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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호빵이야기..

| 조회수 : 1,932 | 추천수 : 23
작성일 : 2006-10-18 14:32:28
저는 29입니다.  내년이면 30이 되겠네요.^^

제가 중학교 다닐때까지도 친정은 참 많이 가난했었습니다.

사방이 산속인 산에 둘러쌓여 농사짓고 사시는 부모님이셨으니

가난을 벗어나려 해도 쉽게 벗어나지 못했었지요.

처음으로 중학교때 라면을 먹어봤습니다.

기억으론 국민학교때 이웃집에 갔다가 한번 먹어보고는

그 이후 집에서 직접 끓여 먹었던 건 중학교때가 처음이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자식들 넷을 부모님 명의로 된 땅하나 없이

남의 땅 빌려서 농사 지으시면서 키워내셨지요.

아버지 형제분도 거의 아버지가 키우신거나 마찬가지구요.

초등학교때는 학교 앞 슈퍼에서 파는 껌 하나가 사탕 하나가 너무 먹고싶어서

힘들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먹고 싶은 군것질을 할 만큼 용돈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거든요.

초등학교 3학년땐가.

어느 겨울날  밖에 나가셨다 돌아오신 아버지가 허리뒤로 손을 숨기고

들어 오시더니 방안에 있는 벽장을 열고는 무엇인가를 재빠르게 감추시더군요.

그 잠깐의 순간에도 제 눈에는 그것이 호빵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지요.

흰색호빵. 쑥색호빵...그때 쑥쌕호빵이 막 나오기 시작할때였던거 같아요.

진한 쑥색의 호빵이 주는 달콤함.

너무 너무 먹고 싶어서  그 벽장앞에서 서성거리기도 하고 몰래 벽장속에

들어가서 따끈따끈한 호빵을 손으로 가져다 대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몰래 먹을 생각은 못했어요.

아빠 허락을 맡아야만 될 거 같았거든요.

밖에서 일을 하고 오신 아버지가 그때서야 벽장 속에서 꺼내주신 호빵.

따끈따끈한 온기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지만  여전히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게 느껴지던

그 쑥색호빵.  

제 기억으로 그때 그 호빵이 아버지게 제가 사다주신 처음의 것이었습니다.

사온걸 모르게 짜~잔 해서 내놓고 싶으셨었는지 몰래 감추셨다가 꺼내 주시던 그 호빵.

그리고 아버지...

아버지는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돌아가셧습니다.

부모님에 자식들에 형제들까지 챙기고 보살펴야 했던 아버지는 남의 땅을 빌려가며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하시고   없는 설움에 모진 소리 들어가면서도

자식들 먹여 살리겠다고 꿋꿋히 버티시던 내 아버지는.

농사꾼은 가을걷이 끝내고 겨울에나 쉴 수 있다던데 그 겨울 마저도 식구들 먹여 살리겠다고

외지로 공사장 인부로 벽돌을 나르시고   시멘트를 섞어대고 하시면서

추운 겨울바람에 손등이고 얼굴이고 다 트셔서 돌아오셨던 그런 내 아버지는.

어느해 겨울 공사장에서 발을 다치셔서 병원에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암을 발견하시고

그 후 급속도로 안좋아 지셔서 병원에 입원하시고 치료 받으시던 중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던 그 날까지도 당신이 왜 아픈지 알지 못하셨습니다.

차마. 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더이상 살 수 없으시다고  온 몸이 암으로 뒤덮혀서 이제 손 쓸수 없다고

그런 말을 그 누구도 할 수 가 없었습니다.

돌아가시던 날 병원비 아껴서 외양갓을 새로 지으셔야 한다고  그렇게 외양간 지으실 꿈에

부풀어 계시던 아버지가  몇시간 후 어서 집으로 가자고 그렇게 재촉하시더니

가시는 길  마지막으로  한 평생 고생하시다 겨우 마련한 내 집.

넓은 집 한번 보시고 가시려고 그리도 재촉하셨다는 걸 알았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대로 드실수가 없어서 며칠사이 마른 몸에  아무것도 모르시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시며

하시던 말씀..  당신이 무슨 병이신지도 몰랐을때  입원한지 얼마 안돼셨을때 저한테 하시던 말씀.

ㅇㅇ 야   아빠 죽으려나 보다... 하시면서 농담처럼 웃으시며 하시던 말씀이

그날 제 가슴에 상처로 남았습니다.

아버지에 관한 가슴아픈 기억이 한 둘이 아니겠지만.



그 언젠가의 겨울날  처음으로 제게 사다주신 그 따뜻한 호빵을 전 아직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10월 이벤트의 주제가 잊을수 없는 소중한 음식인데...호빵을 음식이라 칭해도 될지...모르겠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해와달
    '06.10.18 3:16 PM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 짠 합니다

    님 이제부터 아버지대신으로.. 자신있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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