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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내 손으로 만들어 먹이고픈 마음...

| 조회수 : 3,364 | 추천수 : 7
작성일 : 2004-06-22 23:35:27
비가 쏟아지던 지난 일요일,
인우둥과 친구들은 대전국립묘지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왔습니다.



녀석이 이승에 머문다는 49일.
그 49일을 맞아 한 번 더 보려고 찾았던 거지요.
인사를 하려고요.

주,과,포(술, 과일, 북어)만 놓고 간단히 하자고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와 친구 몇몇이 음식을 조금 장만했습니다.




주, 과, 포는 남자아이들이 사왔고
삼색나물, 탕, 메, 적 등은 다른 친구들이 조금씩 해왔고
인우둥은 젓가락 올려져 있는 호박전과 참치 동그랑땡을 준비했지요.

그 녀석,
맛있게 먹고 떠났겠지요?

녀석을 위해 준비한 음식들...
과정샷입니다.

1.동그랑땡은 돼지고기로 하는 거지만
   비도 오고 여름이고 해서 안전한 참치로 만들었습니다.
   간 보기도 편해서 좋았지요.


  아홉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기름 뺀 참치, 으깬 두부, 표고 다진 것, 양파 다진 것이 주재료고
  위에 올린 것은 밀가루 조금, 달걀, 청 홍 고추 다진 것, 파 다진 것, 깨 등입니다.
  간은 소금으로만 했고요.

  참치 기름을 빼야하는데 음식을 준비한 친구 자취집엔 체가 없어서
  급하게 이렇게 만들어 참치를 쏟았습니다.
  저는 주방에서는 체가 요긴하니 씻어서 다시 쓰라고 잔소리했지만
  친구는 설겆이하기 싫다고 버렸습니다.
  사실 이 일회용기도 예전에 제가 함께 떡볶이 먹고 씻어 두었기에 그나마 있었던 거지요. ㅎㅎ


2.잘 섞어, 섞어서!!!



3. 예쁘게 부칩니다. 동골 동골 통통하게 말이죠.
   부치기 전에 밀가루 솔솔 뿌려주고 달걀물에 퐁당 샤워시킨 건 다들 아시죠?
   고기와 달리 좀 질척해서 모양잡는 게 조금 더 신경쓰이더군요.



4. 채반이 없어 친구자취집에 하나 밖에 없는 쟁반에 키친타올을 깔고 전을 식히고 있습니다.
   밑에 꽤 많이 깔려있어요. 후라이팬이 작아서 조금씩 부쳐냈거든요.



5. 새벽 일찍 일어나 식힌 전을 밀폐용기에 담았습니다.
   위에 얹은 지단은 호박전까지 부치고 남은 달걀물을 부쳐 식힌 후, 골패쪽 모양으로 썰어 얹은 거에요.



이래뵈도 이게 꽤 많은 양이었는데 사진엔 너무 적게 나오네요.



호박전에 밀가루 묻힐 땐, 비닐봉투에 밀가루 넣고 함께 흔들어주는
최신 방법(?)을 써봤습니다.
너무너무 편했어요. 강추, 강추에요.
소금도 이때 아주 조금 넣고 흔들었어요.
소금간은 거의 안 한 느낌으로 조금 넣었습니다.
금방 먹는 것도 아니고 해서 달걀옷이 벗겨질까봐서요.
전에 달걀에 소금간을 해보기도 했는데
그러면 달걀이 삭아서 너무 묽어지더라구요.
호박전은 모양을 위해 매우 싱겁게 하고
마트에서 생선초밥 사면 주는 조그만 간장을 함께 넣어갔습니다.
음복할 때, 간장을 뿌려 먹었지요.
맛있었어요.
원래 집에서 젯상 차릴 때는
붉은 음식은 쓰지 않는 거라고 해서
고춧가루도, 붉은 고추나 실고추도 쓰지 않지만
격식 차려야 하는 어른 제삿상도 아니고
그냥 녀석에 대한 인우둥의 마음이니까
예쁘게 만들어주고 싶어 청 홍 고추로 호박을 간단하게 장식했습니다.
쑥갓 등으로 더 예쁘게 하는 건...
거의 혼자 동그랑땡과 호박전을 한 관계로...
과감히 생략하구요.


그리고 이렇게 녀석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목발 짚은 친구와 우비모자 쓴 친구 사이에 있는 검은 머리가... 인우둥이에요.

출근하느라 발인 때 장지에 못 따라갔는데
이렇게 내 손으로 만든 음식으로 상을 차려주니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하하하, 잘 먹었어... 호탕하게 웃으며 갔을 거에요. 그렇죠?

(그런데 다 쓰고 나니... 이거 다른 분들한테는 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드네요.
너무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섞어서... 게다가 즐거운 이야기도 아니고...
기분 안 좋으시다는 의견 있으면 내리겠습니다. 리플이나 쪽지로 연락주세요.)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프림커피
    '04.6.22 11:43 PM

    인우둥님의 따뜻한 마음씨가 여기서도 느껴지네요,
    친구분도 잘 드시고 가셨을거예요.
    근데, 인우둥님은 솜씨가 정말 오래된 주부 같으세요...

  • 2. 나나
    '04.6.22 11:45 PM

    인우둥님..토닥토닥...
    그 동안 어찌 지내시는지 많이 궁금했었어요.
    다행히 잘 계신것 같네요.
    친구분 좋은데 가셨을 거예요.
    색색이 곱게 만든 전이.더 젊은 사람 한테는 잘 어울리네요.ㅜ.ㅜ

  • 3. 러브체인
    '04.6.22 11:46 PM

    에구..전에 그 친구분인가 보네여..
    안그래도 어찌 되셨나 궁금 했었는데..ㅡ.ㅡ
    늦었지만 친구분의 명복을 빕니다..
    인우둥님 정성으로 배불러~ 고맙다~ 하시면서 가셨으리라 생각 합니다.

