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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덮개 하나 완성하기

| 조회수 : 13,915 | 추천수 : 0
작성일 : 2011-11-01 15:50:00



지난 1987년인가, 88년인가, 일본 출장길에 어느 백화점엘 들렸는데,
당시 거기에는 로라 애쉴리가 들어와있었어요.
한창 로라 애쉴리나 리버티의 꽃 프린트 무늬를 좋아하던 때라 매장 구석구석을 구경하는데,
'띠용'하고 눈에 띄인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섯가지 천 조각을 각각 스무장씩 잘라서 한 포장지안에 넣어서 파는 거에요.
값도,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로라 애쉴리의 다른 제품에 비해서 그리 비싸지 않은, 별 부담없는 가격이었던 것 같아요.

살때는 바로 쿠션을 만들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가장자리를 두르려는 파이핑과 뒷장을 댈 헝겊까지 샀는데,
여태까지 손도 안대고 있었습니다.
포장지안에는 사각형 본과 육각형본도 들어있었으나 이십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나달나달!
완성도 못 시킬거면서 만지작 만지작 했거든요.


 


오늘 아침, 저희 아파트  전기 안전 점검한다고 1시간 가량 정전이 됐더랬어요.
그 시간 동안 뭘할까 하다가, 이 조각천이 생각나길래 끄집어내서,
홈질로 다섯조각씩 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둔 광목에 이어붙여야겠는데..영 자신이 없는거에요.
시접이 정확하게 1㎝로 맞춰야하는데...제 재봉질, 원래 발재봉이잖아요.

이럴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한다고 맘 먹고 있는데 마침 불이 들어와 엘리베이터가 작동하기 시작했어요.


저희 집 근처 옷수선 가게엘 갔더니, 거기 아주머니 깔깔 웃으시는거에요, 뭘 만들고 싶은거냐고?
제가 그냥 광목에 이 이어붙인 조각을 붙인 다음 가장 자리를 둘러박아달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뒷장을 붙여야한다는 거에요.

일단 광목에 조각천만 이어붙여 왔습니다.
그리곤, 조각천의 무늬와 비슷하게 수를 조금 놓았어요.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아주 간단하게 놓았지요.




뒷장에 붙일 천을 들고, 다시 나가서 이렇게 박아왔는데요,
ㅋㅋ...알고 보니 그 아주머니, 리폼의 전문가!
어떤 아주머니의 검은 바지, 길이 늘이는 걸 벨벳 붙여서 늘려놓았는데, 정말 예쁘게 잘했더라구요.

예쁘다고 칭찬했더니, 그제서야, 자기 밍크코트, 가죽코트 같은 거 고치고,
큰 옷, 작은 옷 할 것 없이 리폼하는 리폼전문가라는 거에요.

아, 제가 그만 닭 잡는데 큰 칼 쓴 격이 되어버린거에요...아주머니 미안!!
녹번동 근처에 사시는 분들, 옷 수선할 것 있으시면 저희 아파트 근처에 있는 '실과 바늘' 기억해두세요.
저도 리폼할 옷 찾아보려합니당.

암튼 이렇게 완성한 덮개, 이렇게 복합기에 덮어줬습니다.
나름 그럴싸 하죠?

오면서 리폼 아주머니께 숙제 하나 던져드리고 왔어요.






이거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암튼 한참 전에 놓아둔 수인데요,
뭘 해야할지 몰라서, 쳐박아뒀더랬어요.

수를 놓은 천도 안 이쁘고,
수도 허접하고,
게다가 수의 크기가 제각각이라 뭘 하기 좀 그래요.

그래서 이 수 네개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밭 전(田)모양으로 맞춘 후 뒷장을 대고 꿔매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해놓으면 덮개로 쓰든 뭐로든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재봉질까지 제가 말끔하게 완성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실력이 안되는 걸 억지로 하느니, 전문가에게 맡겨놓으니까, 속은 편합니다.
이건 내일 찾으러 오라 하는데...어떤 모양으로 나올지...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수는 발 수 이나, 꿰매놓으면 인물이 좀 살지 않을까 싶은 기대인거죠. ^^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andy
    '11.11.1 4:03 PM

    앗 1등....

  • candy
    '11.11.1 4:04 PM

    저렇게 덮개를 해놓으니 먼지가 덜 보여 좋더라구요..^^.

