이 없었고, 집에 가족력도 없고, 호르몬제를 복용한 사실도 없어서, 자신까지는 아니어도 뭔 일이 있겠나 싶었는데...혹시 내게 나쁜 병이 있는 거라면...
자식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마누라만 있으면 된다는 울 남편은 어쩌고,
딸한테 한껏 기대시는 울 친정엄마는 어쩔 것이며,
아직은 내 손이 필요한 우리 쌍둥이는 또 어떡해야할지...앞이 캄캄한 거에요.
(제 자식들은 제 앞가림을 하기때문에...) 

십여분 기다렸나, 들어오라해서 들어가니,
의사선생님, 제 가슴사진을 커다랗게 띄워놓고 계셨는데, 정말 겨드랑이쪽에 뭔가 허연게 커다랗게 있는 거에요.
그걸 보니 가슴이 쿵 소리를 냅니다.
그때 선생님이 화면을 바꾸더니, 
"저번에 뭐가 보여서 다시 보자고 했는데요, 오늘은 없습니다. 괜찮으세요. 내년 정기검진에서 뵐게요" 하시는거에요.
이럴때 의연하게 "아, 네, 내년 검진에서 뵐게요" 해야하는 건데,
촐싹거리면서 "정말 다행이네요, 걱정 많이 했어요" 요랬답니다.

이러고 쌍둥이네로 돌아오니, 잠시나마 잔뜩 겁먹고 긴장했던 탓인지 맥이 탁 풀리는 거 있죠?
이런 제 컨디션을 알았는지 쌍둥이네로 온 남편, 같이 귀가하면서 국이나 한그릇 사가지고 가잡니다.
그래서 해장국 사가지고 귀가했어요. 저녁은 밥만 지어서, 사온 해장국 데워 먹고 말았어요.

누구나 그렇지만...저도 아프면 안되요.
저 아프면 저때문에 힘들 사람들이 정말 너무 많아요.
해마다 한번씩 하는 건강검진, 귀찮은 생각이 들어서 대충하기도 하고, 어떤 건 (위 내시경같은거..) 건너뛰기도 했는데,
정말 앞으로는 쭉 잘 챙겨서 잘 해야겠어요. 건강은 건강할때 지키라는 평범한 진리, 다시한번 새겨보는 밤입니다.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숄숄~~
    '13.10.24 8:28 PM

    읽는 저도 간이 콩알만 해졌어요~ 근데 검진가는건 어찌나 싫은지 ㅜ 부인과 검진가야 하는데 계속 미루고 있어요.. 넘 과로하지 마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 김혜경
    '13.10.24 8:30 PM

    검진 얼른 가세요.
    연말이 가까워올수록 병원에 사람 더 많대요.
    하루라도 빨리 다녀오세요. ^^

  • 2. 제주안나돌리
    '13.10.24 8:47 PM

    저는 몇년전 유방검사중 혹이 보이는 데 컸다고
    조직검사 하자고 했는 데...그날 담담하게 혼자서 갔답니다.
    검사하시는 분이 이렇게 의연한 분 첨 봤다고 놀라더라구요
    다 울겨 불며 검사하러 온다며...그래서 선생님이
    그리 나쁘진 않을 거라는 말 믿었다구 했어요~

    6개월마다 검사하라 했는 데
    다른 병원에서 그냥 수술하자고 해서 했는 데
    다행히 암이 아니어서 몇년째 편히 지냅니다.

  • 김혜경
    '13.10.25 6:40 AM

    안나돌리님도 놀라신 적 있으셨군요.
    저는 아마 그 상황이면 그렇게 의연할 수 없을 거에요,
    울고 불고 한숨쉬고....

  • 3. 예쁜솔
    '13.10.24 9:15 PM

    저도 휴~~
    정말 다행입니다.
    선생님뿐 아니라 이 땅의 엄마들은
    절대로 아프면 안되요~~

  • 김혜경
    '13.10.25 6:41 AM

    네...세상의 모든 엄마들...아프면 안됩니다.

  • 4. 루시
    '13.10.24 9:34 PM

    예전에 저도 정밀 검진 떨어져서
    검사후
    일주일동안 결과 기다리면서
    시한부 인생 여주인공처럼 지낸적 있어요
    그래서 그 잠깐동안이 얼마나 지옥 같은
    순간인지 알아요
    전 그 상황에 혹시 나 바로 입원해서
    죽거나 하면 ...
    이라며 옷장정리 냉장고 정리 등등
    대청소 열심히 하고 인생 정리까지 했는데
    별일 없더라구요 ㅎㅎ
    지나고나니 아니 그상황에도
    고작 걱정된게 그건가 싶어
    저 자신에게 화가 막 나더라구요
    건강하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앞 단락 읽으며
    막 걱정했어요^^

  • 김혜경
    '13.10.25 6:42 AM

    그런데 정밀검진 받으시고 결과 기다릴때 누구라도 그렇게 할거에요.
    저도 아마...이것저것 정리하게 될 것 같아요.

