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우리집 오늘메뉴-[쇠고기 철판구이]

| 조회수 : 8,757 | 추천수 : 190
작성일 : 2002-12-07 21:31:29
오늘 주말 저녁인데 뭐해서 드셨어요? 외식하셨다구요?
주말이면 으례 외식하시는 가정이 많죠?
전업주부들중 '일주일 내내 밥 해다 바쳤으니 주말에 한끼쯤은 나가 먹어도 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1주일 내내 외식했던 직장인들 생각해보세요, 정말 나가 사먹는게 고문 수준이죠. 뻔한 음식, 뻔한 맛..., 주머니 사정은 또 어떻구요, 이제 곧 돈쓸 일만 생기는 연말이잖아요.
지갑에 비상금 좀 준비해두셔야죠.


저희 집은 오늘 쇠고기철판구이 해먹었어요. kimys는 너무 오래 안가본 것 같다며 가나안오리농장에 가자고 했지만 제가 마다했어요.
대신 아침에 코스트코에 가서 수입냉장쇠고기를 좀 샀어요. 가끔 자유게시판이나 궁금해요에 수입냉장육 얘기가 올라오는데 저는 자주 안 사먹어봤거든요. 그래서 프라임목심스테이크를 1Kg쯤 샀어요. 100g의 가격이 1천5백원 수준. 냉장꽃등심은 훨씬 비싸든데 조금 싼 걸 사면 어떨까(회원여러분이 지적했듯 냄새가 심하게 나나 어쩌나 궁금해서) 싶어서 안심이나 꽃등심 대신 목심을 골라 잡았어요.

쇠고기 철판구이 227페이지에 있죠?
평소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맛에 숙주나물을 꼭 넣는데 코스트코에는 숙주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대신 팽이버섯과 피망을 골라들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전에 있었는데 제가 무심하게 지나친건지 몰라도 오늘은 냉동가이바시라(패주라고 부르죠?)가 눈에 띄더라구요.680g에 18000원. 좀 비싸지 싶었는데 kimys가 사고 싶어해서...이 가이바시라를 사오자마자 3분의 1정도는 실온에 두고 해동을 시켰어요.

감자 하나 깎아서 썰어두고, 양파도 하나 썰고, 피망 팽이, 그리고 가이바시라를 반으로 저며두니 준비끝.
어제 먹은 된장찌개에 3가지 김치와 명란젓, 이거면 됐지 뭘 더 바래겠어요.

브루스타를 꺼내고, 무쇠프라이팬(솥뚜껑처럼 생긴 우리 전래의 프라이팬)도 준비했어요.
전기프라이팬을 써도 되지만 팬에 대고 칼로 고기를 쓱쓱 썰면 코팅이 전부 벗겨질테니까 제가 감자전 부칠 때, 새우 소금구이 해먹을 때 주로 쓰는 무쇠프라이팬을 쓰기로 한거죠.

브루스타 위에서 무쇠팬이 달궈지는 동안 혹시 질기면 어쩌나 싶어서 고기망치로 아주 두툼하게 썬 고기를 한번 두드려주고 소금 후추를 조금 뿌려 밑간을 했어요.
팬의 가운데 고기를 올려놓고 그 둘레에 감자와 양파 피망 팽이를 올리고, 제일 가장 자리에 가이바시라를 올려서 얼른 가이바시라부터 먹었어요. 이 가이바시라, 돈이 안아깝더라구요, 연하고 맛이 있던데요. 급속냉동했던 것이라 그런지 냉동품이었던 것 같지 않구요.

고기의 거죽이 익었을 때 왼손은 서빙용 큰 포크로 고기를 고정하고 오른손의 칼로 고기를 쓱쓱 잘랐어요. 그리곤 열심히 먹기만 하면...