  • candy
    '11.11.1 4:05 PM

    추천을 누르려니 추천이 안보여요...

  • 김혜경
    '11.11.1 4:10 PM

    ^^
    희망수첩에는 추천이 없구요,
    다른 게시판은 그저께 개발자가 다른 작업하면서 추천버튼을 날려나봤어요. ㅠㅠ
    복구해달라고 했으니까 곧 복구 될겁니다.

  • 2. 아름다운돌
    '11.11.1 4:57 PM

    좀처럼 가만 있을 수 없으시군요... ^^
    잠시 정지된 시간(?)을 활용하시다니요
    수 는, 놓는 사람을 차분하고 섬세하게 하지요
    오랫만에 소박한 수 가 있는 덮개를 보고
    소박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 김혜경
    '11.11.1 7:55 PM

    제가 가을에만 부지런합니다.
    곧 날씨 추워지면 귀찮다고 안할거에요. ^^

  • 3. 수수
    '11.11.1 5:29 PM

    요즘 계속 순위권이네요.^^
    샘은 너무 부지런하신게 흠이에요.
    좀 쉬세요.
    정전일 때도 할 일을 찾으시다니.....존경스럽습니다.^^

  • 김혜경
    '11.11.1 7:56 PM

    별 말씀을요,
    딱 요때만 부지런을 떨다가 곧 게을러리지요. ^^

  • 4. 미란다
    '11.11.1 5:35 PM

    저도 요즘 자수에 꽂혀서 실력은 정말 젬볌 이지만 소창 사놓고 책을 두권이나 사 놓았는데 마땅한 도안이 없는거예요ㅜㅜ

    제가 보기엔 꽃수가 참 예쁜데^^ 도안 책 제목 좀 알 수 있을까요?

  • 김혜경
    '11.11.1 7:54 PM

    미란다님,
    도안책 보고 놓은 것이 아니고요,
    조각천에 있는 문양을 대충 그린 후 수를 놓은 것이에요.
    자세히 보면 형편없는데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5. 상큼마미
    '11.11.1 5:38 PM

    예쁘네요^^
    저도 가을만 되면 손바느질로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손저림증이 심해서 선생님 수 놓으신거 보며 부러워 하고만 있습니다~~~
    선셍님 수 예쁘게 하셨어요^^
    요즘 희첩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김혜경
    '11.11.1 7:57 PM

    상큼마미님,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세히 보면 솜씨가 형편없어요.

  • 6. shining
    '11.11.1 6:01 PM

    바느질 진짜 못하는데 만드신거 보니 저도 하고 싶어요.
    이쁩니다 ㅎㅎ

  • 김혜경
    '11.11.1 7:57 PM

    저도 하는데요..살살 시도해보세요.

  • 7. 안젤라
    '11.11.1 10:49 PM

    은은한 분홍색의 원단들이 참 사랑스럽네요.
    저도 요즘 손으로 퀼팅하는거보다,
    미싱으로 드르륵 드르륵 열봉중입니다.

    리폼 아주머니만은 못해도
    가까이 계셨으면 제가 박아드리는건데 ^^

    저도 따라 만들어서 프린터 덮어주고 싶은데
    만들어도 될까요 ?

  • 김혜경
    '11.11.2 10:35 AM

    안젤라님,
    재봉 잘 하시나봐요..ㅠㅠ...전 너무 못해요, 비뚤빼뚤...ㅠㅠ...
    부럽습니다. 어디 사시는 지...ㅠㅠ...

    저희집 복합기 까만색이라서 먼지 앉는게 너무 잘보여요. 그래서 덮어주려고 하는데요...
    만들어 놓으니 살짝 작아서, 지금 다시 만드는 중입니다.
    완성되면 보여드릴게요..^^

  • 8. 흐르는 물
    '11.11.2 12:33 AM

    82쿸 운영자님!지난 자유게시판이 완전 복구 된건가요?
    제 컴에 예전의 글들을 즐겨찾기로 등록 해둔것이 안나오는게 대부분인데..ㅠㅠ

    키친토크 즐겨찾기 해둔것은 예전것도 다나오는데 자유게시판은 안나옵니다
    그자료를 다시 찾으려면 일일이 다시 흩어봐야되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 김혜경
    '11.11.2 1:25 AM

    이전 자유게시판 완전히 복구된 것 맞습니다.
    물론 게중에는 데이타가 이동되면서 원문이 소실된 것이 있으나, 그외에는 모두 복구되었습니다.
    즐겨찾기가 안되는 것은, 키친토크는 개편이전 이후의 글이 모두 한 게시판에 들어있으나,
    자유게시판은 개편이전과 이후 게시판이 분리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즐겨찾기를 다시 하시려면, 이전 자유게시판에 들어가셔서, 하나하나 검색후 다시 즐겨찾기를 하셔야합니다.

