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농장에서 1박.......
딸아이는 동생 돌보고
아내와 저는 그나마 늦밤이라도 수확하려고 필사적......
이런일 저런일 일에 치어 사는 남편을 위해
그래도 마님체면 구겨가시면서 괴기를 구워줍니다.
여자팔자 참 거시니 합니다.
제가 어느날 느닷없이 땅사서 (7천평이 조금 않되는) 취미로 농사일 한다고......
그런데 그게 취미가 아니라 중노동이라는......
노가다판에서도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은 보기 힘들다는......ㅠㅠ
아내와 저는 둘이 쓰리잡......
말이 집에서 아이들 키우며 살림만 하는 전업주부이고
각종 장부 -복식회계로- 처리해주고 잔일 처리해주고
그것도 모자라 농사일 도와주며 괴기까정 구워야하는 ......
일욕심많은 남편만나 궂은일 마다앉으면서도
항상 입에서 맴도는 당쇠걱정......
(그려~ 나 죽으면 너네들은 워쩔겨~ ㅋㅋㅋ)
이날...... 당쇠와 그 똘마니들은 의자에 걸터앉아 처잡숫기 바쁘고
마님은 쭈그리고 앉아 고기굽기에 바쁘고......
너무 늦은 저녁이라
달랑 딸아이가 따온 깻잎 몇장에
돌미나리 쬐끔 -콧구멍으로 다 들이켜 버린......- 으로 쌈을 대체하고......
고등어와 모처럼 아이들에게 쏘시지까정 쏘시고......
근데 ......
이날 사용한 땔깜은 잣나무장작입니다.
마님 말씀이
소나무에 고기를 구우면 향이 아주 좋았는데
잣나무에 구워먹으면 어떨까 하는 ......
귀여움받으며 목숨 부지하려니
어쩔수없이 온산을 뒤져 잣나무 주워다가 땔깜준비는 했는데
그래도 맛은 소나무장작만 못하네요. ㅠㅠ
아이들은 종일 노느라 지쳐 일찌감치 쓰러졌고
장작불 지펴가며 아내와 단둘이 오롯한 시간......
너때문에 내 삶이 행복해졌다니 어쨌다느니......
가슴에 닭살이 돋아날 즈음에
마누라 병든 닭마냥 꾸벅거리더니
급기야 산막에 들어 코들 들이 골아대고.......
에휴~ 저노무 콧구멍에 장작이라도 쑤셔 넣을까 싶은......
그리고 홀로 남은 시간......
아직 마저 채우지 못한 밤자루 하나 집어다가 곁에 내려놓고는
굽고 또 구워가며 배를 채웠습니다.
그려어~ 인생 뭐 있어?
내가 뭐 운전기사 딸린 마이바흐 내어줄 능력은 않되어도
내가 기냥 오래오래 아주 쭈욱 늘어진 엿가락처럼
기일게 살면서 너네들 곁을 지키면 되는 것이것지......
술에 취했는지 분위기에 취했는지 장작불 연기에 취했는지
정신이 몽롱해 질 즈음에 하늘을 쳐다보니
나뭇잎사이로 보이는듯 마는듯 작은 초승달 조각들......
그런가봅니다.
삶이란거......
조금씩 구워져가며 소중한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설사 그것이 도자기가 아닌 한낮 옹기에 불과하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소중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