오늘 전 웬일인지 소스를 준비하기 귀찮은 생각이 들어서 머스터드 소금 후추 홀스래디쉬 돈까스소스 우스터소스 참기름 등 되는 대로, 손에 집히는 대로 올려놨어요.식성껏 고르라고...
그랬더니 시어머니는 참기름에 소금을 타서 찍어 잡수시고, kimys는 돈까스 소스와 우스터소스에 머스터드를 탄 걸 찍어 먹고, 아이는 그냥 간장에, 저는 돈까스소스에 호스래디쉬를 풀어서 찍어먹었어요.1Kg이면 적은 양은 아니었는데 몽땅 먹고 조금 남은 채소에는 찬밥과 김을 넣어서 볶아, 아주 알차게 먹었답니다.
고기맛이요? 수입냉장육중 최고급을 산 건 아닌데, 맛이 좋았어요. 냄새? 잘 모르겠구요, 육즙도 적당하고, 씹히는 맛도 적당하고. 저희 식구들 안심은 너무 연하다며 별로로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먹어봐야, 고기값 1만5천원 정도에 가이바시라 6천원어치 정도, 피망에 팽이에 해봐야, 글쎄 2만5천원 정도 들지않았겠어요? 어디를 가서라도 성인 4인이 고기를 먹었다면 글쎄 6~7만원으로도 모자라지 않을까요?

내일 이런 메뉴 어떠세요? 날씨도 추워진다는데 아이들 데리고 사람많은데 밥 먹으러갔다가 괜히 감기만 걸려서 돌아오느니, 정말 준비하는 것도 간단하고, 식탁에서 폼도 나고, 이런 메뉴를 준비해서 오순도순 식사해보세요. 정말 보약이 따로 없죠!!

그리고 오늘 이거 하나로 끝내느라 인스턴트 호박부추전 못부쳐봤어요. 내일 꼬옥~~.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ywoos
    '02.12.7 9:54 PM

    저녁밥도 먹었건만 왜이리 군침이 도는지..

    아무거라도 선생님이 만드신 음식 한번 먹어봤으면 싶어요.

  • 2. 김혜경
    '02.12.7 9:56 PM

    하하
    그냥 그렇다는 거지, 뭐 제가 만든거라고 천하별미겠어요.
    저는 우격다짐으로 먹으라고 식구들에게 권하는 사람인데...

  • 3. 박은희
    '02.12.7 10:14 PM

    님과 같은 분이 제 주위에도 한사람 있져.....ㅋㅋ
    우격다짐으로 먹으라고 권하는.......
    그 사람의 말에 의하면 목구멍까지 차야 인정해준다나여....
    여하튼 음식은 맛있게 하니 그나마 참는걸겁니다...

    저도 낼은 쇠고기사다가 주물후라이팬구이를 해야겠슴다....
    철판은 없으니 주물도 가능하겠져?

  • 4. 김혜경
    '02.12.7 10:23 PM

  • 5. mywoos
    '02.12.7 10:51 PM

    우격다짐이 받아들여지지않는 슬픈 사람들도 있답니다
    저희 남편은 반찬이 올라오면 어디서 난거냐 산거냐 부터 물어봅니다.
    맛평가는 그 다음입니다.

    대답이 "어머니가 주신거야"면
    "음-역시"가 맛에 대한 평가입니다.
    "산거야"가 대답이면
    "이건 쪼끔-뒷맛이 부족해.뭔가가 빠졌어"가 평가구요
    "내가 만들었지"가 대답이면
    "사먹으라니까.재료비만 아까워.당신은 그게 절약하고
    살림잘하는거야"가 평가죠.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열받는지 선생님은 모르실거예요.
    그래도 구세주로 선생님 만나 일취월장하고 있으니 다행이죠.

    캠핑찌개,우거지찌개,바지락두부찌개,생선조림,불고기,마파두부 등등에 닭튀김까지
    하게 됐으니 얼마나 장족의 발전입니까?
    저는 다 꿈도 못 꾸던 음식이거든요.
    몇년째 냉장고 자리만 차지해 버릴려다 이제야 빛을보고 있는 굴소스까지.

    어제는 오뎅끓여 먹고 오늘은 우거지 끓여 먹고.
    선생님 못만났으면 저도 제일제당만 먹고 살았을겁니다.

    짜장면 먹고 들어왔다는 우리 남편,우거지찌개 보더니
    밥 달랍니다.

    벌써 다 먹었네요 게눈 감추듯.
    남편이 잘먹었다고 선생님께 전해달래요

    저의 자존심 세워 주시는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감사!
    편안히 주무세요!!!

