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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12살 총각의 생일선물과 그가 먹은 것들

| 조회수 : 8,154 | 추천수 : 73
작성일 : 2010-11-16 00:43:10
12살 총각한테 받은 생일선물입니다.

까먹고 있다가 전날 밤에 생각난 듯 부랴부랴, 부시럭거리면서 만들더라구요.

급조한 티가 팍팍..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엉성하나마 리본도 있고, 하트 상자도 있고, 달달한 초콜렛도 있고, 쿠폰북도 있습니다.

쿠폰 내용을 보니 자동으로 피식...  

이건 뭐 선물이라고, 나를 위해 뭘 해주겠다는 게 아니라,

대부분 자기가 뭘 안하겠다는...

자기 컴퓨터 게임 하루 안하겠다, 유튜브 동영상 하루 안 보겠다, 엎드려서 책 보지 않겠다 등..

어쩌다 뭘 하겠다는 쿠폰은 이런 겁니다.

설거지 1번(주말 아침 only, 유효기간 12월 1일까지 딱 2주 -- 주말 아침 시리얼인데 설거지는 무슨..) -- 이번 주말 아침에는 확! 밥먹을까 보다 생각하게 만드는..

이런 반성문스러운 쿠폰 선물은, 아마 전날 낮에 한판 난리를 치렀기 때문일 겁니다.

한 번 보실래요?

엄마: (현관에서) 지금 나가야 하는데. 아직 @#$%^&&@#$%%^?
12살: (소파에서 TV보면서) “지금 나가고 있어.”

엄마: 이거 아직도..@#$$%^?  도대체 몇 번@#$%^&** !!!
12살: (레고 더미에 둘러싸여서) “왜 소리 질러? 지금 막 하려는 참인데..”

엄마: 숙제는 다 하고, *&^%$#@?
12살: (Utube 동영상 보면서) “곧 할거야”

뭘 할 때 제시간에 하는 적이 없고, 물어보면, 또는 재촉하면 항상 “지금 하고 있”거나 “하려던 참”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미 끝냈어야 할 시간일 때도 있어요.

그날 따라 유난해서, 참다못한 엄마, 폭발!!
..
..
..

아시죠? 저 치사한 엄마인 거..

굶길 수는 없고 이런 날은 사정없이 생선 반찬 나갑니다.

지은 죄가 있어서 군소리 못하고 먹거든요.

그러니까 생선 반찬 있는 날은, 대충 사고난 날이구나 생각하시면 되지요.

뭐, 마냥 미운짓만 하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슬쩍 앵기기도 하고, 뽀뽀도 쪽 하고 갑니다.

이제 밥먹은 얘기..

1. 면은 싫은데 토마토소스는 땡기는 날, 파스타 때와 똑같이 만들어서 밥에 부어 먹습니다.

저는 그냥 먹지만 아이는 피자치즈 올려 주면 그라탕 비스무리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2. 양파를 볶다가 데친 브로콜리, 맛간장, 녹말물 쬐금 넣고 마저 볶았는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굴소스면 맛은 더 있겠지요.

3. 감자조림: 감자 듬성듬성 썰어담고 아래와 같이 양념해서, 중불에 올려놓고 다른 거 하시면 됩니다.
기본: 식용유 반술 정도 뿌린 뒤 까불어 코팅하고, 고춧가루, 조림장(간장-설탕/엿-맛술 = 2:1:0.5), 다진마늘,
옵션: 표고가루(새송이를 넣으면 더 좋은데, 12살 총각이 질색하므로), 멸치가루 또는 멸치국물, 물 적당

4. 깐소소스에 무친 닭고기 -- 닭고기를 튀기든(고소하겠죠), 볶든(담백하겠죠)
간단 깐소소스: 케첩-맛술: 두반장-설탕=2:1, 즉 케첩과 맛술 각 2, 두반장 설탕 각 1의 비율로 섞어 한번 끓은 후 쓰시면 됩니다. 생선, 닭고기, 두부, 새우 다 가능합니다.

5. 복수의 생선 반찬들
흰살 생선에 녹말가루 발라 구운 뒤 -- 비장의 조림장 + 생강가루 조금, 맛술의 양을 2배로 하면 유사 데리야끼 소스가 됩니다.
감자깔고 조린 깡통 고등어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보라돌이맘
    '10.11.16 5:23 AM

    저런 선물이 돈으로 환산이나 될런지요.
    아이가 순수한 시절에나 받을 수 있는 참 소중한 선물이예요.^^

    저런 복수라면 아주 기꺼이 받을만 합니다.ㅎㅎ
    엄마의 맘이 뭐 그렇죠... 늘 동일한 정, 또 애틋한 마음...

