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메밀가루, 삼색수제비, 그리고 코끼리 다리

| 조회수 : 6,536 | 추천수 : 330
작성일 : 2002-12-12 22:12:49
지금 몸이 천근만근이에요.
아침 6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종일 엉덩이 붙이고 앉을 시간 없이 동동 거리다보니, 다리는 코끼리 다리에 허리는 끊어지는 것 같고...

오늘 여성중앙 촬영일이었어요.
요리는 서너가지만 하면 되길래 얕봤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흑흑.
시금치밀가루 당근밀가루를 이용한 삼색수제비와 치즈를 넣은 감자부침, 메밀쌈 등이 오늘의 숙제.

삼색수제비반죽은 어제밤에 핸드블렌더를 이용해서 해놨고, 멸치국물도 내놔서 큰 문제가 없었고, 치즈를 넣은 감자부침도 감자부침가루를 물에 풀어서 피자치즈를 넣어 얇게 부쳐내기 끝.
그런데 문제는 메밀쌈이었어요.
싸서먹은 속재료, 호박채볶음, 새송이버섯볶음, 표고버섯볶음, 쇠고기볶음, 김치무침 등은 별 문제가 없었는데 그걸 싸먹을 메밀전병이 그만....
촬영용 음식이니 예쁘게 부쳐져야하는게 왜 원형으로 안되고 그리 타원형이 되는지... 하는 수 없이 언제가 사뒀다가 한번도 써보지 않은 계란프라이틀(계란프라이 예쁘게 되라고 프라이팬에 올려놓는 원형틀 아시죠?)을 동원한 후에야 겨우 몇장 부쳐낼 수 있었어요. 그저 내 솜씨에 부추나 송송 썰어넣고 널찍하게 부쳐서 쭉 찢어 먹어야 하는 건데...
정말 음식을 예쁘게 만들고, 예쁘게 담고 하는 거 따로 배워야하는 모양이에요. 촬영용은 예뻐야하는데 어디 빨리만 할 줄 알지 예쁘게 할 줄 몰라서...


촬영 뒷정리도 못하고 저녁상을 차리는데 그 메밀쌈은 꼴도 보기 싫은 거 있죠?
그런데 kimys 무슨 일인가 부엌에 들어왔다가 그걸보더니 "이거 오늘 촬영한 거야? 어떻게 먹는 거야?"하길래 하나 싸서 입에 넣어줬더니 "이거 먹을 만 한데..."하는 거예요.
순간 메밀한테 미안하더라구요, 괜히 미워해서...

수제비도 오후 2시쯤 촬영하고 그냥 냄비안에 넣어뒀길래 풀어져서 어떡하나 하고 보니 그런대로 탱글탱글한 것 같아요. 아까 촬영은 삼색색깔 내느라고 말갛게 끓였는데 지금은 뭐 먹을 거니까 하고 무쳐놓은 김치를 집어넣고 푹푹 끓였는데, 전 사실 풀어진 수제비라 혼자 먹고 말려고 했는데 식탁에 올려놓으니 시어머니께서 아주 달게 드시는 거예요. 얼마나 양심에 찔렸는지... 저 귀찮아서 수제비 먹고 싶으면 나가서 사먹지 집에선 안 해거든요.


허리 아픈 핑계로 촬영용 음식, 대충대충 차려서 내놨는데 그걸 맛나게 먹어준 식구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네요. 내일은 뭔가 맛난 걸 해야지... 이렇게 기약하는데, 아 내일 13일의 금요일 아닌가요? 무슨 컴퓨터 바이러스가 떠도는 날은 아닌지...


내일은 하루 종일 컴퓨터 꺼놓고 82cook.com에는 얼씬도 하지 않던가, 아니면 날짜를 앞으로 돌려놓고 마치 13일이 아닌채 하던가... 어떻게 할까요? 내일 우리 하루만 문 닫을까요??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ywoos
    '02.12.12 10:31 PM

    에고,선생님.
    오늘도 바쁘셨군요.
    부산스런 부엌풍경이 막 보입니다.

    치즈를 넣은 감자부침이 뭔가요?
    감자 갈아 부쳐먹는 그 감자전에 치즈 넣으면 되나요?

