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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엄마 생각하면서 먹은 점심..

| 조회수 : 7,217 | 추천수 : 20
작성일 : 2005-08-21 13:38:52



바람결에서, 햇빛에서, 새파란 하늘에서 가을 냄새가 나요.
벌써 여름이 다 가버렸나봐요. 헤고..
밤에 창문을 열어 놓고 잤더니 몸이 다 식었더라구요.
가뜩이나 차가운데...



그래서 오랜만에 버섯매운탕을 끓여 점심상을 차렸지요~



어제 사온 애느타리버섯으로 끓인 버섯매운탕이예요.
간단하지만 아주 시원하지요.

재료 : 버섯, 감자, 양파, 파, 고추, 마늘, 고추가루, 국간장, 소금
뚝배기를 따끈하게 달궈 참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고추가루, 감자를 볶다가 양파와 버섯도 넣어서 볶아줍니다.
색이 어느정도 배면 물을 부어서 끓이세요. 육수면 좋겠지만...맹물을 넣어도 괜찮아요.
감자가 익으면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시구요..
썰어 놓은 고추와 파, 팽이버섯을 넣어 한번 부르르 끓여 주면 끝~!




어묵볶음..
빨갛게 볶아도, 하얗게(?) 볶아도 맛있죠~ 흐흐..




고구마 줄기 볶음.
이거 아주 좋아하는데 제가 해 먹어 본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껍질 벗기기도 귀찮고, 벗기고 나면 시커매지는 손톱도 싫고...(나름 아가씨...^^;;)
그런데 요즘 자꾸 눈에 들어와서 어제는 냅다 업어왔지요.
방짝이랑 둘이서 껍질 벗기고..(방짝은 이거 안먹는데... 벗기느라 고생했죠.)
씻어 데쳐서 파, 마늘, 간장, 참기름 넣어서 주물주물 하다가 볶았어요.
얼추 맛은 나던데...이렇게 하는 거 맞는건지...ㅋㅋㅋ

엄마 생각하면서 점심을 먹은 이유는...바로 이 고구마줄기 때문이예요.
제가 다섯살 때 아빠가 일하다 다치셔서 꽤 오래 입원을 하셨었거든요.
그때 엄마랑 저랑 고구마줄기볶음이랑 배추된장지짐만 먹고 살았어요.

대학교 다닐 때 집에 내려가서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때 얘기가 나왔죠.
"엄마, 나 그때 엄마 손 잡고 시장에서 배추잎 주웠던 기억 난다."
"그럼 반찬 뭐 해먹었는지도 기억나?"
"응, 고구마 줄기랑 된장배추"

저는 별 감정이 없는 기억인데 엄마는 무척 속상해하셨어요.
그때는 뭘 몰랐다고...자랄 때 여러가지 많이 먹어야 하는데...그런 것만 먹였다고..

그 다음부터는 고구마 줄기만 보면 엄마 생각이 나요.
앞으로도 쭈욱 그렇겠죠?

혼자 밥 먹으면서 괜히 짠~ 해져서 주절거려봤어요. 흐흐..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amille
    '05.8.21 1:58 PM

    고구마순 저도 넘 조아하는건데.. 감히 해볼 엄두가 안나네요.
    저도 친정가서 해달라고 졸라볼까봐요.
    배추된장지짐은 뭐에요? 맛있을것 같네요.^^

  • 2. 메론
    '05.8.21 2:09 PM

    너무 맛있어보여요. 이제까지 본 음식중에 가장 정감넘치고 입맛이 고인다는 ㅎㅎㅎ

  • 3. november
    '05.8.21 3:19 PM

    참 정겨운 글입니다. 배춧잎을 줍는 님과 어머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그 때 어머님께선 많이 힘드셨겠지만, 그런 추억들이 지금의 따뜻한 님을 있게 한 거겠지요.

  • 4. 돼지용
    '05.8.21 3:30 PM

    훌륭한 밥상 입니다.
    아짐경력 16년인데
    님 따라쟁이 해야겠어요.

