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매일 밥상 2

| 조회수 : 13,687 | 추천수 : 0
작성일 : 2011-11-15 20:56:19



어쩌다보니,
요즘 며칠동안 집밥 다운 집밥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오늘마저 대충 저녁 식탁을 차리기에는 너무나 양심에 걸려(^^) 평범하지만, 우리 식구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했습니다.





점심약속이 있어서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얼갈이 한단을 샀어요.
들어오자마자 부리나케 잘 씻어, 큰 냄비에 물을 붓고 소금도 좀 넣어 펄펄 끓인 후 푹 삶아냈습니다.

잘 삶아진 얼갈이 우거지에 쇠고기 썰어 넣고 조물조물한 다음,
맹물을 붓고,
청양고추 하나 송송 썰어넣고, 파도 어슷어슷 썰어 넣고, 다진 마늘도 좀 넣고,
푹 끓였지요.

역시 우거지 찌개는 밥도둑 입니다. ^^

 


생물 갈치 사다가 구워먹고 싶은데,
냉동실에 갈치 두어 토막 넣어둔 채로 생물 사기는 좀 그래서, 일단 냉동했던 갈치 꺼내 자연해동했습니다.

지느러미 잘라주고, 비늘도 대충 벗겨내고 소금을 살짝 뿌려 밑간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하게 무나 감자 대신, 고구마줄기 김치를 넣어보기로 했어요.

냄비 바닥에 고구마줄기 깔고,
그위에 갈치를 얹은 다음 고춧가루 뿌려주고, 통깨와 참기름을 아주 살짝 넣어서 조려주었는데요,
조리는 과정에서 국물을 떠먹어보니 씁쓸한 맛이 나는 거에요.
아까운 갈치만 버리는 게 아닌지, 아차 싶은 생각이 들어서 설탕을 아주 조금만 솔솔 뿌려줬어요.


이렇게 완성된 갈치조림을 상에 올렸더니,
며칠전 사먹은 식당의 갈치조림보다 낫다며, 특히 고구마줄기가 아삭아삭 씹히는 것이 맛있다고 하네요.

요기까지만 해도 되지만,
먹던 김치 모아놓은 것이 있어서, 역시 냉동실에 얼려둔 바지락살을 꺼냈습니다.



바지락살을 듬뿍 넣은 김치전도 한조각 부쳤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의 저녁밥상이 차려졌는데요,
사진으로 보기에는 참 평온한 밥상이나 이걸 차리느라 얼마나 허겁지겁 했는지...


한창 저녁준비를 하는데 정전이 되는 거에요.
현관문을 열어보니 우리집만 정전이 된거 있죠?
핸드폰 불빛으로 간신히 초를 찾아 불을 켜고 누전차단기를 보니 차단기가 내려가 있어요.
올리니까 바로 떨어지고, 올리니까 다시 떨어지고,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이 어찌해야좋을지...

그때 생각난 것이 부분 차단기를 하나하나 내려가며 전체 차단기를 올리는 방법이 생각나는 거에요.
이렇게 해보니 원인이 딱 걸렸습니다.
부분 차단기가 다섯갠지 여섯갠지 있는 그중 가운데 것만 올리면 정전이 되는 거에요.
그래서 그것만 내려놓고 전체 차단기를 올리니 온 집안에 멀쩡하게 불이 들어오는 거에요.

관리사무실에 얼른 신고한 후 정신차리고 보니,
그 차단기가 결정적으로 부엌 쪽 콘센트에 전기를 공급하는 차단기인거에요.
그래서 김치냉장고, 냉장고, 냉동고, 세척기, 세탁기, 정수기, 전기주전자 등등 부엌의 전기제품은 전부 올스톱.
안방 콘센트로부터 선을 끌어다가 김치냉장고와 냉장고, 냉동고에만 전원을 공급하고 ,
그 원인을 찾아보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주방수납장 뒷편으로 있는 콘센트가 의심스러운거에요.

이러던 차에 관리사무소의 전기기사 아저씨가 방문, 임시방편으로 누전차단기 정상작동하게 해주고,
의심스런 콘센트는 임시방편을 취해준 후 목요일날 다시 와서 공사를 해주시겠다고 했어요.