    또 군침도네...

  • 2. 김혜경
    '02.12.12 10:35 PM

    아뇨, 왜 그 감자부침가루 있잖아요. 그거 그냥 그것만 부쳐도 맛있는데 촬영용이라( 참 저도 요리선생님들 닮아가나봐요, 그냥 부치면 되는데 괜히 일을 만드느라...) 피자치즈를 섞어서 부쳤어요. 어린이들 간식용으로 좋을 듯 하던데요.

  • 3. 권성현
    '02.12.12 10:43 PM

    행님,힘드셨겠어요. 덕분에 저번호 여성중앙에서 행님 코너를 잘 봤어요. 반가 웠어요.
    따님께 다리 좀 주물러 달라고 하세요. 사실 전병 부치는게 어렵다고 하더군요.(큰시누이가 한식 조리사 자격증이있는데 실기 할때 무척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내일 어떻할까요? 전 순진해서 하지 말라면 안하는데...
    정말 내일 하루 문 닫나요?

  • 4. 나물이
    '02.12.12 10:54 PM

    컴 날짜를 앞으로 옮겨 놓으세요.. 14일로 ^^

  • 5. 김혜경
    '02.12.12 10:58 PM

    나물님 그러는 게 좋겠죠?
    그럼 저 지금 날짜 바꿉니다.

  • 6. mywoos
    '02.12.12 11:03 PM

    하지도 못하는 속독 흉내 내다 다 풀어 쓰신 글도 놓쳤습니다.
    다시읽어 보니 내용에 다있는걸.
    우래 애들 모짜렐라치즈 튀김 좋아하는데(오늘도 먹었음)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저도 성현님처럼 순진과(?)인데
    내일 문 닫나요?

  • 7. 김혜경
    '02.12.12 11:17 PM

    날짜를 바꿔놓기는 했는데 시원치않아서...
    여러분들도 바이러스 대비하시구요, 웬만하면 내일은 컴퓨터와 놀지마세요. 그럼 토욜날 봐요, 바바이

  • 8. 잠비
    '05.4.1 9:27 PM

    안녕, 바이 바이 ~~~
    오늘은 이만 씁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97 새해 첫 요리아이디어 [핫소스 요리] 10 2003/01/02 8,532
96 오늘 뭐하세요?? 13 2002/12/31 5,810
95 2002년을 보내며 15 2002/12/29 6,342
94 [밥전]을 부쳐보니... 3 2002/12/28 7,362
93 버섯을 많이 먹는 또다른 방법 [버섯 참깨소스 무침] 5 2002/12/27 9,516
92 찜기없이 어떻게 살았는지...[돼지고기 수육] 12 2002/12/26 15,859
91 [전기구이 통닭] 흉내내기 7 2002/12/24 8,635
90 속임수 권하는 가정!! [도라지 나물] 12 2002/12/23 7,379
89 동지 팥죽 이야기 15 2002/12/21 9,426
88 82cook.com에 대해서 25 2002/12/20 7,777
87 두부이야기 2 [참치두부전] 22 2002/12/18 8,279
86 두부이야기 1 14 2002/12/17 8,933
85 2만3천원으로 즐겁게 살기 23 2002/12/16 10,649
84 변 명 13 2002/12/16 6,158
83 전기포트 재발견!! 33 2002/12/14 13,712
82 남대문시장 탐험기!! 16 2002/12/14 14,094
81 메밀가루, 삼색수제비, 그리고 코끼리 다리 8 2002/12/12 6,536
80 마가린에 대해서 3 2002/12/11 7,656
79 제게 가장 소중한 그릇 8 2002/12/10 13,763
78 kimyswife식 [골뱅이 무침] 7 2002/12/09 11,500
77 별미 부추호박전을 부쳐보니 10 2002/12/09 7,587
76 우리집 오늘메뉴-[쇠고기 철판구이] 16 2002/12/07 8,761
75 시장에 가보니 7-별미부추호박전 6 2002/12/06 7,415
74 오늘 받은 예쁜 크리스마스카드... 6 2002/12/05 7,229
73 묵은 소스 필사적으로 쓰기 [칠리소스 고등어] 4 2002/12/05 6,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