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홈플러스에 갔다가 반짝 세일에 혹해서
아롱사태 한 덩어리를 들고 왔지요.
김치냉장고에 잊혀진 여인처럼 홀로 떨고 있는 그 애를
오늘 문득 발견했답니다.
그 애는 검은 봉지(히힛!)가 아닌 하얀 봉지에 싸여 있었지요.
-아! 이 건망증!-
일단 추운 나라에서 구해 주고는 찬물 샤워를 시키고
그윽하게 쳐다보았지요. 널 어찌할까나...
깨끗해진 몸을 향내로 감싸는 것이 그 애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일 것 같아
통후추 열 개, 팔각 두 개, 통계피 한 쪽을 넣은 물에 넣고는 뜨겁게, 뜨겁게
달구어 주었지요.
그런데, 그 뜨거움만으로는 향내가 덜 나는듯 싶어,
그 뜨거운 열정이 반으로 줄었을 즈음
검은 벨벳의 간장 옷을 입혀 주고,
달콤한 요리당의 맛도 보여주었지요.
그 애를 음미하고 싶어 하는 어느 소녀의 성화에
뜨거움을 식힐 여유도 없이,
다시 차가운 물에서 구해놓은 양파와 또다른 열기에서 나온 브로컬리와의 만남 후에
그애는 멋지게 자기 몸매를 뽐내게 되었답니다.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아롱사태에 관한 소고
맑음 |
조회수 : 2,159 |
추천수 : 51
작성일 : 2003-12-18 22: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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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솜사탕
'03.12.18 10:53 PM어째.... 쬐께... 야시시 한것 같아유.. ^^;;
저도.. 이 음식 많이 좋아하는데... 식은후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서 국수위에 얹어먹으면
정말 맛있더라구요..2. moon
'03.12.19 12:10 AM대상에 대한 표현력이 대단하시네요..
상상력을 마구 자극합니다.3. cargopants
'03.12.19 12:16 AM간장벨벳으로 옷 해입은 저 아이!
전 맛간장으루 며칠 전에 했거든요...
근데 장조림하곤 또 다른게 맛있던데요...향이 있어서 그런가!
어느 소녀도 좋아하던가요?4. 맑음
'03.12.19 10:14 AM네에! 그놈의 야자(야간자율학습) 때문에 매일 저녁을
학교 앞 분식집에서 해결하던 우리 둘째딸이(흑흑, 불쌍해라...)
기말고사 끝나고, 집에서 저녁 먹고 있거든요.
간을 약하게 해서 소스는 바로 그 끓인 물로 대체했더니
저도 맛있네요.5. jiwonmom
'03.12.19 10:36 AMㅎㅎㅎㅎ 정말 대단하시네요.글도 음식도 모두..
간장벨벳 압권입니다^^
오늘저녁엔 나도 간장벨벗 옷만들어야지~~(근데 어떤놈에게 입혀야 쓰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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