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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가을맞이 갈비찜-사모님,갈비가 타고 있는데요....

| 조회수 : 14,097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08-28 14:02:09


"바람이 분다.바람이 불어,션한 바람이...."


시원한 바람이 부니 슬슬 여름내 외면했던 뚝배기에도 눈길이 가더군요.

(한여름엔 뚝배기 뵈기도 싫더니 말이죠.-.-")

"어디 오늘 오래오래 불질 좀 해볼까?"


 

여름내 더운 게 무서워서(?) 잠깐씩 해 먹는 것도 "나는 주방 모르쇠" 모드로 꿋꿋하게 버텼었는데

어제는 시원한 바람이 부니 요리도 하고 싶고 갈비찜도 먹고 싶어서 갈비찜을 했지요.

"야...갈비찜이닷!!"


갈비 1.5K을 샀는데...?
너무 많은 거 같더라구요.

슬슬 여기서 들기 시작하는 불길한 예감

 많아서 못 먹은 적 없는데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양이 많다."

왜 갑자기 많다는 느낌이 오는거지...?

.

.

.

기름기 떼고 저미고 씻어서 갈비 손질해 놓고..


좀 더 맛있게 해 먹겠다는 생각에 시판용 갈비찜 양념에 이것저것 더 넣고

갈비찜 양념을 했지요.

(제가 요즘 달라진 것 중에 하나가 예전에 안 사 먹던 걸 요즘엔 사다가 먹어 본다는 겁니다.

한 여름엔 육수 들어있는 냉면,그리고 병에 들은 양념류들.....)

간 보느라 찍어 먹어보니 너무 달더라구요.

맛있는 단맛이 아니라서 고춧가루 넣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결국 고춧가루를 넣게 됐지요.

고춧가루만 넣지 않았어도 덜 탔을텐데....



순순히 갈비찜 밥상이 내게 올 줄 알았지요.

순순히...

하지만 순,순,히 오지 않는 갈비찜..


30분 정도만 재워놨다가 찜을 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느긋하게 올려 놓고 다른 집안일을 좀 하다가 시간도 있고 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메일을 썼어요.

갑자,을자,미자,떡자,순자,말자,가자,나자,다자,라자....등등의 친구와 지인에게 안부 메일을 오래오래 썼지요.

한참을 쓰고 있는데 어디선가 "짜장소스 볶는 냄새"가 나는거예요.

"아무개네 집에서 짜장해서 먹나보다."
 "허긴 오늘 날씨는 지지고 볶아도 덜 더운 날씨이긴 하지..유후..."

 

내 집, 가스불 위에 갈비가 얹어져 있다는 거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렇게 한참 정체불명(?)의 짜장소스 냄새를 맡으며 메일을 다 보내고 아무 생각없이

부엌쪽에 눈을 돌리려는 순간 머리 쭈뼛...

"왜 불길한 예감은 적중할까?"

가스 불 위에서 폭발할 것 처럼 끓고 있는 오늘 저녁 메뉴였던 갈비찜...

벌떡 일어나 뛰어가 불을 끄고 뚜껑을 열으니...?


요만큼 탔냐고요....?

그럴리가요


작은 뚝배기에 요 만큼 건지고 끝...

1.5k 했잖아요....혼자 먹을려고 1.5K...



"이 정도는 태워야 잘 태웠단 소리 듣지 않겠어요?"

갈비찜이라 국물도 넉넉히 넣었는데 그게 졸고 졸아서 이렇게 새까맣게 탈 정도면

얼마나 오래오래 끓었단 말인지..-.-

평상시 유난스럽다 싶게 남들 다 알아채지 못하는 그 미묘한 냄새까지 맡아내는 제가

어찌 갈비가 이렇게까지 탔는데도 남의 집 짜장소스 만드는 냄새라고 알고 있었을까요?

참...희한하네요...참으로...




한 번 잘 먹어보겠다고, 한 번 제대로 먹어보겠다고 만든 갈비찜!!

탄내가 다 먹을 때까지 솔솔...

아무리 메일에 집중을 했다고 해도 꼬딱지만한 집에서 어찌 몰랐을까?


전에 건망증과 치매에 관련한 프로에 나왔던 얘긴데 참 남일같지 않고 저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시원한 가을 바람이 싸늘하게 느껴지네요.


본인의 건망증에 대한 얘기를 각자 하시던데 이 얘기가 최고였어요.

엄마가 딸 결혼식 날 올림머리를 하러 미장원엘 갔데요.

갔는데 미용사가 "사모님 머리 하실 때 되셨네요."라고 말을 하니

"그런가? "그럼 파마 말아 주세요."했더랍니다.

딸 결혼식에 올림머리 하러 갔다가 머리 할 때 됐다고 하니 미장원엘 왜 왔는지 잊었던 거죠.

커피,잡지책 보면서 파마 잘 나오길 기다리셨겠지요?

딸은 엄마찾아 삼만리....아찔..


평상시 꽤나 총기가 있어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아는 홍길동 같은 사람은 분명 아닌데..

제가 남들보다 유독 미묘한 냄새까지 잘 알아내는데 어찌해 갈비가 저토록 타고 있는데도 누구네 짜장 해 먹는다고만 생각을 했을까요?