  • 5. 콩콩
    '05.8.21 7:20 PM

    맘이 짠~해지네요.
    전 고구마줄기에 딴 추억이 있는데요,
    저희 친정 엄마께서 고구마줄기를 아주 좋아하셔서 자주 해 주셨는데, 전 매번 타박했다지요. 맛도 없는
    반찬 준다고...왜 아이들 입맛엔 그렇쟎아요...
    지금은 없어서 못 먹지만...
    엄마가 힘들게 다듬어서 해 주셨을텐데, 그리 모진 소리들을 했으면서, 지금 제 딸이 음식 타박하면, 두 눈에 불이 번쩍!
    반성합니다...

  • 6. 수국
    '05.8.21 8:45 PM

    그때의 아픔을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풀어주시는
    님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 7. 똘이밥상
    '05.8.21 9:50 PM

    저도 읽는데 코끝이 찡해지네요.
    매운탕의 매운 맛이 느껴지는걸까요^^

  • 8. 만년초보1
    '05.8.21 9:51 PM

    마지막 부분 보고 울었습니다... 전 엄마가 돌아가신지 2년 됐거든요.
    아직 한참 젊으신 연세에... 너무도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임종도 못했어요.
    엄마가 정말 요리 솜씨가 좋으셨거든요...
    엄마 돌아가시고 어디 물어볼데 없어 여기저기 찾다 온 게 82cook이었어요...
    엄마가 해주시던, 재료 별로 없어도 맛있던 부추전, 쑥범벅, 닭튀김, 김치찌게...
    마구마구 떠오르네요.
    광년이님을 비롯한, 아직 엄마와 함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모든 분이 부럽습니다...

    아... 저도 하늘에 계신 엄마와 얼마든지 추억을 공유할 순 있군요..
    그 추억을 다시 현실에서 되새길 수 없는 게 아픔이죠....

  • 9. 흐꼼녀
    '05.8.21 10:06 PM

    얼마전 엄마가 시집간 딸을 위해 고구마줄기를 잔뜩 다듬어 싸주셨어요.. 새삼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되네요..

  • 10. 뽀시시
    '05.8.21 10:31 PM

    세상의 모든 엄마,,,딸...다 같은 마음 인가봐요...저도 마음이 찡하네요...
    어머님은 행복하실꺼예요..마음이 예쁜따님을 두셔서 ㅎㅎ

  • 11. 물푸레나무
    '05.8.21 11:15 PM

    광년님 저도 고구마줄기 넘 좋아하는 요리예요.
    들깨랑 쌀갈아 부어 볶아 먹어두 맛나구 고구마줄기 김치도 정말 좋아해요.
    김치는 아무리 엄마랑 똑같은 재료와 용량을 넣어두 엄마맛이 안나요.
    님글 읽으며 하늘사진을 다시 보니 눈물이 나네요

  • 12. 소박한 밥상
    '05.8.22 12:00 AM

    처음엔...예사롭지 않은 광년이라는 이름이 시선을 끌었고...
    그런데 도대체 벌써 저렇게 겁없이 요리를 떡허니 차려내면
    시집가선 부엌에서 얼마나 눈부신 활약을 할지 !!!!

    제 마음에도 쏙 드는 소박한 밥상이고
    만년초보 1님의 글도 숙연해지고...
    잔잔하고 뭉클한 좋은 글...잘 읽었답니다

  • 13. 여름나라
    '05.8.22 1:55 AM

    요리솜씨 젬병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요리평가는 엄청 나게 하는 까탈스런 울엄마..
    그래도 세상에서 젤 좋은 울엄마가 또 보고싶어요~~~

  • 14. 광년이
    '05.8.22 2:38 AM

    camille님...집에 가서 해달라고 하시더라도 껍질은 꼭 님이 까시기를...정말 귀찮아요. 흐흐.. 배추된장지짐은 추석에 엄마한테 배워서 다시 한번 올릴게요. ㅋㅋ

