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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제 목 : 2002년을 보내며

| 조회수 : 6,319 | 추천수 : 420
작성일 : 2002-12-29 23:04:40
이제 2002년이 이틀밖에 안남은 건가요??
요즘  TV만 켜면 나오는 단어 '다.사.다.난', 정말 제게도 올해는 그런 한 해였어요.


저한텐 이상한 징크스가 있어요.
끝에 2가 들어가는 해에는 너무 사건이 많아요.
1982년과 1992년, 좋고 나쁜 일들이 반복해서 너무 많이 일어나 눈이 @@돌아가는 그런 해였거든요.
올해도 그랬어요.

지난해 연말부터 kimys가 회사일로 머리 아파했는데, 올들어서 1월부터 4월까지 넉달동안 정말 너무 많이 힘들어하고 너무 심하게 마음 고생을 했어요.
kimys가 알만한 신문사의 임원 출신이란 얘기, 제가 했던가요? 임기는 올 12월까지였는데 지난 4월 사장이 안되면 퇴직을 해야하는 그런 기로에 서있다가, 결국 퇴직했어요. 마지막 출근하던 날 퇴근후 풍경은 제가 '눈물의 찜기'편에서 낱낱이 고백했었죠.

우리 kimys, 어떻게 보면 그때 회사 퇴직한 건 너무 잘된 일이에요. 회사의 모기업과 노조의 역학구도가 좀 묘해서 만약 사장이 됐다면 맘 고생 몸 고생 엄청했을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전 너무 마음이 아파요.  CEO로서 준비가 충분히 됐는데 그 능력을 펴보지 못해서요.. . 이제는 아무 상관도 없는 그 회사 사람들이 보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회사 엄청 손해본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kimys가 CEO가 됐더라면 ... 그만 두죠. 다 지난 일인데...


우리 kimys의 거취(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네)로 너무너무 마음 졸이고, 숨소리도 크게 못내고 kimys 눈치만 보고 사는 와중에 저희 시어머니, 동네 노인분들과 어디를 가셨다가 주저 앉으셨는데 그만 대퇴부 골절상을 입으셨어요. 결국 병원에서 골절부위에 금속성 물질을 박아넣어 뼈를 붙이는 수술까지 하셨어요. 한 두달 입원하셨었나? 참 제 몸과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달팠어요.
지난해 가을 갑자기 디스크 파열로 수술하셨고 그때도 한달 넘게 입원하셨었는데... 약 6개월 간격으로 두번 수술하시고 입원하시니까 환자의 고통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 거겠지만 모시고 사는 며느리의 입장으로 참 민망하더라구요. 다 제가 잘못한 탓인듯 싶고...


공교롭게도 어머니 퇴원과  kimys의 마지막 출근이 겹쳐져서 전 제대로 울어보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낮이면 노인정으로 놀러가시던 어머니와 출근하던  kimys가 동시에 집에 있게 됐는데, 처음에 정말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아침 차리고 돌아서면 또 점심, 점심 먹었나 싶으면 또 저녁.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kimys에게 티를 내면 안되겠고.

그러다 결국 하루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아서 kimys에게 "여보, 나 정말 미칠 것 같아, 2시간만 나갔다오면 안될까?"했어요.
볼 일때문에 외출준비를 하던 kimys가 너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러라고 하더라구요.
어머니 방으로 들여다 드린 아침상 치우고 나서 머리도 감지않은 꾀죄죄한 몰골로 차를 휙 몰아 신세계 본점에 차를 대니 개점시간인 10시30분.
남대문시장 지하를 쏘다니며 락앤락이랑 이과수커피랑 한보따리를 샀어요. 그래봐야 5만원도 못 썼지만...
그리고 또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오니 12시30분. 어머니 점심을 차려서 방안으로 들여드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전 그때까지 물 한모금 안 마셨더라구요.
한동안 그렇게 지냈어요.


이렇게만 살았다면 지금 제 얼굴이 눈물 범벅일텐데 엄청나게 기쁜 일도 있었죠. 바로 '일.밥.'
지난 여름 월드컵의 흥분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밥.'원고 마무리 하고 사진 찍고 원고 수정하고 또 원고 교정보고...
책이 나오면서부터 잡지사 인터뷰에 신문사 인터뷰에 방송 출연에...
그리고 너무 기쁘고 감사한 우리 82cook 식구들과의 만남.

1982년, 1992년보다 더욱 오래오래 기억에 남은 한해가 될 것 같아요.
우리 82cook식구들 절 '행님'이라는, 너무나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불러주며 친언니처럼 대해줘서 얼마나 고맙고 또 고마운지...,요리책 중에서는 모처럼의 '대박'이라는 주위사람의 평보다 전 제 홈페이지가 이렇게 발전해서 이제는 제 홈페이지가 아니라 우리 '일.밥.'식구들의 쉼터가 된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지 몰라요.


