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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re] 막걸리에 대하여

| 조회수 : 1,886 | 추천수 : 79
작성일 : 2004-02-13 18:24:21
외할머니가 술(동동주, 막걸리, 소주 모두 한 형제라는 거 아시지요?) 만드는데 선수셨어요. 요새까지 살아계셨으면, 술의 명인으로 등극할 수 있을 정도로...
할머니는 이스트 없는 시절이니까, 당연히 누룩으로만 술을 담그셨지요.  
밑술과 물과 누룩과 술밥의 비율, 나중에 차조죽을 붓는 비율 등, 이 비율을 적절하게 맞추지 못하면 술이 쉬거나 제대로 발효가 안 되지요. 아울러 황금비율을 잘 맞추고,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주면 천하제일의 술이 탄생하는 것이고요.
엄마는 할머니 임종무렵에 이 황금비율을 물어보셔서, 그 술맛을 재현하셨답니다(완전재현은 아니에요. 술익히는 환경은 재현할 수 없으니까요). 이승과 작별하는 순간에 말내딸과의 대화가 술만드는 비율이라니... 시트콤같은 이야기지만 그 비율 맞추기가, 좋은 술 만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지요.
이후, 아빠를 위해 지극정성으로 술을 빚으셨지요. 아빠 돌아가시고는 절대 안 하시지만....  
그런데 엄마는 나이가 드시면서 이 곡주의 이복형제격인 쌀식초 맛(할머니의 식초맛도 경기 제일이였데요)을 그리워하셔요.
왜 최순우 선생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말미에도 '초맛'이라는 수필도 있잖아요. 선생의 초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탐닉에 대해 쓴 수필입니다.  " ...초는 기름이나 간장과는 달라서 아마 인류의 식생활 미각에 이것이 받아들여진 후 먹는 즐거움의 폭과 깊이는 아마 급속도로 세련을 가져왔을 것이다. 따라서 요리가 발달한 나라, 예를 들면 프랑스 중국 한국 일본 같은 나라의 요리는 초맛을 잘 가누는데서 그 미각의 폭과 깊이가 늘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는 "왜 그때 술만드는 것만 물어봤을까, 초만드는 비율도 물어볼껄...  난 술이 시어지면 식초인줄 알았는데..." 아주 애석해 하시지요. 품격있는 맛을 지닌 쌀식초는 나름의 황금비율이 있다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하는 것이지요.
저도 늦기전에 곡주의 황금비율이라도 전수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몰라요.
* 김혜경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2-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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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우꽃
    '04.2.13 7:11 PM

    "이승과 작별하는 순간에 말내딸과의 대화가 술만드는 비율이라니..."
    장면이 떠오르네요.
    대장금 끝나면 이거 드라마로 만들자고 할까요?
    정말 멋있는(뭔가 적절한 표현을 못찾겠음) 기억을 간직하고 계시네요.

  • 2. 여주댁
    '04.2.13 10:38 PM

    여수항에 가면 서대회로 유명한 식당이 있어요 .
    그집 서대회를 처음 맛본 순간 그 독특하고 신선한 맛이 너무 달라서
    주인장께 물었더니 그게 바로 막걸리 식초맛이라네요.
    직접 담근 막걸리 식초라길레 그냥 막걸리 사다 놔두면 되는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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