  • 4. 이영희
    '04.6.22 11:47 PM

    아!!! 그분 그러셨군요. 그래도 참 좋은 친구 많은 그분!!!!!! 살아온 세월 잘 살으셨네요.........
    이런글 보고 내리랄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마음이 아프시겠네요. 젊은데.....보넸으니....힘내세요................

  • 5. 김혜경
    '04.6.22 11:48 PM

    인우둥님...잘 하셨어요...친구가 얼마나 좋아했을 지 짐작이 가네요..

  • 6. 이론의 여왕
    '04.6.22 11:48 PM

    로그아웃했다가, 인우둥님 글과 사진을 보고 다시 들어왔습니다.
    그간 나나 님이랑 둘이서, "인우둥은 원제나 다시 나타나는겨~~"하며 그리워했답니다.
    오랜만에 오셨는데 글이 너무 슬퍼서 마음이 아픕니다만,
    우리 둥 님과 친구들의 아름다운 우정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훈훈해지누만요.
    다시 한번, 돌아가신 친구분의 명복을 빕니다.

  • 7. 아가씨선생
    '04.6.22 11:49 PM

    친구분...
    맛난 음식 드시고..
    편안하게 가셨을 꺼예요..
    정말..나나님 처럼..
    토닥토닥...
    많이 수고하셨다고..
    이제 기운 내시라고 두들겨 주고 싶어요..
    친구분도..인우둥님같은 친구를 두었다는 것에..
    더 행복한 마음이실 거예요...^^

  • 8. momy60
    '04.6.22 11:51 PM

    인우둥님 정말 좋은 친구세요.
    잘 하셨어요.

  • 9. noa
    '04.6.22 11:52 PM

    정성스레 만든 음식 잘 봤습니다.
    젊은 나이에 어찌된 이유로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는지
    궁금하지만, 실례가 될 것 같아 참습니다.
    49제에 그런 의미가 있는지 몰랐어요.
    부디 좋은 데 가셨기를..

  • 10. 다시마
    '04.6.22 11:52 PM

    음식이 정갈하니.. 정성이 느껴집니다. 비를 무릅쓰고 지인들이 많이 모이셨군요.
    인우둥님의 마음이 친구분께 잘 전해졌을 거예요.

  • 11. yozy
    '04.6.23 12:08 AM

    인우둥님을 비롯하여 모든친구분들이
    지극정성으로 차린 상이오니 정말 흐뭇한 마음으로
    맛있게 드셨을것 같아요.
    정말 다시한번 좋은데 가셨기를 빕니다.

  • 12. 기쁨이네
    '04.6.23 12:16 AM

    친구분 좋은 곳으로 가시길 사진 보는 내내 빌었습니다... ...

  • 13. champlain
    '04.6.23 12:26 AM

    비 맞으면서 친구분과 인사하는 사진...
    맘이 찡합니다....
    친구분이 참 좋아하셨을꺼예요.. 맛난 전 드시면서...

  • 14. 마농
    '04.6.23 12:27 AM

    너무 잘 하셨어요.마음은 시공제한없이 전달되지요......

  • 15. 키세스
    '04.6.23 1:02 AM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 같네요.

    인우둥님 정말 수고 많이 하셨을 거 같구요.
    저 세상으로 간 친구분, 님이랑 다른 분들이 밝게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랄거예요.
    잘하고 계신 거예요.

  • 16. 아라레
    '04.6.23 4:07 AM

    인우둥님 잘 하셨어요... 친구분 명복을 빕니다...

  • 17. 레아맘
    '04.6.23 6:39 AM

    제 마음이 짠 해지네요..친구분의 명복을 빕니다.

  • 18. 참나무
    '04.6.23 7:04 AM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 눈물이 납니다.

  • 19. 깜찌기 펭
    '04.6.23 8:36 AM

    명복을 빕니다..

  • 20. jasmine
    '04.6.23 9:09 AM

    잘 하셨네요....친구가 맛나게 들고 갔을거예요...

  • 21. 코코샤넬
    '04.6.23 9:16 AM

    인우둥님...너무 착하십니다.
    친구분이 잘 드시고,좋은 세상으로 가셨을 겁니다.....

  • 22. 재은맘
    '04.6.23 9:22 AM

    친구분...좋은 곳으로 가셨을거에요...

  • 23. 달개비
    '04.6.23 9:29 AM

    인우둥님
    정말 잘 하셨네요.
    친구분 좋운곳으로 가셨을꺼예요.

  • 24. lyu
    '04.6.23 9:30 AM

    호박전보다 인우둥님의 마음을 먼저 느꼈을 거예요. 그 친구......
    아름답습니다.

  • 25. 민서맘
    '04.6.23 10:19 AM

    인우둥님 마음이 참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정말 잘하셨구요.
    그 친구분 기쁜 마음으로 좋은곳에 가셨을꺼예요.

  • 26. 빨강머리앤
    '04.6.23 12:02 PM

    아..결국.
    많이 힘드셨겠네요.
    가까운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것.
    직접 겪어보고나니 정말...

    친구분, 좋은곳에 계시리라 믿어요.

  • 27. 짱여사
    '04.6.23 2:24 PM

    명복을......(__)(--)

  • 28. 티라미수
    '04.6.23 8:01 PM

    오늘은 우울합니다. 뉴스보기가 두려운..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 29. 똥그리
    '04.6.24 12:12 AM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우둥님 힘 내세요,,,

  • 30. 도전자
    '04.6.24 1:05 AM

    인우둥님...친구분의 명복을 빕니다...
    이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인우둥님 좋은일 하셨어요.
    친구분도 좋아하셨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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