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빈둥대다 시험시간 닥쳐야 공부해요.
평소에 뭐 하고 사는지 아무도 몰라요.
이 여학생 뭐 먹고 사나 궁금해요.
우리 같이 집요하게 탐구해봐요.

여학생 감자 좋아해요.
갓 찐 감자 냄새는 너무나 향기로워요.
따뜻한 감자를 한 입 베어 물면 보드럽게 입 안에서 녹아요.
맛있어서 몸서리를 치네요.
감자는 몸에 좋은 채소라면서 행복하게 먹어요.
한 번에 애 머리통 만한 감자를 네 개 다섯 개씩 혼자 다 먹어요.
채소니까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말해요.
아닌 거 지도 알아요.
아니까 불안해서 저러는 거예요.

여학생 밥 좋아해요.
맨 밥 좋아하는데 주먹밥은 더 좋아해요.
자기는 한국인이라 밥 없으면 참 슬플 거래요.
탄수화물이네요.

아, 날씨가. 참 좋구나.
오늘 아침은. 주먹밥을 싸서. 먹으라는. 하늘의 계시같아.
또 주먹밥을 싸요.
엄마가 만드시며 깻잎값이 비싸다 한숨을 쉬셨던 것을 잊지는 않았어요. 그것은 어제의 일이니까요.
하지만 과감하게 깻잎지를 꺼내 주먹밥에 투자해요.
여학생의 입맛은 소중하니까요.
탄수화물이에요.


여학생 우동 좋아해요.
일본 우동을 못 먹어서 죽을 병을 앓아요.
저 목련잎이 떨어지면 지도 죽을 거래요.
엄마는 꿈쩍을 안해요.
일본우동 비싸요. 물가 무서워요. 가계부 빵꾸났어요.
화가난 여학생 분노의 구글링을 해요.
우동면발 공 들이기 어려워서 그렇지 레시피 오직 밀가루 소금 물이에요.
필요한 건 노동력 뿐이에요.
여학생 겁도없이 밀가루 반포대 다 부어요.
다이어트도 되고 좋을거라고 엠피쓰리 꼽고 반죽을 시작해요.
울어요.
징징거려요.
할머니가 오셔서 칼국수 하시던 솜씨로 마무리해요.
아이고. 정말. 힘들다.
드러누워 있으니 가께우동이 완성 되었어요.
혼자서 두 그릇을 처먹어요.
탄수화물이에요.

여학생 김밥 좋아해요.
심하게 좋아해요.
김에 맨 밥만 싸줘도 잘먹어요.
안구운 김이랑 밥 주고 간장 안줘도 행복해해요.
김에 밥 넣고 아무거나 싸면 김밥이래요.

여학생 채소 좋아해요.
채소보다 탄수화물이 좋을 뿐이래요.

여학생은 김밥에 개똥철학이 있어요.
그래서 시판 김밥이 아주 입에 맞지는 않아요.
단무지는 어떻고 참치는 어떻고 어묵은 어쩌구 햄은 이래서 하면서 까탈을 떨어요.
나는. 음식가지고. 장난질. 하는 게. 너어무 싫어.
그런 건. 첨가물이. 너무 많다구.
김밥은. 소중해.
그래도 주면 다 집어먹어요.
참치김밥 안 좋아해요.
하지만 다른 가족들 풀만 넣으면 안먹어요.
여학생이 좋아하는 닭에게 고추참치 코스프레를 시켜요.
모두들 좋아해요. 대성공이에요.

재료 많이사서 일 벌리면 한 줄 사먹는 게 싸게 먹히는 물가에요.
가족들 햄 좋아해요. 햄 사와요.
여학생 어제 사먹은 김밥에 밀가루가 주 성분인 계란찜따위가 무쟈게 크게 박혀 있는 것에 화가 났어요.
계란 지단을 열 댓장 부쳐요.
어쩌려고 저러는 지 몰라요.
계란 하나를 다 넣을 기세로 말아 넣어요.
좋다고 먹네요.
김밥 속 많이 넣는다고 탄수화물이 어디가나요.
탄수화물이에요.
여학생의 편중된 입맛을 알겠어요.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ㅎㅎ 오랫만에 들렀어요.
애슐리님 글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따라해봤습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음식들은 최근에 먹은 것과 아주 오래 전에 먹은 것들이 섞여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