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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제 목 : 동지 팥죽 이야기

| 조회수 : 9,406 | 추천수 : 979
작성일 : 2002-12-21 23:04:30
오늘은 뭐하셨어요, 토욜인데...
전 지금 내일 팥죽 쑤려고 팥 올려놓고 들어왔어요.
사실은 팥죽 안쑤려고 했는데 다른 분들이 동지에 즈음하여 팥죽을 쒀서 이웃에까지 돌렸다는데,
저는 그렇게 팥좋아하는 kimys랑 살면서 안쑬수도 없고 해서 '쑬까, 말까' 수없이 갈등하다가 그냥 쑤기로 했어요.

왜 쑬까 말까 망설였나고요, 사연이 있죠. 그런데 그 사연을 올렸다가 내부검열에 걸리는 건 아닌지..

사실 저희 친정집은 팥죽을 쑤지않아요.
붉은 색이 도는 곡식들은 예로부터 귀신을 쫓는 거라고 하죠?
그래서 아기들의 백일이나 돌에 잡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수수팥떡을 하고...동지 팥죽도 마찬가지래요.
그런데 옛날 어른들 '조상중에 열병으로 죽은 사람이 있으면' 동지날 절대로 팥죽 못쑤게 하세요.
저희는 그래서 동지날은 팥죽을 못얻어 먹었는데 겨울이면 한번쯤 엄마가 간식 겸 별식으로 팥죽을 쒀 주시곤 했어요.

예전엔 이 동지에 무슨 주술적 의미를 부여했는지,
제가 키친토크에도 올렸는데 음력으로 상순에 동지가 있으면 애동지라 해서 아이들이 상한다고 했고
중순에 있으면 중동지라고 해서 중년층들이 아프다고 하고
하순에 있으면 노동지라고 해서 노인들에게 우환이 있대요.
올해는 음력으로 19일이라 중동지고 내년은 아주아주 노동지라고 하네요.

하여간.
결혼후 직장을 다니니까 그 핑계로 팥죽을 별로 쑤지 않았죠.
그러다가 몇년전 하도 kimys가 팥죽 타령을 하고 또 나이를 이만큼이나 먹어서 팥죽 안쒀본 것도 웃기는 것 같고 해서 팥죽을 쒔어요.
오후내내 부엌에 서있다 시피해서 팥죽을 완성해 짜~잔하고 식탁에 올렸는데....

kimys "이게 뭐야?"(기 막힌 목소리)
kimyswife "팥죽!!"(의기양양한 목소리)
kimys "무슨 팥죽이 이래?"
kimyswife "팥죽이 이렇지?"
kimys "무슨 팥죽에 밥알이 있어?"
kimyswife "(또잉~~)"
kimys's mother "우리집은 그렇게 팥죽 안쑨다l"(이어지는 요리강습)

사실 지방마다 풍습이 다르잖아요? 요리도 그렇구요.
제가 직장 다닐 때 어머니께서 한번 손수 쒀서 "우리지방 풍습은 이렇다"고 하면서 상에 올리셨으면 '아 여기는 이렇게 팥죽을 쑤는 구나 '하고 배웠을텐데...
전 한번도 본적이 없거든요. 쌀을 안넣고 가루로만 끓이는 팥죽을...

게다가, 제가 오후 내내 서서 죽쑤는 보셨으면서도 아무 말씀 안하고 계시다가,
아들 앞에서 툭 내뱉으시는데 어찌나 섭섭한지...

그래서 kimys에게 선언을 했었어요, 다신 팥죽 안 쑨다고...

절대로 다시는 팥죽을 안쑤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책을 찾아보니,
일부지방에서는 칼국수를 넣어 먹기도 하고 가루로만 죽을 쑨다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호남출신의 한 부인에게 들으니까 호남지방에서 쌀알이 보이는,
그러니까 서울 경기지방에서 팥죽이거니 알고 먹는 그런 식으로 팥죽을 쑤면 쌍스럽다고 생각한대나요,
마치 무로 속을 넣지 않고 숭숭 썰어 담근 여름김치를 상스럽다고 하듯(우리 시어머니 생각).
그런걸 뭐 제가 알았나요.


지금 이 글 쓰고 있는데 kimys뭐라는 줄 아세요?
"쌀 넣은 팥죽 쑤지마"

마음 같아서는 지금 삶고 있는 팥, 죽쑤지 말고 그냥 팥밥이나 해먹고 말겠는데...

에잇, 마음 착한 제가 참고 말아야 겠죠??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여진맘
    '02.12.21 11:11 PM

    ....그 처절함에 대하여......아는자는 알겠죠.

