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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쑥향이 솔솔--쑥해물찜

| 조회수 : 2,192 | 추천수 : 15
작성일 : 2004-08-19 23:18:35

저는 찜 종류를 참 좋아합니다. (그러고보니 내가 안 좋아하는걸 찾는게 낫겠군. 흠흠...)
엄마께서 찜을 참 잘 하시는데 저희 집은 아구찜처럼 걸쭉하게 아니라 서양의 스프정도의 국물이 자작자작하게 있어 떠먹기도 하고 밥을 비벼 아니 말아 먹기도 합니다.
이 쑥 해물찜은 엄마가 개발하신 독특한음식인데 쑥향이 입끝에 맴돌아 향긋하니 좋습니다.
한번 할때마다 5일에 한번씩 열리는 장이 서면 거기서 자연산 논우렁을 사다가 한솥(절대 작은 냄비 아님) 끓여주시곤 했습니다.
전 엄마의 맛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습니다.
늘 엄마께 배운 찜을 먹으면 이런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서양사람들이 이 찜을 먹어보면 "오우 코리안 슾"하면서 자기네 느끼한 (적어도 나에게는)스프보다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어느나라의 스프에도 뒤지지 않는 맛과 영양이 여기에 있습니다.

재료:쑥(저는 지난 봄 데쳐 냉동해둔 쑥으로 했습니다.),고사리, 방아잎,양파, 대파, 팽이 버섯,고추,부추,다진마늘,찹쌀가루,들깨가루 --집에 있는 야채 무엇이든 환영. 그리고 쑥, 방아잎은 필수 야채입니다.
       개조개, 바지락, 미더덕, 익혀 깐 논우렁

1.쑥은 아주 잘게 썹니다. 자칫 잘못하면 질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아와 개조개도 적당히 썹니다. 나머지는 잘 씻어서 손질해둡니다.

2.쑥과 고사리를 참기름에 달달달 볶습니다. 거기다 다싯물을 넣구요,한소끔 끓입니다.

3.물이 끓으면 조개와 바지락,미더덕,논우렁을 넣습니다. 조개는 첨부터 넣으면 질겨지기 때문입니다.

4.그리고 한소끔 끓으면 찹쌀가루를 물에 개어서 뻑뻑해질정도로 넣은후 국간장으로 간하고 다진마늘, 어슷썬 고추,양파, 대파,팽이버섯 넣은후 마지막 간을 보고 방아는 맨 마지막에 넣어 향을 냅니다.
기호에 따라서 들깨가루를 넣어도 맛있습니다.
  
저, 요즘 몸살 감기가 나서 입맛도 없고 힘도 없었는데 이거 오늘 세 그릇먹고 힘 차렸습니다. 그래서 여기도 들르구요.
뜨거운 찜 먹고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늘,,늦은 퇴근에 지친 남편 손에 뭔가가 들려 있습니다.
참치 통조림과 라면(제가 워낙 이런걸 안 사다놓으니까 이렇게 자기 스스로 슈퍼에서 사오곤 합니다).,,,누가 보면 혼자사는 홀아비인줄 알겠죠?
남편 저녁상에 이 쑥해물찜을 떠 줬더니 제 눈치봐서 한 숟갈먹고는 자기가 사온 참치캔을 뜯습니다.
남들은 남편 입맛 맞추기 쉽겠답니다. 좋아하는 것만 해주면 된다면서.
하지만 천만에요. 어떻게 맨날 몸에 나쁜 것만 찾는 남편에게 그런것만 해먹이겠습니까?
남편 밥상차리기 너무너무 힙듭니다....

인공의 맛에 입맛이 찌들려 이런 자연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이 오늘따라 너무나도 안스럽고 애처롭게 보입니다.....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누룽지
    '04.8.19 11:32 PM

    세상에...정성이 너무나 가득한 음식이네요....^^

  • 2. 수국
    '04.8.20 8:41 AM

    우와~ 정말 대단해요~~
    저두 쑥도 역시나 좋아하는데^^

  • 3. 때르
    '04.8.20 9:29 AM

    구수하니 맛나겠네요
    근데 방아잎은 어디서 사나요?

  • 4. 짜잔
    '04.8.20 11:50 AM

    누룽지님, 엄마의 손맛입니다.
    수국님, 나이는 얼마 안되신것 같은데, 이런맛을 좋아하신다니, 반갑네요..
    때르님, 방아잎은 재래시장에 가셔야 하는데, 구하기 힘드시면 쑥향만으로도 충분하지 싶습니다.

  • 5. 뚜띠
    '04.8.20 1:09 PM

    아~ 이거... 저희 시고모님(경상도 분이십니다)이 해 주셨던...
    너무너무 맛나게 먹었던....
    미더덕찜... 조개살찜...
    저두.. 마침 봄에 냉동해 둔 쑥도 있으니...
    퇴근길에 노량진에서 조개살이랑 미더덕 좀 사다가...
    저두 한 번 해 먹어볼랍니다. 남편이 참 좋아하는데...

  • 6. 치즈
    '04.8.20 1:33 PM

    짜잔님 ...저의 기대를 저버리시지 않으셨네요.^^*
    올리신 찜은 처음 보는 거지만 무지하게 땅깁니다.

    미국수녀님 한분이 미역국을 최고의 슾 이라고 하시는 걸 봤어요.
    저도 공감이 되더라구요.

    저런 찜은 큰 솥으로 한가득 끓여야 제 맛이 나겠지요? ^^*

  • 7. 뚜띠
    '04.8.20 7:58 PM

    전 지금 준비 완료하구... 최종으로 레시피 보러 들어왔습니다
    제가 디카가 없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핸드펀으로 사진찍어서... 함 올려볼까여?
    전..방아잎은 없어서 뺍니다... ^^

  • 8. 짜잔
    '04.8.20 10:49 PM

    치즈님, 어찌그리 제 입맛과 비슷하신지...저두 치즈님 요리에 입맛 다십니다요..
    뚜띠님, 핸드펀 사진 기다리겠습니다. 평가 부탁드립니다.

  • 9. 뚜띠
    '04.8.24 10:30 AM

    짜잔님.. 제가 해서 올린 거 보셧어요? 맛있었어요....
    저흰 국처럼 먹느라 찹쌀을 좀 덜 넣었구요... 해물은 개조개랑 미더덕만 넣었는데도
    맛났습니다... 감사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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