  • 5. 또하나의풍경
    '13.10.24 10:01 PM

    아이구 정말 다행이예요
    저도 선생님 글 앞부분 읽으면서 막 가슴이 쿵덕쿵덕 뛰었어요 ㅜㅜ
    정말정말 다행입니다...

  • 김혜경
    '13.10.25 6:42 AM

    앗, 제가 앞부분을 너무 이상하게 썼나봐요...놀라시게 해서 죄송해요...

  • 6. 스텔라
    '13.10.24 10:24 PM

    의심되어졌던 게 뭐였는지에 대한 설명은 들으셨지요? 조금이라도 석연치 않은 곳이 있으면 다른 병원도 한 번 가보세요, 선생님. 아프시면 않되니까요... 저도 그런 경험 두 번 정도 있었는데 둘 다 결과적으론 아무 이상없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고역이었어요. 아무튼 선생님 검사 결과가 깨끗하다니 다행이예요.

  • 김혜경
    '13.10.25 6:43 AM

    네 설명 잘 들었구요, 내년 4월 검진에서 다시 맘모그램과 초음파 하기로 했어요.
    괜찮을 것 같아요. 현재는 보이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 7. 지윤마미..
    '13.10.25 9:29 AM

    정말,정말 다행이네요..그 시간들..그 마음졸이며 기다렸던 1분 1초의 시간들...갑자기 눈물이나네요ㅜㅜ
    날씨 차가운데 몸 조심 잘 하시고요.
    오늘도 쌍둥이들과 아름다운 날 보네세요~~~^^

  • 김혜경
    '13.10.26 8:18 PM

    정말 가슴을 쓸어내렸답니다. ^^
    지윤마미님님께서도 짧은 가을, 멋지게 보내세요.

  • 8. 날마다봄날
    '13.10.25 5:12 PM

    아주 가까운 제 지인이 올 여름 대장암 선고 1년만에 가셨어요. 49 두 아이 엄마에요. 1년간 투병하는 모습 지켜 보면서 많은걸 느꼈어요. 의사로부터 암선고를 받으면 거의 대부분의 엄마들이 가족 걱정을 먼저 한대요. 사실 젊은 나이에 죽을 자기 자신을 먼저 걱정하고 챙겨야하건만 죽음 앞에서조차 가족을 먼저 걱정하는 모습이 참 눈물 나기도하고 화도 나고... 돌아 가신지 3달짼데 남은 사람은 벌써 잘 살아가요. 결국 고통 속에서 먼저 간 사람이 제일 불쌍..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는데 장황했네요.

  • 김혜경
    '13.10.26 8:19 PM

    아...한창 나이에...두 아이를 두고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
    직접 아는 분도 아닌데 제 가슴이 저려옵니다.

  • 9. 이호례
    '13.10.25 7:32 PM

    휴~~~~
    제가 한참을 숨 죽이며 읽어 내려 갔습니다
    죽는것 순간인데요
    죽는다 하니 머릿속이 허였던 기억이 나네요
    귀여운 둥이들 보시면서
    새로 젊어지시죠?

    저도 내년에 둘 새아가가 몸을 푼답니다 ^^

  • 김혜경
    '13.10.26 8:20 PM

    이호례님께서는..정말 큰 일 치르셨죠?
    우리 모두 건강 잘 챙겨야해요.

    내년에 새식구가 늘어나는 거, 미리 축하드립니다. ^6

  • 10. 여설정
    '13.10.27 11:03 PM

    어훅~글제목부터..읽는동안 내내 긴장했어요
    전 건강검진할라면 1주일은 부들부들 떨다가..안가고,그후 몇개월 후에 또 바들바들떨며, 미루고미루다 가요.
    정말이지..검진자체로 엄청 스트레스 옵니다
    샘~아프지 마셔요. 가족뿐 아니라 ..82회원들도 견디기 힘들거여요. 홧팅!!하시길~~^^

  • 11. 먹기대장
    '13.10.28 4:52 PM

    저도 십몇년전 사진에 혹과 암표지인자가 함께 잡혀서 2박3일쯤 간이 콩알만해졌었죠.
    당시 어린 애들 걱정하느라 제 걱정 할 틈이 없더라구요. 물론 오진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뭐가 계속 있답니다. 6개월만에도 찍고, 1년에 한번씩도 열심히 검사하는데 오히려 방사선 검사하다가 암걸리겠다는 생각 들더라구요.
    섬유질, 신선과일채소, 현미, 물 많이 드시고 정기검사하시면 괜찮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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