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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 목 : 아저씨에게 김장이란?

| 조회수 : 11,279 | 추천수 : 6
작성일 : 2019-12-12 19:44:59

 '엄마의 김치 ' 는 이상합니다 . 분명 맛있는건 아닌데 . ' 엄마의 김치 '가 아닌 김치는 입에 맞질 않습니다.  냉장고에서 '엄마의 김치'가 떨어져가면 불안합니다. 그 김치가 없이는 김치찌개가 맛이 안납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중에 하나인데 말입니다.  '엄마의 김치'는 고단함입니다. 배추를 사서   몇 번을 씻어내고 , 소금에 절여 , 밤새 뒤집기를 반복하는 김장입니다.  고추가루부터 젓갈까지 양념 하나 하나에 고단함이 배어 있습니다. 평생의 습관입니다. 그 평생의 습관이 며느리는 두렵습니다.         




  서로 다른 세대의   삶의 방식을 좁히는 건   어렵습니다 . 이럴땐 바보인척 하는게 빠릅니다 . 이 '어리석음'이 ' 아들이면서 남편 ' 이 취해야 할 ' 현명함'입니다 . 일단 ' 절임배추'를 주문합니다. 그리고 전화드립니다 .  뭐라고 말씀하십니다 . 몰랐다고 합니다. 그냥 무조건 몰랐다고 합니다. 통화가 길어질려고 합나다. 잘 안들립니다 . 어째 요즘 'LTE' 니 '5G' 니 하면서 통신회사들이 속도만  신경씁니다. 통화 음질이 별로입니다 .   





 그리고 아내와 둘이 무우 , 갓 , 쪽파 , 총각무 , 생새우 , 마늘 등등   장을 봅니다. 수육용 고기도 삽니다. 된장국에 들어갈 조개 도 삽니다. 아내와 함께 다듬고 씻어 놓습니다 . 황태머리 , 표고버섯 , 각종 야채로 육수도 해 놓습니다 . 이게 뭐라고. 장보고 다듬고 하는 일도 꽤 걸립니다.  고단합니다. '엄마'에게 미안해집니다.  

 다음 날 아침. 부모님을 모시러 갑니다. 차에 타시자마자 '절임배추'의 청결함에 대한 잔소리가 시작됩니다. 집에 도착합니다.  ' 아내 ' 가 정리한 재료와 '절임배추'가 엄마를 맞이합니다.  




 '절임배추'의 청결함에 대한 '엄마'의 의심이 풀렸습니다. 드디어  ' 엄마 ' 의 양념이 이것 저것 들어갑니다 . '엄마의 김치'는 계량컵 따위는 쓰지 않습니다. 해마다 다른 '엄마의 김치'의 애매한 맛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 아들 ' 은 버무립니다 .  눈이 맵습니다 . 김치속을 채웁니다. 먼저 찌개와 찜에 해먹을 김치는 양념을 바르는 느낌으로 채워줍니다. 익혀서 먹을 김치는 속을 충분히 채워줍니다. 마지막 반포기 정도를 채울 양념에는 홍시를 하나 탁~. 수육과 함께 달달하게 먹을 김치입니다.      


 10개의 김치통을 채우는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삶은 수육에 김장 김치. 소주까지 한 잔 들어갑니다. 엄마는 기분이 좋습니다. 몸이 편하면 마음도 너그러워집니다. 쓸데없는 물건만 사들이는 아들이라고 잔소리 하시더니, 갑자기 독일 채칼 칭찬까지 합니다. 물건 하나를 사도 똑똑하게 산다고...   한번 해보니 내년부터는 아내와 둘이 할 수 있을듯 합니다. 


이젠 '엄마의 김치'의 고단함에 마침표를 찍어드려야겠습니다.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커피한잔
    '19.12.12 9:26 PM

    아주 현명하십니다. 박수 보내드려요. 짝짝짝!!!

  • Mattari
    '19.12.13 8:49 PM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 한나푸르나
    '19.12.12 10:08 PM

    세상에,
    이런 아들이,
    이런 남편이,
    이런 아버지가
    감동적이네요 ㅎㅎ

  • Mattari
    '19.12.13 8:51 PM

    아니..뭐...감동까지는^^ 그냥 말 안듣는 아들이었고, 독박 육아 시킨 남편이었고, 좋은 아버지는 될려고 노력중입니다^^

  • 3. 까만봄
    '19.12.13 2:46 AM

    아이구
    잘 하셨어요~
    아주 칭찬해~
    이분 최소한 김장맛 좀 아는분일쎄.
    홍시들어간 김장에 수육이라~캬

  • Mattari
    '19.12.13 8:52 PM

    홍시가 깍두기도 그렇고. 김치랑 궁합이 너무 좋더군요. ^^

  • 4. 생활의발견
    '19.12.13 5:33 AM

    제목부터 글, 스냅사진...., 어느것 하나 버릴것 없는 감동이군요.

