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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찜기없이 어떻게 살았는지...[돼지고기 수육]

| 조회수 : 15,859 | 추천수 : 205
작성일 : 2002-12-26 19:49:49
정말 그동안 전기찜기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아니, 사고나서도 한동안은 쓰지않고 왜 그리 쳐박아뒀는지...

오늘은요, 전기찜기로 돼지고기를 쪘어요.
그동안은 끓는 물에 된장도 풀고 파잎, 통후추, 통마늘, 생강, 월계수잎, 인스턴트 커피, 간장 등등, 어디서 한번이라도 들은 적 있는 건 되는 대로 집어넣고 고기를 삶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삶으면 정말 기 막히게 삶아지는데 어떻게 하다보면 퍽퍽하기도 하고, 어떤때는 가운데가 덜 익기도 하고, 어떤 때는 너무 뭉그러지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은 찌기로 한거죠.
제가 다니던 신문사 근처에 태진식당이라고 있는데 이집의 여름별미메뉴가 제육이에요.
퍽퍽하지도 않으면서 촉촉하고 어찌나 맛있는지, 이집 제육을 실파에 싸서 먹으면 정말...쩝...
어찌나 맛있던지 친하게 지내던 아주머니들에게 그 비법을 물어보니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이집 주인할머니가 사람이 좋은 탓에 이 식당 아주머니는 보통 7,8년씩 그집에서 근무하는 분들이었는데 이 제육의 비법만큼은 비밀이라 모른다는 거예요.
한 아주머니는 "삶는 게 아니라 찌는 듯해서 집에 가서 해봤는데 잘 안되던데..."하고만 말고요.
태진집 제육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파잎을 좀 깔고 돼지고기를 쪄봐야지 했는데 뭣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그렇게 흔하던 파의 푸른 잎이 오늘 따라 없는 거 있죠? 날씨도 추운데 파 한단 사자고 밖에 나가기 싫고.
찜기의 설명서를 찾아보니 양파를 깔고 찌라고 되있어요. 옳다꾸나 싶더라구요.
그런데 오늘 따라 양파도 덜렁 두개뿐, 그래서 하나는 예비로 비축하고,내일도 추우면 밖에 안나갈거니까, 하나를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깔고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내 양파 위에 얹고, 그위에 통마늘 한통 까서 얹고, 통후추 몇알 뿌리고는 60분으로 맞췄어요.

20분쯤 후에 보니까 거죽은 다 익은 듯 싶은데 속이 어떨까 몰라서 내버려뒀다가 20분이 더 경과한 후에 젓가락으로 찔러보니 얼추 익은 것 같긴한데... 돼지고기는 잘 익어야하니까 싶어서 그냥 20분 더 뒀어요.

그리곤 어지간히 식은 다음 썰어보니, 퍽퍽하지도 않고 촉촉하면서 맛있게 잘 쪄졌더라구요.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크기로 썰어서 겐조 접시에 담고 김치, 저민 마늘, 새우젓, 쌈장, 그리고 쌈과 같이 상에 올리니 더 이상 반찬도 필요없어요.
전엔 오늘 삶은 분량만큼 삶으면 남아서 제육매운조림을 해먹곤 했는데 오늘은 접시를 싹싹 비운 거 있죠. 찐 탓인거 같아요.딴 때는 삼겹살 같은 고급부위로 삶았는데도 인기가 그저그랬는데 오늘은 훨씬 등급이 떨어지는 목심으로도 인기 짱!!

설거지를 하면서 찜기의 물받이를 보니, 세상에 어쩜 그렇게 기름이 많이 빠졌는지...
다음에 할 때는 50분정도만 시간을 줘볼까봐요. 그리고 오늘은 날이 너무 추워서 먹을 때까지 그냥 찜기 안에 놔뒀는데 이렇게 춥지않을 때엔 꺼내서 좀 차갑게 식혀서 상에 올릴까 싶구요.


며칠전에는 이 찜기에 계란 5개를 올리고 10분에 맞췄더니 어쩜 그렇게 맛난 반죽이 되던지..., 영양가있는 간식이 됐죠,뭐.

