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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어수선한 티타임과 유자청머랭파이

| 조회수 : 4,074 | 추천수 : 13
작성일 : 2005-09-22 15:40:46
며칠째 비가 오고 날씨가 썰렁하여 영 기분이 꿀꿀한 듯 하여 오늘은 아침부터 오븐을 돌리리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아랫집 아기 엄마가 전화를 했길래 오늘 오후에 근사한 티타임이나 한번 가져보자며 초대를 했다지요.
파이가 다 완성된 다음 느긋하게 오길 바랬건만, 이 엄마 아기도 봐주고 도와준다는 명목하에 전화 끊자마자 달려오지 않았겠어요? 헉!!! ㅡ.ㅡ;;


그런데......도와주기는 무슨...애 둘 데리고 저만치 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애 둘이 전부 제 다리 밑에서 살림을 하며 노는지라(새댁은 옆에서 그냥 수다 떨면서 구경하며 서있고, ㅡ.ㅡ;), 이건 무슨 극기훈련도 아니고 원... ㅠ.ㅠ;;
우리 아들놈은 워낙 나서부터 저의 이런 놀이?를 늘 보며 자란지라 익숙해서 그나마 괜찮은데, 아랫집 딸래미는(우리 아들보다 2달 빠릅니다.) 오븐 불켜는것도 첨 보니 신기하고, 핸드 믹서 돌아가는 것도 신기해서, 이것저것 건드리느라 정신이 아주 빠지는줄 알았습니다. 흑흑흑...

그렇게 아주 어렵게 완성한 저의 유자청 머랭파이.
느긋하게 식혀 우아~하게 잘라 먹어야 겠건만, 이 새댁이 파이를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 터라, 할수 없이 식지도 않은 파이를 잘라야 했습니다. 저 필링 줄줄 흘러내리는 것 보이시나요? ㅜ.ㅜ;;;


아껴둔 로얄블랜드 티를 꺼내 밀크티를 제대로 끓여서 곁들였는데, 이건 뭐, 먹는것도 거의 전쟁이더군요.

두 놈이 꼭 한가지 장난감 가지고 티격태격 싸우질 않나,
두달 빠르다고 아랫집 딸래미가 저의 아들을 걸핏하면 때리고 할퀴고 그래서 혼비백산하고(사실 이부분에서 저는 오히려 의연한데, 때리는 아이 엄마가 더 혼비백산하더군요...뭐 우리애 울 정도로 심하게 맞은 것도 아니라 전 그냥 지들끼라 놀다 싸웠겠거니 하는데, 때리는 아이 엄마 입장에선 그게 되게 미안한가 봅디다. 큭큭큭...ㅡ.ㅡ;;),
그 와중에 애 똥싸고, 기저귀 갈고...하여튼 뭘 먹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요.

온 집안을 쑥대밭을 만든 어수선한 티타임이 끝날 무렵, 아랫집 아기 낮잠 잘 시간이라며 내려갔어요.
우리 아들도 잘 놀고 피곤해서 그만 쓰러져 잠들고...
드디어 조용한 마루를 돌아보니 마치 폭탄을 맞은듯 합니다. ㅠoㅠ;;


대충 정리해 두고, 저의 진짜배기 티타임을 조용히 다시 시작합니다.
이번엔 얼그레이 한잔 우려서 고상을 떨며 향을 음미할수 있군요.

어쩐지 가을비는 기분이 참 쓸쓸합니다.
따뜻한 차 한잔으로 달래봅니다.

당분간 우아한 티타임은 이렇게 그냥 혼자 즐겨야 하겠습니다.ㅎㅎㅎㅎㅎ

**이 레시피는 저의 순수 창작버전.....이라고 까지는 못하고, 미국의 오레된 트레디셔널 파이인 레몬머랭파이에서 착안한 하여튼 반 창작, 응용 버전입니다.
레시피는 아주아주 오래 전에 올려둔 것이 있으니 여기를 보세요. ^_^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kit&page=2&sn1=&divpage=2&sn=on&ss=o...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tazo
    '05.9.22 3:48 PM

    자러가려다가 오렌지피코님의 아이디를보고 얼른 들어왔어요.
    아이들데리고 하는 티타임이 그렇지요.^^;;
    어디나 아이들이 있는집은 비슷한풍경인듯해요.
    유자청이없으니 아주 애석하게 맛있어보입니다.
    저도 그럼 조만간 레몬머랭파이를 한번~~ 건강하시길.

  • 2. 오렌지피코
    '05.9.22 3:51 PM

    앗, 따조님, 안녕하세요! 요새 너무 뜸하세요!!!
    자주자주 맛있는 음식 올려주세요, 네? ^__^

  • 3. 영원한 미소
    '05.9.22 4:50 PM

    저같으면 제대로 식혀 맛나는 파이를 먹었겠건만~~
    식힌 파이가 더더더더~~ 맛나다는 걸 알면 아랫집 새댁은 참 많이 애석하겠죠?
    집에서 만든거라고 할 수 없는 저 자태........식지않은 파이라도 먹어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전 파이만 하믄 부서지거나 것두아님 느끼하거나 해서 아예 파이라는 것은 사먹는 것이려니 합니다.
    피코님 처럼 이쁘고 맛있는 파이 만들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요?^^

    가을비 내리는 오후 전 자스민차로 달래고 있습니다~~

  • 4. hippo
    '05.9.22 6:59 PM

    캬!!
    너무 맛있어 보여 작년 레시피로 가서 얼른 복사했네요.
    유자청이 없어서 좀 미루어야겠지만요...
    무척 어려워 보이는데 과연 해 낼지...

  • 5. jules
    '05.9.22 9:53 PM

    아야ㅡ, 유자향이 나는것같아요. 달지않은 홍차와 먹으면 넘 행복할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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