    메론님...그렇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

    november님...냉장고에서 썩어가는 걸 못 보는 건..그때의 영향인 것 같아요. ㅋㅋ

    돼지용님...허걱...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

    콩콩님...저도 뭐라고 한 적 많아요. 다듬기 싫어서...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데 그때는 왜 그렇게 모질게 굴었는지...앞으로라도 잘 하자구요. ^^

    수국님...예쁘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똘이밥상님...청양 고추가 들어가서 좀 매워요. 그뿐이예요. ^^

    만년초보1님...얘기 듣고 제가 다 눈물이 나요. 눈물이 정말 많은데...헤구...만년초보1님의 얘기를 듣고 엄마한테 잘 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면...속상하시려나요..? 계실 때 잘 해야한다는 것..문득문득 떠올리면서도 잘 안되요. 그래도...다시 다짐해야겠죠. 하늘 가셨어요 보고 계실꺼예요.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살아계신거라잖아요.

    흐꼼녀님...우와...맘껏 느끼세요~ ㅋㅋㅋ

    뽀시시님...흐...말만 저렇지 무지 싸가지 없는데...추석에 집에 내려가면 잘해야겠어요.

    물푸레나무님...고구마줄기 김치는 먹어본 적 없는데...궁금해요. 울 엄마는 음식 솜씨가 별로 없으셔서..왠만하면 제가 한 것이 더 맛있는데...감자부침개랑 물곰국은 엄마가 한 게 젤 맛있어요. 덧글에 덧글 달다보니까 엄마가 보고 싶어져요. ㅠ.ㅠ

    소박한밥상님...흣...잘 읽으셨다니...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시집이나 갈지 모르겠군요. ㅋㅋㅋ

    여름나라님...엄마 최고~! 그쵸? ^^

  • 15. 아키라
    '05.8.22 3:07 AM

    광년이님 머쪄요 저도 버섯매운탕이랑.. 고구마줄기 오뎅볶음 다 넘 좋아하는거에용..
    엄마한테 가서 해달라고 졸라야겠어요 ㅡㅡ;;;;

  • 16. 김혜경
    '05.8.22 8:15 AM

    고구마줄기 이야기..가슴이 뭉클합니다...

  • 17. 동글이
    '05.8.22 8:58 AM

    저도 엄마가 오래전에 가셨지만.. 엄마와의 추억이 있는 반찬이 나오면 뭉클하답니다.. 엄마가 보고싶네요...

  • 18. 단비
    '05.8.22 12:03 PM

    만년초보님...
    저랑 넘 같으세요..저희 어머니도 갑자기 너무 한창나이에 돌아가셔서 임종도 못하고..
    이리저리 물어볼곳을 찾던중 안곳이 여긴데요..
    전 여기가 마음의 친정이에요..너무 많은 정보를 얻어가죠..

  • 19. fish
    '05.8.22 12:52 PM

    어머! 광년이님 여기서도 뵙네요. ^^ 메인페이지를 장식하셨어요 !! 이리 반가울수가..
    저도 고구마줄기 볶음 좋아하는데.. ^^;;
    엄마가 그거 사오면 저 혼자 꿰차고 앉아서 쓱쓱~ 벗기는게 잼났기도 했구요.

  • 20. 포비쫑
    '05.8.22 1:45 PM

    비도 주룩주룩 오는데
    괜히 코끝이 찡해지네요
    얼큰한 버섯매운탕이 먹고잡네요

  • 21. 지우산
    '05.8.22 3:44 PM

    저도 어제 고구마줄기 손질해서 김치고등어찜에 넣어 먹었어요. 비릿할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어요. 좀 매콤하게 해서 그런지.... 사실 고구마줄기 볶음밖에 할줄 몰랐는데 이곳에서 생선찜에 넣어도 맛나다는 글을 보고 어제 했는데 정말 맛있더군요. 그런데... 나만 껍질 벗기면서 엄마 생각하는즐 알았는데 다들 그러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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