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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차 한잔의 행복

| 조회수 : 3,060 | 추천수 : 14
작성일 : 2005-04-12 16:14:29
컴퓨터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윈도우를 비롯한 하드가 전부 날아가버렸습니다. ㅜ.ㅜ
몇 시간 동안 포맷하고, 고치긴 했는데 중요한 자료들 몇 개는 결국 건지질 못했네요.
우울해지려는 차에 일전에 작성했 두었던 글 하나 건진 게 있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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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든 홍차든 아니면 중국차이던 간에 맘이 끌리는 잎을 골라낸다. 어떤 때는 설록차를, 어느 때는 큰 맘 먹고 홍목단이 든 통을 꺼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망설임 끝에 고이 모셔둔 새 찻잎을 개봉하는 만행을 저지를 때도 있다.

그렇게 어떤 차를 마실지 결정하고 나면, 물을 끓이고 찻주전자를 뎁힌다.
찻잎을 덜어내기 위해 차가 든 통을 열고 쌉싸름하게 풍기는 찻잎의 향기를 잠시 맡아본다.

적당량의 찻 잎을 주전자나 티포트 안에 넣고 뎁힌 물을 붓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찻잎의 종류에 따라서 조금 짧게 혹은 그보다 더 길게...

때로는 기다리는 동안 찻잔을 고르기도 한다. 투박한 다기도 괜찮을 테고.. 홍차라면 조금은 화려한 찻잔을 쓸 때도 있다.

찻잎을 우리는 과정에서 '빨리빨리'라는 말은 전혀 필요가 없다. 느긋하게 그러나 정성껏.. 그 과정 하나하나를 차분하게 즐겨본다. 그러노라면 일상사에 조급해 하며 안달하던 내 마음도 따라서 차분해진다.

적당히 시간이 지났다 싶으면 역시 따뜻하게 데워둔 찻잔에 거름망을 대고 차를 따라낸다.

손으로 찻잔을 감싸 쥐고, 그 온기를 느낀다.
하루종일 우울한 것들을 본 날이라면 찻잔에 담긴 말간 차의 빛깔을 두 눈에 가득 담아, 그것들을 비워낸다.
그리고는 찻잔을 들어 그 알싸하고 향긋한 향기로 가슴을 씻어내리고, 한 모금 머금어 본다.

때로는 푸근하게.. 때로는 상쾌하게 느껴지는 차맛은 1분만에 후다닥 우려내는 티백의 맛과는 천지차이다.

홀짝홀짝 차를 마신다. 이 세상 이보다 행복한 일은 없다는 듯이 따뜻한 햇볕 아래 늘어져 가르릉 거리는 고양이처럼..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귀찮더라도 정성껏 차를 준비해보자.
차 한잔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이처럼 크다^^



















덧붙임: 차 한잔이 가져다 주는 불행

차를 즐기다 보면.. 이렇게 되기 십상인데(이것도 전부는 아님--;) 이쯤 되면 찻잎과 다기를 앞에 두고 지름신의 유혹과 파산신의 경고 속에서 갈등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느 샌가 텅 비어 있는 지갑을 보며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ㅡㅡ;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두막집
    '05.4.12 4:45 PM

    차를 좋아하시는군요. 반가워요 저두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전요 차중에 작설차를 좋아해요 특히나 쌍계사주위에서 자라는 녹차가 맛이있더군요
    이제,햇차나오는 계절이 옵니다. 벌써 입맛이땡기네요
    언젠가 차마시며 차얘기 한번 해볼까요?

  • 2. 미씨
    '05.4.12 4:47 PM

    비록,,한잔의 차지만,,, 그 차가주는 기쁨이 뭔지 저도 알죠,,
    가끔 우울할때,, 차 한잔으로 기분이 업되고,,,,,
    여러 종류의 차가 있네요,,,, 종이컵에 커피마시는 제 자신이,, 슬퍼요 ㅠㅠ
    이쁜 잔에다,,우와하게 한잔 마시고 시포요~~~~

  • 3. 행복하게 오래오래
    '05.4.12 5:00 PM

    하하^^
    그래도 불행보다 행복이 더 크지요?
    이쁜 커피잔과 티팟입니다.

