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나물과 씨름하다 [묵나물 볶기]

| 조회수 : 7,144 | 추천수 : 106
작성일 : 2004-02-03 19:50:12
손질한 토란대와 호박오가리, 취, 뽕잎, 다래순을 바리바리 싸들고 친정으로 향했습니다.
친정어머니는 호박오가리와 시래기, 가지, 머위대, 고춧잎 이렇게 준비해두셨더군요.
호박오가리는 양쪽 모두 조금씩이어서 섞어 쓰기로 했거든요.
이렇게 해서 9가지를 하려고 했는데...
그런데 아무 고춧잎이 좀..., 재료에 대해 까다로운 엄마 성에 안차신대요.
그래서 과감히 볶지 않기로 했어요. 양념 잔뜩 써가면서 공들여 볶았는데,재료가 이상해서 맛이 없다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싶어서요.

하여 이렇게 여덟가지만 볶았습니다.

왼쪽 윗 접시에 담긴 건 왼쪽부터 토란대, 뽕잎, 시래기 입니다.
왼쪽 아래 접시에 담긴 건 머위대, 다래순, 가지 입니다.
오른쪽 접시에는 호박오가리와 취나물이 담겼는데, 접시 색이 넘 진해서 취나물은 잘 보이지 않네요.

엄마가 큰 볼에 나물을 담고 국간장과 파 마늘을 넣어 조물조물한 다음 잠시 간이 배게 해두시면 전 그걸 식용유를 두르고 달달 볶다가 물 조금 넣고 뚜껑 덮어서 익히고....
그러면 엄마가 들기름과 참기름을 넣어 간보고, 불을 올렸다 줄였다 조절해서 맛내고...
이렇게 둘이서 분업형태로 볶으니까 3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아, 물론 양이 많죠, 네 집이 먹어야 하니까...

그리고 전 아예 오곡밥까지 해왔습니다.
엄마네 전기 압력솥에 오곡밥을 해서 벌써 먹었네요. 내일도 또 먹어야죠.
오랜만에 입맛을 찾아 밥 한그릇을 다 먹었네요.
점심때만해도 밥수저를 드는 둥 마는 둥 해서 친정어머니 걱정 끼쳐드렸는데...

엄마네 김치독에서 마지막 김치 한통 퍼오고, 오곡밥에 여덟가지 나물까지, 차에 싣고는 연신내 양지스포텍까지 들려서 집에 들어왔어요.
모처럼 하루 시간을 알차고 보람있게 쓴 것 같아서 뿌듯하네요.

여러분들은 내일 나물과 씨름하셔야겠네요...저희 이제 며칠동안 국물만 있으면 됩니다. 저 나물을 줄기차게 먹어야지...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앙큼녀
    '04.2.3 8:05 PM

    어릴 때 보름이면 외할머니 집에서 달집을 지어놓고, 할머니와 엄마가 소원을 빌어라고 했지요. 늘 시험 잘 보게 해 달라고 빌었는데, 늘 시험은 그저그랬어요.
    울 엄마의 오곡밥보다 외할머니의 나물과 오곡밥이 먹고 싶네요.

  • 2. 건이맘
    '04.2.3 9:17 PM

    저도 언젠가는 온갖 나물 다무쳐볼 날이 오겠죠.
    내년에는 꼭 한번 해봐야지..근데..해도 엄마나 저만 먹으니..
    때가 때이니 만큼..엄마가 건이보랴 저 신경쓰랴 나물까지 무쳐달라고는 못하겠고..
    오곡밥은 꼭 먹구싶네요..오곡밥에 묵나물..냠냠..
    근데 요놈이 언제나올려는지..오늘 내일 하는것이..오곡밥이나 먹을 수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 3. 산수유
    '04.2.3 9:19 PM

    딸이 없는 저로써는 한없이 부럽다는 말외엔... 두아이들이(아들과 며느리) 신세대들이라
    나물반찬을 대폭 줄였답니다. 대신 소세지전을 추가...ㅎㅎㅎ

  • 4. candy
    '04.2.3 9:34 PM

    내일 저도 친정가서 먹고오려구요! 아직 초보라~근데,내일 춥다면서요~

  • 5. 푸우
    '04.2.3 10:08 PM

    그릇과 나물이 넘 잘 어울려요,,
    역쉬,,

  • 6. 치즈
    '04.2.3 10:14 PM

    나물을 가득 안고 친정엄마 한테로 가시는 선생님 모습 상상하니
    아직도 애기 같으셔요.
    엄마 가까이 사셔서 좋으시겠어요,
    전 올 보름은 나물 구경도 못하고 지나 갑니다.
    눈으로 실컷 맛보고 갈께요.

