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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저렇게 열심히들 산다.”

| 조회수 : 11,503 | 추천수 : 28
작성일 : 2011-06-10 16:50:40
미역국 먹고 싶다는 K를 만나러 가며 도시락을 쌌다.
덕분에 나도 H씨도 오랜만에 미역국을 먹었다.
6월, 초여름 더위에 아침부터 미역국 진하게 끓여~
돌나물 무침과 맛있게 먹었다.












옥수수는 쪄서 알갱이만 빼내 버터에 한번 굽고
가지나물 무치고 오전에 텃밭서 잘라온 부추도 무치고
감자 넣고 새로 밥 지어 점심 도시락을 준비했다.
군대 간 녀석 면회 가는 것도 아닌데 뭐 이리 분주한지…….






그늘 진 의자에 앉아 풀어 놓고 K가 오물거리며 ‘음! 맛있어~’ 하며 점심을 먹는 시간은 길어야 10여분.
가져간 반찬이고 밥이고 다 먹은 것 없이 맛보고 조금씩 더 먹은 걸로 끝이다.

잠시 의자 밑으로 떨어진 옥수수 알갱이 끌어가는 개미구경하며 얘기 좀 하니 ‘들어가야 한’단다.
“나가서 차라도 한잔 마실래?” 물어보자. “아니” 하더니 빠0000가서 빵 사 달라 한다.

저 먹을 것, 룸메 줄 것, 멀미실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 줄 것 챙겨든 녀석을
다시 학교에 내려주고 오는데 좀 허전하더라.



제주 사려니숲길이다. 아마 넝쿨식물과 같이 자란 듯 배배꼬여 있는 나무 모양이 장해 보여 찍었다.
저런 나무들을 모면 ‘참 열심히 사는구나!’ 감탄하곤 한다. 최선을 다했구나 하며 박수를 보낸다.

“K야 제 덩치의 몇 배인 옥수수를 물어가던 개미들도 그렇고
저 나무도 그렇고 정말 최선을 다해, 혼신의 힘을 다해 사는 것 같지 않니?
나무나 개미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열심히 산다는 건,
맘에 드는 일, 맘에 드는 환경, 맘에 드는 사람들하고만 살지 않는다는 거다."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지니맘
    '11.6.10 5:04 PM

    -열심히 산다는 건,
    맘에 드는 일, 맘에 드는 환경, 맘에 드는 사람들하고만 살지 않는다는 거다.

    그냥 오늘은 이 구절이 제 가슴을 절절하게 만듭니다 .
    열심히는 살고 있는데
    오늘은 제가 많이 힘들었나봅니다 .

    다시 ....추스려서 화이팅 할께요 .. (좋은글 감사합니다)

  • 2. T
    '11.6.10 5:16 PM - 삭제된댓글

    열심히 산다는건.. 환경과 상관없는 일이군요.
    지금 상황에서의 [최선]이 중요하다는걸 새삼 느낍니다.
    어느 환경에서든.. 최선을 다할 수는 있으니까요.
    네.. 또 배워갑니다. ^^

  • 3. 이불피쉬
    '11.6.10 5:51 PM

    열심히 살아야하는데 요즘 계속 나태의 늪에 빠지네요...

    이와중에 땡기는 저 부추..겉저리?김치?흑...엄마가 주신다할때 싸올껄..ㅡㅜ

  • 4. 벨롯
    '11.6.10 6:00 PM

    공감백만배...반성백만배....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 찐한 미역국...

  • 5. 프라하
    '11.6.10 6:10 PM

    벌써 가지나물이 눈에 띄네요..
    누군가 저렇게 도시락 싸다주면 정말 맛있게 먹어줄수 있는데...
    저땐 저도 깨작깨작 맛있는 줄 몰랐었다는 ;;;;엄마 미안~

  • 6. 커다란무
    '11.6.10 6:22 PM

    마지막 글귀...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저번글도 너무 좋아
    아에 프린트를 해서 개수대앞에 터억하니 붙었어요.
    설겆이하다보면 저절로 눈길이 가고...그러다 보면 마음에 새겨지고..
    그러다보면 그리살수있을것같아서요..
    감사합니다.

