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아버지 기일에

| 조회수 : 2,789 | 추천수 : 24
작성일 : 2006-10-15 11:34:43
제가 결혼 전 직장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아버지 기일이라 바쁜 엄마를 도와주고 있던
나는 마당에서 커다랗고 잘 생긴(?) 수박을 잘 씻은 후
마루에 오르기 전에
제사상에 쓸 수박을 마당바닥에 냉동이쳤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잔잔하게 부서지지는 않고비록 두쪽으로는 갈라졌지만
제사상에는 간신히 올 릴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쩔 줄 모르고 있던 저에게
평소에는 덤벙댄다고 꾸사리를 하시는
평소의 엄마와는 다르게 웃으면서
예쁜 딸이 그리 했으니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이해하실 거라면서
제사상에 잘 올리라고 하시더군요.

여름이면 매년 수박을 먹을 때마다
이 일을 떠 올리면서
괜히 아버지에게 미안해집니다.



어느 해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아버지 기일에
올릴 꽃을 장만하려고 꽃집을 갔는데
왠일로 빨간 글라디올러스가 눈에 확 뜨이는겁니다.
너무 예쁜 나머지 평소에 알고 있던 상식도 잊은 채
한아름 사 가지고 보부도 당당하게 집으로 들어 왔는데

엄마가 살짜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기일에는 하얀 꽃을 사용하는데
어쩐일로 빨간 꽃을 사왔느냐고 하시면서
무척 난감해하셨답니다.

비록 제 마음을 제사상에 표현 할 수는 없었지만
빨간 글라디올러스가 그 날 왜 이리도 예뻤는지
지금 생각해 보아도 도저히 알 수가 없답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녜스
    '06.10.15 11:50 PM

    그림 잘 그릴 수 있다면, 이 글로 그림 한 장 그리고 싶은,
    그런 글입니다.
    아버지, 저도 그립습니다.....

  • 2. 느린소
    '06.10.16 12:31 AM

    물기 묻은 커다란 수박, 떨어뜨리기 딱 좋지요.
    착한 딸이 한 일이니 아버지도 이해하실 거예요.

  • 3. 신효진
    '06.10.17 9:20 AM

    그림한장 그리고싶은 글....이라... 정말 멋진 표현이네요
    저도 그런 글 한장 쓰고싶네요 남이 그림한장 그리고 싶은 글...
    제사에 수박도 올리는구나~ 그건 몰랐어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168 일단 달콤한 설탕이 씹히는 시나몬라떼로 출발 !! 6 챌시 2025.06.27 2,448 0
41167 직장녀 점심메뉴 입니다 (갑자기떠난 당일치기여행...) 9 andyqueen 2025.06.26 4,034 2
41166 먹고 보니 너무 럭셔리한 점심 6 요보야 2025.06.26 3,156 2
41165 냉장고정리중 6 둘리 2025.06.26 3,749 4
41164 먹어봐야 맛을 알고 맛을 알아야 만들어 먹죠 6 소년공원 2025.06.25 4,666 3
41163 똑뚝.....저 또...왔습니다. 16 진현 2025.06.23 5,868 4
41162 별일 없이 산다. 14 진현 2025.06.17 8,588 4
41161 새참은 비빔국수 17 스테파네트67 2025.06.14 9,905 4
41160 Sibbald Point 캠핑 + 쑥버무리 16 Alison 2025.06.10 10,453 5
41159 깨 볶을 결심 12 진현 2025.06.09 7,483 4
41158 피자와 스튜와 티비 보며 먹는 야식 이야기 22 소년공원 2025.06.05 8,024 6
41157 이른 저녁 멸치쌈밥 17 진현 2025.06.04 6,968 5
41156 184차 봉사후기 ) 2025년 5월 쭈삼볶음과 문어바지락탕, .. 4 행복나눔미소 2025.06.04 4,185 1
41155 오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16 진현 2025.05.31 8,345 5
41154 돌나물의 우아한 변신 6 스테파네트67 2025.05.31 6,054 4
41153 정말이에요, 거짓말 아니라구요 ㅠ.ㅠ ㅎㅎㅎ 18 소년공원 2025.05.30 12,161 5
41152 게으른 자의 후회. 4 진현 2025.05.28 8,445 3
41151 별거아닌. 소울푸드...그리고(재외국민투표) 6 andyqueen 2025.05.26 8,796 7
41150 새미네부엌 닭가슴살 겨자냉채 소스 5 22흠 2025.05.25 5,400 2
41149 참새식당 오픈 6 스테파네트67 2025.05.25 4,886 6
41148 햇살 좋은 5월, 꽃 일기 5 방구석요정 2025.05.25 4,692 3
41147 아이들 다 크고나니 이제서야 요리가 재밌네요 10 늦바람 2025.05.24 5,433 2
41146 밥도둑 돼지갈비 김치찜 7 캘리 2025.05.21 7,986 3
41145 잡채를 해다주신 이웃 할머니 15 인생 그 잡채 2025.05.20 9,530 3
41144 더워지기전에 11 둘리 2025.05.19 7,603 5
41143 절친이 주문한 떡 넣은 오징어 볶음 13 진현 2025.05.19 8,679 4
41142 자스민 향기에 취해... 9 그린 2025.05.18 4,512 2
41141 만두 이야기 20 진현 2025.05.15 8,845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