  • 2. mool
    '10.11.16 6:57 AM

    야단들을 일 할때마다 엄마가 생선반찬 해준다면...전 매일 매일...ㅋㅋㅋ
    아이들 생일선물 센스가 보통이 아니네요
    위기대응(?) 능력도 뛰어나고..유효기간과 회수(*1)까지 ... 너무 똘똘하고 귀여워요..*^^*

    키톡에 답글단 적이 별로 없는데, 아이들 생일선물이 너무 귀여워서 그냥 지나칠수가 없네요.
    이른 아침부터 사랑스런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미소지으며 하루 시작하네요.

  • 3. 사슴
    '10.11.16 7:07 AM

    사내아이들 그렇죠 뭐~~~
    어떤 아들(중학생??)은 어버이날 종이꽃 달아주고 저녁에 다시 달라더랍니다.
    내년에 재활용하게요.
    아들 둘 키우는 사람으로서, 그래도 아드님 정도면 귀엽고 착한 거 같아요...

  • 4. annabell
    '10.11.16 7:57 AM

    아드님의 사랑이 가득 들어간 아주 특별한 선물이네요.
    아이니까 가능한 선물들이 아닐런지요.
    아드님 덕분에 행복하셨겠어요.^

  • 5. 페스토
    '10.11.16 8:58 AM

    ㅎㅎㅎ 이랬던 아들이 장가가서 마누라 눈치보고 있음 속이 뒤집히겠죠?
    염장댓글이 아니라 너무 너무 부럽네요. 저도 저런 아들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아들의 스윗함은 딸들의 얄팍한 애교(<- 우리딸 특정 일인을 지칭함)보다는 훨씬 따뜻하고 달콤하고
    그럴 것 같아요.
    아침부터 부러움이 줄줄줄~~~~

  • 6. 마리s
    '10.11.16 9:10 AM

    정말 아드님 미적 센스가 훌륭하신데요~
    10살이나 된 딸이 있는데, 저런거 한번도 못 봤아봤어요 ㅡㅡ;;
    아드님을 어떻게 가르치면 엄마한테 저런걸 다 만들어 주나요??

  • 7. Xena
    '10.11.16 11:15 AM

    아이 이쁜 아드님이네요~
    벌로 생선 주신다길래 대충 구워서 주시는 줄 알았더뉘
    저르케 맛있게 정성들여 만들어 주시는 거였어요?ㅎㅎ

  • 8. 옥수수콩
    '10.11.16 1:14 PM

    미운자식 맛있는 반찬 하나 더 주자,,,,뭐 그런건가요? ㅋ
    다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급조된 선물...너무 귀여워요..^^

    제 아들은 5학년때 편지봉투에 500원 넣어 주었다능... - -;

  • 9. 커다란무
    '10.11.16 4:57 PM

    먼저 생일축하드리구요^^

    상자 넘 잘만들었는데요~~아드님..궈여워요

  • 10. 어림짐작
    '10.11.16 6:51 PM

    보라돌이맘님, 님은 아이들한테 큰 소리 한번 안 내는 말투를 가지셨을 거 같아요. 글에서 풍기는 분위기. 전 ㅠㅠ.

    mool, 네, 위기대응 능력.. 그렇게 볼 수도 있네요. 전 화났을 때 받은 거라, "짜식, 잔머리 쓴다" 싶었는데. 역시 난 좋은 엄마가 아니야..

    사슴님, 오~~ 아들 둘, 존경합니다.

    annabell님, 네, 저도 주문을 걸었습니다. "이건, 사랑의 선물이다, 땜방이 아니다..."

    페스토님, 딸이라면 그 볼이 통통한 애기? 전, 그 얄팍한(?) 애교가 심히 부럽습니다.

    i마리s님, 선물만 부러워하세요, 다른 건 ....ㅉ ㅉ

    Xena님, 대충 구워준 날은, 음식을 다 하는 동안 계속 화가 나 있어서 사진찍을 생각도 못해요. 제가 한 성깔 해서리.

    옥수수콩님, 저거 준 뒤 내가 기분 좀 나아지는 분위기니까, 바로 50여일 뒤의 자기 생일 선물 얘기를 꺼내던데요.

    커다란 무님, 감사해요. 12살 애기 같을 때도 있긴 해요.

  • 11. 단추
    '10.11.16 7:11 PM

    비장의 생선 반찬이라.
    아들은 내 생선을 받아라...
    그래도 급조한 티가 나더라도 선물을 주는 훌륭한 아들이군요.

  • 12. 소년공원
    '10.11.17 9:20 AM

    생선반찬 벌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받을 용의가 있삼...

    그나저나 열 두살 먹은 아드님이 참 기특하네요.
    우리 아들도 이런 거 좀 보고 배워야할텐데...
    한글만 깨우치고나면 매일 여기와서 글 읽는 숙제를 내주어야겠어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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