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외국에나와 살기 시작했을때 몇년간은 국과 밥만을 해먹고 살았습니다.
김치는 잘 모르겠었는데, 국은 꼭 필요하데요.
예전에는 아, 참 한국 남자들 외국나가서 부인들에게 아침마다 된장찌게 끓여달라고 한다면서,
엄청 애같다고 투덜됐었으나, 저 역시 국없이 살 수 없더라구요.ㅎㅎ
참고로 저는 김치 하나면 군소리 안하고 밥을 먹는 사람이었는데, 처음 외국 나와서 살때는 왠지 안땡기더라구요.
국과 밥만으로 살다가 한 3-4년 지나니까, 김치가 먹고 싶어지더라구요.
그것도 배추김치가 아닌, 엄마가 여름마다 해주셨던, 시원한 양배추 물김치.
영국엔 어린아이 머리만한 양배추를 가끔 1000원에도 파는지라,
이것은 나를 위한 신의 계시라고 믿고, 양배추 김치를 담궈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저의 첫(처녀/총각) 김치는, 깍두기도 배추김치도 아닌, 양배추 김치였습니다.
사실 만드는 것도 엄청 쉽고, 싸다는 이유로 그때부터 종종 만들어 먹었다가, 깍두기의 등장으로 잠시 몇년을 휴업을 했었죠.
그러다, 어느날 다시 재등장한 3-4세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양배추를 발견한 순간, 몇년만에 그 맛이 그리워지데요~
뭐, 잣도 없고(귀찮아서 안샀음-_-;;),
실고추도 없고(이거는 한국 수퍼를 가야하는데, 멀어서 제외),
무도 영 아닌데,
그냥 고추, 양파, 마늘,생강,소금, 설탕(양파 갈아서 넣었어야 하는데,양파가 두개 밖에 없어서..),
까나리 액젓(멸치액젓이 때마침 떨어져서, 처음에는 까나리로 했다가, 물 더 붓고 멸치 액젓 한술 넣어줬어요-_-;;) 넣고 담궜습니다.
적양배추로 피클을 담그신 휘님 레시피의 색깔에 감동해서(라기보다, 이때 적색이 하얀 양배추보다 쌋어요-_-;;)
담궈봤는데...
맛있었습니다.(계속된 배추김치 실패에 비해 알흠다운 성공이었다지요.)
색깔도 익으니까, 양배추 색이 국물로 빠지면서 피와 와인을 섞은듯한 색이 배어나오는데,
살짝 엽기적이면서도 양배추 김치 특유의 시원함과 고추들로 인한 알싸함이 입안에 홍수를 돌게 하더라구요.
(자기 음식맛있다고 자랑을 하다니,, 팔불출이,, 따로 없다는)
저도 다 먹고 나면, 뱃살이 살짝 빠져 있기를 기대하며~
저는 다시 일의 전선으로 돌아갑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되세요~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피에 젖은? 와인에 젖은? 양배추 김치
carolina |
조회수 : 4,774 |
추천수 : 127
작성일 : 2009-02-13 02:58:09
- [리빙데코] 저도 의자 천갈이! 9 2013-05-09
- [줌인줌아웃] 싸이프러스 방문기 4 2013-03-08
- [키친토크] 잡식 조금, 완전채식 .. 20 2012-05-09
- [키친토크] 별로 부러워보이지않는 .. 29 2012-01-1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