  • 6. 김혜경
    '02.12.8 12:26 AM

    아, 고기맛 이요, 좋았어요, 적당히 씹히는 맛도 있고...
    고기는 통으로 구워서요, 먹을 때 잘라먹는 것이 육즙도 덜 빠지고 맛이 낫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소영님, 그렇게 본가에서 오는 음식맛 맛있다고 하는 남편에게는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해요. 일단 시어머니 음식이라고 하고 보는 거죠,뭐. 그런 거짓말은 애교 아닌가요??

  • 7. 박지현
    '02.12.8 2:15 AM

    mywoos님 너무 재미있어 웃음이 절로나오네요.
    내일 아기 백일이라 음식? 조금하다보니 힘들었었는데요.

  • 8. 김소영
    '02.12.8 11:37 AM

    mywoos님 ㅋㅋ 쥔장님 말씀이 맞아요.
    자꾸 그런식으로 '엄마'음식만 맛있다고 하는 남편에겐..
    사왔어도.. 내가 했어도.. 다 시엄니가 했다고 해버리세요.
    그럼 '엄마'도 음식이 맛이 없을때가 있구나... 하고 깨우치게 될테니깐.. ^^

    흠..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기겠네요.
    시댁가서 '엄마'한테 따지면 어쩌지?!! ^^;;
    ㅋㅋㅋ

    저도 '소영~'이예요~ 방가워요~ ^^

  • 9. mywoos
    '02.12.8 2:36 PM

    82,정말 좋아요.
    음식만들기뿐 아니라 온갖 생활의 지혜(?)가 다 있쟎아요.
    전에 한번 해본적이 있어요.
    어머니라고 언제나 맛있게 만들수는 없쟎겠어요?

    "이거 산거야?"
    "내가 만들었는데"
    "뭔가 뒷맛이 부족해.깔끔한 맛이 없어. 이건 엄마가 진짜 잘하는데"
    "여보.그거 지난번에 어머니가 주신거야"
    "정말이야? 그럴리가 없는데..엄마도 늙었나보네.나이들면 입맛도 변한다는데
    음식맛이 이상해졌어.그런데 진짜루 엄마가 준거야?"

    이제껏 요리책대로 음식해서 "그런대로 괜챦다"는 말도 못들어봤습니다.
    "요리책 냄새가 펄펄난다"가 최고죠.

    지금은"이건 어떻게 한거야? 누가 이렇게하래?"하다가도
    "일-밥-에 나오는거야" "82에서 배웠어" 하면
    "그래?" 합니다.
    일밥과 82의 존재와 위력을 인정하는것같습니다.
    막 결혼해서는 계란후라이에 밥 비벼먹고 살았는데 지금이야
    임금님 수라상이죠.

    친정아버지가 그러시대요.
    아빠도 처음엔 엄마 음식이 맛이 없어 죽겠더랍니다. 처음하는 음식이라 맛이 없는것도
    있겠지만 30년간 먹어온 음식이 아니니 입에 낯이 설어 더 맛이 없었다는거지요.
    저는 아빠말씀도 맞다고 생각해요.
    이젠 엄마 음식이 아니면 맛이 없으시답니다.
    좀 지나서 입에 익으면 이서방도 맛있게 먹게 될거라구 위로해주셨습니다.

    그동안은 아버지의 이말씀에 기대어 밥해먹고 살았지요.
    지금이야 홍길동같던 남편입맛도 얼마간 길들여졌고 아버지의 정답말씀에,
    그간 얻어들은 것들에, 그간 겪은 시행착오에,일-밥-에,82에 천군만마나 다름없죠.
    이젠 "밥해먹고 살기" 편해졌습니다.

    지현님,웃음을 드렸다니 저도 즐겁습니다.
    소영님,저도 방가! 글로지만 자주 만나요.

    아빠 보고싶네...

  • 10. 꽃게
    '02.12.8 6:08 PM

    mywoos님
    넘 재미 있네요.ㅋㅋㅋㅋㅋ

    저두요 신혼때에는 얼마나 반찬 투정을 하던지...
    언젠가 콩비찌찌개를 끓였는데 뭐라고 하기에 먹지 말라고 남비째 들어서 씽크대에 부어 버리고 애 들쳐 업고 나와버렸었어요.
    정말 이혼할려구 했었어요.
    저는 세상에 제일 나쁜 버릇이 밥상앞에서 반찬투정하는 것이라고 배우고 컸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그런 사람일줄이야....
    가출 3일만에 빌어서 집에 들어왔는데 그것 잘 안고쳐지더라구요.

