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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매운떡볶이

| 조회수 : 15,500 | 추천수 : 9
작성일 : 2016-08-30 15:47:16


#1

“ 좀 출출한데 간단히 먹을 것 없을까 ?” 라는 물음에

“ 떡볶이 ” 라며 “ 며칠 전부터 떡볶이가 먹고 싶었어 !” 웃으며 H 씨 말한다 .

주섬주섬 보이는 대로 냉장고에서 꺼낸 재료 ,

가지 , 통마늘 , 고추 , 느타리버섯 , 삶은 감자 , 방울토마토와 떡국용 떡 .

풋고추 3 개를 어슷썰고 부탄서 온 매운 고춧가루 한술을 넣어 올리브유 넉넉히 두른 팬에 먼저 볶았다 .

매운 내가 올라올 때쯤 통마늘과 고추장 반술을 넣고 후루룩 한 번 볶는다 .

큼직큼직하게 썬 가지와 삶은 감자와 방울토마토와 버섯을 물 1/3 컵을 넣고 뚜껑 닫고 중불로 줄였다 .  

도마와 칼 , 쓰고 남은 식재료를 정리하고 가지가 익어갈 즈음 떡 한주먹 넣고 센불로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볶았다 .

마지막 간으로 작년에 담아둔 고추장아찌 간장과 설탕 반술을 넣었다 .



 

“ 와 매워 , 뭘 넣어서 이래 ” 라는 H 씨 물음에 “ 별거 없는데 , 감자 먹어요 .” 라며 딴청을 피웠다 .

맵다며 감자를 열심히 먹는 H 씨 곁에서 떡과 가지를 골라먹다가

“ 가지는 어디에 넣어도 대충 어울리는 것 같아 ” 라고 말하자 , H 씨 “ 아무 맛이 없으니까 , 그렇지 ” 라고 대답한다 .

특별한 자기 맛이 없으니 다른 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

 

 

#2

“ 호랑이 문신은 잘 있어요 ?” 상갓집서 만난 옛 동료가 뜬금없이 묻는다 .

“ 벌써 지워졌지 !”

“ 지워지는 거였어 ? 잘 어울리던데 , 왜 그냥 새기지 . 근데 그렇게 혼자 다니면 심심하지 않나 ?”

“ 아직은 그 정도 용기는 없어서 . 심심하지 않아 , 혼자인 게 좋아 .” 라고 대답하자 .

“ 그렇게 혼자 하는 여행이 한가롭다는 건 알겠는데 좀 다른 게 있나 ? 난 심심한 게 싫어서 혼자 못가겠어 ” 라고 묻기에 이런저런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변에서 이어졌다 .  

홀로 있어 점은 ‘ 뭘 해도 내 마음이라는 거고 더 좋은 점은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 .’ 는 얘기 . ‘ 여행은 어찌 보면 변태 짓 같다 ’ 는 얘기 . 다들 왜 ? 라는 물음에 , ‘ 낯선 곳에 가서 사는 게 아니잖아 . 그럼 들여다보는 건데 , 남들 사는 것 들여다보기 , 경험하기 이런 게 일종의 관음증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 ‘ 관광이란 이름으로 돈 주고 대놓고 훔쳐보고 사진까지 찍는 짓 ’ 이라고 하자 . ‘ 그럼 관광객 유치는 변태 유치겠네 ’ 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이어졌다 .  

‘ 일로 하는 여행은 욕망 같이 끈적거리게 있는데 , 그냥 하는 건 어떤 것으로부터 분리하는 것 같아 .’ ‘ 분리 이후는 각자 알아서겠지만 …… .’ 정도의 이야기가 오갔던 상갓집 술자리 장면이다 . 돌이켜보면 상갓집과 여행 , 참 묘한 구성이다 .



방비엥에서 비가 오락가락하던 새벽, 자전거로 동네한바퀴 돌고 건너편 노점에서 산 샌드위치와 커피...

그러나 한입 먹다 말고 벌떡 일어나 저 탁자의 주인인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 사다가 먹었던 아침.

식은 커피는 입가심이 되었다. 이 풍경이 너무 좋아 다음날도 같은 아침을 먹었다는^^*








여기까지 늘 맥주와 함께였던 먹부림



비 피하려고 들어간 까페에서 먹게된 맥주 없는 참한 아침



갑자기 뚝뚝 떨어지는 기온에 며칠전 더위를 잊고 그만 강렬한 햇빛과 더위 사진 한장


   

#3

K 에게  

“ 마음의 코끼리가 풀리면 무간지옥의 해를 입히지만 , 길들지 않은 코끼리는 미쳐도 그와 같은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 라는 티벳 게송이 있다 . 그러면서 ‘ 고요히 가라앉혀 바르게 알아차리고 잊지 않는 것 ’ 으로 ‘ 미친 코끼리라는 놈을 마음의 큰 기둥에 풀리지 않도록 묶으라 .’ 한다 .  