이러고 보니 마치 테팔 영업사원 같은데요, 요샌 테팔보다 더 싼 국산 찜기가 나오고 있더라구요, 우리나라 사람들 머리 굉장히 좋잖아요, 전 머지않아 테팔보다 더욱 훌륭하고 값싼 국산찜기가 아주 많이 나올거라고 믿어요.

p.s.
그런데 말이죠, 테팔 찜기에 달려오는 요리책자 너무 빈약한 것 같아요, 무궁무진한 요리를 할 수 있는데 너무 뻔한 것 들 몇개뿐... 제가 찜기요리책자를 만들면 잘 만들 것 같은데... 제 꿈이 너무 통통했나요??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미라
    '02.12.26 8:52 PM

    저도 오늘 삼겹살먹었어여...
    그저께 시장가니까 보성 녹차삼겹살을 팔더라구여.
    1kg샀는 데 16,000원 정도...넘 비싸여.ㅠ.ㅠ
    호일에 통고기놓고 소금,후추뿌리고 월계수깔고 화이트와인 듬뿍붓고 쌌어여.
    후라이팬에 겉면굽고 잘라서 테팔그릴에 구웠어여.김치도...
    된장찌개만 끓여서 먹었는 데 아이들이 넘 잘먹네요.
    반남았는 데 내일은 함 쪄봐야겠어요. 전 찜기가 없는 데 대나무찜기에 쪄볼까요? ^^

  • 2. 김혜경
    '02.12.26 8:54 PM

    네, 대나무찜기도 괜찮구요(중국사람들 대나무찜기에 갈비도 쪄요), 보통 찜기에도 상관없어요. 파잎도 좀 깔고 쪄보세요. 삼겹살보다 조금 싼 돼지고기로...

  • 3. 양지윤
    '02.12.26 11:10 PM

    저번에 두 삼겹살 두 토막 사서 하나는 삶아 먹고 남은게 있는데...
    낼 찜기에 쪄서 함 먹어 봐야겠네요~

  • 4. 하얀이
    '02.12.27 10:42 AM

    제가 최근에 발견한 유용한 기능은요....
    우유병 소독기로 쓰는 겁니다. 보통 전기 소독기 10만원쯤은 하잖아요. 그러면서도 고장도 잦구요. 중간 받침대 없애고 거꾸로 세워서 5분쯤 쪄서 소독하니까 소독기보다도 편한 거 있죠.
    혹시 출산 계획 있으신 분들.. 저처럼 둘다 사고 후회마시고 찜기 하나 사셔서 다용도로 쓰세요.

    PS. 애기가 아파서 장기 입원하는 바람에 책받기 이벤트를 놓쳐 버렸네요. 흑흑
    내년말에도 꼭 그런 이벤트 부탁합니다. 82쿡 회원이 늘어서 그 때는 한 820명은 뽑아야 할걸요.

  • 5. 김혜경
    '02.12.27 11:00 AM

    안그래도 하얀이님 요새 안들어오시는 것 같아서 궁금했는데 그랬군요!
    아기는 괜찮은지요? 걱정이 많으셨겠네요.
    하얀이님을 위해서라도 내년에 이벤트를 또 마련해야겠네요.
    이젠 자주 오실 수 있죠??

  • 6. 박연주
    '02.12.27 12:41 PM

    아직더 찜기를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자꾸만 욕심이 생기네여...
    그런데여 일밥책에 나온 찜기는 몇단짜리죠?

  • 7. 김혜경
    '02.12.27 12:46 PM

    2단입니다.

  • 8. 김희숙
    '02.12.27 3:31 PM

    감사합니다... 너무 흐믓합니다...꼭 해봐야겠어요.

  • 9. 권향숙
    '02.12.27 4:23 PM

    전 찜기않쓰고 그냥 냄비에다 해여. 그래도 우리 신랑은 맛있다구하거든여
    냄비에다 고길 통채로 넣구 고기위에서 파한 네뿌리정도 (푸른부분)얹혀놓구 뚜껑닫아서 중불로
    30분정도 나두시고 뚜껑은 절대열지마세여 !! 시간이되면 고기에 기름은 온데간데 없이 빠지고
    쫀득쫀득한 고기가 된답니다. 거기에 생채를 새우젓약간넣고 버무려서 배추속쌈에 싸드시면
    남자들 집에서 술마시지 나가서 잘 안마셔여 남편 집에 일찍 들어오게 하는 음식중 하나죠

  • 10. 왕소금
    '02.12.30 2:14 PM

    권향숙님
    그럼 물은 하나도 넣지 않나요?

  • 11. 권향숙
    '03.1.6 3:35 PM

    제가 넘 늦게 들어왔죠. 네 물은 전혀 넣지않아여
    고기에서 빠져나오는 기름기만으로도 냄비가 타지않거든여
    대신 뚜껑열지 마시고 잘보세여 뚜껑이 유리인거면 좋구요 어님 냄새를 자주 맡는 방법도 있겠져?

  • 12. 잠비
    '06.11.17 10:29 PM

    어릴 적 커다란 가마솥에 밥을 할 때,
    된장도 찌고 호박잎, 콩잎도 찌고, 계란도 찌고,
    할아버지 드릴 명란도 양념해서 찌고....
    쪄서 먹는 반찬이 가장 맛있습니다. 전기찜기를 사서 잘 사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돼지고기 수육은 아직 해 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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