    아침부터 마법포션5개인 엔돌핀, 도파민, 세라토닌, 옥시토신, 멜라토닌을 선물 받은 이 느낌~!!!

  • Mattari
    '19.12.13 8:53 PM

    너무 과분한 칭찬이라... 감사합니다^^

  • 5. eyforever
    '19.12.13 8:03 AM

    커피한잔님 말씀처럼 정말 현명하십니다~!!
    부모님과 아내 두루 헤아리는 원글님 최고~!! 가족분들 모두 최고십니다~!! 글 읽으며 많이 배웁니다. 전 아들만 하나 둔 엄마입니다^^

  • Mattari
    '19.12.13 8:57 PM

    딸. 아들 키워보니....아들로서 엄마에게 미안한 기억이 많네요^^ 그땐 당연히 받는거라 생각했는데...

  • 6. 물레방아
    '19.12.13 8:28 AM

    안들린다고 합니다 ㅎㅎ
    짝짝짝

  • Mattari
    '19.12.13 8:57 PM

    실은 엄마에게 배운거랍니다^^

  • 7. 테디베어
    '19.12.13 9:00 AM

    고생하셨습니다.
    저의 남편처럼 참으로 민주적인 남편/ 부부입니다.
    칭찬 날려드립니다^^

  • Mattari
    '19.12.13 9:02 PM

    칭찬 감사합니다. 한 순간을 살아도 산맥처럼 당당하게. 민주 부부 만세입니다^^

  • 8. 빛그림
    '19.12.13 9:40 AM

    이야~~
    저번 편에 이어서
    이 남자 멋지다아!!

    (자아성찰 단점 좀 써주세요..
    설마 신혼초부터 이런 모습이었다는 @@)

  • Mattari
    '19.12.13 9:15 PM

    현재의 모습은 지난 시절에 대한 반성입니다^^

  • 9. 초록
    '19.12.13 9:49 AM

    세상에나....저도 짝짝짝짝짝짝짝짝짝~~~입니다^^

    저도 제아이들에게 엄마가해준음식이 좀 생각나야할건데...ㅠㅠ

  • Mattari
    '19.12.13 9:21 PM

    지니고보니 엄마가 해 준 모든 음식이 보약이었네요. 다 기억할겁니다. 당연히^^

  • 10. 예삐모친
    '19.12.13 9:54 AM

    몰랐다고 합니다-와~~삶의지혜. 인생의노하우. 진짜 글을 읽고 감탄합니다. 어쩜 어머니와 부인사이의 간극을 이렇게 지혜롭게 풀어갈까? 살림뿐만 아니라 이정도 센스면 일도 참 잘하실분~~~

  • Mattari
    '19.12.13 9:24 PM

    신혼 시절 양쪽으로 혼 많이나고, 제 성격을 이기지 못했던 실수와 패착을 통한 학습입니다^^ 세상에는 논리보다 중요한게 있더군요.

  • 11. 코스모스
    '19.12.13 11:21 AM

    로그인하게 만드시네요.

    그 고단함의 김장을 엄마는 수십년을 반복해 오셨네요.

    그리고 마지막 선물처럼 김장을 하기위해 준비 하든중,,,,,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김장철이 오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눈물이 흐르네요.

    든든한 아드님이 계셔서 어머님은 참으로 행복하시겠습니다.

  • Mattari
    '19.12.13 9:55 PM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와 핑계로 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는 기억들이 많이 만들지 못했습니다. 현재의 시간 소중히 쓰겠습니다^^

  • 12. hoshidsh
    '19.12.13 11:55 AM

    우리 남편 돌아오면 10번 정독하라고 해야겠어요.

    너무너무 훌륭하세요!!!!!!

  • Mattari
    '19.12.13 10:04 PM

    훌륭은 아닌듯 합니다^^

  • 13. samdara
    '19.12.14 1:37 PM

    와우..주말 한가로움을 즐기는 중 이렇게 감동적인 포스팅을 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
    거창한 감동이 아닌 잔잔한 감동인것 같은데 여운이 상당히 길고 깊네요.

  • Mattari
    '19.12.16 11:28 AM

    버킷리스트까지는 아니지만, 나중에 해봐야지 했던 것중에 김장이 있었을 뿐입니다^^

  • 14. 통통한미꾸라지
    '19.12.18 11:20 AM

    구전으로만 내려오는 줄 알았던
    전설의 남편, 아들의 실사편이시네요.

  • Mattari
    '19.12.29 4:30 PM

    편집의 힘입니다. 철없는 남편이고 아들입니다.^^

  • 15. 소년공원
    '19.12.19 10:00 PM

    우와~~~
    아빠가 담은 김장김치는 아이들이 더 잘 먹을 것 같아요.
    맛있는 김치와 함께 행복한 겨울 나세요!

  • Mattari
    '19.12.29 4:31 PM

    감사합니다. 소년공원님도 행복하고 따뜻한 겨울 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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