질풍노도라는 10 대 , 20 대 , 30 대 , 40 대 …… . 어느 시대 어느 나이 때고 사람은 나름의 치열함과 채우지 못한 욕구와 괴로움이 앉고 산다 . 너의 10 대를 돌아봐도 ‘ 왜 그랬을까 ?’ 하는 일들이 있을 게다 . 네 마음의 기둥에서 풀렸던 마음의 코끼리란 놈이 아니었을까 ?   

사람의 마음은 맥락이 없다고 한다 . 그래서 알아도 아는 대로 행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주저하고 과거를 곱씹고 비교하고 불행해 한다 . 이런 마음을 코끼리가 미쳐 날뛰는 것에 비유한 듯하다 .  

이런 마음의 코끼리가 미쳐 날뛰지 않도록 늘 살피고 알아채기 위해 현재에 집중해야겠지만 , 어찌 사람이 그렇게만 할 수 있겠니 . 혹여 네 마음의 코끼리가 미쳐 날뛰고 있거나 미쳐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라도 알게 된다면 , ‘ 그냥 멈추어라 .’ ‘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멈춰라 ’ ‘ 싸우고 있다면 이해득실과 상관없이 멈추고 , 괴로워 술을 마시고 있다면 당장 술잔을 엎어라 ’ ‘ 비교와 비난 , 자책에 시달리고 있다면 일단 멈춰라 .’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말거라 . 이런 멈춤이 미친 코끼리가 묶인 네 마음의 기둥뿌리를 단단히 해줄 거다 .  

때때로 멈출 줄 아는 것 , 그리고 네 마음의 코끼리에게 더 이상 비교라는 먹이를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너의 청춘은 충분히 고요하고 빛날 수 있을 거다 .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비교당하지 않고 누굴 비교하지도 않는 그런 삶이 시작될 거야 .

 

K 야 , 오늘도 행복하렴

나도 이만 멈춰야겠다 . 내 마음의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지 않도록 .  




탁발행렬과 공양을 마친 노인들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까만봄
    '16.8.30 6:28 PM

    아~ 무척 좋은 말씀 감사하네요.
    제 마음에도 미쳐 날뛰는 그무엇이 심간을 어지럽힐때가 있어요.
    고요히 멈추는것,
    쉽지 않으나,
    익숙해질때,
    조금 평화로와지겠지요?
    님의 k가 저였으면....

  • 오후에
    '16.8.31 3:53 PM

    미쳐 날뛰는 그 무엇.... 참 다루기 어렵습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2. hoshidsh
    '16.8.30 8:40 PM

    좋은 사진,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오후에
    '16.8.31 3:53 PM

    네 감사합니다.

  • 3. 사그루
    '16.8.31 5:39 PM

    아름답네요. 글도 사진도 음식도.^^

  • 오후에
    '16.9.1 4:01 PM

    허헛.. 몸둘바를 모를 극찬이십니다. 3=3=3=3

  • 4. 소피
    '16.8.31 7:59 PM

    마음을 울리는 글에 잠시 일상을 멈추게 되네요.

  • 오후에
    '16.9.1 4:04 PM

    감사합니다. 이따금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 5. 연이연이
    '16.9.1 6:41 PM

    눈팅회원을 로그인하게 만드는 오후에님의 글 ^^
    자주자주 남겨주셔요~

  • 오후에
    '16.9.9 3:46 PM

    밥을 안해먹어서 글 남기기가 힘들어요. ㅎㅎ
    사실 쓸 얘기가 별로 없어요. 애는 크고 부부는 심심해서 얘깃거리가 없어요.

    감사합니다.

  • 6. 부관훼리
    '16.9.9 6:28 AM

    스탑사인도 있고 글은 나라글은 꼬불꼬불에 승려가 있고...
    어느나라일까요.
    사진들이 점심먹고 나른해지는 여름날의 하루입니다... ^^

  • 오후에
    '16.9.9 3:48 PM

    라오스입니다.
    매의 눈을 가지셨나봅니다. 스탑사인도 보시고.
    스탑사인? 하면서 @@눈으로 저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ㅎㅎ

  • 7. 고독은 나의 힘
    '16.9.9 10:50 AM

    오늘도 역시.. 따님 K에게가 아니고..
    딱 저를 위해 쓰신 편지입니다.

    편지 잘 받았습니다. 오후에님..^^

  • 오후에
    '16.9.9 3:50 PM

    ㅎㅎ 틀렸습니다. 사실 저에게 쓴 편지입니다.
    어쩐지 편지가 안온다 했습니다.

  • 8. 등불
    '16.9.18 8:16 PM - 삭제된댓글

    http://play.afreecatv.com/gtv7/181809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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