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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아롱사태에 관한 소고

| 조회수 : 2,159 | 추천수 : 51
작성일 : 2003-12-18 22:22:21
지난 토요일, 홈플러스에 갔다가 반짝 세일에 혹해서
아롱사태 한 덩어리를 들고 왔지요.
김치냉장고에 잊혀진 여인처럼 홀로 떨고 있는 그 애를
오늘 문득 발견했답니다.
그 애는 검은 봉지(히힛!)가 아닌 하얀 봉지에 싸여 있었지요.
-아! 이 건망증!-
일단 추운 나라에서 구해 주고는 찬물 샤워를 시키고
그윽하게 쳐다보았지요. 널 어찌할까나...

깨끗해진 몸을 향내로 감싸는 것이 그 애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일 것 같아
통후추 열 개, 팔각 두 개, 통계피 한 쪽을 넣은 물에 넣고는 뜨겁게, 뜨겁게
달구어 주었지요.
그런데, 그 뜨거움만으로는 향내가 덜 나는듯 싶어,
그 뜨거운 열정이 반으로 줄었을 즈음
검은 벨벳의 간장 옷을 입혀 주고,
달콤한 요리당의 맛도 보여주었지요.

그 애를 음미하고 싶어 하는 어느 소녀의 성화에
뜨거움을 식힐 여유도 없이,
다시 차가운 물에서 구해놓은 양파와 또다른 열기에서 나온 브로컬리와의 만남 후에
그애는 멋지게 자기 몸매를 뽐내게 되었답니다.

맑음 (hmh55)

제 이름은 황명호랍니다. 저는 중학교 교사랍니다. 과목은 국어이구요. 딸 둘의 엄마이구요, 58년 개띠랍니다. 스마트쿠킹 시절부터 김혜경님의 솜씨..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솜사탕
    '03.12.18 10:53 PM

    어째.... 쬐께... 야시시 한것 같아유.. ^^;;

    저도.. 이 음식 많이 좋아하는데... 식은후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서 국수위에 얹어먹으면
    정말 맛있더라구요..

  • 2. moon
    '03.12.19 12:10 AM

    대상에 대한 표현력이 대단하시네요..
    상상력을 마구 자극합니다.

  • 3. cargopants
    '03.12.19 12:16 AM

    간장벨벳으로 옷 해입은 저 아이!
    전 맛간장으루 며칠 전에 했거든요...
    근데 장조림하곤 또 다른게 맛있던데요...향이 있어서 그런가!
    어느 소녀도 좋아하던가요?

  • 4. 맑음
    '03.12.19 10:14 AM

    네에! 그놈의 야자(야간자율학습) 때문에 매일 저녁을
    학교 앞 분식집에서 해결하던 우리 둘째딸이(흑흑, 불쌍해라...)
    기말고사 끝나고, 집에서 저녁 먹고 있거든요.
    간을 약하게 해서 소스는 바로 그 끓인 물로 대체했더니
    저도 맛있네요.

  • 5. jiwonmom
    '03.12.19 10:36 AM

    ㅎㅎㅎㅎ 정말 대단하시네요.글도 음식도 모두..
    간장벨벳 압권입니다^^
    오늘저녁엔 나도 간장벨벗 옷만들어야지~~(근데 어떤놈에게 입혀야 쓰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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