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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돼지껍데기 고기

| 조회수 : 3,277 | 추천수 : 4
작성일 : 2004-01-19 15:32:23
돼지껍데기 고기 드셔보셨어요?
아마 여자분들은 드셔본 분 별로 없을거예요.
하지만 저희 세대 남자들에게는 사연이 꽤 많은 안주입니다.

70년대 학교 주변의 허름한 술집에서 가장 싸면서 푸짐한 것이라면 이 돼지껍데기였죠.
말이 돼지고기지, 사실 이건 고기라기 보다 지방과 동물성젤라틴의 결합체 정도로 보면 됩니다.
양념 고추장 발라서 볶으면 그래도 꽤 먹을만한 안주가 되고,
그 고기(?)는 쫀득쫀득 씹는 맛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 안주가 별 영양가가 없는 것이라,
술 마실 때는 그런대로 괜찮지만, 술을 좀 마셨다 하면 자고 나서 속이 거북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돼지껍데기 안주는 바로 그런 가학성 때문에 소주와 잘 어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경동시장 나갔다가 정육점거리에서 이 돼지껍데기 고기를 샀습니다. 1Kg에 천원.  무척 싸죠?
이걸로 뭘 하느냐?
그냥은 썰기가 나쁘니까 끓는 물에 살짝 데칩니다.
그리고 나서 면봉 반 길이 정도로 길죽하게 자릅니다.
이걸 김치전에 넣는겁니다.
효과는? - 쫀득한 맛입니다.
원래는 껍데기 부분이 달린 생고기를 넣어야 제맛이지만,
가난한 김치전은 드문드문 이 껍데기 고기만 넣어도 살아납니다.
여기에 가끔 청양고추가 톡 쏘는 맛을 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죠.

아 참 중요한 것이 있네요.
이 김치전을 할 때는 식용유를 쓰지 않고,
껍데기에서 기름기가 많은 부분을 잘라서 그것으로 기름을 낸 다음 그 기름에 부쳐야 맛있습니다.
그 얘기는 김새봄님이 워낙 잘 써놓으셔서("인우둥님 만두얘기에 생각난 돼지기름의 용도")
제가 더할 말이 없구요.

껍데기 고기가 남으면 장조림 비슷하게 해보세요.
데쳐서 기름기 좀 빼낸 다음에 마늘 생강 약간 넣고, 청양고추 서너개 잘라넣고 진간장 부어서 ...
말씀드렸다시피 별 영양가는 기대하지 마시구요.
오히려 영양가 없는 음식을 멕여야 할 때 좋습니다.
맛도 괜찮고 씹는 맛도 괜찮습니다. (저 지금 글쓰면서 이것 하나씩 집어먹고 있습니다.)

제가 이 글 쓰면서 생각좀 해봤는데요.
이것으로 볶음을 만들 때는 말입니다, 남편되시는 분의 친구들과 모일때가 좋지 않겠나 싶습니다.
특히 요즘과 갈이 어려울 때는 예전에 힘들었던 때를 돌이키면서 한잔 하는 것도 좋죠.
그러면 보나마나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군대 얘기부터 옛날 얘기들이 하나 둘 묻어나올 겁니다.
가끔 남자들은 모여서 그런 얘기들을 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요, 청춘의 녹슨 훈장을 꺼내서 들여다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요.
아무튼 여자들로서는 좀 이해하기가 어려운 남자들만의 구석이 있죠.
가끔 이런 얘기와 안주로 예전의 모습을 찾는 거, 제 생각에는 참신하고 괜찮은 일이지 싶습니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예전의 친구들이 더 생각나네요.
역시 돼지껍데기 고기는 소주 없이 먹는 것도, 혼자 먹을 것도 아닌가봅니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andy
    '04.1.19 3:42 PM

    저 먹어봤습니다. 야채고추장무침이었는데...그런데로 먹을만하더라구요~즐기는 편은 아니지만,술안주로 좋은 것 같아요!

  • 2. 미백
    '04.1.19 4:11 PM

    전 마포의 최대포집에서 돼지껍질구이 많~~이 먹었습니다. 첨엔 저도 기겁을 헀는데 맛이 거의 찹쌀떡 수준이랄까? 쫀득하니 구워놓으면 정말 맛있네요... 몰론 소주 한잔 곁들어야죠...

  • 3. beawoman
    '04.1.19 8:37 PM

    술 잘하는 남자 직원이 하두 "돼지껍데기"해서 별미인줄 알았는데 저랑은 안맞았어요.
    이런 음식도 있구나 하고 먹어보기는 할만합니다.

  • 4. 인우둥
    '04.1.19 9:31 PM

    껍데기는 살짝 식어야 그 쫄깃함이 배가되지요.
    춘천에서는 '수구리' 또는 '수구레'라고도 하구요.
    크아, 막걸리 생각 납니다요~ ^^

  • 5. 나르빅
    '04.1.19 9:58 PM

    연탄연기가 자욱한 드럼통집에서 맘맞는 사람들이랑..
    소주잔 기울이며 껍데기 구워먹고파요.(사실은 한번도 안먹어봤음..ㅠ.ㅠ)
    맨날 신랑이랑 먹으러 가자하고 막상 가려니 마포가 너무 멀어서..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참, 글고 돼지껍데기가 다이어트 식품이래요.
    그 투명한 젤라틴이라는 게 칼로리가 없대나..
    그걸로 다여트 과자만들어서 일본에 수출한다는 방송도 봤고요.^^

  • 6. 한울
    '04.1.20 1:08 AM

    강남역 2번 출구로 나와 양재동쪽으로 가는 길 중간에도 껍대기 파는 집이 있답니다.

  • 7. 벤.드루
    '04.1.22 6:56 AM

    미국에서는 돼지껍질을 기름에 튀긴후 양념뿌려서 먹는답니다. 간식진열장같은데 보면, Pork Rind 라고 포장된것들을 감자칩 같은것옆에 걸어놓고 팔아요.

    여름철에는 fair 같은곳에서 직접 튀겨서 팔기도 해요. 튀길때 보니까 부피가 엄청나게 불어나더군요.

    한직장 동료는 다이어트중인데, 매일 그거 한봉지씩 가지고와서 핫소스에 찍어 먹어요. 칼로리가 많지 않다면서 엄청나게 먹어대요. 저도먹어봤는데, 아주 바삭거리고 매콤한양념을 뿌려놓은것은 먹을만하긴 했어도 양념해서 구워먹는걸 따라가지는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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