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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두부 반모에 철 없는 딸...오래간만에 반성하다...

| 조회수 : 6,200 | 추천수 : 6
작성일 : 2006-06-20 16:02:30
회사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지 어언 6년...
엄마가 5년 6개월을 싸 주었고 내가 스스로 도시락을 싼 것은 6개월...

엄마가 도시락 반찬을 걱정하시며...
"내일 도시락 반찬은 뭘 가지고 간다니..."라고 말씀하실 때
난 늘 "아무거나..."라고 말했었다.

머...반찬투정이라고는 해 본 적도 없고 워낙 잡식성으로 아무 것이나 잘 먹는 나이기에
그냥 있는 반찬 대충 싸가지고 가면 되는데 엄마는 왜 매번 물어볼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나의 도시락을 내 손으로 싼지 6개월...

'내일은 반찬을 멀 싸가지고 가지?' 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며 이제서야 도시락 싸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머..대단히 풍성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게 아닌데도 반찬에 대한 고민은 늘 저녁마다 나의 시간의 일부를 할애받고 있다.

집에서 먹는 밥은 밥, 국(아니면 찌개), 반찬 두어가지만 되어도 그냥 적당히 먹을 수 있지만 도시락은 그게 아니었다.
밑반찬 1~2개쯤은 늘 구비되어 있어야 마음이 놓이고 국물이 많은 것도 곤란하고 쉽게 상하는 것도 곤란하고...
집 반찬과 달리 김치를 제외하고는 매일 똑같은 반찬을 싸는 것도 좀 곤란했다.

햄, 참치 등 인스턴트식품을 대충 조리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도 하루 이틀이면 금방 질려 버리고...
그렇다고 매일 새로운 반찬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역시 도시락반찬은 그냥 반찬이 아니라 "도시락용반찬"이 따로 있었다.

도시락을 싼지 6개월만에 엄마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도시락은 그냥 한끼 식사를 위한 밥과 반찬을 싸는 일이 아니라
준비하는 사람의 정성을 담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 정성을 먹고 자란 내가 나 혼자 자란 줄 알고 가끔은 엄마를 참 속상하게 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하는 날이면 한결같이 따뜻한 밥과 맛있는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 주던 엄마...
그 때는 엄마의 도시락이 고마운 줄 몰랐다.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엄마 잘 먹을께"라는  그 짧은 세마디도 없이
매일 아침 곱게 쌓여 있는 도시락을 달랑달랑 들고 나오던 나...

아..이 철없는 딸내미 같으니라구...

지금은 엄마가 싸주던 도시락이 참 그립다.
가끔은 빈 도시락 그릇 들고 가서 엄마에게 도시락을 싸달라 땡깡 부려볼까 싶을만큼...^^

엄마가 해 주던 반찬을 내가 만들었는데 그 맛이 안 날 때...엄마 도시락이 더욱 그립다.

그런 반찬 중에 하나가 바로 <두부조림>

엄마가 해 주던 두부조림은 간장의 짭짤한 맛과 고추가루의 칼칼한 맛이 딱 적당했는데
내가 한 두부조림은 칼칼한 맛이 더 강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반찬 만드는 것 좀 배우는건데...
맨날 받아 먹을 줄만 알았지 내가 해야 하는 날이 온다는 걸 왜 그리 몰랐는지...ㅠ.ㅠ

두부조림을 만들면서 철없는 딸이 쪼금 철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진 찍어 놓고 보니 엄마의 도시락이 더욱 그립다...

이번 주말에는 엄마랑 영화라도 볼까 싶다...

'엄마 그 때는 몰랐어...고마워요'라는 말을 마음 속으로 되뇌이면서...^^

http://blog.naver.com/koilady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비비7120
    '06.6.20 4:21 PM

    엄마 목소리 듣구싶따..
    전화하러 갑니당~~~

  • 2. 수수꽃다리
    '06.6.20 4:40 PM

    저는 고3 내내 엄마가 따뜻한 밥 지어서 저녁시간에 학교로 가져다 주셨답니다.
    그땐 아이들이 너희 엄마 대단하시다~해도 그냥 그런가보다...했는데
    결혼10년이 된 지금 생각해보니 따뜻한 밥 먹이기 위해 저녁밥지어 비가오나 눈이오나
    가져다 주셨던 맘이 너무 눈물나게 고맙더라구요.
    이 글을 읽다보니 가슴속 깊이 반성하게 되네요.

  • 3. 둥이둥이
    '06.6.20 9:07 PM

    저도..결혼전까지 저 때문에 식구들 위한 백미밥 하나..나 하나를 위한 현미밥 하나..
    밥도 두번 지으시고..
    맨날 도시락 반찬..마련해놓으셨던..학교 졸업하구선..담는 것은 제가~~
    엄마한테 고마웠단 말..아직 못해봤네요....

  • 4. 윤정희
    '06.6.20 11:12 PM

    우린 거의 모두 엄마인데도
    친정엄마의 이야기에선 다들 맺히는게 많은가봅니다.
    마음만 있지 잘해드리지 못한 저의 이야기를 하는것 같습니다.

  • 5. woogi
    '06.6.21 10:35 AM

    어머 어쩜 저와 똑같은 생각을...
    저두 시집와서 제가 하려니 그 맛이 안나는게 딱 이 두부조림이더라구요.
    근데 제가 좋아하는거라구 친정엄마는 올때마다 해주시고 갈때마다 싸주는 반찬이구두 합니다.
    밑반찬류는 엄마들의 손맛인 2%의 차이가 참 크죠?

  • 6. 희동이
    '06.6.21 1:05 PM

    저도 20대때 회사다니면서 엄마가 몇년을 도시락을 싸주셨죠.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조미료 투성이라 늘 체하거나 소화불량의 연속이라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땐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죠.
    하지만 요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경비를 줄여보고자 도시락을 싸는데
    매일같이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들 마음은 다 똑같은가봐요.. 직접 당해봐야 엄마의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 7. 임은영
    '06.6.23 12:44 PM

    한국가고 싶네요.
    나중에 우리 아이들도 같은 맘이 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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