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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응모] 무림의 고수를 꿈꾸다

| 조회수 : 1,976 | 추천수 : 21
작성일 : 2006-10-27 01:04:19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간식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부풀어오릅니다.

부침개, 찐빵, 핫케익..
엄마 손만 거치면 뚝딱 맛있는 간식이 나오는 모든 과정이
마술이나 되는 듯 너무 신기했습니다.

엄마가 종일 외출하셨던 어느 날,
배가 고파진 저는 엄마가 만들어 주셨던
그 어떤 것을 만들어보기로 마음 먹고 부엌으로 들어갔더랬습니다.

여덟 살, 혹은 일곱 살이었던 나는 무척이나 의기양양했고
옆에 쪼그리고 앉은 여섯 살, 혹은 다섯 살의 남동생은 기대에 가득찬 큰 눈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하얀 가루를 날리며 어느 선반에서 밀가루를 꺼내며 생각 했습니다.
… 나의 빛나는 요리 솜씨로 지금부터 뭘 만들까?
부침개? 부침개는 밀가루 말고.. 뭐더라?.. 파? 김치? 그런 다른 것이 필요하니까 안돼.
찐빵? 팥이나 야채.. 뭐 그런 게 들어가야 하니까 이것도 안돼.
핫케익? 음.. 그건 그냥 아무 것도 안 들어가잖아.. 그래! 그거다!!

엄마의 요리 과정을 몇 번인가 지켜보았던 나는
“그것 쯤이야~!! 할 수 있어” 의기양양 용기백배!!  

자, 시작~!! 밀가루를 큰 그릇에 담고 우유를 부었습니다.
계란도 넣습니다. 버터(아마도 마아가린이었던 거 같습니다^^) 도 그냥 한 숟가락 퍼서 그릇에 넣습니다.
어? 엄마는 계란을 거품기로 저어줬던 거 같은데..
거품기를 찾느라 부엌을 온통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결국 찾지 못하고 그냥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줍니다.
달콤한 핫케익을 상상하며, 설탕 통을 꺼내 설탕을 우르르 부어줍니다.

밀가루와 우유는 안 섞이고 덩어리져 뭉치고
부드럽게 녹으리라 기대했던 버터도 덩어리째 그대로 있습니다.
숟가락으로 한참을 휘휘 저어도 덩어리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원래 그런 건가 보다 그냥 포기합니다.

맛은 볼 수 없지만 일단 이 엉성한 반죽을 구우면 엄마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핫케익이 탄생할 것만 같은 기대가 빵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석유곤로 쯤은 가볍게 불을 붙일 수 있습니다.
성냥에 불을 켜고 석유곤로의 심지에 불을 붙여 옆으로 조금 흔들어 주면 석유냄새와 함께 불이 붙었습니다.
후라이팬을 꺼내 반죽을 우르르 쏟아넣습니다.
코팅이 되었을리 없는 까만 후라이팬에 부어넣은 반죽은 얼마 되지 않아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깜짝 놀란 나는 후라이팬을 들어 마당에 가져다 놓습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또 다시 시도!!
다른 후라이팬을 꺼내고 이번에는 식용유를 꺼내 기름을 두른 후 반죽을 떠 넣습니다.

아, 두 번째는 안 태우고 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 익어가는 냄새가 납니다.

덜 익은 반죽을 뒤집고 있을 때 엄마가 돌아오셨습니다.
부엌엔 아직도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고,
난장판이 된 부엌에서 어린 딸은 밀가루를 뒤집어쓴 채 혼자 낑낑거리고 있었고,
그 옆에는 매캐한 연기 속에 해맑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들…

당황하신 엄마는 잠시 후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십니다.
엄마는 내가 만든 핫케익을 뒤집어주십니다.
들이 부은 식용유에 반죽 속에 있던 버터 덩어리가 녹으면서 후라이팬은 지글지글 기름 범벅입니다.

드디어 엄마와 저는 그 핫케익이라고 만든 밀가루 부침개 맛을 봅니다.
토할 것 같은 맛입니다.
나의 핫케익은 완벽해야 하는데, 이건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기다가 뭘 넣었니?”
“엄마가 넣는 거.. 밀가루랑 계란이랑 우유랑… 음… 버터랑 그리고 설탕!”
“설탕통 가져와봐..”

선반에서 설탕통을 가지고 엄마 앞으로 걸어갑니다.
엄마는 설탕통을 보고 웃으시더니 그걸 열고 먹어 보라고 합니다.
"퉤퉤! 설탕 맛이 왜 이래?"
그것은 바로 ‘미원’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요리계에서 무림의 고수가 되겠다는 다부진 꿈을 버렸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풀삐~
    '06.10.27 11:00 AM

    저처럼..

    요리계의 발전을 위하야~~
    애시당초 꿈을 접었군요..ㅎㅎ

  • 2. 강정미
    '06.10.27 12:15 PM

    저도 그나이때쯤 도너츠해먹다가 손도 데이고, 달고나한다고 국자는 모조리 태워서 엄마 몰래 버리고,
    볶음밥한다고 식용유대신 식초를 부어서 후라이팬 다 태워먹은 기억이 납니다.
    이젠 그런 저지레할 딸래미는 없이 아들만 있는 엄마지만요~
    그때 엄마몰래 요리하던 설렘이 기억나네요~~ ^^ 혼내지 않고 덮어주신 엄마맘도 이해가구요 ^^

  • 3. 뽀롱이
    '06.10.27 12:34 PM

    ㅋㅋㅋ
    저두 석유곤로앞에서 달고나 해먹다 국자 타 태워서 몰래 버린기억있어요..ㅎㅎ

  • 4. 다즐링
    '06.10.27 2:01 PM

    강정미님.. 식용유 대신 식초 부은 거..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

  • 5. 하얀책
    '06.10.27 3:24 PM

    저도 그 나이때 친구랑 핫케이크 만들었는데 저희도 설탕 대신 미원 넣었어요. ㅎㅎㅎㅎ

  • 6. 꼬맹이달기
    '06.10.27 4:14 PM

    저는 초등학교때 만화책에 나온 사과쿠키 따라해본다고 만들다가
    나머지는 다 맞았는데 밀가루 종류가 달라서..
    쿠키가 아닌; 겉만 바삭하고 속은 말랑한 빵처럼 되버렸던게 기억나네요~
    근데 오히려 그게 더 맛나서 친구들에게 히트쳤던 기억 >ㅅ<;;
    사과잼으로 만드는거기 때문에 굉장히 쉬워서 그때도 만들수 있었네요 ㅎㅎ

  • 7. 나나
    '06.10.27 5:19 PM

    저는 다 커서도(주부) 설탕대신 미원을 들이부어
    한 냄비 다 망친 적이 있습니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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