전 이제 며칠 남지 않은 2003년이 기대가 돼요, '새해에는 좋은 일이 있겠지'하는 바람으로요.
새해에는요, 우선 우리 kimys, 지금 계획하는 일이 꼭 성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 소망은요, 아이들 건강하고 하는 일 잘 되고, 어머니 건강하시고, 그리곤 전 82cook 식구들과 더도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 지냈으면 해요.

해마다 저희 친정어머니 "새해에는 잘 풀릴거다"라는 말씀 되풀이하세요. 그러시면서 "인생이란게 그렇게 속고 사는 거지..."하세요. 늘 희망 때문에 속고 살지만...
그렇지만 우리에게 희망마저 없다면 뭐가 남겠어요? 판도라의 상자에서 제일 나중에 기어나왔다는 그 '희망'이란 녀석, 전 늘 그 녀석과 함께 산답니다. 어떤 시인은 그 희망이란게 참 잔인하다고 읊었지만 제겐 너무 이쁘고 고마운 녀석이죠. 내년에도 그럴거예요.

우리 82cook 식구들도 올해 저처럼 좋은 일, 나쁜 일 겪으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나쁜 일은 이제 어디 강물에라도 던져버리시고 좋은 일만 마음 속에 담아둔채 새해를 맞으세요.

새해에는 정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
그리고 꿈★은 이루어진다 잖아요,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서로 격려하면서 노력해요!!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양지윤
    '02.12.30 12:20 AM

    제게도 아주~ 특별한 해입니다.
    결혼을 했기 때문이죠~
    결혼한 덕분에 일. 밥도 알게 되었구요~
    여기 선생님도 너무 좋으시구 일, 밥 식구들도 참 좋으신 분들 같아요~
    새해에는 다들 좋은 일만 있으셨음 좋겠어요~ *^^*

  • 2. 김소영
    '02.12.30 12:31 AM

    행.님. ^^;
    "새해에는 잘 풀릴거다"...
    제게도 희망을 주네요. ^^
    저도 뭐 이런저런 조그만 일들이 많았었지만..
    일.밥 식구들 만난건... 정말 행운이예요. ^^
    행님도 내년엔 더~~ 좋~~~~~은 일만 있으시길 빌구요..
    요기 식구들도 다들 행운가득~가득~ 하시길.....

  • 3. 프리다
    '02.12.30 9:09 AM

    네~ 저 또한 지금 아주 아주 불안초조한 상태에 있지만
    애써 희망을 가져보려합니다.
    2002년의 끝에 이곳을 알게된게 너무 좋습니다.
    너무 좋으신분들이 많고 행님들의 글을 읽다보면 마음이 참 푸근해지고 그렇습니다.
    내년에도 계속 여기에서 다들 만나고 서로 다독여주고 그랬음 좋겠네요~

  • 4. 이현숙
    '02.12.30 9:54 AM

    행님!^^
    행님은 다사다난했던 한해셨군요.
    행님 글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나는 올해 어떤 일이 있었던가..
    그래도 올 한해는 제일 무사하게(?) 보낸 한해였던거 같아요.
    큰 사고 없이 무난하게~~~~
    저도 늘 희망이라는 놈을 데리고 사는데....
    여기 82cook 식구들 모두 내년 한해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한해, 행복한 한해
    보낼거라구 믿구요. 우리 다같이 한번 화이팅 하죠?
    화이팅~~~!!!!!!

  • 5. 역지사지
    '02.12.30 11:21 AM

    어쩜 그리 글을 잘쓰시는지..

    정말 가슴에 팍 와닿네요..

    2003년엔 이 사이트가 더욱 발전하길 빕니다..

    화이팅

  • 6. 원교남
    '02.12.30 11:30 AM

    저도 요즘 "희.망"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희망...신이 주신 가장 근사한 선물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새해에는 또 다른 좋은 일들이 생기길 희망하면서
    머리와 마음을 갉아먹고 괴롭히는 녀석에게서 벗어나리라는 희망을 하면서
    그렇게 새해를 맞이 하고 싶어요.