    이제요?
    저두 배짱이 늘어서 우격다짐으로 먹게 만들어놨어요.
    자꾸 맛있는 것 찾으니까 대책없이 체중이 느니까 이젠 맛있는 것 하지 말라고 하네요. 살 찐다고요.

    근데 어쩌죠?
    제게로 그병이 옮아온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친정 외삼촌 생신이라 다녀왔는데 우리 외숙모님이 음식이 좀 그래요.
    집에 와서 속만 느끼해서 멸치 넣고 김치국 끓여 먹었어요.

  • 11. 양지윤
    '02.12.10 3:19 PM

    전 항상 인터넷에서 레시피 프린터 해서 요리 하는데...
    신랑이 항상 먹을 만 하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부루스타가 뭐에요??? ^^:;;

  • 12. 꽃게
    '02.12.11 8:42 AM

    휴대용 개스레인지...

    그게 옛날에 첨 나왔을 때 상표명이 부루스타였어요.

  • 13. 양지윤
    '02.12.11 12:34 PM

    ㅎㅎㅎ

  • 14. 김혜경
    '02.12.11 9:14 PM

    부루스타, 너무 심했나요?
    입버릇이 되스리....

  • 15. 류수은
    '03.1.3 1:09 AM

    우리고기를 사먹읍시다
    그리고 우리 농산물, 'Made In Korea'가 된 물건 만 삽시다..
    우리경제가 살아 나게 해주셈,...

  • 16. 잠비
    '05.4.1 8:59 PM

    쇠고기 철판구이는 말고 맛있는 스테이크 먹고 싶다.
    가끔 고기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돼지갈비 지글지글 구워서~~~ 우리 동네에서 태능갈비촌이 가깝지요.
    요즘 허참이네집이 새로 또 생겼더군요.
    숯불 갈비 먹으러 오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97 새해 첫 요리아이디어 [핫소스 요리] 10 2003/01/02 8,532
96 오늘 뭐하세요?? 13 2002/12/31 5,810
95 2002년을 보내며 15 2002/12/29 6,341
94 [밥전]을 부쳐보니... 3 2002/12/28 7,362
93 버섯을 많이 먹는 또다른 방법 [버섯 참깨소스 무침] 5 2002/12/27 9,516
92 찜기없이 어떻게 살았는지...[돼지고기 수육] 12 2002/12/26 15,853
91 [전기구이 통닭] 흉내내기 7 2002/12/24 8,635
90 속임수 권하는 가정!! [도라지 나물] 12 2002/12/23 7,379
89 동지 팥죽 이야기 15 2002/12/21 9,425
88 82cook.com에 대해서 25 2002/12/20 7,776
87 두부이야기 2 [참치두부전] 22 2002/12/18 8,279
86 두부이야기 1 14 2002/12/17 8,933
85 2만3천원으로 즐겁게 살기 23 2002/12/16 10,648
84 변 명 13 2002/12/16 6,157
83 전기포트 재발견!! 33 2002/12/14 13,707
82 남대문시장 탐험기!! 16 2002/12/14 14,091
81 메밀가루, 삼색수제비, 그리고 코끼리 다리 8 2002/12/12 6,536
80 마가린에 대해서 3 2002/12/11 7,656
79 제게 가장 소중한 그릇 8 2002/12/10 13,762
78 kimyswife식 [골뱅이 무침] 7 2002/12/09 11,489
77 별미 부추호박전을 부쳐보니 10 2002/12/09 7,584
76 우리집 오늘메뉴-[쇠고기 철판구이] 16 2002/12/07 8,757
75 시장에 가보니 7-별미부추호박전 6 2002/12/06 7,412
74 오늘 받은 예쁜 크리스마스카드... 6 2002/12/05 7,226
73 묵은 소스 필사적으로 쓰기 [칠리소스 고등어] 4 2002/12/05 6,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