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거세게 불던 일요일.
비도 오고 바람도 어찌나 세게 불어대는지
닭장이며 창고, 비닐온실들이 날아갈 것 같은 기세입니다.
휘돌아치는 바람에 나무들도 휘청거리기 일쑤고......
모처럼 아이들과 실컷 놀아주려 했는데
날씨탓에 방안에 틀어박혀......
좁은 방안에서도 아이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지엄마를 상대로 슬슬 장난쳐가며 좋아 죽겠다고들.....
혹여 바람때문에 피해가 생길까 싶어
아내와 아이들은 집으로 돌려 보내고 혼자 남은 저녁시간......
놀면 뭐하나~
내일 달구들 먹일 청치밥을 앉혔습니다.
무청, 무우, 고구마, 표고같은 것들을 넣었을때는
닭들이 잘 먹길래 이번에는
밭에서 배추를 뽑아다가 썰어서 얹었는데
달구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장작이 거의 다 타들어갈 무렵......
잔불이 너무 아까워 무언가 구워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이랄까......
찬바람이 나는 요즘이 전어가 제철인데 아쉽다~
근데 요즘은 전어도 한여름부터 제철이라고 ......
기억이 가물가물한 오래전에 몇번 여름과 초가을에 먹었었는데
에이~ 제철은 무슨......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바다에서 잡아올려 회를 썰어먹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 그 달콤함~
그리고 마당에 장작불피우고 눈을 맞아가며 구워먹는
그 고소한 맛이 진짜 전어맛인데
요즘은 농산물이고 수산물이고 아무때나 제철이라고들 하니......
그나저나 고구마를 굽자니
낮에 아이들과 삶아먹고 남은 것이 많이 있고......
냉장고를 뒤져보니 달랑 찌개용 돼지고기가뿐이라 어쩔수없이......
담에는 고등어나 삼치라도 넣어두어야 겠습니다.
배추밭에서 쬐끄만 배추 한포기 뽑아다가
상추쌈 대신 올려놓고
마늘심다가 남은 것 몇개 까놓고......
배추쌈에 고기한점, 마늘에 표고장조림하나 얹어 입에 넣으니
ㅋ~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고프니 무지하게 맛납니다.
특히나 배추는 그냥 씹어먹어도 달착지근하니
쌈하나 싸먹고 배춧잎 두세장 씹어먹고......
그렇게 소주한잔 들이키다보니
웬갖 잡생각이 다 듭니다.
취중에 두번이나 남의 집 안방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던
동네 형님은 요즘도 그렇게 지내고 있는지
허구헌날 외상술만 마시는 선배한테 믿거니 하던
허름한 호텔의 술집여주인은
2천만원도 넘는다던 외상값은 잘 받아냈는지......
문득 그런 생각도 듭니다.
과연 내가 언제까지 닭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300수도 않되는 닭먹이 때문에
이제 40중반의 이 나이에도 힘들때가 있는데
60이 넘으면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들녀석이 애비의 뒤를 이어 이일을 하겠다고는 할까~
주문량을 맞추려면 달구숫자를 늘려야 하는데
몇마리까지가 나의 한계일까 싶기도 하고......
그런생각들이 오가는 와중에 취기가 돌고
무우밭에 나가서 거름한번 주고나니
찬바람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하긴 뭐 걱정도 팔자지~
내년일은 내년에 늙어서 일은 그때 가봐야 아는 것이니
당장은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 급선무......
맥주한잔 마시며 이것저것 메모를 하다보니
졸음이 밀려와 쉽게 잠이 들기는 했는데
휘몰아치는 바람에 천막채 통째로 새가될까 두려워서인지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피곤한 아침을 맞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