이 와중에 밥 하고 반찬을 한거라,
정말 무슨 정신에 우거지찌개를 끓였는지, 김치전은 간이나 보고 부친 건지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 집만 정전이 상황에서 누전차단기 하나하나 내려가며 원인을 찾을 생각은 어떻게 해냈는지,
제 스스로 제가 너무 대견하여 제 손으로 제 머리라도 쓰다듬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다연맘
    '11.11.15 9:00 PM

    와~일등인가요?^^

  • 2. 다연맘
    '11.11.15 9:02 PM

    일상밥상도 아주 근사하세요~~
    김치전..군침흘러요..
    지금 김치전 한장 기름지게해서 부쳐먹어야겠어요..
    아고~~살찌는 소리,,,ㅎㅎ

  • 3. 그린
    '11.11.15 9:47 PM

    어휴휴~~
    선생님.......

    전기 때문에 깜짝 놀라셨겠어요.
    특히 냉장고, 냉동고, 김치냉장고 쪽이라니
    잠시 정전만 되어도 신경이 곤두서는데 어찌 그런 일이.....ㅜㅜ
    정말 말씀처럼 원인을 금방 찾아내셔서 천만다행이네요.
    별일 없이 후딱~ 잘 고쳐지길 빕니다.....

  • 4. 또하나의풍경
    '11.11.16 9:24 AM

    저희집도 그런적 있어요~~ 전 전원콘센트 꼽는데 펑!!!!!!!소리가 나며 정전...-_-;;
    얼마나 놀랬는지!!!
    전기기사분 불러 고쳤지만 사는 내내 그콘센트만 보면 가슴이 벌렁벌렁...ㅠㅠ


    우거지찌개는 정말정말 밥도둑이예요.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싶어요...(제살 엄청 찌게 한 죄...ㅋㅋ)

  • 5. 다이아
    '11.11.19 6:34 AM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물이 고구마줄기나물이에요.
    고구마줄기 나물에 갈치를 조린 음식을 저도 어느식당에서 참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며칠전부터 아들녀석이 김치부침개 해달라고 노래를 부르는데 무시했는데
    주말에 해줘야겠에요. 사진속의 김치전이 참 바삭해 보입니다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2797 오랜만의 삼겹살찜! 14 2011/11/17 15,574
2796 창덕궁 후원에서 보낸 어떤 늦가을 날!!! 23 2011/11/16 14,697
2795 매일 밥상 2 5 2011/11/15 13,687
2794 대세 따르기 (라면 주의) 11 2011/11/14 17,906
2793 TV 요리 따라잡기 8 [멸치무침] 18 2011/11/12 17,565
2792 11월11일 6 2011/11/11 12,774
2791 남은 삼겹살로~ 19 2011/11/10 15,705
2790 매일 밥상 1 20 2011/11/09 16,030
2789 검봉녀, 봉지 속 구경 28 2011/11/07 32,738
2788 11월 첫 주말 보내기! 19 2011/11/06 12,883
2787 개운하게 한그릇 [황태 해장국] 9 2011/11/05 12,651
2786 알은 잘지만, 맛은 찬 [홍합탕] 8 2011/11/04 11,707
2785 밥도둑 조개젓~ 16 2011/11/02 15,894
2784 덮개 하나 완성하기 30 2011/11/01 13,915
2783 발동, 걸렸습니다...^^;; 10 2011/11/01 15,577
2782 쓱쓱 썰어서 호박고구마 샐러드 7 2011/10/31 16,212
2781 일요일 점심 밥상 7 2011/10/30 13,878
2780 토요일 저녁밥상 두가지 14 2011/10/29 14,834
2779 가을, 그리고 번외편 사진 몇장 15 2011/10/27 15,904
2778 여행 중에 먹은 것들 2편 20 2011/10/26 15,298
2777 여행 중에 먹은 것들 1편 18 2011/10/26 16,692
2776 저, 돌아왔어요~ 47 2011/10/25 17,106
2775 며칠, 집 비웁니다 21 2011/10/15 20,225
2774 미역을 넣은 홍합밥 14 2011/10/13 16,746
2773 즐거웠던 점심 초대! 27 2011/10/12 23,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