  • 7. 예근맘
    '04.2.3 11:44 PM

    입맛을 찾으셨다니 더욱 반갑네요
    늘 건강하세요.

  • 8. 거북이
    '04.2.3 11:47 PM

    뽕잎을 먹는단 건 처음 알았네요.
    그리구 머위대, 다래순은 처음 들어봐요...내참...*^^*
    그러니 무슨 맛인진 절대로 모르겠죠...어휴
    저 나물들 모아모아서 비빔밥 해먹으면 좋겠네요, 오곡밥에다.
    맛있겠다!!

  • 9. 2004
    '04.2.3 11:52 PM

    신랑이 내일 나물 먹는 날인가 하길래 엄마가(친정엄마) 줘야 먹지 했더니
    기가 막혀 하는 얼굴로 주부 경력이 얼만대 .... 하더이다 ㅋㅋㅋ

    그래도 엄마가 안 주면 정말 오곡밥도 못 먹겠네요.

  • 10. jasmine
    '04.2.4 1:32 AM

    저도 며칠전부터 불려놨습니다.
    내일 아침에 삶아서 다시 찬물에 담궈두고, 저녁때 볶을 예정이죠.
    나두 얻어먹었으면 좋겠다.....세상에서 젤 맛난건 얻어먹는 음식이더라구요.

  • 11. 빈수레
    '04.2.4 1:46 AM

    부럽네요, 아직까지도 엄.마한테 얻어들 드시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모습들이.
    전 결혼과 동시에 밥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음에도 모든 걸 알아서 해 먹던지 말던지였는데, 쩝.

    항상 절기음식 챙겨서 해 먹었는데, 지난 가을부턴 귀찮아서 대충 건너 뛰네요, 동지 팥죽도 안 쑤고 그냥 한 그릇 사서 먹는둥 마는둥 했는데.

    나물꺼리, 엊그제 사 놓기는 했는데, 불리고 데치고 삶고 볶을 일들이....귀찮아서...으짜까나...하고 있습니다. 밥이야 모, 평상시 먹는 밥이 구곡이 넘는 밥이니 전.혀. 문제가 안 되지마는.
    나물을 하면 모합니까, 나혼자 몇날며칠을 먹어 치워얄 것인데, 흥. 부럽네, 체, 치, 피, 흥~!

  • 12. 수박나무
    '04.2.4 9:18 AM

    이렇게 나물종류가 많구나...하는생각이 드는군요...
    정말 맛대가리(?)없는 인스턴트에 길들여져서리... 저희가족이 가엾다는 생각을 잠시 잠깐합니다...
    저두 다음해에는 꼭 해볼라구요. 두어가지라두요,...
    저두 어디가면 솜씨 꽤 있다는 소릴 듣그등요.

  • 13. 홍차새댁
    '04.2.4 9:37 AM

    앗...씨래기까지...그럼 저는 6가지 나물이 집에 있긴 있는데..^^
    대책없는 새댁은 나물 6가지를 어떻게 할려고.....내일이 보름인데....
    나물가져가라는 시어머니나 친정엄마 전화를 기다릴것인가....내손으로 저지리를 할것인가..
    퇴근하면서 생각해야겠습니다.^^

  • 14. 하늬맘
    '04.2.4 11:05 AM

    입맛 조금이나마 찾으셨다니 다행이예요.
    저도 엄마가 해주시는 오곡밥이랑 들깨갈아 넣고 푹 고듯이 볶은 나물들 먹고 싶어요.
    우리 애들은 아침에 시어머님이 한줌 챙겨주신 오곡으로 밥만 지어줬는데 그나마 콩이며 팥이며 싫다고 어제 먹던 찬밥 서로 먹겠다고...
    얘들이 커서 추억하는 엄마의 밥상은 무엇이 있을런지..또한번 반성했어요.