  • 2. 주순란
    '02.12.21 11:21 PM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행님이 참으세요.
    전 나이차 많은 언니들이 많아서 형부들도 60세 가까운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요. 형부들 보면은요. 황혼에 언니들이 바가지 긁으면서도 못이기는척 해주는 좋아하는
    음식에서 많은 행복을 느끼시더라구요.
    아직 우리 마나님이 나를 대접해 주는구나 하구요...
    사실 번거롭고 짜증나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음식 땀흘려 해 주면 남편들이 속으로 좋아하잖아요.
    어차피 삶은팥, kimys님 좋아하시는대로 죽 쑤실거죠?
    그래야 저희같은 아우들이 행님께 남편사랑하는법, 사랑받는법 한 수 배우지용.

  • 3. 김혜경
    '02.12.21 11:23 PM

    참아야지 어떡하겠어요, 그 사람한테는 나밖에 없는데...
    팥보러 잠시 나갔다와야겠어요.

  • 4. 나물이
    '02.12.22 12:53 AM

    그러셨군요.. ^^

    저는 사실 팥죽을 그리 즐겨 먹는 사람이 아니예요..
    못먹는것 중에 팥빙수가 있구요.. 안먹는거 중에 찹쌀떡이 있어요.. 팥죽은 추운겨울날 밖에서 누군가 준 걸 먹은 기억이 한번 있네요.. 제 은사님중에는 남도출신 선생님이 계시는데 놀러가면 꼭 팥죽에 칼국수 넣은걸 시켜주셔서 너무 당혹스런 경험이 있어요.. 잘 못먹거든요...

    음식이란게 그래서 힘든가바요.. 자기 입맛에 맛게 하는건 대충 하지만.. 남의 입맛.. 그것도 팔도의 입맛을 맞추는건 거의 불가능하죠..

    난 나중에 결혼해서.. 이렇게 할꺼다 하고 다짐하고 있는게 있는데.. 아내가 해주는 음식은 무조건 맛있게 먹겠다는거예요... 그 이유는 싫은소리 했다간 다신 못 얻어먹거든요..^^
    해주기 싫어서도 그렇겠지만.. 하는사람이 담에 의기소침.. 의욕상실.. 이렇게 될테니까요..

    정말 맛이 없어서 그런거라면 할수없겠지만.. 지방색을 머라 하면 안될꺼같아요.. 어느 음식이 꼭 한가지로만 이래야 한다 하는 규정은 더 맛나는 음식을 만들수 없는 장애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 백김치만 있을때.. 사람들이 김치에 어떻게 빨간 고추가 들어가냐구 난리였다면 우린 지금의 김치를 먹을 수 없었을꺼라 생각해요...

    에궁 길게 쓰다보니 횡설수설이네요.. 워낙 긴글에 약해서리.. ^^

  • 5. 여진맘
    '02.12.22 12:43 PM

    좋아 하지 않는 음식을 그렇게 맛있는척 만들수 있다니...무서운 사나이(?)

    저도 팥죽, 팥빙수 별로거든요, 대신 또 남편은 질색하는호박죽을 좋아하죠.
    어제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국대신 팥죽이 나왔더라구요. 전 아무생각도 없이 팥죽은 안뜨고 밥을 먹었는데 알고보니 동지팥죽이더라고요. 여기왔다가 나물님 팥죽보고 알았죠.

    나물님도 이쪽분 아니신가요? 나물님 홈피에 제사밥이...
    저도 안동지방 쪽에서즐겨먹는다는 고추가루들어간 식혜있잖아요. 특별히 안 좋아해도 뭐 그냥 먹을수 있는것들도 있는데 이건 좀 제 입맛에는 먹기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아는 사람이 이쪽분하고 결혼했는데 첫 명절에서 피곤할때 이걸 한사발 먹으니까 속이 시원하더래요. 원래 기름냄새 맡아서 명절날은 속이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시댁분들이 원래 며느리들은 이거 잘 못먹는데 천상 우리식구 될 인연이라고 좋아 하셨대요.

    김치가 고려시대후로 지금까지 백김치였다면 ,,,,,,,,,,,,우와 끔찍하다.
    동서화합, 남북화합은 식탁에서부터!!!!!!!!!

  • 6. 홍혜경
    '02.12.22 9:08 PM

    저도 동지 팥죽 혼자서 삼일은 주식으로 먹어야 할거같아요 5살,11살짜리 아이들은 "윽 콩이다"하고 다들 도망가고 남편도 밥 달라고 징징대니 어떡하면 좋아요 정말정말 힘들게 계속 저으면서 끓이느라 팔 다리 저리도록 노력 헀거만 맛도 안보는 저 남자들이 너무 미워요 무슨 무슨 날마 다 다 지들 좋으라고 공(?)을 쌓아도 쳐다도 안보고 ,그냥 넘어 가려니 미안한 맘이들고 !!!!!!!!!!

