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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늙은 처녀의 주말 보낸 이야기-생강 본 김에...

| 조회수 : 11,055 | 추천수 : 6
작성일 : 2013-04-16 03:19:52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생강"을 샀으니 "떡" 본 김에 "제사"도 지내야  되겠죠?

(바로 앞의 글 " 삼치쇼가동" 해 먹었던 이야기 이어서 하는 겁니다.)

남은 생강을 보니 돼지고기쇼가야끼 생각도 나서 주말에 해 먹어 봤어요.


"알록달록, 우리집 식탁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늙은 처녀의 가슴에도 꽃이 피면 좋으련만...-.-"




오랜만에 생강향을 느껴보니 돼지고기생강볶음이 해 먹고 싶어서 돼지앞다리살을 이용해

덮밥을 해 봤어요.

고기가 조금 도톰해야 맛있긴 한데 앞다리살이 있어서 그냥저냥 생강맛으로 먹을려고 만들어 봤는데요,

앞다리살과 목살은 달라도 너무 다르더군요.

목살이 승!! 아쉽지만 목살 없어서 그냥저냥 앞다리살로...


돼지 앞다리 살,간장,설탕,후추,마늘를 넣고 볶아 준 후..

(고기가 얇아서 양념해서 재워두지 않고 바로 양념 넣어 볶았어요.



원래 쇼가야끼엔 고추장이나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데 고기가 앞다리살이라서 맛이 없는건지 영--

맛이 부족해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조금씩 더 넣었어요.

갖은 양념을 넣고 볶은 후 마지막에 생강채,대파,당근을 넣고 센불에 아주 살짝만 숨 죽여 줍니다.

(생강을 다진 걸 넣으셔도 됩니다. 단, 다진 생강은 오래 볶으면 쓴맛이 나니 주의

먹을려고 하니 향이 약해서 생강을 다져서 더 넣었어요.)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만든 돼지고기앞다리살 볶음,붉은기가 돌아도 생강향이 나니 맛은 괜찮터라구요.

근데 이거 한 접시로만 오랜만에 먹는 집밥을 맛있게 먹을 수 없어서 "고장난 신호등계란말이" 해 먹고 남은

계란,시금치,당근이 있어서

나름 찌라시(흩뿌림)부타(돼지)동(덮밥)을 만들어 봤어요.

일영 "부타찌라시동"쯤으로 해야 맞을까요?


신호등계란말이 말고 남은 재료 3가지예요.

여기에 서너 가지 더 넣는다면..?

표고버섯,대파채...정도 더 넣고 싶은데 없어서 그냥 세 가지로 만족



대략 이렇게 알록달록한 찌라시"스시" 보셨지요?

찌라시스시니까 생선회나 숙회가 들어가는데 저는 회가 아닌 돼지고기생강볶음을 깔아봤어요.


쌀밥이 보이지 않게 국물없이 볶은 돼지고기를 넉넉히 깔고..


그 위에 준비한 세 가지 재료를 적당히 뿌려줍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찌라시부타동"

자작자작한 열무김치, 엄마가 주신 거 아니고 제가 얼마 전에 담근 손사장표 열무김치랍니다.

당당하게 올려 보고 으쓱...

하지만 맛은..?

"내가 담궜으니 아,까,워,서,먹,는,다." 딱 이 말이 나올 맛이었어요.



근데 막상 차려서 먹을려고 하니 뭔가 아쉬움이 계속 드는겁니다.

우리네 덮밥처럼 밥에 국물이 자작하게 있는것도 아니고..

더구나 날씨까지 추우니 뻑뻑해서 밥만 꾸역꾸역 먹기 싫터라구요.

"뭔 뜨거운 국물이라도 있었음 좋겠다."


"잠시만 기다려..!!"

내장 제거한 국물 멸치 유일하게 많아요.

밥이 식기 전에 뜨거운 국물을 만들어야 하기에 만만한 잔치국수(?)를 만들게 됐죠.

잔치국수에 올려질 고명(계란,시금치,당근)이 다 있어서 만만하게 생각했어요.


"과함은 부족함만 못하다."

어째 삶으면서도 많다 싶었는데 삶아보니 잔치국수 3인분!!

이를 어째...?호호호(은근히 좋았어요.)

잔치국수,사실 디게디게 좋아하거든요.근데 꾀가 생겨서 못 해 먹고 있었는데..

넉넉히 삶는 걸 실수라고는 하지만 너무 잘 한 실수였네요.



진한 멸치국물에  고명 3가지 얹어 차려보니...?


까악-----이랬어요.

찌라시부타동,잔치국수,부타쇼가야끼(돼지고기생강볶음)자작자작열무김치


밥이 식기 전에 서둘러 국물을 만들어서 많이 식지 않아서

그저그런 돼지고기볶음이지만 색다르게 먹을 수는 있었는데..

먹다보니 날씨 때문인지 뜨거운 국물에 눈길이 더 가고 젓가락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결국 앞다리살 덮밥은 뒤로 국수와 자리 바꿈을 하게 됐네요.

밥이야 나중에 데워서 먹을 수 있지만 국수는 잠깐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띵띵 불어서 말이죠.

국수를 3인분쯤 삶은 건 저의 탁월한 실수였었네요.실수..!!