  • 4. 딸둘아들둘
    '05.4.12 5:08 PM

    잠시나마 첫비행님의 그 알싸한 행복에 같이 빠져 보렵니다^^

  • 5. 영원한 미소
    '05.4.12 5:19 PM

    저도 차 무지 좋아라해요.
    그전엔 차를 마신 후의 그 깔끔함을 몰랐는데 어느덧 향과 맛을 느끼는 경지(?)에까지 올랐지요.
    첫비행님의 글을보니 차를 즐기는 제가 넘넘 뿌듯한걸요~^^

  • 6. 사브리나
    '05.4.12 5:22 PM

    요즘 전 중국차에 흠뻑빠져있답니다. 사무실에서는 쟈스민을 집에서는 '동방미인'을,아니면 '보이차'를...
    모든일을 끝내놓고 깊은밤에 마시는 차한잔의 여유를 사랑하게되었죠
    덕분에 커피를 줄일수있어서 다행이기두 하구요 하루 열잔가까이 마시는 커피가 쫌... 그랬거든요
    첫비행님의 차를 즐기는분위기가 편안해보여요. 좋은음악도 있을거같구요

  • 7. 오렌지피코
    '05.4.12 6:07 PM

    차를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저두 너무너무 좋아해요. ^^
    '차 한잔의 행복'이란거, 절실히 동감해요. 아는사 람만 아는...

  • 8. 런~
    '05.4.12 6:09 PM

    저도 저렇게 차를 쌓아두다가 어느날 한꺼번에 다 버리게 되었답니다..^^;;
    너무 오랫동안 먹지 못해서 그렇게 되었는데
    부지런히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 9. 산야의 들꽃
    '05.4.12 10:11 PM

    차 ! 참 좋지요
    인간을 좀 더 인간답게 삶을 좀더 여유있게
    현안들을 좀더 헐렁하게 받아들이는 지혜도 주지요
    그래서 쑥 캐다가 찌거 덕고 말려서 햇차 만들었어요

  • 10. 밀크티
    '05.4.12 10:23 PM

    뜨거운 차가 목울대를 따라 내려갈때. 몸속의 안좋은 기운들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어요.
    그게 너무 좋아서 때로는 신성한 의식처럼 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좋은 차 많으시네요.
    트와이닝이나 마리아쥬 프레, 국내서 구입하신 거라면 어디서 구하셨는지 알려주셔도 될까요?

  • 11. 늘푸른
    '05.4.13 2:27 AM

    차한잔의 여유를 즐길줄 안다함은
    거창하게 얘기안할지라도 빈 마음의 충만을 행복으로 느낄수있는....그런게 아닐까
    우전 햇차 그연하디 연한 차순으로 우려낸 귀한 녹차향을 마음이 가난한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 12. 쮸미
    '05.4.13 7:36 AM

    홍차 왕자.... 가 생각나는 단순한 아지매....... 바로 접니다.*^^*
    여하튼 그저 사진만으로도 향기로와 지네요.

  • 13. 첫비행
    '05.4.13 8:22 AM

    덧글을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차를 좋아하시는 분이 많으시네요^^ 우울했던 기분이 좀 날아갑니다.

    아, 그리고 밀크티님, 위에 보이는 차들은 제가 현재 거주중인 미국에서 구입한 차들이랍니다.
    유리병에 든 건 지인이 선물해주신 보이차. 아껴서 마시구 있죠. 그 아래 젤 밑은 녹차잎이고, 그 위 락앤 락은 얼그레이에요.
    웨지우드가 많이 보이는 이유는 얼마 전에 세일할 때 왕창 구입해버려서에요..ㅡㅡ;
    트와이닝은 집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 거고, 마리아쥬 프레는 워싱턴에 갔다가 딘 앤 델루카라는 식품점에서 구입한 건데, 근처 윌리엄-소노마에서도 취급하더군요.
    귀국하기 전에 홍차잎은 좀 왕창 사가려고 합니다.

  • 14. 미스마플
    '05.4.13 1:18 PM

    저도 얼마전에 웨지우드 차들 세일 많이 해서 잔뜩 사다 놓았어요.. 한상자에 3달러씩 파는거 같던데요.
    맛이 좋긴 한데.. 좀 너무나 인위적인 맛도 있어요.. 그래도 설탕 두스푼 넣고 차 진하게 우려서 타먹으면 웨지우드가 전 젤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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