건망증이라고 믿고 싶은데 이게 혹 치매로 가는 건 아닐지?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콜라조아
    '13.8.28 2:07 PM

    진심으로 요리솜씨 부럽네용...맛있겟당...흑

  • 손사장
    '13.9.4 9:21 AM

    갈비니까 아마도 맛있게 보이는 거 같아요. 갈비니까...ㅋ

  • 2. 진선미애
    '13.8.28 2:39 PM

    손사장님의 긍적적 유쾌한 에너지는 분명 드시는 음식에서 나오는것 같습니다 ㅎㅎ
    맛있어보이면서도 아주 깔끔한 음식들 ..^^

  • 손사장
    '13.9.4 9:20 AM

    먹는 게 남는거다 라고 생각하는데..
    먹는 게 다 뱃살로 가서 남으니 그게 고민이네요.ㅋ

  • 3.
    '13.8.28 2:43 PM

    아~~정말 손사장님 유머에 오늘 하루도 즐겁게입니다~~~^^
    어찌 아가씨가 이리 솜씨가 좋으신지요~~~
    주부 경력 10년의 저는 느무~~~부끄럽사옵니다....ㅠㅠ
    맛깔 나는 글과 사진 항상 감사해요~~~
    새로운 갈비찜 도전에 손사장님 화이링~~~~!!!!!333

  • 손사장
    '13.9.4 9:20 AM

    즐거우셨다니 저도 기분 좋네요.
    사실 전 갈비 저렇게 태우고 울적했었거든요.
    도대체 내가 이 나이에 벌써?왜? 이러면서 말이죠...

    저는 혼자 살아서 시간이 많아서 그래요.낄낄..

  • 4. 노란새
    '13.8.28 6:45 PM

    글을 읽고 사진보니 갈비찜을 해먹어야될것같아 갈비사러가야겠음

  • 손사장
    '13.9.4 9:19 AM

    태우지 마시고 맛있게 하세요.ㅋ
    꺼진 가스렌지 위도 다시보자,또 보자,자꾸 보자...ㅋ

  • 5. 프라푸치노
    '13.8.28 8:47 PM

    고추가루 들어간 매콤한 갈비찜 맛나겠어요.
    대구 동인동 갈비찜이 갑자기 ㅠㅠ
    여기선 제대로 된 한식 먹기 제로 확률 !!
    탄냄새나도 불맛이라 생각하고 한입 먹고 싶어요.

  • 손사장
    '13.9.4 9:18 AM

    대구 동인동 갈비찜 기다리고 기다려서 먹어봤지요.
    납작만두 먹던 날...
    대구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터라구요.

    탄내를 불맛으로....ㅋㅋㅋ

  • 6. 구공공아짐
    '13.8.28 9:25 PM

    저도 오늘 돼지 갈비 해먹었어요.
    키톡 레시피에 후라이팬에 구었다가 냄비에 쪘다가 다시 후라이팬에 굽는(?) 그런거 따라하다가 바삭하라고 약약불에 올려뒀는데 고기가....ㅜㅜ
    그래도 사진은 너무 맛있어보여요. 다시한번 손사장님표 갈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냉동실에 갈비꺼내러 가요.ㅎ

  • 손사장
    '13.9.4 9:17 AM

    어쩜 가스렌지 위에 음식은 그리 빨리도 탈까요?
    참 요상해요.ㅋ

  • 7. 예술이
    '13.8.29 9:24 AM

    아.. 이거 닉만 바꾸면 완전 제가 쓴거입니다 ㅠㅠ

  • 손사장
    '13.9.4 9:16 AM

    어쩜 좋을지 모르겠어요. 하여튼 꺼진 불도 다시보고 가스렌지 확인 또 확인,자주 확인 하는 수 밖에요..

  • 8. 부관훼리
    '13.8.29 9:41 AM

    ㅋㅋㅋ 건망증하니까 뜨끔하는데 제가 바로 그 "건망증의 나쁜예" 랍니다.

  • 손사장
    '13.9.4 9:16 AM

    건망증, 좋은 예는 아마도 없을껄요.ㅋ

    다시 건강해지셨다니 다행입니다.관리 잘하세요.날씨가 쌀쌀해졌어요.

  • 9. 앨리스
    '13.8.29 11:40 AM

    부관훼리님 괜찮아지셨어요? 댓글을 보니 반가워서요~

  • 10. 혜,영맘
    '13.8.30 3:34 PM

    너무 공감이 되어서 댓글 씁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거기에 맞게 깜빡증도 어김없이 같이 오네요~남 얘기인줄 알았는데 하면서 격하게 공감하곤 해요ㅋㅋ
    그래서 새롭게 생긴 버릇이 하나 있어요 다른 집에서 올라오는 맛있는 냄새에도 본능적으로 우리집 주방의 가스렌지 쪽으로 고개를 한번 돌려보는거죠^^ 역시 우리집껀 아니네 하면서요 말하고 보니 왠지 슬프네요ㅠㅠ

  • 손사장
    '13.9.4 9:14 AM

    ㅋㅋㅋ 가스렌지 쪽 쳐다본다...공감,저도 요즘 그래요.
    조심해야겠어요.조심...

  • 11. 드넓은초원
    '13.10.1 10:22 PM

    우와~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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