  • 9. chris
    '11.11.2 9:59 AM

    실과 바늘 연락처 알수있을까요? 녹번동 이면 녹번역 근처일까요?

  • 김혜경
    '11.11.2 10:10 AM

    chris님,
    연락처는 모르구요, 녹번역 2번출구 옆 주유소 바로 옆입니다.
    큰길에서 보입니다.

  • 10. chris
    '11.11.2 10:30 AM

    네. 감사합니다.

  • 11. 안젤라
    '11.11.2 10:47 AM

    어제 저녁 저희 프린트도 추워(?)하는거 같아서
    따라 만들어 보았어요
    너무 맘에 들어요
    저희집이 온통 커버링되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제가 만든 커버는 리빙데코에서 선 보여드릴께요 ^^

  • 12. 오로라꽁주
    '11.11.2 1:30 PM

    뭐든 다 뚝딱 하실 것 같은 선생님의 약한 모습 에 ㅎㅎㅎ
    갑자기 무진장 아주!! 많이 가까이에 계신듯한 이 기쁜맘은 뭘까요?

  • 13. 흐르는 물
    '11.11.2 3:00 PM

    개편이전과 이후 게시판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셨는데 키친토크처럼 한 게시판에 넣는것이 어렵나요? 다른분들의 글을 하루 하루 검색해서 찾아내는 일이 엄두가 안납니다

  • 14. 흐르는 물
    '11.11.2 3:14 PM

    아. 그리고 1주일전인가요.몇시간동안은 예전 즐겨찾기 해놓은것이 보이길래 다행이다 싶었읍니다.
    그런데 예전 게시판 코너를 만들면서 다시 안되더군요.굳이 예전 게시판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 김혜경
    '11.11.2 4:52 PM

    흐르는 물님,
    이전 자유게시판 보셔서 아시겠지만,
    글이 68만6천891견입니다.
    이글을 모두 옮겨오는데 1개월 이상 소요되었습니다.
    이전 자유게시판과 현재 자유게시판을 합치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15. 완이
    '11.11.2 5:13 PM

    어머~ 정말 너무 예쁘게 잘 되었네요.
    눈에 쏘옥 들어와요.
    저는 예쁜 옷감들 보면 저혼자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데,
    문제는 바느질도 못하고 재봉질도 못하고, 그래서 지금 저희 시어머니께 바느질 강의 수강신청 넣어놓은 상태거든요. 배워주세유~하고 ㅎㅎㅎ
    선생님 글 보면서 저 완전 자극 받았어요. 올 겨울엔 꼭 쌓아놓은 천들을 활용해 보리라 하구요.

  • 16. 제주/안나돌리
    '11.11.2 8:11 PM

    엊그저께 브라우스에 여밈 똑딱단추 다는데도 절절 매었답니다.
    눈은 돋보기쓰고...ㅠㅠ

    그래도 가정시간에 수예점수 참 좋았는 데 그 좋은 시절이 눈깜박할 새에
    가버린 것 같아 이런 바느질보면 기분이 묘해져요~ 마음은 아직도 가랑머리 소녀인데...ㅎㅎㅎ

  • 17. Andante
    '11.11.3 12:30 AM

    선생님, 전에도 궁금했는데 여쭙질 못했습니다.^^;
    소창에 수 놓으신 행주 있잖아요?
    그건 먼저 수를 놓으신 다음에, 꼬매신 것인가요?, 아니면 4면을 꼬매신 후에 수를 놓으신 것인가요?
    (수 놓은 뒷면이 좀 지저분 한 것을 어찌 처리하셨나 궁금해서요)

  • 김혜경
    '11.11.3 12:41 AM

    Andante님,
    수 먼저 놓고, 그 다음에 꿰매요.
    근데 소창은 너무 얇아서 한겹에 수놓기 참 그렇습니다.

    행주 만드는 법은 이걸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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