  • 7. 김미라
    '02.12.30 12:40 PM

    정말 정말...숨이 탁탁 막힌다는 거...알아요.
    저도 눈물의 시집살이해보고, 남편이 2년간 실직해서 같이 있어봤거든요.
    힘든 일이 많았던 만큼 더 큰 소중한 만남들이 혜경님을 행복하게 하지 않았을까...
    저에게도 많은 변화를 갖게 해준 혜경님과 이 홈의 만남이 잊지 못하는 2002년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같아요.
    내년엔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해가 될꺼지만 이 곳에서 항상 따뜻함과 희망을 받으며 살아갈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8. 꽃게
    '02.12.30 2:55 PM

    우리들 삶의 모습들인 것 같습니다.
    올해 이 좋은 만남들이 있었고...
    항상 앞으로...희망을 바라보면서 나아가는 게 삶이겠죠?
    82cook식구들 모두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엔 많이 이루어지는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 9. 김영주
    '02.12.30 6:01 PM

    제게도 올 한해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답니다.
    우선 소중한 둘째아이가 5월에 태어났구요...
    또 큰아이 데리고 둘째아이 임신중에 친정엄마께 여러모로 폐를 끼치며
    준비했던 임용고사에 합격하여 3월에 바라던 고등학교로 발령이 났구요...
    그리고 저희 애들 아빠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다니던 곳을 그만두는
    결심을 단행한 것이 또한 올 11월 이었거든요.
    지금은 경제적으로나
    두아이를 키우며 육아에 그리고 익숙치 않은 살림에 육체적으로나
    힘들지만 그래도 더 좋아질 일들이 많다는 희망이 있어서 힘을 얻는 것 같아요.
    가끔 육아나 살림때문에 스트레스 받다가도 82cook에 들어와서 여러 식구들이 올린 글들을
    읽다보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생기기도 하구 또 공감가는 이야기들을 허심탄외하게
    써 놓으신걸 보면 위로도 받고 살림 잘하시는 분들에게 자극도 받고...
    정말 하루라도 들르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할 정도로 중독이 되었답니다.
    82cook식구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내년에도 올해처럼 따뜻한 82cook이 되길 바래요~

  • 10. 김부미
    '02.12.30 6:03 PM

    너무 흔한말이지만
    내년에는 우리 82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좋은 일들만 있었음..하고 바래봅니다.

  • 11. 1004
    '02.12.30 6:13 PM

    행님~~
    행님 글 보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제가 시련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네요.
    어려움 다 이기고 씩씩하고 밝게 사시는거 같아서 다시 한번 존경스럽습니다.
    내년이면 서른아홉이예요. 나이를 어디로 다 먹었는지... 나한테는 오지 않을것 같았던 서른이
    다 지나고 마흔이 코 앞이네요.
    행님 만난거 82식구들 만난거 참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구요 내년에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화이팅 팅팅팅!!!

  • 12. 이경숙
    '02.12.30 11:10 PM

    저 역시 행님의 올해의 해티앤딩에 박수를 보냅니다.
    인생이란 것이 늘 예기치 못한 것에서 희망과 절망이 생기는 것같아요.
    절망스러울 때 희망을 기대하며 살아야겠지요.
    대박난 '일.밥'보다 '82'에 더 큰 애정을 갖고 계시는 행님이기에
    친근감 훠얼씬 더 느낍니다.

  • 13. 윤이
    '02.12.31 7:22 AM

    진솔한 이야기에 저절로 마음이 움직이네요..
    사부님 이야기를 들으니
    노조와 사주 사이에서 엄청나게 마음 고생하시며 힘들어하시다가 지병이 악화되시었던
    저희 아버지 생각에 잠시 눈물이 났습니다.
    힘들었던 일들이 내년엔 전화위복이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역시 마음 편한 것이 제일 인 것 같아요...모든 분들께 평화를 빕니다..꾸벅..

  • 14. 가을맘
    '02.12.31 3:32 PM

    82cook을 안 지 얼마 안 됐는데, 읽는 글마다 정겹네요.
    오늘 글은 읽고 저두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난 왜..늘 내 곁에 있는 희망이란 놈을 쳐다보지도 않고 살았는지.
    저두 이제 좀더 긍정적으로 살아볼랍니다.
    82cook이요, 간단 요리 정보도 좋지만, 이렇게 사는 얘기 나누는 거 너무 맘 따뜻해져요.
    새해엔 더더욱 따뜻한 밥상, 82cook이 되길...

  • 15. 잠비
    '06.5.17 12:33 PM

    저희 시어머니 돌아가신 지 칠일 째 되는 날입니다.
    두 달쯤 누워 계시면서 곡기를 거부하고 겨우 두유, 오렌지주스, 칡즙 등으로 연명하셨습니다.
    얼음 냉수를 계속 잡수시면서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날마다 조금씩 쏟아내셨습이다.
    마지막으로 찾은 음식이 수박이었습니다. 맛있게 잡수시던 모습이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어른을 모시고 있다가 편안히 보내드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든 어머니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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