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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냉장고에 찬밥 있어요.

| 조회수 : 10,209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03-22 15:17:28

“저녁 같이 먹을래요? 외식” 이라는 문자를 H씨한테 보냈었다.

‘어디서?’ 부터 몇 번의 문자가 오고갔으나 시간과 장소가 서로 안 맞아

‘그럼 각자 해결하고 집에서 봅시다.’ 라고 마지막 문자 보냈다.

하지만 H씨 ‘집 밥 먹고.싶다’ 다시 문자오고 나는 ‘귀찮아, 아무것도 없잖아’라는 대답으로 문자를 더 주고받았다.

결론은?

 

“냉장고에 찬밥 있어요. 8시 좀 넘으면 도착할 수 있는데,

그 시간에 외식은 아까워서 다 먹어야 하고 부담스러워”라는 대답에 부지런히 집으로 향했다.

 7시 도착 대충 씻고 냉장고 뒤지니, 두 사람 분 조금 안 되는 찬밥과 곤드레 나물과 근대 삶은 게 있다.

아마도 냉동보관 했던 것 꺼내 놓았나본데 언제 꺼낸 건지는 모르겠다. 냄새 맡아봤지만 이상 없다.

그래도 혹시 몰라 찬물에 좀 담겨 몇 번 더 헹궜다. 일요일 텃밭에서 캐온 냉이도 다듬어진 상태로 한 움큼 있다.

 

밥솥에 참기름 좀 두르고 곤드레 나물 깔고 위에 찬밥 얹고 낮은 불에 올렸다.

밥이 조금 모자랄 때 양을 불리는데 나물만한 게 없다.

근대는 들기름과 참기름 반씩 섞어 다진 마늘 넣고 볶다가 실고추로 색을 약간 냈다. 간은 소금과 간장으로 했다.

퇴근길이 ‘춥다’ 싶을 만큼 바람도 많고 쌀쌀했다.

웬지 뜨거운 국물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다시마 물에 김치 썰어 넣고 두부 넣고 김칫국도 앉혔다.


 

냉이는 데쳐 소금과 간장, 다진 마늘,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

그런데 좀 짜다.

곤드레나물밥 양념장으로 쓰려고 내놓은 달래 부랴부랴 다듬어 냉이와 함께 다시 조물조물.

이제 좀 먹을 만하다.



 

“세대차량이 도착했습니다.” 안내가 나오고 H씨 도착했다.

‘3월 들어, 주중에 밥을 안 하게 된다.’고 광고질?한 포스팅 후 벌어진 수요일 저녁 얘기다.



 

어찌되었든 한 시간쯤 동동거리며 준비해 싹싹 비울만큼 잘 먹은 저녁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H씨 “오늘은 몇 시에 와요?” 묻기에 “별일 없는데…….” 대답했더니

“나 보다 일찍 오겠네, 퇴근했을 때 집이 일주일 전 모습으로 치워져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말 남기고 표표히 사라지더라.

‘꼼짝하기 싫은데…….’

‘저녁에 가볍게 한 잔?’ 하며 이곳저곳 비루하게 문자라도 보내 볼까?

아니면 곱게 집에 기어들어갈까, 조신하게 청소하고 빨래 돌리고 저녁이나 준비해놓을까?

손뼉을 쳐본다. 정신이 번쩍 들어 세세한 일상에 충실해지려나?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끼코
    '13.3.22 7:57 PM

    너무해~너무해 8시넘어 집밥시키고 청소도 에둘러 시키시고....
    그래도 행복하시죠? ^^

  • 오후에
    '13.3.25 9:39 AM

    밥하고 청소하는데... 어디 행복하고 말게 있남유~~~
    그냥 하는 겁니다. 누가 해도 할일이니까요. ^^

    요즘 밥먹고 치우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잠자고.... 하는 일상에 자꾸 눈이 가네요.

  • 2. 고독은 나의 힘
    '13.3.22 9:34 PM

    앗.. K에게 쓰는 편지가 없으니 무효요~~

  • 오후에
    '13.3.25 9:39 AM

    ㅎㅎ 그런가요.

  • 3. 내일
    '13.3.27 11:41 AM

    오후에님 밥상만큼이나...글을 읽으면 맘이 엄청 편해져요
    밥상이 사람을 비추는 거울 같다고 할까요?
    특히 K에게 쓰는 편지는
    어서 책 하나 내셔도 좋을것같애요

  • 오후에
    '13.3.28 8:46 AM

    ㅎㅎ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 4. 내일
    '13.3.27 11:42 AM

    모바일로 댓글을 쓰다보니 엮어서 가 어서가 됐네요 ㅎㅎ
    근데 엮어서도 어서도 둘다 좋은거같애요~
    일단 다섯권은 예약입니다 ^^

  • 오후에
    '13.3.28 8:49 AM

    책으로 나갈 내용은 아닌줄 압니다. ㅎㅎ
    그저 온라인상에서 생각을 나누는 정도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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