  • 7. 그린
    '11.6.10 10:55 PM

    저도 마지막 글귀에.....
    귀한 말씀 마음에 새기며 제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봅니다....
    오후에님, 즐거운 주말 지내세요~~^^

  • 8. 나누
    '11.6.11 12:05 AM

    저런말하는 한국 부호들은 한개도 없다는.........

  • 9. 무명씨는밴여사
    '11.6.11 1:45 AM

    다들 진지한 오후에님 글에 진지한 답글들인데
    왜 나는 쩌~그 젓가락 꽂혀 있는 사진에 눈길이 가는 걸까?
    분명 팔뚝일터인데 남정네의 튼실한 허벅지로 보이니.......
    자청한 독수공방이 너무 길었던게야........ --;;;;;;;;
    쿨럭~

  • 10. 코코몽
    '11.6.11 4:04 AM

    오후에님이 만든 음식은 왜 그렇게 맛있게 보이나요?
    가지무침 레시피좀 알려주세요...가지무침이 너무 맛나보여서^^

    열심히 산다는 건,
    맘에 드는 일, 맘에 드는 환경, 맘에 드는 사람들하고만 살지 않는다는 거다."

    이말은 제 남편에게 해줘야 겠어요
    오늘 침대에 누워서 안경 벗으면서
    " 나는 정말 불쌍한 ***야.." 이러는데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구요
    일도 너무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그런가봐요

    오후에님 키톡에 자주 좀 와주세요 완전팬이에요ㅎㅎ

  • 11. 서초댁
    '11.6.11 11:23 AM

    딸 학교 있을 때 저 벤치에 앉아 싸가지고 간 샌드위치며...도시락이며 먹이던 생각이 나네요.
    급식이 집밥보다 더 잘 나오는데도...바깥음식이 그리운가보더라구요.
    주말이면...나오든..면회가든...하여간 좀 정신없었던 것 같은데...이제 그것도 다 지난일이구...

  • 12. 오후에
    '11.6.12 1:44 AM

    유지니맘님//다시 화이팅하고 계시죠? 얍~ 기합 빌려드립니다. 힘내시라고...

    T님// 현재 최선을 다하기... 어쩌면 아이보다 어른들이 더 힘든 일이지 싶기도 합니다.

    이불피쉬님//그러게 엄마 말을 들으면... 부추 김치든 무침이든 생긴다니까요 ㅋㅋ

    벨롯님//찐한 미역국? 드셨어요.... ㅎㅎ

    프라하님//ㅎㅎ 님도 한 깨작 하셨었나봅니다....

    커다란무님//헉~ 출력씩이나... 그냥 한번 읽고 흘려주소서 부디... 이리 댓글 남겨주신것만도 감사합니다.

    그린님// 그린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나누님// 정말 치열하게 끌고 가더군요. 개미들이 옥수수 알갱이... 뺏고 뺏기면서

    무명씨는 밴여사님// 땡~ 팔뚝도 아니고 남정네의 튼실한 허벅지는 더더욱 아니고... K의 종아리가 살짝 보입니다. ㅋㅋ

    코코몽님//가지무침? 그냥 가지쪄서 손으로 찢고 참기름 다진마늘 파 고추가루 소금 들깨 넣고 조물조물 무친겁니다. 별 레시피 없답니다. 코코몽님 마음이 좋게 봐주시니 맛있어보이나 봅니다. 감사...

    서초댁님// 그러고보니 저 벤치의 도시락... 선배님이셨네요. 저도 정신없는 것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 따님도 힘내고 서초댁님도 행복하시길...

  • 13. 산체
    '11.6.12 10:40 PM

    네 확인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 14. 고독은 나의 힘
    '11.6.12 11:08 PM

    요즘 직장동료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데 ( 아마 그 친구는 저보다 더 힘들겠죠?)

    오후에님 글에서 잠시나마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 15. 사그루
    '11.6.13 4:27 AM

    오후에님 글 읽고 의욕 충전! 지금 같아서는 빌딩도 뿌리채 뽑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로:->!!
    그리고 오늘 밥상에도 저는 군침을 흘리고 갑니다.

  • 16. 쁘띠
    '11.6.13 1:50 PM

    하물며 사람이야...
    잠깐이지만 정신을 가다듬게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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