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어제 하루 죙일 바닷바람 쐬고 돌아 댕겼더니, 얼굴이 가관이 아닙니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강아지 밥을 주고 다시 가서 누웠습니다. 엄청 피곤하네요.
이렇게 피곤한 날은 눈물도 찐득하고, 온 몸이 찐득한 느낌 아시나요?
누웠는데.... 어제 본 바다의 색이 떠오릅니다.
곱고,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바다가...
다시 보고 싶습니다. 다시 갈까? 아니 너무 피곤하잖아~~~~~~~~ 가자!
여긴 제주잖아, 보고 싶다면 날마다 바다를 보자!
바닷가에서 아침을 먹기로 정했습니다.
사과를 깎고, 계란을 삶고 커피를 내....리...고.....
흠 텀블러가 없습니다. 안 가져왔군요.
가서 사 마실까? 에라 물통에 담았습니다.
세수도 안하고, 어제 감고 대충 말린 채 잠든 산발 머리는 대충 묶고서
댕댕이를 휩쓸어 담아 출발!!! 책도 한 권 챙겼습니다.
아.... 바다는 어제보다 조금 더 예뻐졌네요.
바다를 보며 아침을 먹고, 드러누워서 책을 읽어봅니다.
정말 정말 정말 오기를 잘 했습니다.
바람이 부는 바닷가에 앉아 있으니, 갑자기 라면이 땡기네요. 라면 먹은지 진짜 오래 되었네요. 한 번 떠오른 생각은 자꾸만 간절해집니다.
옆에 계신 분들께 댕댕이 납치 방지를 부탁 드리고 냅다 뛰어서 컵라면을 사왔습니다.
역시 맛있네요... 바다에서 먹는 라면은 정답입니다.
그렇게 바다를 보며 세 시간정도 놀았습니다.
슬슬 귀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 여행중에 저는 왜 자꾸만 샛길로 가보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큰 길 말고 뭔가 산쪽으로 빠지는 저런 길을 보면 그냥 한 번 가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에라 우회전해버렸습니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 좋은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냥 에라 가버릴 수 있는 것...
중산간 도로만큼은 아니지만 나지막한 언덕을 올라 예쁜 동네들이 펼쳐진 길을 달리다가
문득, 빵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어제 실패했던 빵이요
저 좀 주위 산만형 같지 않나요?
차를 세우고 근처 빵집을 검색해봅니다. 한 군데는 주말 휴무이고,
또 한 군데 이름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후기도 괜찮은 것 같고 해서 정했습니다.
가서 분위기를 보고 먹고 오던지 포장하던지 하기로 했습니다.
그 빵집은 제 기억에서 지우고 싶습니다. 아니 빵집에는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무슨 놀이동산과 빵집, 카페, 식당들이 몰려있는...
사람이 무지하게 많고.. 주차비도 엄청나게 비싸고...
그래서 차를 돌려 나와버렸습니다. 오늘의 선택은 망했네요.
시골은 빵 사먹기가 나쁘군요..
귀가길에 있는 하나로 마트에서 찹쌀 꽈배기를 하나 사고, 포장되어 있는 달다구리 빵을 샀습니다. 오늘은 이걸로 만족하려구요...
저녁 때 어묵탕이나 된장찌개를 하려고 국물 멸치도 샀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내일이 명절이라서인지 동네에 차가 꽤 많이 주차되어 있네요.
그럼에도 쥐죽은 듯 조용하기만 합니다.
외출했다 돌아 온 우리집은 조용하고 포근합니다.
바닷바람에 시달린 우리 댕댕이도 책상밑에 대자로 뻗어 잠이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