  • 15. 세실리아
    '04.2.4 11:21 AM

    갑자기 오곡밥과 나물이 땡기는데, 불리고 할 시간은 없고...
    엄마는 너무 바쁘셔서 부탁하기도 미안하구요.
    이런 날라리 주부를 위해 혹시 나물을 반조리 상태(불리거나 데쳐서) 또는 완전조리상태로
    파는데 없을까용? ^^ 이마트나 그런데서 보신분 있으세여?

  • 16. 아프로디테
    '04.2.4 12:12 PM

    벌써 다 하셨네요,,
    내일이 외할머님 제사라 외삼촌댁에 그냥 가기는 그렇구,
    약식이랑 수정과 만들어가야겠다 했는데..
    갑자기 낼 아침 밥상에 나물을 올려야할꺼 같네요..
    에궁..저는 혼자서 많이많이 만들어서, 친정이랑 시댁에 가져다 드려야겠네요...
    나물 불리러 갑니다....

  • 17. 경빈마마
    '04.2.4 1:49 PM

    저는 그냥 좁쌀과 팥만 넣고 소금약간 넣고 찰밥을 해서 벌써 낮에 어머님이랑 먹었네요.

    호박오가리하고 시래기만 달달달 볶았어요. 오랜만에 먹은 호박오가리가 아삭아삭 맛나네요.

    선생님은 참 골고루 나물을 볶으셨어요...

  • 18. 최미경
    '04.2.4 2:57 PM

    이이고...증말 맛나겠네요^^점심때 그냥 시금치나물이랑 된장찌게에 비벼먹었는데...위에 보름나물까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생각했었는데...먹음직스럽네요~~

  • 19. ellenlee
    '04.2.4 5:50 PM

    후와~전 첨보는 나물도 많네요? 진짜 맛있겠어요..
    나물 안좋아 했는데 없으니까 너무너무 먹고싶은거 있죠...
    사진으로나마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해요 선생님~

  • 20. 뽀로로
    '04.2.4 10:07 PM

    회사에서 회식으로 간 한정식집에 나온 나물로 때우려는 알팍한 심뽀의 저를 부럽게 하시는군요. 맛나겠다. 호박 오가리랑 도라지라도 볶아먹을까나.. 콩나물도 있는데 콩나물은 안쳐주나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472 달 구경 하셨어요?? 15 2004/02/05 4,423
471 best friend, 동숙에게 23 2004/02/04 5,737
470 나물과 씨름하다 [묵나물 볶기] 20 2004/02/03 7,144
469 오늘 얻은 기름병 하나 25 2004/02/02 7,030
468 [오향 땅콩] 만들기 15 2004/02/01 6,364
467 입춘과 정월 대보름 16 2004/01/31 5,261
466 책에서 본 [새우젓 양념 돼지갈비구이] 15 2004/01/30 7,217
465 우리에게 제일은... 22 2004/01/29 5,845
464 같이 수수께끼 풀어볼까요? 40 2004/01/28 6,104
463 설음식 알뜰하게 먹기 1 [명절음식 재활용법] 10 2004/01/27 9,304
462 나도 새 반찬이 먹고 싶다!! 16 2004/01/26 7,358
461 절대로 먹지못할 파스타 27 2004/01/25 8,134
460 맘을 다잡고... 16 2004/01/24 4,873
459 막간을 이용해서 16 2004/01/21 5,616
458 명절 잘 쇠세요 22 2004/01/20 4,543
457 설 기분 나세요?? 22 2004/01/19 5,037
456 무식하면 용감하다!! [홍삼 만들기] 31 2004/01/18 7,760
455 아침에 눈이 올까요? 20 2004/01/17 4,807
454 김원옥 여사의 생신날에... 31 2004/01/16 11,472
453 orange님을 위한 [굴소스] 13 2004/01/15 6,363
452 지금 차 한잔 하고 싶은 사람들 34 2004/01/14 6,402
451 찜질방 원정대 47 2004/01/13 13,320
450 새 기분으로.... 21 2004/01/11 5,877
449 옛날 옛날 한 옛날에.. 14 2004/01/10 5,406
448 감동의 오징어 26 2004/01/09 8,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