 
늙은 처녀의 진짜 봄날은 언제 올지 모르면서도
어찌어찌 해서라도 주말 한끼 번드르르하게 차려 먹어 볼려고 안간힘 쓰는 거 보며 껄껄 웃고 맙니다.
벚꽃도 잊고 사는 늙은 처녀 홧팅!!
주말에도 혼자 밥 잘 차려 먹는 늙은 처녀 손사장 홧팅홧팅!!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짐놀이중~
    '13.4.16 9:18 AM

    글도 잼나게 잘쓰시고 음식도 잘하세요... 전 결혼전 반찬통꺼내서 대충먹고 이랬는데 부지런하세요~~
    뭐 지금도 대충 반찬통꺼내 먹는건 똑같아요..ㅋㅋ
    저도 잔치국수 좋아라 하는데 조오기 위에 열무에 한입 먹고싶네요^^

  • 손사장
    '13.4.19 4:49 AM

    저는 어릴 적부터 엄마가 그걸 너무 싫어하셔서 반찬통째는 안 먹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밥 먹고 나면 설거지가 너무 많아요.
    어쩌다 밥 해 먹어서 다행이지...자주 해 먹지는 못 할 것 같아요.

  • 2. 굿라이프
    '13.4.16 10:35 AM

    암요~ 잘 차려먹는 것...쉽지 않은 일이고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저도 눈요기라도 하게 글올려 주시고...고마워요^^

  • 손사장
    '13.4.19 4:48 AM

    잘 챙겨서 먹는 거, 이게 정말 쉽지 않터라구요.
    혼자 사는 늙은 처녀,건강이 재산인데..쯔쯔..-.-

  • 3. 보라장
    '13.4.16 11:20 AM - 삭제된댓글

    잘 차려드시네요~부럽~~

  • 손사장
    '13.4.19 4:47 AM

    저도 어쩌다 차리는 밥상이라 나름 차려서 먹게 되네요.

  • 4. 그린쿠키
    '13.4.16 12:05 PM

    메뉴도 다양하고 식탁이 참 예쁩니다. 같이 먹고 싶네요. ㅎㅎ

  • 손사장
    '13.4.19 4:47 AM

    알록달록해서 식탁이 예뻐 보이는 거 같아요.

  • 5. olivia
    '13.4.16 1:05 PM - 삭제된댓글

    확 끌리네요.
    저도 방금 쫄면 3인분 해서 먹고 후회 중이에요.
    면 남기기 싫어 그냥 끓는 물에 확 다 넣어 버렸더니 너무 많아서....
    맛이 없었으면 남기기라도 할텐데 너무 맛 있게 되어서ㅎㅎㅎ.
    배가 몹시 부른데도 솜씨좋은 손사장님 글이랑 사진 보니 군침돕니다.

  • 손사장
    '13.4.19 4:47 AM

    그러고보니 저도 쫄면 맛 본지 오래됐네요.
    세상도 넓지만 먹고 싶은 거,맛있는 것도 많네요. 그쵸?

  • 6. 꿀짱구
    '13.4.16 1:17 PM

    아 국수랑 돼지덮밥 확 끌리네요!!!
    지금 점심으로 김치볶음밥 해먹었는데 저도 잔치국수 매니아라 탁월한 실수 진짜 이해가 가요 ㅎㅎ

  • 손사장
    '13.4.19 4:46 AM

    잔치국수 해 먹을 때마다 의도적인 실수 자주자주 합니다.ㅋ

  • 7. 세실리아74
    '13.4.16 3:07 PM

    안녕하세요.항상 재밌고 유쾌한 포스팅 감사히 잘보고 있답니다.

    내가 담궜으니 아까워서 먹는다"
    배꼽 빠지게 웃었어요,,제 얘기 하는거 같아서요.ㅎㅎㅎ
    그래도 자꾸 도전하고 식구들이 맛있다 칭찬해주니
    나름 발전 하더군요..
    저도 지난 주에 마감세일로 산 생강이 많으니 돼지고기볶음을 해봐야겠네요..
    잘 먹겠습니다^^

  • 손사장
    '13.4.19 4:45 AM

    잘 보고 계시다니 저 영광인걸요?

    김치,너무 어려워요.
    다른 요리보다 열심히 하는데도 맛은 안 나니..-.- 말이죠.

  • 8. into
    '13.4.16 3:58 PM

    맛있겠네요..

  • 손사장
    '13.4.19 4:44 AM

    생각보다 국수가 맛있었네요.ㅋ
    돼지야 미안..-.ㅔ

  • 9. 내일은 ...
    '13.4.16 4:14 PM

    늘 느끼지만 전문가의 솜씨가 느껴쪄요...^^

    정갈하고 깔끔한 식탁도 항상 부럽습니다.

  • 손사장
    '13.4.19 4:44 AM

    꺄악...전문가의 솜씨라굽쇼.!!!! 이거이거 칭찬 맞죠?

    "비전문가가 만드는 전문가의 밥상!!" 이렇게 타이틀을 바꾸면 어떨까요?ㅋ

  • 10. hoshidsh
    '13.4.16 7:52 PM

    아아, 나의 그리운 쇼가야끼여~!!!
    이번 주 중에 반드시 목살로 만들어먹고야 말겠어욧~!

  • 손사장
    '13.4.19 4:43 AM

    일본요리를 좋아하시는 군요.
    쇼가야끼가 별거 아닌 거 같은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고 먹어줘야 하죠.

  • 11. 행복한모모
    '13.4.23 12:02 AM

    정성이 느껴지네요.
    손맛이 궁금한데 초대 부탁 해도 되는지?

  • 손사장
    '13.4.25 5:02 PM

    맛,그저그래요.
    솔직히 알록달록해서 눈이 즐거운데 그 만큼 입도 즐겁지는 않은 딱 그런 맛이네요.

    친구들은 그래도 가끔 놀러 와서 즐겁게 퍼 마시고 가는데 기회(?)가 된다면 초대..?

  • 12. 쎄뇨라팍
    '13.4.29 5:00 PM

    ^^
    직업이?????????
    잔치국수 싫어라 하는데....오늘은 땡기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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