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어느 아침

| 조회수 : 7,792 | 추천수 : 28
작성일 : 2011-02-10 16:54:13
H씨 일어난 기척에 부스스 깨어 아침 준비를 했다.
밥솥이 비어 있기에 “배고프다더니 저녁 안 먹었어요?” 물었다.
“K랑 떡볶이 먹었어요.” 한다.

주섬주섬 그릇들 정리하고 쌀 씻으며 “뭐 할까? 도시락 싸야죠.” 물으니
“그냥 브로콜리랑 넣고 간장에 떡 볶아 먹죠.” 답한다.

우선 밥부터 앉히고 냉장고 뒤지니 버섯, 봄동, 두부 따위가 있다.
먹다 남은 꽈리고추 조림도 있다.

순간 먹다 남은 반찬 꼴을 못 보는 내게 간장 떡볶이 주문은 꽈리고추떡조림으로 둔갑한다.
꽈리고추조림에 떡국 떡 한주먹 넣고 부로컬리 몇 조각 넣어 후루룩 들기름에 한소끔 볶아냈다.
이미 간장이 간간하기에 따로 간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심심한 느낌마저 든다.
아침 겸 도시락 반찬 하나 완성이다.






고추장두부조림이 낮은 불에서 조려지는 동안,
부지런히 봄동은 씻고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찢어 다진마늘, 간장, 소금, 고춧가루, 참기름 넣고 버물버물 무쳤다.

봄동 무침과 두부조림에 밥 한 술 뜨고 도시락(밥, 봄동무침, 꽈리고추떡볶이, 모과차) 챙겨 H씨 먼저 출근하고.
나는 전날의 숙취에 잠시 뒹굴 대다가 K에겐 남은 꽈리고추떡볶이까지 3첩 반상 곱게 차려 대령했더니,
봄동하고만 먹더라. 오물오물 한 접시 혼자 해치우더라.




K가 아침 먹고 난 후,
곱게 차려진 3첩 밥상 ‘내는 이런 거 모른다.’는 듯 양푼에 몽땅 쓸어 넣고 반 한 술에 비빌비빌,
머슴의 아침을 먹고 나도 출근했다.
결과로는 세 식구 세 번 밥 차려 먹은 아침이다.
그래도 설거지는 그때그때 해서 산더미처럼 밀리지는 않았다.

게다가 H씨 걱정도 없었고 택시비가 좀 들었지만 지각은 면했으니
전 날 음주 후과치곤 그럭저럭 괜찮은 날이었다.



봄이 오려나보다 철쭉이 활짝 피었다.
어제 하루 반짝 해가 나더니 또 종일 우중충하니 흐리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옥수수콩
    '11.2.10 8:41 PM

    어머나...철쭉이 피었네요^^ 예뻐요!

    저 봄동 한그릇만 있으면....밥 한그릇 뚝닥 하겠어요^^

  • 2. 변인주
    '11.2.11 12:44 AM

    그댁의 아침이
    그림보듯이 그려집니다.

    잔잔한 일상의 행복!

  • 3. 시네라리아
    '11.2.11 1:08 AM

    봄동은 언제 먹어도 아삭하고 맛나죠...

    대게를 먹엇더니 속이 약간 능글거리는데 매콤한 봄동 하나 지금 이시간에 먹고 싶어요~~

  • 4. 열무김치
    '11.2.12 12:28 AM

    저도 십년만에 엄마표 봄동 무침 먹었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 고소한 맛이란 !

  • 5. 오후에
    '11.2.14 3:11 PM

    열무김치님//부럽습니다. 십년아니 이십년만이라도 먹을수만 있다면... ㅎㅎ
    그 고소한 맛이 여까지 전해지는 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131 대둔산 단풍 보실래요? (feat.쎄미김장) 2 솔이엄마 2025.11.14 379 0
41130 입시생 부모님들 화이팅! 23 소년공원 2025.11.13 3,138 1
41129 189차 봉사후기 ) 2025년 10월 봉사 돈가스와 대패삼겹김.. 5 행복나눔미소 2025.11.05 5,425 8
41128 가을인사차 들렀어요.!! 34 챌시 2025.11.02 7,985 5
41127 요즘 중국 드라마에 빠졌어요. 24 김명진 2025.10.29 5,716 3
41126 맛있는 곶감이 되어라… 13 강아지똥 2025.10.27 5,958 4
41125 가을이 휘리릭 지나갈 것 같아요(feat. 스페인 여행) 12 juju 2025.10.26 4,950 5
41124 책 읽기와 게으른 자의 외식 14 르플로스 2025.10.26 4,807 4
41123 저도 소심하게 16 살구버찌 2025.10.24 6,457 7
41122 지난 추석. 7 진현 2025.10.22 5,691 7
41121 우엉요리 14 박다윤 2025.10.16 8,704 7
41120 세상 제일 쉬운 손님 초대음식은? 10 anabim 2025.10.12 12,171 6
41119 은하수 인생이야기 ㅡ 대학 입학하다 32 은하수 2025.10.12 5,851 11
41118 188차 봉사후기 ) 2025년 9월 봉사 새우구이와 새우튀김,.. 9 행복나눔미소 2025.10.10 7,473 8
41117 밤 밥 3 나이팅게일 2025.10.08 6,145 3
41116 저도 메리 추석입니다~ 2 andyqueen 2025.10.05 5,451 2
41115 메리 추석 ! 82님들 안전한 연휴 보내세요 9 챌시 2025.10.05 3,856 5
41114 아점으로 든든하게 감자오믈렛 먹어요 13 해리 2025.10.05 5,363 5
41113 은하수 인생이야기 ㅡ논술 첫수업 14 은하수 2025.10.05 3,300 3
41112 82님들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 4 진현 2025.10.05 3,188 5
41111 키톡 글 올리는 날이 오다니! 7 웃음보 2025.10.04 3,654 5
41110 미리 해피 추석!(feat.바디실버님 녹두부침개) 20 솔이엄마 2025.09.29 8,390 5
41109 화과자를 만들어봤어요~ 15 화무 2025.09.29 5,220 3
41108 강원도여행 8 영도댁 2025.09.25 7,468 5
41107 은하수 인생이야기 ㅡ나의 대학입학기 18 은하수 2025.09.25 5,304 9
41106 마지막.. 16 수선화 2025.09.25 5,210 5
41105 수술을 곁들인 식단모음 7 ryumin 2025.09.23 6,305 5
41104 닭 요리 몇가지 17 수선화 2025.09.23 4,641 7
1 2 3 4 5 6 7 8 9 10 >>