  • 7. 체리
    '02.12.22 9:35 PM

    제가 썼던 방법이예요.
    (어떤 종류건 죽을 좋아하지 않아요 식구들이.)

    일단 팥죽에 대해 간단 설명(유래, 만들때의 노고 등)을 한 다음,
    팥죽 조금씩을 먹어야만 밥을 준다고 단호하게 말하죠.
    특히 남편에게.

  • 8. 김소영
    '02.12.23 8:42 AM

    앗.. 울 친정집도 쥔장님친정댁과 같은 사연으로 동지날에 팥죽 안먹었어요.
    꼭 전날이나 아님 며칠후에 해먹었죠.
    쥔장님친정어머니께서 경기도라 하신것 같은데.. (^^ 기억이 가물가물~)
    저희 부모님도 다 경기도분이셔서 음식 비슷한게 많은것 같아요. ㅋㅋ
    저도 팥죽은 여지껏 쌀알이랑 새알심으로만 하는건줄 알았는데...........
    흠.... 또 다른 팥죽도 있나보군요. ^^;

    왜 서로서로의 음식에 대해 '상스럽다'라고 표현들을 하는지.... ^^;;;;;
    자기 지방과 다른 식으로 하면 어른들은 '이렇게 하면 상스럽다'라는 표현들을 많이 하시죠?
    사투리가 있듯이.. 음식도 환경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당연~히 차이가 지게 마련인데...
    어른들은.. 내식.. 내가 했던 그대로가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것 같아요.
    슬포~ ㅜ.ㅠ... ^^;;;;

  • 9. mywoos
    '02.12.23 10:59 AM

    표현하는 말이 좀 틀리긴하지만 저도 많이 듣는 말이 있죠.
    "뭐한 사람들은...." "뭐한 집에서는......"
    그런데 이런말을 여자도 아닌 남자가 입에 달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이상한대요.
    그 "뭐한사람들" 이 나를 보고, 우리를 보고
    역시 뭐하다, 상스럽다 할지도 모르는데
    서로 차이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면 안되는건지...

  • 10. 김혜경
    '02.12.23 2:28 PM

    아, 박소영님도 '뭐한 '이란 표현들어보셨어요??
    저희 시어머니 잘 쓰는 표현이랍니다.

    김소영님, 저희 친정아버지가 경기도 김포, 친정어머니는 서울 용산, 그렇다면 정말 음식이 많이 비슷하실거에요. 새우젓 많이 쓰죠? 음식에...

  • 11. 김소영
    '02.12.24 1:35 PM

    음.. 제가 쥔장님 어머님이랑 음식이 정말 비슷하다고 느낀게...
    그 '우거지찌개'라고 하신거있죠. ^^ (저흰 이름 안붙이고 여지껏 먹었거든요. ㅎㅎ)
    김치 한번 씻어서 된장 무쳐 기름에 볶은후 멸치넣고 물붓고 끓여먹는거요.
    ㅋㅋㅋ 저희 집은 이거 하면 정말 환-_-장하면서 먹어요.
    저도 결혼해서도 이것만은 해마다 꼭 빼먹지 않고 해먹거든요.
    나중에 이거 먹을 생각에 김장 힘든줄도 모르고 하는데.... ^^;;;;
    푹푹 끓여서 밥이랑 먹으면... 캬아~ ^^;;
    근데.. 굉장히 식성이 시골스런 울 시부모님들도 이건 모르시더라구요.
    제가 설명해드리면 맛있겠구나..라고는 하시는데....
    제 주위에도 이 음식 아는 사람 없었는데....
    ㅋㅋㅋ 제가 책에서 이걸 보고 기절하는줄 알았습죠.
    아니.. 이걸 아시다니....하구요.. ^^

  • 12. 김혜경
    '02.12.24 3:52 PM

    교보문고 뒤에 또순이집은 이 찌개로 완전히 일어섰잖아요.

    그런데 소영님 부모님은?? 혹시 김포!?

  • 13. 김소영
    '02.12.24 4:05 PM

    아뇨.. 경기 평택이세요. ^^;;

    앗.. 그래요?
    이걸 하는 찌개집이 있나요? @.@
    아.. 책에서 말씀하시던 집인가 보다..
    교보문고 뒤에 있어요?

  • 14. 김혜경
    '02.12.24 4:08 PM


    또순이집이라고, 중국집 옆에 우거지찌개와 간장게장 전문...

  • 15. 잠비
    '06.5.17 12:35 AM

    마음 착한 사람은 늘 참는 법입니다.^^

    우리집 팥죽에는 쌀알도 들어가고, 새알도 들어갑니다.
    * 새알 = 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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