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에서 제분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받은지라,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요리 보다도 제분기를 좀 더 보여드릴까해요.
생긴 건 이렇게 아랫층 윗층으로 분리되는 형태이구요, 윗층에 모터가 달려서 층간소음을 유발하는데, 발동이 걸리면 제트기가 이륙해서 한 바퀴 돌고 착륙하는 소리가 나요 :-)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해지면 사용하지 않으실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한 5분 정도 만에 금방 갈리니까, 소음이 무서워서 구입을 망설이지는 않으셔도 될듯해요.

애정하는 아마존 닷 컴에서 통밀을 구입하는데, 유기농에다가 유전자조작 안한 것으로 사자니 밀가루가 이렇게 비싼 음식인 줄 예전엔 미쳐 몰랐죠.

통밀을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처음 봤어요.
쌀알보다는 조금 더 크고 길쭉한 모양이더군요.
밀의 겉껍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거라 (쌀로 치면 백미가 아닌 현미) 단백질과 몸에 좋은 영양소가 많이 들어있다고 하더만요.

약 3분간 제트기 타고 내리면 이렇게 밀가루가 생성됩니다 :-)

통밀이라서 반죽을 하거나 국수로 만들면 색이 이렇게 짙어요.

밀의 품종에 따라 강력분이 나오기도 하고 중력분 박력분 등의 다른 용도의 밀가루를 만들 수 있어요.
강력분과 중력분을 반반씩 섞어서 제면기로 한 번 뽑아낸 다음에 냉장고에 넣어 두어시간 숙성시킨 다음에 다시 제면기에 넣어서 세 번을 연거푸 뽑아내면 그런대로 쫄깃한 국수가 만들어져요.
하지만 사누끼 우동의 쫄깃하고 오동통한 질감은 못됩니다.
식빵도 굽고...

김치 부침개도 해먹고...

핏자 도우도 만들었어요.
애들 손때가 묻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통밀을 갈아서 이렇게 색깔이 거무튀튀한 겁니다 오해마셔용 :-)

수타 도우를 만들겠다며 태권도 격파 시범을 보이는 코난군과, 따라쟁이 둘리양.
아이들이 반죽을 조물딱거리는 동안에 냉장고에 있는 여러 가지 재료를 꺼내서 썰어주었어요.
야채만 좋아하는 아이와 야채를 안먹는 아이의 입맛을 동시에 맞추기란 쉽지 않은 법.
입맛대로 골라 잡사봐!
하는 마음으로 핏자를 만들기로 했죠.

토마토 농사를 지어서 껍질을 벗기고 뭉근하게 조려서 만든 토마토 소스....
는 이 다음에 소 키워서 젖짜서 연유 만들 때 같이 하기로 하고요 ㅋㅋㅋ
그냥 찬장 뒷구석에 오래도록 잠자고 있던 소스 캔 하나를 따서 아이들 입맛에 맛게 바베큐 소스 좀 섞어서 핏자 소스를 만들었어요.

참, 저기 핏자 반죽이 올라앉은 꼬질꼬질한 돌판은 아마도 순덕이 엄마님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핀란드미이 님이 구입하셨던 우뢰매...? 머시기 라고 하는 돌솥의 사촌쯤 되나봐요.
십 수년 전에 사서 여적 잘 쓰고 있는 돌판입니다.
코난군은 호박 얼굴을 만들었어요.
콧구멍이 참 리얼하죠?
야채를 잘 안먹는 녀석이지만 호박의 헤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양상추를 얹어야 했다는... ㅎㅎㅎ
작전성공!

둘리양은 무슨 공주 사람을 만들었다는데...
난 모르겠고~~~
ㅎㅎㅎ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서 오븐에 잠시 구워내면 점심밥이 완성됩니다.
이 날도 아이들 놀게 하면서 한 끼를 해결하는 보람찬 하루였죠.

마실 거는...
집에서 만든 식혜도 있고...
(저희집 온가족이 식혜를 무척 좋아해요. 여름에는 냉장고에 떨어지지 않게 늘 만들어 두어야 하죠)

레몬값이 싸길래 한 자루 사다놓고 이렇게 레몬수도 만들어 마시고 있어요.
손님이 오거나 기분내고 싶은 날에는 여기에다 딸기 한 개 얇게 썰어 넣고 래스베리 서너알 띄우면 정말 예쁘고 맛있는 물이 되어요.

자, 그럼 저는 여기서 잠시 도배를 쉬려고 합니다.
북유럽의 뉴 페이스도 오셨고, 서유럽의 순덕이 엄마 님과, 영화배우 카루소 님의 복원작업과, 휴가여행 사진을 많이 장만하셨을 부관훼리님과, 그리고 또 많은 여러분들에게 바톤을 넘기고 싶어요.
저는 컴퓨터에 저장해둔 음식 사진이 다 떨어져서리... ㅎㅎㅎ
사진 좀 더 모아서 또 올께요.
오늘의 슬픈 부록:
캠핑장에서 맨발로 뛰어놀다 발가락에 바느질을 하게된 코난군의 모습 ㅠ.ㅜ

이 녀석 달래주느라 요새 뭘 만들고 있어서 음식사진 찍을만큼 그럴싸한 밥을 못해먹고 살고 있어요 ㅠ.ㅜ
그거 다 만들면 사진 찍어서 올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